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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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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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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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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9. 흑사림

DUMMY

흑사림에 도착한 견위연은 림주가 있는 움막을 찾기 위해 움막의 지붕을 보며 움막 사이를 돌아다녔다.

‘여기구나! 핏빛 깃발이 있는 곳이 림주의 움막이라고 했지.’

움막을 드나드는 거적 대기를 들추자 움막 안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든 매캐한 앵속 냄새가 흘러나왔다.


“나는 황궁에 있는 사람으로 이곳의 림주를 만나러 왔네.”


견위연은 코를 막은 채 물었다.


“내가 림주다. 안으로 들어와 나에게 예를 갖추고 나를 찾은 이유를 말하라.”


‘흑묘는 나와 은원이 없는 곳, 폐하를 향한 내 충성심을 한 번만 뭉개버리고 이곳을 쓸어버릴까?’

견위연은 자신을 따라온 어용공위사의 병사들을 보면서 잠시 갈등했다.


“자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불을 밝혀야겠네.”


딱!

삼매진화로 불꽃을 일으킨 견위연은 움막 안의 유등에 불을 켰다.

림주는 대나무 발 안쪽에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챙-그-랑!


“이게 자네를 향한 내 예의라네.”


견위연이 막주를 향해 전낭을 던졌다.


“클-클-클! 금자로 백 냥이 든 주머니로군!”


림주가 대나무 발 밑으로 손을 뻗어 전낭을 움켜쥐었다.


“흑사림의 검을 빌리기 위해 왔네.”

“지휘사 양반! 죽여야 할 상대를 말하면 빌리는 값을 말하겠소.”

“나를 아는가?”


놀란 견위연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천 쌍의 눈이 흑사림으로 들어온 사람을 지켜보고 있소. 당신이 아무리 비밀스러운 어용공위사의 지휘사라고 하나 어찌 당신 같은 고관의 얼굴을 모르겠소?”


‘내가 림주의 움막을 찾아 헤매고 다닐 때 내 신분이 전해진 모양이군!’

잠시 놀랐던 견위연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럼 검이 향할 곳을 말하겠네. 상대는 흑묘라네.”

“호-오! 사황을 죽인 흑묘를 말하는 것이오?”


림주는 청부를 성사하기 위해 견위연에게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말했다.


“뭐라? 사황이라면 중원 삼대고수인 마영적을 말하는가?”

“그렇소.”


‘사황성은 우리 대명에서도 척을 지기 부담스러운 집단이다. 그런데 그런 곳의 사황을 죽인 곳이 흑묘라니? 이쯤에서 내 충성심을 뭉개버리는 것이 폐하를 향한 진짜 충성일까?’

견위연의 심정은 갈등을 벗어나 마음이 돌아섰다.


“지휘사 양반! 무림에서는 어린아이와 노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소. 그 뜻을 아시오?”


림주의 질문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견위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르니 말해주게.”

“중원의 삼대고수인 마영적도 살수 교육을 받은 어린아이와 노파에게 죽을 수 있기 때문이오.”

“그럼 마영적이 살수 교육을 받은 어린아이와 노파에게 죽었단 말인가?”

“그렇소! 살수 교육을 받은 흑묘의 노파와 그 손자에게 죽었다고 들었소.”


림주의 말에 견위연의 마음은 다시 림주를 향했다.


“과녁은 알았으니 이제 가격 흥정만 하면 되겠군!”

“지휘사 양반! 금자로 만 냥을 주면 흑묘 전체를 중원 무림에서 지워주겠소.”“흑묘가 사라지는 것인가?”

“그렇소.”

“그럼 착수금은 오 천냥, 흑묘가 사라지면 오 천냥을 주겠네.”

“좋소. 흑묘를 지우고 나서 궁으로 사람을 보내겠소.”

“여기 오천 냥짜리 전표네.”

“전표라면 오천백 냥을 내시오.”

“왜?”

“백 냥은 오천백 냥짜리 전표를 금자로 바꾸는 값이오.”

“현재 내가 가진 금자가 없으니 백 냥은 방금 준 전낭으로 퉁치세.”

“그렇게 하지요.”

“림주! 돈을 받고 검을 뽑지 않으면 이곳 흑사림은 십만 기병의 말발굽에 신음하게 될 거네.”

“클-클-클! 우리가 검을 뽑았는데 지휘사 양반이 오 천냥을 주지 않으면 우리 흑사림 또한 황궁과 지휘사 양반이 있는 곳의 담을 넘을 것입니다.”

“허허! 믿고 가겠네.”


견위연이 움막을 나가자 림주가 대나무발 뒤에서 나왔다.


“답답하군!”


림주가 중얼거리며 얼굴에서 인피면구를 뗐다.

유등 불빛 때문이라고 하나 유난히 붉은 얼굴,

놀랍게도 흑사림의 림주는 전대의 거물인 홍안마군 뇌곽이었다.

원래 뇌곽은 호남성 장사에 있는 장사 상단의 장자로 태어났다.

하루가 멀다 않고 음행을 일삼는 뇌곽 때문에 뇌곽의 아버지는 이틀에 한 번꼴로 뇌물을 들고 관부를 찾아가야 했다.

뇌곽의 음행으로 인해 상단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뇌곽의 아버지는 화산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뇌곽을 속가제자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으로 나가면 더 샌다고 했던가?

뇌곽은 음행은 화산파라고 해서 멈추지 않았다.

무공보다는 화산파의 여제자에게 관심이 많았던 뇌곽은 몰래 수련장을 빠져나와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다 약왕당 앞에서 한 소녀를 보았다.

‘여태까지 내가 범했던 그 어떤 여자보다 더 예쁘다!’

손바닥에 환락분을 묻힌 뇌곽은 우물가에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약왕당주 현맹원의 딸인 현비령이었다.


“소저! 목이 말라서 그러니 물 한 바가지만 주시오.”


현비령이 뇌곽에게 바가지를 내밀었다.


“손이 있으면서 직접 떠서 마셔요.”

“수련하느라 팔이 부러져 그러니 소저가 좀 떠주면 안 되겠소?”


뇌곽은 환락분이 묻은 손을 가슴속에 넣은 채 말했다.

바가지를 든 현비령이 허리를 숙여 우물 속으로 팔을 뻗자 뇌곽은 환락분을 우물 속으로 튕겼다.

그러자 우물 속의 차가운 공기는 환락분을 위로 밀어 올려 현비령의 콧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여기 있으니 얼른 마시고 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뇌곽은 닭이 물 마시듯 조금씩 마시며 현비령의 표정을 살폈다.

‘킥-킥! 드디어 얼굴이 빨개졌다. 조금만 있으면 후끈 달아오르겠어!’

현비령이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소저! 다 마셨소.”

“..예!”


현비령은 뇌곽이 내민 바가지를 겨우 잡았다.


“어머! 왜 이러세요?”


바가지를 겨우 잡은 현비령의 손을 뇌곽이 잡았다.


“소저! 소저를 보는 순간 사랑하게 되었소. 잠깐만 저쪽으로 갑시다.”

“아..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데.,”


현비령은 뇌곽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뇌곽이 간 곳은 약왕당의 약재 창고였다.

창고 깊숙이 들어간 뇌곽은 몸을 떨며 누워있는 현비령을 내려다보았다.

‘이 여자의 아비가 약왕당주인가? 만약 약왕당주라면 몸도 뺏고 아비의 무공과 영약도 뺏어야겠어!’

약 한 식경이 지나자 약왕당의 창고 안에서 현비령의 나직한 흐느낌이 새 나왔다.


“흑-흑!”

“소저! 내가 잘못했소. 그러니 그만 울음을 멈추시오. 만약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나는 죽소이다.”


뇌곽의 죽는다는 말에 현비령이 울음을 멈췄다.

‘나의 화려한 기술에 뻑이 간 것 같다!’

현비령의 어깨를 감싼 뇌곽은 현비령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나는 속가제자인 뇌곽이오. 소저의 방명은 어떻게 되시오?”

“현비령입니다.”

“오, 현비령! 이름마저도 아름답소!”


‘내 짐작이 맞았구나! 역시 약왕당주 현맹원의 딸이었어!’

현비령을 안은 뇌곽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아!”


눈을 감고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현비령을 본 뇌곽의 입가에는 소름 끼치는 마소가 흘러내렸다.

이후 현비령은 꿈같은 며칠을 보냈다.

뇌곽은 현비령에게 고가의 장신구와 지분을 줄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뇌공자! 잘생긴 얼굴을 왜 다쳤어요?”


멍든 뇌곽의 얼굴을 본 현비령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


“현매! 내가 속가 제자라 허접한 무공만 배우다 보니 화산파의 정식 제자가 된 지 일 년도 안 된 놈에게 맞고 말았소.”


실제 뇌곽의 얼굴에 난 상처는 스스로 자해한 것이었다.


“어떡해요? 내가 무공을 배웠다면 복수라도 해줄 것인데,”

“별수 있겠소? 연화봉 정상에 있는 바위로 올라가 꽉 떨어져 죽어버려야지.”

“내가 뇌공자가 익힐 만한 무공이 있는지 알아볼 테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휴-우! 말만이라도 고맙소!”


‘이왕이면 네 아비가 익힌 암향표와 매화검법의 비급을 가지고 와라.’

뇌곽은 품에서 옥비녀를 꺼냈다.

하루가 지나자 현비령은 뇌곽에게 암향표와 매화검법, 그리고 장문인만 익힌다는 자하신공의 비급을 건넸다.

비급을 펴보니 서둘러 쓴 듯한 현비령의 글씨였다.

며칠이 지났다.

뇌곽은 팔에 검상을 입고 현비령 앞에 나타났다.


“비무 중에 다쳤어요?”

“그렇소!”

“뇌공자! 제가 준 암향표와 매화검법을 익히지 않았어요?”

“나에게 암향표와 매화검법은 화중지병이었소.”

“그림 속의 떡이라니요?”

“암향표와 매화검법을 익히려면 최소한 삼십 년의 내공을 지녀야 하는데 내 단전에는 겨우 십 년 내공밖에 없소. 아무래도 이대로 수련을 포기해야겠소. 무림인들이 우러러보는 진정한 대협이 되고 싶었는데,”

“뇌공자! 포기하지 말아요.”

“포기하지 않으면요? 어제는 팔이었지만 다음에는 내 목이 될지 어떻게 알겠소.”

“내가 영약을 구해 볼 테니 며칠만 시간을 줘요.”

“현매!”


현비령의 확답을 들은 뇌곽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났다.

십 년 같은 한 달을 보낸 뇌곽은 영약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현비령의 애를 태우기 위해 현비령을 만나지 않았다.

‘술이나 마시고 낮잠이나 자야겠다.’

뇌곽은 무공 교두들의 눈을 피해 술병을 들고 혼자만 아는 동굴로 향했다.


“뇌랑!”


누군가의 말소리에 뇌곽은 뒤를 돌아보았다.

수척한 얼굴의 현비령이 서 있었다.


“아직도 못난 나를 볼 일이 있소?”

“이거요.”


현비령이 내민 손에는 목함이 들려있었다.

‘영약이다!’

뇌곽의 콧속으로 형언하기 힘든 약 향이 들어왔다.


“그게 뭐요?”

“그냥 묻지 말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복용하세요.”

“고..고맙소!”


목함을 받는 순간 목함에서 나온 약 향에 뇌곽은 현기증마저 느꼈다.

‘흐흐흐! 이제 화산파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어.’


“누구에게 들키면 안 돼요?”

“알았소. 약 기운을 녹여 내 것으로 만든 다음 현매를 찾겠소.”


현비령을 살짝 안아준 뇌곽은 화산의 초입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헉! 누굴까?’

뇌곽의 눈에 화산을 오르는 엄청난 미녀가 보였다.


“소저! 누구며 화산에는 왜 온 것이오?”


뇌곽은 우연히 주운 감찰당의 신분패를 내보이며 물었다.


“나는 보타문의 비원이라 합니다. 화산파의 장문인께 우리 문주님의 서신을 전하고자 화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대답하는 비원이 약간 비틀거렸다.

뇌곽이 감찰당의 신분패를 내보일 때 환락분을 날린 것이다.

비원이 몸을 꼬자 뇌곽은 비원을 안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뇌곽이 비원의 옷을 벗기려는 순간 누군가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엎드려 있던 뇌곽은 얼른 상체를 들었다.


“혀..현매!”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흐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현비령이었다.


“절대 용서하지 않아!”


현비령이 품 안에서 소검을 꺼냈다.


“으-악!”


탓-탓-탓!

뇌곽은 화산의 초입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섬전 같은 속도였다.


“헉-헉!”


‘잡히면 죽는다!’

숨이 턱까지 차와도 뇌곽의 발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산길만을 달려 회음현을 벗어난 뇌곽은 쓰러지듯 엎어졌다.

‘의심병에 걸린 못된 년!’

엎어져 한동안 있던 뇌곽은 바로 누웠다.

‘암향표가 극성에 이르면 하루에 천 리를 간다고 했으니 빨리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뇌곽은 장강 지류로 가서 작은 어선을 훔친 다음 장강을 타고 호남성으로 향했다.

한편 약왕당을 돌아온 현비령은 유서를 남겨놓고 창고로 들어가 목을 매고 말았다.

딸의 유서를 본 현맹원은 장문인에게 달려가 모든 사실을 말한 뒤 자신의 천령개를 쳐 딸의 뒤를 따랐다.

화산파는 뇌곽을 화산파의 반도로 선포함과 동시에 파문했다.

그리고 무림맹에 전서구를 띄어 뇌곽을 무림의 공적으로 선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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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북화영 24.06.13 38 0 12쪽
75 75. 천마삼세 24.06.13 43 0 12쪽
74 74. 천하제일인 24.06.12 40 0 12쪽
73 73. 황금만 부자 24.06.12 44 0 12쪽
72 72. 동행 24.06.11 38 0 12쪽
71 71. 제일 전장 24.06.11 40 0 12쪽
70 70. 계수배를 올리다 24.06.10 39 0 12쪽
69 69. 사술의 흔적 +2 24.06.10 44 1 12쪽
68 68. 마지막 살행 24.06.09 44 0 12쪽
67 67. 가학 행위 +2 24.06.09 39 0 12쪽
66 66. 회계당 당주 24.06.08 42 0 12쪽
65 65. 무림맹의 경비 무사 24.06.08 38 0 12쪽
64 64. 혈마의 아수라혈경 24.06.07 43 0 13쪽
63 63. 힘 24.06.07 36 0 12쪽
62 62. 외상값 24.06.06 37 0 11쪽
61 61. 연왕 주체 24.06.06 39 0 12쪽
60 60. 흑금맹 24.06.05 39 0 12쪽
59 59. 쇼군 다카우를 죽이다 24.06.05 39 0 12쪽
58 58. 주원장과 주체 24.06.04 37 0 12쪽
57 57. 살수 복귀 24.06.04 40 0 11쪽
56 56. 냉여은의 죽음 24.06.03 36 0 12쪽
55 55. 제일전장 전장주 황금만 24.06.03 38 0 12쪽
54 54. 화산파 장문인 청무 2 24.06.02 45 0 12쪽
53 53. 화산파 장문인 청무 24.06.02 41 0 12쪽
52 52. 진압 24.06.01 38 0 12쪽
51 51. 여승량 24.06.01 43 0 12쪽
50 50. 흑사림 2 24.05.31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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