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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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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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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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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3.04.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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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DUMMY

“저길 봐라!”


아레타가 탄식하는 것에 이어서 마티언이 놀란 목소리로 말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이어서 그가 철봉으로 허공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 그들은 그 시선을 마티언에게서 그 철봉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 너머로 향하니 거기에는 과연 놀랄 만한 광경이 있었다.


믹카타스트로의 세 머리가 가운데 하나, 솔개 머리가 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 남은 두 머리에게는 알 바가 아니라고 하듯 그들은 솔개 머리를 보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손을 드니 그에 따라 그 죽음에서 결코 바라지 않았을 방법으로 돌아온 로앙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죠?”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저들이 저 덩치의 머리와 연결된 건 아닐까 싶다!”


무기를 고쳐잡으며 묻는 말에 마티언이 마찬가지로 자세를 다시 잡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 아레타는 일리 있는 추론이라 여기며 남은 이들을, 이미 사람이 아니게 된 남은 두 사람을 살폈다.


“늑대와 상어, 단장과......백색 교단의 이단자.”


입으로 말해보았으나 도무지 저들을 쓰러트릴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아톨란의 공격은 통했고 우리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회개의 수호자는 특별한가?’


단순한 추론이나 일단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여긴 아레타는 아톨란을 크게 불렀다.


“아톨란! 우리가 막을 테니 한번 노려봐!”

“......예!”


아레타가 외치는 말에 아톨란은 자세를 잡고 다른 이들, 마티언과 팰론 역시 그 가능성이 얼마나 적다고 한들 지금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싸우는 것보다는 낫겠다 여겨 몸을 움직였다.



***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동감입니다.”


조합 사람들을 임시로 이끄는 지위에 앉은 리발이 말하니 렉스가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냥 돌아가면 안 되나? 우리, 여기서 할 일이 뭐가 있는데? 뒤에 보급 수레에서 화살 가져오기? 그것도 저 사람들이 더 빠르지 않아? 무엇보다 보조 인력도 따로 있고 말이지.”


리발이 운을 띄우며 슬쩍 주변을 보니 몇몇 조합원들이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렇게 하면 어느 쪽이든 후환이 두려운데요. 사람들이 저런 괴물이 나왔다고 믿을까요?”

“대신전이야 믿겠지.”

“그 대신전이 여기에 부은 전력을 생각하시죠.”

“......돌겠네.”


렉스가 하는 말들은 대단치 않으나 그 말들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또한 사람의 일이라는 게 꼭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리발은 답답함에 쭈그려 앉았다.


“예전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응? 뭘 걱정하지 말라고?”

“제게 있어서 역시 아직 최고로 이상한 사람은 형님이니까요.”

“......”


순간 리발은 화를 내어야 할지 아니면 고마움을 느껴야 할지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 얼굴에 가득 드러내고 말았다.


거울은 없었지만 제 얼굴이 이상할 거라는 자각은 있던 모양인지 리발은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아아아-주 고맙다.”

“그보다 이상한 기분 안 드세요?”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거라면 지금 잘 느끼고 있다만.”

“아니, 그거 말고요.”


렉스는 고개를 저어서 리발의 말을 부정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기분 나쁘게도 아까부터 누군가 부르고 있는 기분이 든단 말이죠.”

“부르고 있다고?”


렉스가 하는 말에 리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자들이라고는 오로지 그들, 조합 사람들뿐이고 대신전에서 나온 인력들은 떨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곳에 있는 자신들이 어떠한 이들인지는 알아도 인식 때문인지 접근하지도 않고 친밀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그러니 만약 누구든 렉스를 불렀다면 이들 가운데 있는 게 정상이다.


허나 그랬다면 렉스가 모를 리가 없었다.


배척은 그 배척 받는 자들을 뭉치게 하는 법.


조합 소속이라는 연대감에 알게 모르게 대신전 측과 어울리기 힘들다는 점이 어우러져 그들은 서로에 대해 상당히 친밀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누가 불렀는지 알 수 없다니, 적어도 렉스가 사람을 기억하는 능력 하나는 좋다고 여기던 리발은 좀처럼 방금 들은 말을 믿기 어려웠다.


“니가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만이라고 해도?”

“목소리가 아닙니다. 저쪽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 아니, 그보다 저쪽이면......”


그 애매한 감각이 무엇인지 아는 리발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렉스가 가리킨 방향이 어딘지 깨닫고 말끝을 흐렸다.


동시에 리발은 렉스가 말했던 감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으읏!?”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시선이 느껴지는 감각에 리발은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바, 방금 나도 느낀 거 같은데? 저기, 저기지? 저 위험한 존재 바로 앞에.”

“어?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아세요?”

“느꼈다고 했잖아 임마!”


저도 모르게 역정을 낸 리발은 초조한 얼굴로 시선이 느껴진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제길.”


이윽고 다소 포기한 듯한 어조로 중얼거린 리발은 품에서 특유의 강력한 진통제를 꺼냈다.


“간다.”

“그래도 될까요? 저기 가면 죽을 거 같은데. 우리 때문에 이 친구들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누가 같이 간데? 너랑 나만이지.”

“예?”


리발이 하는 말에 렉스는 당황하여 되물었다.


그에 리발은 무엇이 이상하냐고 하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말대로 우리가 느끼는 이 기이함은 우리만 알잖아? 굳이 왜 사람이 못 갈 곳에 끌어들여. 사람에서 벗어난 사람들만 가면 되지.”

“저, 저는 그렇지가 않은데요.”

“듣고 보니 그러네? 이야, 기뻐해라.”

“기뻐하라니.......”


가서 이 감각의 정체를 확인한다고 해도 별로 기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에 렉스가 떨떠름하게 대답하니 리발은 걸음을 성큼 앞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저런 곳에 용기 있게 발을 들인 평범한 사람, 그게 네가 남길 기록이 될 거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



콰직


“다시 재생한다!”


이번에는, 이라고 생각하며 시도한 것이 무색하게도 결과는 같았다.


“제길, 두 놈 모두 세 번씩은 아톨란의 손으로 부숴봤지만 효과가 없어!”


팰론이 그답지 않게 성을 내며 물러났다.


그러나 물러난 곳도 쉽지는 않았으니 배신자 로앙이 그 머리를 내밀어 물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딜 감히!”


팰론이 물리기 직전 아레타가 철봉을 휘둘러서 그 머리를 부수었다.


이적이 담긴 철봉은 기세가 무색하지 않게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마수, 저들이 말하던 마수 기사에 비슷하게 변한 죽었던 로앙을 그래도 쓰러지게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모습을 보는 팰론은 물론이고 아레타 역시 안색이 어두웠다.


“저거, 마수로서의 재생일까?”

“마수로서든 아니면 진정한 로앙이니 뭐니 하던 것이든 내 대답은 하나야. 끔찍해.”


검은 연기가 다시 부서진 머리 조각을 끌어모으니 느릿하게 그 부서지는 광경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머리를 온전히 찾은 상대는 그 동물 머리로 이리저리 목을 돌리더니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부서진 것들은 반드시 물러나서 조금 있다가 돌아온다. 마치 규칙을 정해둔 시합과 같군.”


아레타가 중얼거리는 말에 팰론은 그럴듯하다고 여기며 맞장구쳤다.


“좋은 비유야. 그 시합에서 이기는 조건은 저 석상을 부수는 게 분명한데, 그 방법은 아직 모른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주 훌륭해.”

“그런 건 공정한 시합이 아닌 거 같은데? 그게 운동이든 뭐든 말이지.”

“동감이야.”

“죄,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하는 말에 끼어들어서 외친 것은 아톨란이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네가 죄송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우리가 조금 더 머리 굴리기 좋게 다가오는 놈들 좀 치워봐.”

“그 녀석들 말이 옳다.”

철봉으로 다가오는 죽은 로앙 둘의 머리를 한 번에 불꽃으로 태워버린 마티언은 호흡을 고르기 위해 뒤로 물러나며 끼어들었다.


“아주 기분이 더럽지만 이 일은 규칙이 있어. 우리가 모를 뿐인, 그런 규칙이.”


마티언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힐끔 위로 향하며 말을 덧붙였다.


“저 덩치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그렇고 했던 말이나 그 시선이 우리를 살피는 것도 그렇지. 저 여섯 개의 눈 말이다.”

“여섯 개요? 넷이 아닙니까?”


아톨란이 이상하게 여겨 물으니 마티언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아니,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여섯이 맞아. 돌이 되어도 눈은 움직이고 있어. 그것만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마티언의 말에 아레타, 팰론, 아톨란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돌이 되어버린 솔개 머리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솔개 머리의 눈이 다른 곳을 살피듯 움직이니 그들은 마티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저렇게 기분 나쁜 생물이 존재하다니, 후대 사람들은 이걸 믿을까?”

“못 믿을 거 같습니다. 당장 지금도 저기에 있는 사람들이나.....이런.”


두 선배, 아레타와 팰론이 하는 말을 들으며 아톨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그는 잠시 잊은 일이 있음을 떠올리며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시, 신전병들은 어떻게 하죠?”

“그들이 모든 걸 소모하지 않기를 빌어야지. 그리고 기사들이 무사하기도 말이지.”


전자는 이해하나 후자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던 아톨란은 뒤늦게 그 말이 뜻하는 걸 깨닫고 급히 사방을 살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뒤늦게 전황이 보이니, 그들의 분투와 전황은 꼭 들어맞는 면이 있었다.


아무리 싸우고 이기고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



“방어!”


카강!


하늘에서 떨어진 마수들이 그 중량과 힘을 실어 신전병들의 방패를 내리치나 이적이 온전히 섞여 빛을 발하는 그 방패를 뚫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닿자마자 그 반발력에 튕겨 나가기 바쁘니 마수들은 바닥을 구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렇다고 그걸 편히 할 수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니, 자세가 흐트러진 이들은 신전병들의 일사불란한 공격을 받았다.


“전방 3시! 두 마리가 균형을 잃었다!”

“쏴라!”


신전병대 중앙에서 보호를 받는 신관대가 그 보는 것을 이적으로 전하며 외치니 그곳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신전병들이 일제히 쇠뇌를 들었다.


마치 한 사람이 지시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그 과정은 극히 짧고 간결하니 쇠뇌를 통해서 쏘아진 화살을 그대로 마수 둘을 허공으로 돌려보냈다.


“얼마나 남았지!”

“수호자님들과는 약 400보, 적 거수와는 약 600보!”


호붼의 외침에 보는 것에 특화한 신관대가 바로 대답했다.


그 대답과 동시에 호붼에게 그들이 보는 것이 공유되니 호붼은 금세 세상에서 가장 먼 수백 걸음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멀군. 하지만 이걸로 수호자님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그들이 진군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변한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수들이 수호자들 쪽으로는 전혀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그들을 향해서 마수가 된 배신자들은 오지 않으니 그것이 그것인가 싶기도 하나 호붼은 애써 그러한 생각을 털어냈다.


“세상을 위해, 신앙을 위해, 가족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나직하게 읊조린 말이나 연결된 이들은 호붼의 말을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죽거나, 구하거나!”


죽거나, 구하거나!


호붼의 외침은 곧 신전병대와 신관대의 구호가 되어서 그들에게 힘을 주었다.


[시련의 시대를 넘고자 하는 몸부림인가.]

[훌륭하다. 하지만 너희는 더 다가올 자격은 없다.]


그리고 그에 호응하듯, 잠자코 있던 믹카타스트로가 그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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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1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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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4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6 1 12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41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9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6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2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8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41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9 2 12쪽
10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3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41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6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2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8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8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5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4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3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7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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