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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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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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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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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3.03.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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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DUMMY

굉음을 내며 내리찍은 발은 그대로 발밑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찌그러트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미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 자체가 평범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 또한 당연하지 않다고 하듯 이변이 발생했다.


거대한 발이 내리찍은 곳에서 사방을 향해 광휘가 일었다.


빛은 그 시작을 알렸고 그다음으로 변화를 알린 것은 괴수라 칭하기 마땅한 믹카타스트로의 감탄이었다.


[훌륭해! 역시 이러한 맛이 없으면 곤란하지!]



***



이적이 발휘된다.


이적이 날뛰고 있다.


이적이 강렬하게 그 힘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러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맹렬하다.


“나 자신이 이적이 된 기분이야.”


아레타가 중얼거리며 한 손을 들어 머리 위로 미니 주변에 있는 수호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었다.


네 사람의 손은 모두 여덟이나 움직이는 건 고작해야 넷.


턱없이 부족해 보이나 놀랍게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듯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믹카타스트로의 발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진 발밑으로 드러낸 수호자들은 그들 자신이 이적이 된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화륵


불꽃의 수호자 마티언의 손에서 불길이 일더니 불길은 삽시간에 몸집을 키워서 믹카타스트로의 몸 전체를 집어삼켰다.


[흐하하하! 적어서 기대 이하였는데, 생각보다 쓸만하잖아!]


불타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에 마티언은 눈살을 찌푸렸다.


“통하지 않는 건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면 보여요.”


마티언의 말에 대답한 것은 시간의 수호자 팰론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가려진 시야 너머를 보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 효과가 있습니다. 단지 이 녀석은 고통은 느끼지 않고, 지치지도 않을 뿐입니다. 생명체가 아니니까요.”

“생명체가 아니다?”

“고대의 사념 같은 겁니다.”

“망령 부류였나? 이렇게 실체가 있는데도?”


오늘 여러 상식이 깨어진다 느낀 마티언은 더욱 거세게 불꽃의 이적을 부렸다.


그러자 과연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하듯 손을 댄 믹카타스트로의 발이 타들어 가는 게 보였다.


헌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타들어 가는 것과 같은 속도로 재생하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힘겨루기해도 의미가 없겠어.”

“머리, 아니 중심을 노려야 합니다. 놈은 비보를 핵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으윽!?”


[예지는 반칙이야. 재미가 없다고.]


묵직한 소리와 함께 두통을 느낀 듯 이마에 손을 올린 팰론은 쓰게 웃었다.


“과연 이단이 불러오려고 한 대적자. 이적을 일부분이나마 방해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번 대에는 수호자가 우리 넷에 그친 걸지도 모르지.”

“예?”

“이적이 발휘하는 힘을 방해한다는 건 전력을 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상태, 지금 막 떠올랐어.”


마티언은 그렇게 말하며 아레타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에 아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라렉시안 락번 경이 마지막에 보인 것이 이것과 비슷했지요. 지금 우리보다야 덜 밝았습니다만.”

“적을수록 강해지는 이적. 그리고 방해를 받지 않을 이적.”


두 사람이 하는 말에 팰론과 아톨란이 각각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하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의문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던지 아톨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아니, 이 전투에서 가장 유용한 건 너야.”


그 말에 대답한 건 팰론이었는데,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덧붙였다.


끼긱


“알고 있지? 이것들의 본질은 사로잡힌 영혼들이다.”

“......알고 있습니다.”


어느새 사방을 그득하게 메운 원숭이들을 보였다.


아톨란이 긴장하며 채찍을 쥔 손에 힘을 주니 그들 가운데 아레타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힘겨루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 조금 더 나서보겠습니다. 흡!”


아레타는 그렇게 말하더니 남은 손을 올렸다.


그리고 기합과 함께 힘을 주니 남은 세 사람이 힘을 주기도 전에 거대한 발이 가벼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네놈, 감히!]


자신의 몸이 넘어가는 걸 느낀 믹카타스트로의 분노한 음성이 들렸으나 힘을 쓰고 있는 아레타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압!”


쿠-웅-


아레타가 힘을 주며 내리누르던 발을 내던지니 거체가 밀려나며 주저앉는 게 보였다.


“......신기한데. 마치 멀리 산 정상에서 여길 보는 느낌이야.”


그들의 눈에 보였으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다리가 뒤로 누운 모습이나 동시에 이 거대한 발의 주인이 엉거주춤하며 밀려나는 게 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의 시야를 빌려서 보는 기분에 아레타가 중얼거리니 팰론이 대꾸했다.


“우리는 지금 이적 한 가운데에 있다.”



***



“엄청나군.”

“이것이 끼어들지 못할 싸움이라는 건가?”


멀리서 성채와 비슷한 크기의 괴물이 날뛰고 주변에는 마수인지 마수 기사인지 모를 것들이 넘친다.


그것들은 한순간 그들 신전 기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 기세였으나 이내에 그들을 무시하고 무리 지었다.


그 무리 가운데서 거침없이 사방을 누비는 네 개의 빛은 그들에게, 신전 기사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것은 바로 저곳에 그들이 뛰어들어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펠사 기사단 소속 가르섹 펠사는 그 욕망을 강하게 느끼며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저들을 베고 이 전투에서 그가 싸웠음을, 신앙과 정의 그리고 평화를 위해 싸웠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만약 이곳에 그만, 아니 펠사 기사단만 있었다면 당장에 뛰쳐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는 다른 기사단들에 더해 신전병들과 신관대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끼어들지 못하는 전투다.’


수호자들을 보좌하고 가장 가까이서 그들의 손발이 되어야 할 이들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에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했다.


희생자를 없게 하기 위해서 이것이 가장 나은 방식이라고 말이다.


“......하아.”


그러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지 가르섹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에서 손을 떼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니 아직도 그에게 머물고 있는 이적이, 멀리서 수호자들을 빛나게 하는 그 힘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모순적이게도 이 역시 그에게 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몸을 타고 흐르는 힘이, 이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니 저기 멀리서 싸우고 있는 수호자들이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 쉬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응?”


그러던 중 가르섹의 눈에 신전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무슨 생각이지?”



***



[지겹군.]


즐거워하고 분노하며 어울린 것이 거짓이었다고 주장하듯 돌연 믹카타스트로는 따분함으로 가득한 말을 꺼냈다.


[그래. 관객이 있었지.]


믹카타스트로는 멀리 보이는 이들, 자신을 향해 적의를 피워올리고 있으나 섣불리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보았다.


[파티든 축제든 왔으면 즐기라고,]


그 손을 내어미니 다시금 손에서 마수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다만 전과 달리 이번에 나오는 것들은 날개가 달린 존재, 원숭이의 몸에 박쥐 날개가 달린 존재들이었다.


그것들은 떨어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저들끼리 웃었다.


[놀아주거라.]


믹카타스트로가 기대감을 담아 명하니 그것들은 곧장 허공을 날아 멀리에 있는 관객들에게 날아갔다.


그것들을 본 신전 기사들은 대부분 놀라며 다시금 전투할 의지를 다졌으나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마치 그들이 올 것을 알았다는 듯이 움직이는 이들, 신전병과 신관대였다.


“온다!”

“신전병대, 자리 잡아!”

“신관대는 기도를 시작해라!”


창을 들고 허공을 겨누고 신전병들이 자세를 잡고 신관대가 자리를 잡고 기도를 시작하니 금세 그들이 품은 이적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거창!”


차차착


“찔러!”


신전병들 가운데 가장 경험이 많은 강철 신전병들, 그 가운데서도 그들을 이끄는 호붼이 외치니 신전병들은 그 명칭을 가리지 않고 창을 내질렀다.


마치 허공을 찌르는 듯한 그 행동은 의아했으며 가까이 접근하여 그것을 본 박쥐 날개를 단 원숭이들은 가벼이 비웃었다.


그러나 그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화륵


창이 내질러지며 빛이, 이적이 창을 대신하여 찌르겠다는 듯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빠르게 늘어난 이적은 그대로 마수들을 꿰어버리고는 그대로 그들을 불태웠다.


-해방이다.

-저주받을 야성이여, 너의 끝을 기대한다.

-아,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불탄 마수들은 하얀 사람 형상의 연기로 변하더니 그대로 해방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 영혼들을 본 호붼은 긴장한 얼굴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부담이 너무 커.’


신전병들은 수호자들의 이적에, 그들이 품은 빛에 미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나누어 받는 이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으니, 바로 여럿이 동시에 나누어 받은 이적을 한번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적은 본디 그 특색이 강해서 수호자들은 각각 이적을 홀로 사용할 때 가장 강력하게 빛나며 나누어도 그 특색을 비슷하게 흉내낼 뿐이다.


강철의 수호자는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하지만 시간의 수호자보다 멀리 보지 못하고 불꽃의 수호자보다 능숙하고 강하게 불꽃을 휘두르지 못하며 회개의 수호자에 이르러서는 회개의 정화를 다른 이적을 쓰며 드러내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나누어 받는 신전병들은 그게 가능했다.


나누어 받아서 그 이적이 수호자들보다 강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그들 개개인에게는 불가능한 일로, 조건이 필요했다.


함께 이적을 나누고 짊어질 신전병과 그걸 기도로 도울 신관대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수호자들을 돕는 일, 이적으로 회개의 불꽃을 쏘아내는 일이 가능하다.


이것이 신전병들이 마지막 전투에서 수호자들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들었기에 그들은 열심히 훈련했고 이제 그 빛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성과에 비례하여 드는 힘을 느끼니 호붼은 그들이 왜 수호자들처럼 뛰어들 수 없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래 할 수가 없다.’


실전에서 처음 시도해서 힘이 든 것인가 싶었으나 그건 또 아니라는 듯이 그들이 이적 회개의 불꽃을 쏘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신관대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상상 이상이야.’


실전에서 처음 써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전투에서, 조금 더 정확히는 이 방식에서 주체는 그들 신전병이 아니라 신관대였다.


힐끗 시선을 돌려서 보니 신관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신관대 대장, 데일 프레기우스의 얼굴에 진땀이 가득했다.


‘부디 버티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거창!”


이미 시작된 일이고, 할 수 있는 최선이니 계속 해야 한다.


마음을 굳게 다잡은 호붼은 다시 호령했다.


부디 그들이, 신관대가 지치기 전에 수호자들이 이기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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