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03.18 19:48
최근연재일 :
2023.06.19 22: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16,491
추천수 :
478
글자수 :
691,236

작성
23.02.20 22:35
조회
43
추천
2
글자
11쪽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DUMMY

세 번째 나팔이 울리니 레이한드로 성채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치 곧 시작될 일을 알고 있다고 하듯 물결을 이루어 성채를 둘러싸고 있었던 마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그저 신전 기사들을 노려보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기이하여 두려움을 주었다.


그러나 작은 두려움은 곧 그들을 감싼 네 가지 이적으로 인해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전투 시작을 알리는 호령이 들렸다.


“사격 준비!”


끼릭


호령에 따라 가장 먼저 길게 늘어선 네올 기사단 신전 기사들이 장궁을 들었다.


거대한 활에 화살이 매이니 그것을 따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가지고 다니는 쇠뇌를 들었다.


차차착

화르륵


이적이 그들을 돕고 있음을 뜻하는 불길이 몸에서 타오르더니 손을 타고 장궁과 쇠뇌에 오르더니 그곳에 머물러 서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군.’


자신 역시 그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궁을 든 네올 기사단 단장 시오르는 나무를 사르지 않고 그대로 타고 올라 촉을 휘감은 불길을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전원 대기 중, 거리도 양호합니다.”

“락번은?”


그때 시오르의 귀에 준비가 끝났음을 부단장이 고하니 시오르는 그들을 이어서 저들을 칠 신전 기사단이 어떤지 물으니 부단장은 바로 살피고 대답을 입에 담았다.


“돌파 대형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사격 개시.”

“예! 사격 개시!”


시오르가 가벼이 명령하니 부단장의 호령이 잇따랐다.


“사격 개시!”

“사격 개시!”


그뿐 아니라 호령을 전하기 위해 좌우로 말을 전하는 역할을 맡은 신전 기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니 곧 전장 분위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호령으로부터 열.”


교범에 나오는 문구를 중얼거린 시오르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열을 세고 화살을 놓았다.


불길을 머금은 화살이 허공을 가르니 그 뒤를 따르듯 다른 화살들이 뒤를 이었다.


큰 것은 네올 기사단이 쏜 장궁에서 나간 것이고,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네올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쏜 쇠뇌에서 나간 것이었다.


비록 그렇게 차이는 있었고 위력도 조금씩 달랐으나 그들이 도달하는 목적지와 보이는 결과는 같았다.


퍼퍼퍽


열기를 품고 날아간 화살들은 곧장 마수들을 꿰뚫었고, 겉으로는 불꽃의 이적만 깃든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네 수호자가 부여한 이적이 깃든 화살들을 마수들을 종잇장처럼 뚫어버렸다.


그뿐 아니라 불꽃의 이적에 다른 수호자들의 이적이 함께하니 불꽃은 그저 바닥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대로 타오르며 주변을 태웠다.


신성한 열기가 그대로 마수들을 태우며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마수들은 자리를 지킬 뿐 아무런 미동을 하지 않았다.


“재미없는 놈들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락번이 기죽을 수 없지. 전원, 망치를 들어라! 우리는 락번, 적을 짓뭉개고 날리는 망치다!”


와아아아!


로우마로의 말에 락번 기사단은 마치 자신들이 주역이라고 주장하듯 전장에 있는 소음을 날릴 기세로 외쳤다.


“돌격!”


그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로우마로는 그대로 말의 옆구리를 차고 달렸다.


선봉을 맡은 망치는 두려움 없이 달렸고, 마수에게 접근하자 그대로 기죽지 않고 그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리가 날아가는 순간 그대로 연기로 변하니 로우마로는 기세 좋게 웃으며 외쳤다.


“흐하하하! 덤벼라! 락번이 네놈들을 짓뭉개주겠다!”



***



“여전하군.”


호탕하게 웃으며 불길이 여기저기서 치솟는 전장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로우마로를 보며 로앙 기사단 부단장 페사알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허나 오래가지 못할 거다.”


당장에 진정한 로앙들이 나서면 저들의 빌린 이적 따위, 그저 화려한 장난질에 불과했다.


마수들 따위, 그들이 보기에는 대신전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면 귀찮은 장애물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페사알리는 적당히 저들이 소모하는 걸 유도하기 위해 내버려 두었지만 이 고귀한 레이한드로 성채가 저런 하잘것없는 것들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마수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웃을 뿐이었다.


“열심히 해보라고. 영광은 우리의 것이니.”



***



“많은데.”

“하지만 아무도 없군요.”


많지만 아무도 없다.


얼핏 듣기에는 도무지 맞물리지 않는 마티언과 아레타의 대화였다.


이 말에 펠론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나 아톨란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그러더니 이내에 아톨란 역시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마수는 많지만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소립니까?”

“맞아.”

“그 어디를 보아도 로앙 기사들이나 백색 교단이 없어.”


마티언와 아레타가 긍정하니 아톨란은 다시 사방을 살폈다.


대신전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장이고 전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한 것처럼 적들 가운데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게 다가 아니야. 마수들이 죽으면 보통 기운이 흩어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아.”

펠론이 입을 열어 말하니 세 수호자의 시선이 다시 전장을 살폈다.


“정말이군. 연기가 흩어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머무르고 있어.”

“바닥에 머물면 불길을 피하고 이적에 닿으면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뿐이군.”


아라테가 말하는 것에 이어서 마티언이 상황을 더 논하니 네 사람의 얼굴에는 심각함이 깃들었다.


이런 현상은 적어도 그들이 아는 한 없었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듯 가장 나이 많은 수호자 마티언이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한번, 단 한번 비슷한 일이 있었지.”

“마하난 평원입니까?”

“그래.”


아레타가 곧장 물으니 마티언은 뜸 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이들의 말을 들은 아톨란은 한층 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마수들을 그냥 두고 레이한드로 성채로 향할 수도 없어.”


마티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에 이어서 팰론이 딱딱한 얼굴로 현실을 말했다.


“이적이 있다고 한들 그렇게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이적은 만능이 아니야.”

“아무래도 뭔가 벌어지는 건 막을 수 없겠군. 다행히 신전 기사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기다려보지.”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니 아레타는 고개를 돌려서 다른 이들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혹시 모르니 신전병과 신관단을 준비하게 하고. 아마도 우리가 나서는 건 가장 험난한 때가 될 거야.”



***



“느리군.”


태초의 비보를 보며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린 퀜달렌은 양 손가락 끝을 맞대며 골몰하더니 이내에 팔레삭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수 기사들을 내보내면 가속화될까?”

“남은 개체가 적습니다.”

“그래, 그랬지. 테펠리움을 잃은 건 크나큰 손실이었어.”


이미 세상에 없는 이의 이름을 입에 담은 퀜달렌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말했고, 팔레삭 역시 그에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녀석의 재능은 그런 면에서 아주 탁월했죠.”

“그래, 탁월했지. 조금만 더 교단의 가르침을 진심으로 여겼다면 좋았을 것을.”

퀜달렌은 그렇게 말하더니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녀석과 넌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안 그러냐?”

“물론입니다.”


그러나 팔레삭은 여전한 말투로 대답하여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퀜달렌은 실망하거나 대견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다시 시선을 태초의 비보로 향했다.


“재촉할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이거 고민이 드는군. 후후.”


잠시 웃은 퀜달렌은 이것이 아주 사치스러우며 어리석은 고민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하난에서도 실패했었다. 아직 레이한드로가 무사할 때 강림이 시작되는 게 낫겠지. 팔레삭?”

“예, 퀜달렌님.”


부름에 팔레삭이 공손하게 응하니 퀜달렌은 흡족한 얼굴로 그에게 일렀다.


“나는 태초의 비보와 함께 남겠다. 남은 전력을 모두 꺼내서 의식을 가속해라.”

“알겠습니다.”

“아낄 것은 하나도 없다. 이번에 성공하면 그것으로 끝, 실패하면 위대한 야성께서 다른 자를 택해 다시 교단이 일어설 것이다.”


퀜달렌이 한 말에 팔레삭은 이것이 자신과 그의 마지막 만남일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이것으로 끝, 그렇게 생각한 팔레삭은 정중하고 고개를 숙이며 교단의 인사를 입에 담았다.


“위대한 야성을 위하여.”

“위대한 야성을 위하여.”



***



구구구궁


“뭐야? 왜 성채 문이 열리고 있지?”


가만히 신전 기사들이 마수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보던 중 성채 문이 내려가는 걸 본 페사알리는 당황했다.


그는 물음과 동시에 주변을 보며 대답을 구했으나 다른 이들 역시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단장님은 어디 계시지?”

“안쪽에 계십니다.”


한 기사의 말에 페사알리는 바로 안으로 향했다.


이윽고 로앙 기사단 단장 알톤 그레이엄 로앙이 바깥을 보러 나가기 전처럼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부단장, 무슨 일이지?”

“성채 문이 열렸기에 따로 명령하신 것이 있나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명령을 하긴 했지만 너는 물론이고 우리와는 관계없다.”

“교단에서 나선 겁니까?”


의외라는 얼굴로 물으니 알톤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자네처럼 의외야. 뭉그적대는 꼴이 우리가 다 죽은 다음에는 마수를 미끼 삼아서 예전처럼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비장한 얼굴로 나가겠다고 하더군.”

“그 노인이 말입니까?”

“노인은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팔레삭이라는 그놈은 나가.”


퀜달렌은 아니지만 그 아래, 퀜달렌 다음으로 교단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던 팔레삭이 나간다는 말에 페사알리는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백색 교단 놈들이 애가 타는 모양입니다.”

“이만한 준비를 다시 할 수는 없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도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들의 바닥을 보일 줄은 몰랐어.”


느긋하게 말한 알톤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굳이 저놈들 도움이 없다고 한들 우리가 지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우리가 나설 일이 없이 끝난다던가 말이야.”


가능하면 나서지 않고 양측이 힘을 다하길 기다린다.


그를 위해 전장을 제공하고 빌미삼아 가능한 늦게 나서는 게 그들이 생각한 방식이었다.


혹여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논의가 있거나 혹은 알톤의 뜻이 다르게 변했나 싶은 생각에 페사알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래 계획이 그것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근데 말이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저놈들이 스스로 대신전을 정리하면 우리 명예와 영광이 도둑맞는 셈이잖아?”

“그것은......부정할 수 없군요.”

알톤이 하는 말에 페사알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알톤은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니 명령하지. 부단장, 몇 명을 내보내서 진정한 로앙이 어떤 존재인지 대신전에게, 교단 놈들에게 보여줘.”

“물론입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명령이었다.


적어도 페사알리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정규직 신전 기사가 위대해지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 안내 22.05.03 113 0 -
127 종장 위대한 기사 (6) +1 23.06.19 62 4 13쪽
126 종장 위대한 기사 (5) 23.06.19 22 1 12쪽
125 종장 위대한 기사 (4) 23.06.12 26 1 15쪽
124 종장 위대한 기사 (3) 23.06.05 31 1 12쪽
123 종장 위대한 기사 (2) 23.05.29 26 1 13쪽
122 종장 위대한 기사 (1) 23.05.22 27 1 13쪽
12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5) +1 23.05.15 31 1 13쪽
12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4) 23.05.08 33 1 12쪽
119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3) 23.05.01 39 1 13쪽
11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2) 23.04.24 34 1 11쪽
11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1) 23.04.17 36 1 12쪽
116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0) 23.04.10 41 1 12쪽
115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9) 23.04.03 39 1 12쪽
114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8) +1 23.03.27 46 1 12쪽
113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7) 23.03.20 42 1 11쪽
112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6) 23.03.13 48 2 11쪽
111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5) 23.03.06 41 2 12쪽
110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4) 23.02.27 39 2 12쪽
»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3) 23.02.20 44 2 11쪽
108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2) 23.02.13 41 2 11쪽
107 9장 시대의 종말과 시작 (1) 23.02.06 46 2 11쪽
106 8장 로앙의 이름 (13) 23.01.30 52 3 11쪽
105 8장 로앙의 이름 (12) 23.01.23 48 3 11쪽
104 8장 로앙의 이름 (11) 23.01.16 48 3 11쪽
103 8장 로앙의 이름 (10) 23.01.09 55 3 11쪽
102 8장 로앙의 이름 (9) 23.01.02 64 3 11쪽
101 8장 로앙의 이름 (8) 22.12.26 63 3 12쪽
100 8장 로앙의 이름 (7) 22.12.19 67 3 12쪽
99 8장 로앙의 이름 (6) 22.12.12 6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