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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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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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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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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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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 화산파 장문인 청무

DUMMY

‘내가 싫은가?’


“아..앞으로 사귀다가 결혼하려면 오빠라고 불.....,”


준하가 더듬으며 말했다.


“겨..결혼이요?”

“예! 내가 싫어요?”

“아니에요. 제가 왜 위공자님을 싫어하겠어요?”

“그럼 왜 오빠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했어요?”

“우리 가게에 온 연인들을 보면 대부분 오빠라고 하지 않고 가가(哥哥)라고 부르던데, 아닌가요?”


‘아! 맞다. 중원은 한국과 다르지!’

준하는 중원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럼 나는 위매라고 부르면 되겠네요.”

“맞아요. 위..가가!”


볼이 급하게 빨개진 냉여은이 말을 더듬거렸다.

‘예쁘다!’

준하는 손을 뻗어 냉여은의 볼을 감쌌다.

그러자 눈을 감은 냉여은이 입술을 내밀었다.

‘열일곱이면 미성년? 아! 삼 년만 참자!’

준하는 냉여은의 입술 대신 술잔을 입으로 가져왔다.


“냉매! 일 년간 일을 보고 올 테니 그때 결혼부터 합시다.”

“예, 위가가!”

“커-험! 이건 내가 냉매주려고 산 것이오.”


쑥스러워진 준하는 냉여은에게 동경을 내밀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동경을 사려고 했었는데 고마워요!”


동경을 보는 냉여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사줄 걸 그랬어!’

동경을 들여다보던 냉여은이 동경을 놓았다.


“위가가! 무슨 일을 하는데 일 년이나 기다려요?”

“돈 벌러 가려고요.”

“예!”


두 사람은 밤늦도록 이야기했다.

아침이 되자 준하는 냉여은의 배웅을 받으며 점주 전용 마차를 타고 화산파가 있는 섬서성으로 향했다.

점주 전용 마차를 끄는 말은 한혈마였다.

한혈마를 소개한 한서에는 땀을 흘릴 때 어깨에 피처럼 보이는 붉은 땀을 흘려 한혈마라고 했다.

따각-따각!

마부석에 앉은 준하는 관도가 아닌 산길로 말을 몰았다.

전생에 한 번도 하지 못한 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다.

준하는 기암괴석이 있는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러나 유유자적도 잠시,


“크-하하하! 소형제! 비싼 말이 모는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어딜 가는가?”


‘미치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꼭 이 지점에서 산적들이 나타나던데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났네!’

준하는 자신의 소확행을 깨 버린 산적을 노려보았다.


“채주님! 어린놈의 눈에서 화살이 나올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는 것보다 대감도로 쓱 한 뒤에 말과 마차를 빼앗아 파는 것이 훨씬 낫겠습니다.”


산적 중 한 명이 대감도로 자신의 목을 긋는 동작을 해 보이며 말했다.


“휴-우! 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


준하는 전냥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 채주라고 불린 산적 앞으로 살며시 밀었다.

윙-윙!

준하의 손을 떠난 은자는 빠르게 회전하며 천천히 날아갔다.


“허-걱! 고..고수!”


산적 두목이 놀란 눈으로 준하를 바라보았다.


“가도 되겠소?”

“예, 예!”


준하가 고삐를 고쳐잡자 산적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아-악!”


준하가 산적들을 스쳐 다섯 장(15m) 정도 왔을 때 산적 두목의 비명이 들렸다.

‘손바닥에 화상을 입어 당분간 대감도를 잡지 못하겠지!’

산적 두목은 준하가 멀어지자 허공에 떠 있는 은자를 아무 생각 없이 잡았다.

그러나 은자는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후-후! 은자 한 개를 써서 유유자적의 소확행도 깰만하다!’

준하가 뒤돌아보니 산적 두목은 은자를 식히기 위해 은자 위에 오줌을 싸고 있었다.

마차가 섬서성 경계로 들어서자 준하는 주루로 들어갔다.

준하는 우양육포막(牛羊肉泡饃)과 몇 가지 요리, 그리고 금존청을 주문했다.

우양육포막은 몽골에 의해 중원으로 들어온 색목인들의 음식으로 준하가 한번 먹어보고 싶은 음식 중의 하나였다.


****


주원장은 호남성 장사에서 올라온 장계를 힘없이 놓았다.

‘짐이 다스리는 중원에 지금도 원의 잔당이 남아있었다니?’

주원장은 조용히 동창의 수장인 태감을 불렀다.


“호남성 장사에서 원의 잔당들이 벽력탄을 터뜨려 수많은 짐의 백성이 죽었다는구나! 장사로 가서 소상히 알아보거라.”

“예, 폐하!”


태감은 동창의 환관들을 데리고 장사로 가서 벽력탄이 터진 일대를 돌아다녔다.

‘모든 정황을 살펴보면 지휘사 견위연이 흑사림을 다녀간 후 흑사림은 폭사되었다. 견위연은 폐하도 구하기 힘든 그 많은 벽력탄을 어디서 구했을까? 혹시 견위연이 용상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친위부대의 반란이 떠오른 태감은 서둘러 환궁했다.


“뭐라? 견위연이 용상에 앉기 위해 불안감을 조장하여 짐의 권위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주원장이 수염을 부르르 떨며 물었다.


“예, 폐하! 확실치는 않으나 모든 정황이 그런 추측을 낳게 하고 있사옵니다.”

“지금 짐이 견위연을 부를 테니 태감은 동창으로 하여금 대전을 겹겹이 감싸 만일에 있을 사태에 대비하라.”

“예, 폐하!”


침전을 물러 나온 태감은 동창의 환관들을 불러 대전 주위에 은신하게 했다.


“폐하! 찾으셨사옵니까?”


대전으로 온 견위연은 용상에 앉은 주원장 앞에 부복했다.


용상에서 일어난 주원장이 견위연에게 다가왔다.


“견위연! 일어나라.”

“예? 예, 폐하!”


허리를 숙인 채 견위연이 일어나자 주원장은 견위연의 소매 깃을 잡고 용상으로 갔다.


“견위연! 여기 앉아라.”

“폐..폐하! 죽여주시옵소서!”


견위연이 바닥에 엎드렸다.


“이 자리에 앉고 싶어 짐을 농락하고 짐의 백성들을 죽인 것이 아닌가?”

“소신은 결단코 폐하께 불충한 일을 하지 않았사옵니다.”

“주계륜의 부자가 자결한 것이 맞는가?”

“도지휘사의 집무실이 불타 증거는 찾을 수 없었지만 도지휘사는 살수에 의해 죽은 것 같았사옵니다.”

“그럼 왜 짐에게 거짓을 고한 것이냐?”

“도지휘사를 아끼는 폐하의 황심이 다치실까 두려워 소신이 거짓을 고했사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줄 테니 호남성 장사로 가서 짐의 백성들을 죽인 원흉을 잡아 황도로 압송하라.”

“예, 폐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견위연은 만 명에 이르는 어용공위사의 병사들을 이끌고 형주로 갔다.

형주에 도착한 견위연은 장강 근처에 군영을 세웠다.

그리고 정탐과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병사들을 흑점으로 보냈다.

“다른 놈들은 필요 없다. 무조건 흑점의 점주를 사로잡아 황도로 압송해야 하니 그놈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정보를 가져와라.”

“충!”


병사들이 떠나자 견위연은 일반 백성들이 입는 옷을 입고 조장 백 명과 함께 형주로 갔다.


“지금부터 이인 일조로 나눠 흑점의 점주에 관한 내용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예, 지휘사!”


형주 외곽에 있는 객잔 전체를 빌린 견위연은 수시로 조장들과 병사들의 정보를 보고 받으며 흑점의 점주가 있는 곳을 추론한 뒤 현장으로 가서 확인했다.


****


“장문인!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화산파의 장문인 혈매일존(血梅一尊) 청무(淸無)가 정문에 다다르자 밤사이 정문을 지켰던 운자 배의 일대 제자인 운오가 인사했다.


“운오야! 입추가 지나니 밤이슬이 차구나! 그만 가서 쉬어라.”

“예, 장문인! 오늘도 조양봉의 일출을 보러 가십니까?”

“그래! 이십 년을 넘게 봐 온 거라 이젠 의무감이 되었구나.”


정문을 나온 청무는 조양봉의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휴-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 과오가 사라질 리 없지만, 한날 죽음을 택한 그들 부녀를 생각하면 새벽이슬에 몸이라도 씻어야 한다.”


정문을 나온 지 채 일각도 되지 않았는데 청무의 신발은 물론 바지는 무릎까지 이슬로 젖어있었다.

이십여 년 전 청무는 화산파의 속가제자로 들어온 제자 한 명을 배정받았다.

천성이 게으르고 교활한 수련생을 보며 청무는 회의감이 들었다.

‘비록 속가지만 첫 제자라 생각해서 제대로 한번 가르쳐 보려고 했는데..

날이 갈수록 내 결심이 무디게 하는구나!’

어둠이 가시지 않은 연무장,

속가제자는 어디서 술을 구해 마셨는지 하품을 할 때면 진한 술 냄새가 나왔다.

‘상단의 아들로 큰돈을 기부해 입문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할까?’

태어나서 욕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청무는 속가제자의 지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것을 잘 보고 따라 해라.”


청무는 속가제자들에게 부여된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 시진이 지났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청무의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휴-우!”


호흡을 고른 청무는 속가제자를 보았다.

속가제자는 선 채 자고 있었다.

‘나는 네가 낸 기부액만큼 가르칠 테니 성취 여부는 너에게 달렸다.’

시간이 흘렀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다른 속가제자들이 내공의 형태를 느낄 때쯤 청무의 속가제자는 연무장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청무는 속가제자를 찾기보다 자신의 연무에 신경 썼다.

‘밥상을 차려 주었으면 떠먹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속가제자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고 나니 자신이 해탈한 느낌이 들었다.

여느 때처럼 청무는 새벽이 되자 연무장으로 갔다.

순찰당의 당주와 형당의 당주가 연무장에 모여 있던 소속 무인들을 데리고 연무장을 떠나고 있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청무는 후미에 있는 형당의 무인에게 물었다.


“속가제자 한 놈 때문에 약왕당의 당주 현맹원과 그의 딸이 자결했답니다.”

“그..그럼 속가제자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뇌곽이라고 합니다.”


청무와 몇 마디 하느라 발걸음을 지체한 형당의 무인은 빨리 걸어 대오를 따라갔다.

오전이 되자 뇌곽의 악행이 드러났다.

‘아! 종두득두라고 했는데 내 무관심이 그 아이에게 악을 심어주었어!’

후회하는 청무의 머릿속에는 현맹원 부녀의 죽음이 떠올랐다.

‘아직 이승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니 내가 죽어서라도 부녀를 만나서 사죄해야겠다!’

정문을 나온 청무는 조양봉으로 향했다.

조양봉으로 오르다 보면 스승인 백인과 수련했던 장소가 나온다.

‘내 몸에 상처가 있으면 명자 배의 사제들이 힘들 거야!’

수련했던 장소에 도착한 청무는 무복의 요대를 풀어 노송의 가지에 묶은 다음 자신의 목을 걸었다.


“우리 화산파의 전경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씨발! 진작 왜 이걸 보지 못하고 살았을까?”


씨발은 노송의 가지에 매달려 죽음을 선택한 청무의 입에서 나온 생애 첫 욕설이었다.


청무는 의식이 가물가물해지자 눈을 감았다.


“청림아! 안 된다.”


챙-휙!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검이 날아와 청무의 요대를 끊었다.

풀-썩!

땅으로 떨어진 청무는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송구합니다.”


청무를 구한 사람은 바로 청무의 스승 백인이었다.


“청림아! 네가 진정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부녀의 극락왕생을 빌어주며 참회하며 살아야지 이게 무슨 짓이냐?”


“...,”


청무(清無)!

원래 청무의 이름은 청림(清林)이었다.


“청림아! 네가 알다시피 우리 화산은 장문인과 장로원의 대립으로 인해 구파 중 청성에게도 밀려 말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번 사건은 뇌곽과 현비령의 치정에 얽힌 사건으로 결론지었으니 그만 잊도록 해라.”


“...,”


백인은 청림에게 장문인과 장로원의 회의 결과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소단을 잃고 세 가지 무공이 유출됐다고 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장문인과 장로원의 긴 대립이 끝났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저는 제 이름을 청무로 바꾸고 참회동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내 밑의 사제들이 보고 있으니 한 달 정도만 있다가 나오거라.”


청림에서 청무로 이름을 바꾼 청무가 참회동을 나온 것은 십 년이 지나서였다.


“아! 씨발 하늘 한번 더럽게 맑구나!”


참회동을 나온 청무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이후 청무는 강한 화산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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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이별 24.06.15 41 0 12쪽
78 78. 철마련의 련주 혁련광 24.06.14 37 0 11쪽
77 77. 북화영 2 24.06.14 39 0 12쪽
76 76. 북화영 24.06.13 38 0 12쪽
75 75. 천마삼세 24.06.13 43 0 12쪽
74 74. 천하제일인 24.06.12 40 0 12쪽
73 73. 황금만 부자 24.06.12 44 0 12쪽
72 72. 동행 24.06.11 39 0 12쪽
71 71. 제일 전장 24.06.11 40 0 12쪽
70 70. 계수배를 올리다 24.06.10 39 0 12쪽
69 69. 사술의 흔적 +2 24.06.10 44 1 12쪽
68 68. 마지막 살행 24.06.09 44 0 12쪽
67 67. 가학 행위 +2 24.06.09 40 0 12쪽
66 66. 회계당 당주 24.06.08 43 0 12쪽
65 65. 무림맹의 경비 무사 24.06.08 39 0 12쪽
64 64. 혈마의 아수라혈경 24.06.07 44 0 13쪽
63 63. 힘 24.06.07 36 0 12쪽
62 62. 외상값 24.06.06 38 0 11쪽
61 61. 연왕 주체 24.06.06 40 0 12쪽
60 60. 흑금맹 24.06.05 40 0 12쪽
59 59. 쇼군 다카우를 죽이다 24.06.05 40 0 12쪽
58 58. 주원장과 주체 24.06.04 38 0 12쪽
57 57. 살수 복귀 24.06.04 40 0 11쪽
56 56. 냉여은의 죽음 24.06.03 36 0 12쪽
55 55. 제일전장 전장주 황금만 24.06.03 38 0 12쪽
54 54. 화산파 장문인 청무 2 24.06.02 45 0 12쪽
» 53. 화산파 장문인 청무 24.06.02 42 0 12쪽
52 52. 진압 24.06.01 39 0 12쪽
51 51. 여승량 24.06.01 44 0 12쪽
50 50. 흑사림 2 24.05.31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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