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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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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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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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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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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장 로앙의 이름 (9)

DUMMY

“익숙한데 달라. 대체 뭐지?”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 마글리언의 말에 리발은 스스로 힘으로 꼬챙이에서 빠져나오며 이죽거렸다.


“궁금하냐? 그러면 네가 섬기는 그 이상한 놈에게 가서 물어봐라!”

“이상한 놈이라니, 예의가 없는 친구로군.”


살짝 정색한 마글리언은 손을 들어서 리발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더니 리발을 노리는 새로운 꼬챙이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꼬챙이에 꿰뚫리는 경험이 썩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는지 리발은 썩은 얼굴로 품에 손을 넣어 재빨리 진통제를 꺼내어 입에 넣었다.


으득


“아오, 진짜 쓰네! 커헉!?”

“팔 하나로 시작하지.”

“그럼 너는 머리 하나로 시작하는 게 어때?”


팔이 하나 가볍게 날려졌음에도 리발은 여전히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불사성과 별개로 도무지 그가 자신을 해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에 마글리언은 그를 비웃었다.


“그래? 어떻게?”

“뱀 대가리가 생각보다 약하잖아.”

“뭐?”


한순간 이해하기 힘든 말에 마글리언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뒤늦게 깨달은 그는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퍼걱


“크하, 이거 상상 이상인데!”


팔이 어깨째로 날아간 것을 보며 마글리언은 흐려져 가는 정신을 잡으려 애를 썼다.


몸을 돌렸기에 이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생의 끝자락이 바로 반걸음 앞에 있으니 정신이 흐린 것은 당연했다.


당장 무언가 수를 써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 생각이 들었으나 마글리언은 그 일을 생각할 틈도 기회도 얻지 못했다.


“두 번은 없다. 백색 교단의 주구여, 죽어라.”


퍼억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마글리언은 허망하게 그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팔레삭 다음 간다 평가 받는 그치고는 허망한 최후였다.



***



파각


“머저리가.”


작은 석상이 눈앞에서 깨어진 것을 보며 말토로니 로앙은 일이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비밀 연구소로 통하는 통로를 통해 마글리언과 마수들이 미리 들어가서 ‘진정한 로앙’이 습격할 때 안에서 호응하여 귀찮은 견습과 비밀을 모두 지운다.


실로 간단한 일이 시작부터 그르침을 알게 된 말토로니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외쳤다.


“불을 준비해라. 깡그리 밀어버리고 돌아간다.”



***



“재밌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신이 저들 가운데 하나, 아니 그 시초라고요.”

“그런 셈이지. 이제 와서는 떠올리기 싫은 일이지만. 대체 이딴 걸 왜 그리 미친듯이 찾아다녔는지 모를 지경이야.”


아레타의 물음에 리발은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아레타는 가만히 그를 보다니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이런 말하면 좀 그렇겠지만 당신의 그 신체, 정말 한계나 약점은 없습니까?”

“나 자신은 모르겠는데. 수명도 잘 모르고.”

“그러고 보니 한 80년은 살았다고 했죠? 노화가 없이 수명이 다한다, 이 가능성은 없습니까?”

“죽지 않으면 모르지. 영원히 살지는 않겠지만.”


영원히 살지 않을 거라 장담하는 말에 아레타는 어째서 그걸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그러게?”

“아니, 형님.”


두 사람의 말을 듣던 렉스가 어이 없다는 얼굴로 끼어드니 리발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야. 사실 기억 속에서 이런 말을 들었어. ‘영원함’은 얻을 수 없다고.”

“영원함은 얻을 수 없다? 이들은 영원함을 얻었다는 듯이 말했다고 했는데요?”

“누군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나를 실험하던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 영원함은 없다고.”

“으흠.”


뭔가 상충되는 말에 아레타는 주변을 조금 더 살필 필요성을 느꼈다.


“몇몇은 이곳에 남아 수색하고 남은 사람들은 나와 함께 통로를 막겠습니다. 이곳으로 더 들어오면 곤란하니까요.”



***



“미가로스, 괜찮아?”

“괜찮냐고?”


지상으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허공을 보던 미가로스는 레반트의 물음에 멍하니 되물었다.


그러다가 온갖 일을 떠올린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모르겠다. 이게 솔직히 괜찮은 상황은 아니잖아?”

“......그렇지.”


그들은 버려졌고 로앙은 뭔지 모를 실험을 했고 그 결과는 사람 같지 않은 존재다.


거기에 이걸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온갖 괴물들이 습격해오니 이는 빈말로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제길, 나는 대체 왜 신전 기사가 되려고 한 거지? 그냥 남들처럼 적당히 일을 구해서 먹고 살았으면 이런 꼴을 보아도 되지 않았을 거 아니야.”

“......”


떠나기 전에는 당당하고 사려깊던 미가로스가 이제는 불안하여 방황하는 모습은 참 보기 힘들 정도로 안쓰러웠다.


그 모습을 보며 레반트는 무어라 위로할까 고민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 로앙의 이름이여! 그 고귀함과 용맹함에 반해서 따라간 길은 내게 절망이자 슬픔 뿐이로구나.”


한탄을 담아 그리 말한 미가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한번 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항상 자신감 넘치던 걸음과 든든한 등은 오늘 따라 기운 없고 초라해보였다.


“미가로스......”


레반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오직 하나, 그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뿐이었다.



***



“수호자님, 챙길 수 있는 건 모두 챙겼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떠날 준비는 되었습니까?”

“거의 다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거의 다?”


아레타가 의아한 얼굴로 물으니 호붼이 말을 덧붙였다.


“몇몇 견습이 바깥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두려워해서 손을 멈췄습니다.”

“그렇습니까.”


호붼의 말에 아레타는 안타깝다는 얼굴로 바깥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본래 교관들 가운데 수석 교관이 쓰던 곳이던가.’


예전에는 다가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장소였는데 이제는 스스럼없이 방으로 쓰고 보고를 받고 있다 생각하니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살피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려고 하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밤에 나서는 건 힘들겠죠.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독촉해서 떠나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정도 지연으로 식량이 떨어지진 않을 거 아닙니까.”

“말씀하신대로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부탁합, 응?”


호붼의 말에 대답하며 바깥을 보던 아레타는 훈련소 바깥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발견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호붼 대장, 훈련소 바깥에 사람들이 있습니까?”

“아니요. 바깥이라고 할 곳은 그나마 외부와 통하는 입구에 경계 선 사람들이 전부입니다.”


호붼의 말에 더욱 수상함을 느낀 아레타는 곧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제길, 호붼 대장!”

“예!”

“적이 불을 질렀습니다! 모두 빨리 밖으로 나가게해요!”

“예!?”

“어서!”


아레타의 말에 한순간 당황하였던 호붼은 이내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양뺨을 세차게 두들겼다.


찰싹!


“으으, 알겠습니다!”



***



땅땅땅땅!


“무, 무슨 소리야?”

“부, 불이야!”

“연기가 올라온다!”

“모두 짐을 챙겨서 바깥으로 가! 어서!”


호붼의 말을 듣고 조장들이 철봉으로 사방을 두들기며 알리니 당황했던 견습 기사들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사고일까?”

“사고겠냐! 사고면 이렇게 나가라고 안 해!”

“젠장, 미친 거 아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은 것이 바로 부정되니 견습 기사들은 누구 하나 할 거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행동들 가운데 하나 더 같은 점이 있었는데, 누구 하나 얼굴이 복잡하지 않은 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 가운데는 이제 돌아와서 마찬가지로 짐을 챙기던 레반트도 끼어 있었다.


“불을 질렀다고?”


그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에 아래에서 만난 이단 술사와 그가 부리던 마수들을 보면 이는 일목요연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해서 할 정도라고는 상상치 못했기에 그는 너무나도 씁쓸했다.


“레반트, 위험해!”

“엇!?”


파캉


잠시 멈추었던 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그가 있던 창문을 깨며 안으로 무언가 날아들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한 순간 그는 바로 방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화륵


순식간에 방안에 퍼지더니 이내에 모든 걸 집어 삼킬듯이 거세게 타올랐다.


동시에 그 불꽃은 파란 게 익숙하니 어디서 본 거 같았다.


레반트는 이내에 그게 익숙한 이유를 깨달았다.


“미친, 이거 금지된 불이잖아!”



***



“돌았군.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돌았어.”


훈련소에서는 여러 가지를 배운다.


철봉을 다루는 법, 체력을 단련하는 법, 사회에서 그들이 갖출 예의나 상식까지 많은 걸 배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위법 물질에 대한 것도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위험하다며 들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훈련소를 태우고 있는 금지된 불이었다.


“이곳이 그렇게 드러나면 안 된다, 그건가?”


귀한 약초와 약을 여럿 섞어서 만든다고만 알고 있으니 제조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훈련소를 뜨끈하게 데우는 모습만 보아도 그 위험함은 확실했다.


“허나 나에겐 통하지 않아. 목적은 어디까지나 증거인멸, 혹은 견습 몰살이려나?”


아레타 본인이 받고 있는 강철의 가호는 단순히 타격이나 참격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불꽃도 그를, 그와 함께하는 신전병들을 해할 수는 없었다.


“로앙이라는 이름을 쓰는 건 이제 자신들만으로 충분하다 이건가? 하하, 우습군.”


로앙 기사단과 내직에 대한 미련은 예전에 버렸다.


그러나 그 서운함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이런 장소에 대한 추억은 여전히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쓸모없는 쓰레기를 처분하는 것처럼 대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게는 안돼.”


마티언이 했던 일들을 떠올린 아레타는 철봉을 잡고 제자리에 무릎꿇었다.


“수호자님, 큰일입니다!”

“호벤 대장, 괜찮습니다.”


그때 당황하며 들어온 호붼을 향해 다정하게 말한 아레타는 이적을 강하게 뿌리며 말을 이었다.


“모두를 지킬테니까요. 당신은 나를 대신해 창이 되어주십쇼.”



***



콰르륵


“통로가 무너졌어!?”

“누가 좀 도와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에 레반트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그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불길이 거세어 다가가기도 힘드니 무얼 돕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레반트는 돌연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을 돕는 힘을 느꼈다.


‘이건 뭐지?’


용기가 솟고 힘이 솟았다.


이유는 모르나 불길이 그를 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레반트는 옆에 있던 동료가 말릴 틈도 없이 달려서 불붙어 무너진 통로 잔해를 맨손으로 들었다.


“으아! 뜨겁.....지 않네?”

“레, 레반트?”

“너 대체 어떻게?”

“어서 나와!”


레반트의 고함에 상상 이상의 광경을 보고 당황하던 견습 기사들은 그럴 때가 아님을 깨닫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레반트는 잔해를 내려놓고 제 몸을 살폈다.


‘상처가 없어. 이건 설마?’


지금까지 본 것을 떠올리니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던 레반트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달렸다.


“가자! 불은 우리를 해치지 못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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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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