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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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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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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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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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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6. 냉여은의 죽음

DUMMY

비명도 없었다.

푹-푹-푹!

서너 명이 뭉쳐있으면 준하는 찌르기만을 하여 은신하고 있는 사람들의 숨통을 끊었다.


“너 하나 남았다. 태금리에서 데리고 온 소녀는 어디 있어?”

“뇌..뇌옥에 있소?”


마지막 남은 궁수가 대답했다.


“뇌옥의 위치는?”


준한의 질문에 궁수는 자신의 발밑을 봤다.


“컥!”


준하는 궁수의 사혈을 짚은 다음 궁수의 옷을 벗겼다.


“놈을 잡았으니 모두 나오시오.”


궁수의 옷을 입고 뇌옥 입구로 들어선 준하가 외쳤다.

그러자 뇌옥 안에 있던 병사들이 뇌옥의 통로로 나왔다.


“의외로 빨리 끝났네, 그려!”


슉!

병사의 말과 함께 준하의 손에서 뭔가가 나갔다.

퍼-퍼-퍽!

통로에 나와 있던 병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에 구멍이 뚫린 채 절명했다.

준하가 날린 단검이 몸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끝났다.’

준하는 복도를 걸으며 냉여은을 찾았다.

‘허-억!’

축 늘어진 냉여은의 몸이 보이자 준하가 휘청거렸다.

채-챙!

정신을 차린 준하는 만검으로 창살을 잘랐다.


“흑-흑! 왜?”


냉여은을 뇌옥에 눕힌 준하는 냉여은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후-우 푸-우!

냉여은의 가슴을 백이십 회 정도 누른 준하는 냉여은의 입에 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새파랗게 변한 입술은 숨을 쉬지 않았다.

준하는 심폐소생술은 한 식경 동안 계속됐다.


-“위가가! 그 정도면 됐어요. 이제는 가야 하니 그만 놔 주세요.”


냉여은의 슬픈 표정 끝에 희미한 미소가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있어요. 금방 올게요.’

준하는 냉여은이 목을 맸던 끈을 가지고 뇌옥을 나왔다.

준하는 목이 잘린 어용공위사의 궁수들 시신이 있는 누대 위로 올라갔다.

‘저곳이구나!’

지휘사의 집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한 사람이 불을 밝힌 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밤에도 새가 날아다니나?’

견위연은 밤하늘에 나타난 새를 유심히 보았다.

작은 점처럼 보이던 새는 점점 커졌다.


“어-헉!”


새가 아니라 사람 같다고 느낀 순간 견위연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주원장의 침실,

‘승기를 잡았는데 비 때문에 진군이 더딘 것 같다!’

주원장은 자신의 이마에 뭔가가 떨어지자 원나라와의 마지막 전투를 생각했다.

‘병사들을 독려하여 진군을 서두르라고 해야겠어!’

주원장은 꿈과 현실을 혼동하다가 눈을 떴다.

‘헉! 여긴 짐의 침전이구나!’

주원장은 자신의 이마로 떨어져 베개까지 축축하게 적신 액체를 손으로 닦아 보았다.


“허-헉! 이건 피가 아닌가? 밖에 누구 없느냐?”


희미한 실내였지만 비릿한 냄새와 액체의 끈적거림으로 주원장은 피라고 판단했다.

상체를 세운 주원장은 밖을 향해 외쳤다.

.....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지나칠 정도로 고요한 적막은 진득한 공포가 되어 다가왔다.

주원장의 침전 주위를 지키고 있던 환관들은 모두 혼혈이 점혈되어 기절한 상태다.

적막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어둡게 느껴진 침전이다.

팟!

새파란 불빛이 번쩍이더니 침전이 밝아졌다.

실내가 밝아지자 주원장은 정수리로 떨어진 액체를 생각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주원장은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한 것이다.


“지..지휘사!”


침전의 대들보에 매달린 견위연이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마로 떨어진 액체는 견위연의 목에서 나온 피로 명주실을 타고 내려왔다.

대답 없는 견위연의 눈에도 주원장과 같은 공포로 가득했다.

‘변고! 이건 역모다.’

주원장은 침전에서 일어나려고 침상에 손을 짚었다.


“일어나면 죽는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목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거..검이다.’

주원장은 자신의 목에 얹어진 것이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주체가 보낸 것이냐?”


두려움을 떨쳐 낸 주원장은 용기를 짜내 힘들게 물었다.

주체는 주원장의 다섯 번째 아들로 주원장이 죽은 황태자의 아들인 주윤문을 황태자로 책봉하자 반기를 띤 인물이다.


“주체 따위가 나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천하의 주중팔이 현 상황에서 그런 말을 묻다니? 소문처럼 아들놈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두세 걸음 옮긴 준하가 주원장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대들보에 매달려 있던 견위연의 몸이 주원장 가까이 내려왔다.

주원장의 눈은 명주실이 꼽혀있는 견위연의 목으로 향했다.

‘저건 명주실이 아니라 철사다.’

고개를 돌린 주원장은 준하를 바라보았다.


“누구냐? 중원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짐의 백성으로 보이는데,”

“여기 이놈도 네 백성이라고 생각하나?”

“지휘사는 그냥 백성이 아니라 짐의 충신이다.”

“후후! 웃기는 소리! 내가 충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지.”


준하는 견위연의 몸을 풀어주었다.


“견위연! 네가 중팔에게 개새끼라고 하면 살려주겠다.”


준하의 말에 주원장과 견위연이 동시에 놀랐다.

주원장은 자신이 하찮은 탁발승 시절로 돌아간 느낌에,

그리고 견위연은 위대한 창업 군주보다 더 커 보인 준하의 모습에,

촤-르-르!

준하는 견위연의 목에서 철사를 거둬드렸다.

이 철사는 준하가 만든 것으로 여숭량이 강하현의 객잔에서 흑사림의 말을 엿듣기 위해 벽에 넣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허공을 보는 견위연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견위연! 중팔이 죽으면 너는 황궁은 물론 명나라의 주인도 될 수 있다.”준하의 말에 견위연이 고개를 돌려 주원장을 쳐다보았다.


“폐하! 신의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견위연의 말에 준하와 주원장은 견위연의 입을 주시했다.


“소신이 불민하여 역도를 막아 내지 못했나이다.”


채-애-애-앵!

내공이 주입된 준하의 검이 울었다.

검명을 들은 견위연의 몸이 움찔했다.


“폐하! 소신의 충심은 여기까지이옵니다.”


견위연이 심호흡했다.


“주중팔 개새꺄! 벽력탄에 죽은 놈들은 네놈의 선량한 백성이 아니라 흑사림이라는 잔인무도한 살수 놈들이다. 그놈들 때문에 오늘과 같은 사달이 생겼다. 너를 향한 내 충심은 이 나라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컸으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씨발 개새꺄! 헉-헉!”


견위연의 말이 끝나자 준하는 주원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짐이 본 장계에는 살수가 아니라 선량한 백성들이 죽었다고 했다.”


흙빛으로 변한 주원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써-걱 쓱!

준하의 검이 견위연의 목을 지나간 뒤 주원장의 턱을 스쳤다.

견위연의 머리가 떨어지면서 주원장의 턱에서는 몇 가닥의 수염이 떨어져 내렸다.

주원장이 몸을 떨었다.

준하는 주원장의 눈을 보았다.

눈 속에는 분노가 아닌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반란군을 이끌며 죽음을 도외시하던 주원장은 이미 죽었다!’

비대한 몸집에 겁으로 가득한 주원장의 몸뚱어리는 벨 가치조차 없었다.


“내가 다시오면 그때는 수염이 아니라 니 대가리가 될 거야!”


챙-챙!


준하는 검면으로 주원장의 머리를 때렸다.


주원장의 침전을 나온 준하는 뇌옥으로 가서 냉여은의 시신을 수습했다.

‘냉매! 잘 가요. 내 욕심 때문에 애꿎은 냉매만 희생됐네요. 냉매의 희생을 생각해 여기서 멈추면 좋겠지만 냉매도 떠난 마당에 내가 멈출 이유가 없네요. 마지막 한 놈까지 죽이고 나면 그때 멈출게요.’

준하는 마부석에 앉지 않고 관이 있는 마차 안에 앉았다.

말이 알아서 마차를 끌고 흑점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금리에 도착한 준하는 태금산 자락,

위사륭과 두운경의 묘가 있는 근처에 묘지를 만들어 그 안에 뇌곽의 보물 중 하나인 요대와 함께 냉여은을 안장했다.

따-각 따-각!

준하가 탄 마차는 만금리의 시전을 가로질러 형주로 향했다.

때마침 형주 포목점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던 장춘은 준하를 부르려고 하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교주님을 능가하는 살기다!’

준하의 마차가 멀어지자 장춘은 전서구를 꺼내 천산으로 날렸다.


****


흑점에 도착한 준하는 이틀이 지나자 여숭량을 불렀다.


“여조장! 오늘부터 흑점의 점주를 맡아줘야겠네요.”

“예? 점주님! 제가 어떻게 점주를 맡습니까? 아니 그보다 점주님은 벌써 은퇴하려고 합니까?”


여숭량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퇴는요? 다시 살수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러죠.”

“지긋지긋한 살수를 왜 다시 하려고 합니까?”

“여조장! 살수 훈련 시절 물속에서 숨을 참아 봤죠?”

“예! 숨을 너무 참아 혼절할 지경이 되면 교두가 머리카락을 잡고 끄집어내 줬습니다.”

“나는 살행을 나가면 전신을 옥죄는 긴장감에 매 순간 혼절할 지경이 됐었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혼절할 지경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황홀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 황홀감이 그리워 살수를 다시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뭐 겸사겸사요.”

“생각해 둔 조는 있습니까?”

“없어요. 누가 점주 했던 사람하고 같은 조를 하려고 하겠어요? 그냥 혼자 뛸 테니 내가 점주로서 내린 마지막 명령에 대답이나 하세요.”

“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말하세요.”

“살수는 일 년만 하시고 다시 점주를 맡는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그 이야기는 그때 가서 다시 말하기로 하죠. 이건 내가 점주가 된 이후 흑점에 관한 것을 모두 정리해 뒀으니 차분히 읽어 보세요. 그리고 내 숙소는 제일 조용한 곳으로 직접 선택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살수로서의 옳고 그름에 관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살수의 검에 옳고 그름이 있겠습니까? 오로지 쾌검만을 구사하여 살행 대상의 목숨을 빠르게 끊어주는 것, 굳이 따진다면 그게 옳음이겠지요.”


‘맨손으로 서리가 맺힌 검날을 잡은 느낌이다!’

준하가 점주실을 나가자 여숭량은 서늘함을 느꼈다.

준하가 살수들의 숙소에 머문 지 십 일이 지났다.

흑사림의 괴멸로 흑묘에는 청부가 넘쳐 흘렀다.


“대살수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준하의 방문 밖에서 누군가가 왔다.


“예!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흑사림의 습격 때 흑묘의 수뇌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총관 왕린이 들어왔다.


“대살수님! 청부 내용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예, 총관님!”

“이건 살행이 아니라 상단에서 보호를 요청하는 내용입니다.”

“검토해 보고 총관님께 말씀드릴게요.”


왕린이 나가자 준하는 청부 내용을 읽었다.

청부 내용은 강소성의 금릉상단이 일본으로 교역을 떠나는데 해적들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금릉의 낭인 촌으로 가서 일본 낭인 한 명을 섭외하여 길잡이로 써야겠다.’

왕린에게 청부를 수락한다고 말을 한 준하는 마차를 타고 금릉상단이 있는 강소성 금릉으로 향했다.

금릉의 낭인 촌,

준하는 낭인 촌 중앙에 난 길을 걸으며 낭인들을 살펴보았다.

‘무질서한 것이 꼭 흑사림의 움막촌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청부를 기다리는 낭인들의 모습을 본 준하는 얼굴을 찌푸렸다.

앵속을 하는 사람, 누워 자는 사람, 모여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쓸만한 낭인은 하나도 안 보이네!’

실망한 준하는 낭인 촌의 외곽으로 나왔다.

‘대막에서 맡았던 냄새 같은데?’

준하가 맡은 냄새는 몽골 초원에서 맡았던 늑대의 살기였다.

‘저건 왕인박사가 전했다는 백제 검이다.’

준하는 한국 시절 웹 소설을 쓰기 위해 백제 검의 동작을 본 적이 있었다.

준하는 백제 검을 수련하고 있는 낭인에게 다가갔다.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한 경지다. 어지간한 삼류 무인보다 낫겠어!’

준하의 시선을 느꼈는지 동작을 멈춘 낭인이 준하는 쏘아 보았다.


“왜인인가?”


자신에게 다가온 준하의 질문에 낭인의 눈이 커졌다.

준하가 일본어로 물었기 때문이다.

준하는 전생에서 자신의 소설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쓴 적이 있어서 일본어를 조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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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북화영 24.06.13 38 0 12쪽
75 75. 천마삼세 24.06.13 43 0 12쪽
74 74. 천하제일인 24.06.12 40 0 12쪽
73 73. 황금만 부자 24.06.12 43 0 12쪽
72 72. 동행 24.06.11 38 0 12쪽
71 71. 제일 전장 24.06.11 40 0 12쪽
70 70. 계수배를 올리다 24.06.10 39 0 12쪽
69 69. 사술의 흔적 +2 24.06.10 43 1 12쪽
68 68. 마지막 살행 24.06.09 44 0 12쪽
67 67. 가학 행위 +2 24.06.09 39 0 12쪽
66 66. 회계당 당주 24.06.08 42 0 12쪽
65 65. 무림맹의 경비 무사 24.06.08 38 0 12쪽
64 64. 혈마의 아수라혈경 24.06.07 43 0 13쪽
63 63. 힘 24.06.07 36 0 12쪽
62 62. 외상값 24.06.06 37 0 11쪽
61 61. 연왕 주체 24.06.06 39 0 12쪽
60 60. 흑금맹 24.06.05 39 0 12쪽
59 59. 쇼군 다카우를 죽이다 24.06.05 39 0 12쪽
58 58. 주원장과 주체 24.06.04 37 0 12쪽
57 57. 살수 복귀 24.06.04 40 0 11쪽
» 56. 냉여은의 죽음 24.06.03 36 0 12쪽
55 55. 제일전장 전장주 황금만 24.06.03 38 0 12쪽
54 54. 화산파 장문인 청무 2 24.06.02 44 0 12쪽
53 53. 화산파 장문인 청무 24.06.02 41 0 12쪽
52 52. 진압 24.06.01 38 0 12쪽
51 51. 여승량 24.06.01 43 0 12쪽
50 50. 흑사림 2 24.05.31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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