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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악인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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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중룡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0
최근연재일 :
2024.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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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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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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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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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 연왕 주체

DUMMY

마차로 들어갔다 나온 고방엽이 바위 위에 술과 안주를 놓았다.


“염선배님! 나는 머지않아 우리 대명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또 오늘이 지나면 천하제일인의 무명 또한 내 차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만나면 염선배님께서 먼저 제 잔에 술을 채워야 할 것입니다.”

“허허허! 경하하는 바이다.”


자신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살심을 애써 누른 염무상은 고방엽의 술을 받았다.


“염선배님! 제 술은 비무가 끝난 후 승리를 자축하며 마셔야겠습니다.”


채-앵!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방엽은 검을 뽑았다.


“군부의 장수가 검명이라니? 허언이 아니었군!”


염무상은 말하며 팔을 돌려 뒷짐을 지었다.


“염선배님은 무기가 없습니까?”


염무상의 말에 상기된 표정의 고방엽이 물었다.


“딱히 내세울 무공이 없어 아직 무기를 정하지 못했다.”

“으-허허허! 그렇다면 팔 하나만 가져가겠습니다.”


고방엽은 검을 옆구리에 붙인 기수식을 취했다.

‘쇳소리를 검명이라고 했더니 기고만장하구나!’

휘-익 챙-챙!

고방엽은 청룡문의 검법과 군문에서 배운 검법을 번갈아 가며 펼치기 시작했다.

찌-익!

고방엽의 검이 염무상의 소매를 찢었다.


“여기서 패배를 인정하면 검을 거둬 드리겠습니다.”

“헉-헉! 나는 아직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고방엽의 여유로운 표정과 달리 염무상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고방엽이 원래의 말투로 말했다.

‘에-효! 삼 일간 붙잡고 있어야 하니 화를 낼 수도 없고,’

채-앵!

고방엽의 검에 염무상의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나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 푼 이하 내공으로 싸우는 것을 연습했어야 했는데 가끔 치고 올라오려는 내공을 억제하자니 너무 힘들구나!’

자신의 검에 염무상이 힘들어하자 고방엽은 더욱 현란하게 검을 휘둘렀다.

‘이쯤이면 황주값은 했겠지?’

염무상의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고방엽의 검이 염무상의 가슴을 찔러왔다.


“어-이-쿠!”


놀란 염무상은 고방엽의 검을 피하느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염무상의 발에 걸린 흙덩이가 날아가 고방엽의 두 눈을 때렸다.


“아-악! 비무 중에 더러운 암습을 쓰다니?”

“미..미안! 하필 발끝에 걸린 흙덩이가 너에게 날아간 것 같다.”


검을 놓친 고방엽이 두 눈을 비볐다.

챙!


“어쨌든 내가 이긴 거다?”

“염선배! 비열한 암습으로 인한 것이니 오늘 비무는 비긴 것으로 합시다.”

“그렇게 해주지. 하마터면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내줄 뻔했어!”

“무슨 말씀이오? 내일 다시 합시다.”

“내일도 내가 이기면 비무는 끝이다.”

“좋소.”“기회를 한 번 더 줬으니 내일 올 때는 황주를 좀 더 넉넉히 가지고 와라.”

“그렇게 하겠소.”


분한 표정으로 염무상을 노려보던 고방엽은 마차를 타고 자신의 군영으로 갔다.

자시(子時 23:00~01:00) 말,

고방엽은 아쉬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염무상은 무기 없이 적수공권으로 비무에 임했다. 소매까지 찢기며 아슬아슬하게 내 검을 피했는데 만약 공격반경이 넓은 창을 사용했다면?’

자신의 군막에 앉아 염무상과의 비무를 복기(復棋)한 고방엽은 한쪽에 세워둔 장창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휙-휙 슉!

가상의 염무상이 고방엽의 현란한 창에 팔이 잘려 쓰러졌다.

‘역시! 장창을 사용하면 무조건 필승이다.’

창을 휘둘러 염무상을 쓰러뜨린 고방엽의 머릿속은 쉬지 않고 계속 비무했다.

무려 천여 합,

고방엽은 자신이 창법을 펼칠 때마다 쓰러진 염무상을 세워 자신이 기억한 모든 창법을 펼쳐 염무상의 팔과 다리를 쉼 없이 벴다.

‘염무상! 더 이상 요행은 없다!’

승리를 확인한 고방엽은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 술과 음식, 그리고 과일까지 준비한 고방엽은 염무상과 비무했던 곳으로 갔다.


“허허! 웬 과일이냐?”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검에 전장에서 죽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소. 그래서 오늘 염선배의 영혼과 함께 망자들의 혼을 달랠 겸 해서 준비했소. 부디 내 창에 목숨을 잃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고 편히 가시오.”


와-작 츠-흡!

염무상은 바위 위에 차려져 있는 배를 집어 베어 물었다.


“삶의 마지막 배라고 생각하니 몸서리칠 만큼 달구나!”


황주 병을 든 염무상은 바위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충분히 기다려 줄 테니 많이 마시고 드시오.”


염무상의 손에 들린 배가 속심만 남을 때쯤 황주 또한 빈 병만 남았다.


“고도독! 오늘 비무는 술병의 그림자가 술잔에 닿으면 끝내는 것으로 하자.”

“그게 무슨 말이오?”


염무상은 손을 들어 하늘에 떠 있는 해를 가리켰다.


“술병의 그림자가 술잔에 닿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 풀잎에 맺힌 이슬은 거의

말라서 시신을 매장하는 이들의 바짓단은 젖지 않게 할 것이다. 누가 죽어 나갈지 모르지만 애꿎은 이들의 수고는 덜어줘야 하지 않겠나?”


붕-붕!


“좋소!”


염무상의 말에 고방엽은 창을 돌리며 대답했다.

슈-슈-슉!

고방엽이 기습적으로 창을 찔러왔다.

‘상산 조가장의 창법인 것 같은데 아직 그 오의를 깨닫지 못했군!’

염무상은 상체를 숙인 다음 몸을 비틀어 고방엽의 기습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고선배! 피하지만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 봅시다.”


고방엽이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적수공권인 내가 무슨 수로 창의 공격권 안으로 들어가겠냐?”


붕-슉-슉!

고방엽은 염무상이 말하는 사이 창을 찔러왔다.

염무상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고방엽의 창을 피했다.

창을 고쳐잡은 고방엽은 어젯밤 머릿속에서 펼쳤던 절기를 펼쳤다.

바로 조자룡의 절기인 운산창참(雲山槍斬)이었다.

휙-휙-휙!

땅바닥에 엎드린 염무상은 낭패한 얼굴로 바닥을 굴렀다.

바로 뇌려타곤 신법이었다.


“이-익! 부끄럽지 않소? 동네 무관에서도 하지 않을 짓을 하다니?”

“허허! 동네 무관에서는 목숨을 건 비무는 하지 않는다.”


고방엽의 핀잔에 염무상은 웃으며 옷에 묻은 풀과 먼지를 털었다.


“고도독! 그만 돌아가야겠다.”

“가다니요? 비무 중에 어딜 간다는 말이오?”

“여길 봐라. 약속했던 시간이 지났다. 방금 뇌려타곤의 신법이 아니었으면 괜히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고방엽은 얼른 술병의 그림자를 봤다.

술병은 술잔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덮고 있었다.


“내일은 기필코 염선배를 염왕에게 인도할 것이오?”

“내일이라니? 간신히 호각세를 유지했는데 내일 또 하자는 것이냐?”

“한 번 더 비무에 응해주면 다시는 하자고 하지 않겠소.”

“좋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고 하는데 한 번 더 못 들어 주겠냐? 대신 내일은 진짜 마지막이다.”

“알았소.”

“그럼 내일은 유시(酉時 17:00~19:00) 초에 만나자.”

“..좋소! 오늘 염선배가 땅바닥을 구르느라 온몸이 쑤실 것이니 그렇게 합시다.”


다음날 유시가 되자 고방엽은 군영을 나왔다.

멀리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염무상이 보였다.

‘오늘은 내 창에 인정을 둬서는 안 된다!’

술과 음식을 마차에 실은 고방엽은 염무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같이 마셔야 할 듯싶다.”

“크-하하하! 저승길은 동행하지 못해도 이까짓 술친구 정도는 못 해 주겠소?”


고방엽은 염무상의 맞은 편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술병이 오고 갔다.


“그만 일어나자.”


염무상이 일어나며 말했다.


“아직 다 마시지 않았는데 섭섭하지 않겠소?”

“이 정도 마셨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고방엽은 자신의 옆에 기대놓은 창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있으면 내 창끝에서 핏빛 노을 같은 선배의 피가 떨어질 것이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보거라.”


염무상은 측은한 눈빛으로 고방엽을 보면서 말했다.


“그 눈빛은 뭐요? 나에게 동정심을 구하자는 것이오?”

“오늘따라 말이 많구나?”

“죽-어-랏!”

창대에 내공을 주입한 고방엽이 창을 뻗었다.

꽉 파-직!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염무상은 우수를 뻗어 고방엽의 창날을 잡은 뒤 비틀어버렸다.

한철로 된 창날은 그대로 꺾여 염무상의 손에 쥐어졌다.

슉-팍!

염무상이 손을 뿌리자 창날은 그대로 바위를 파고들어 깊숙이 박혔다.


“저길 봐라.”


고방엽의 시선은 염무상의 손끝을 따라갔다.

‘황금빛 갑주라면 설마 연왕 주체?’

무수한 군마가 바위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주체의 검에서 목숨을 부지하게 되면 낙향하여 작은 무관의 사범이나 해라. 그따위 어설픈 무공을 믿고 무림에 기웃거린다면 삼류 무인의 눈먼 검에 맞아 딱 죽기 십상이다!”


넋을 잃은 고방엽의 귓속을 염무상의 비수 같은 말이 후벼팠다.

휘-익 저벅-저벅!

허공으로 십 장 정도 떠오른 염무상이 허공을 걸어갔다.

‘무..무신이다!’

말을 탄 연왕부의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지만 고방엽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지금은 아니지만 사십칠 년 전이라면 내 자부심과 오만은

하늘을 찌를 때였다. 청룡문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천하를 오시하던

내가 청룡문 따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아무래도 오늘은 같이 마셔야 할 듯싶다.”


고방엽은 염무상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황제의 자리조차 하찮게 생각하는 무신에게 내가 이제껏 무슨 짓을 했던 거야?’

퍼-퍼-퍽!

‘커-헉! 이승에서의 마지막 술잔을 황공하게도 무신이 따라주다니?’

수많은 화살이 날아와 자신의 전신에 박혀도 고방엽은 염무상을 생각했다.

두-두-두-두!

주체의 말이 고방엽을 지나쳤다.

써-걱!

주체의 뒤를 따르던 병사의 검이 앉은 채 숨진 고방엽의 목을 벴다.


“연왕 전하께서 예까지 무슨 일이오?”


주체가 말에서 내리자 염무상이 다가와 물었다.


“우리 대명을 지켜준 은공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왔소이다.”

“허허! 삼 일간 발을 묶어 달라고 해서 묶은 것밖에 없는데 그게 무슨 은혜라고?”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말에서 내린 연왕부의 병사들이 염무상의 말을 듣고 살기를 발산했다.


“갈! 살기를 거두지 못할까?”


염무상의 호통에 주체의 표정이 변했다.

짝!


“우리 대명의 은인께 무슨 추태냐?”


주체는 병사들을 이끄는 장수의 뺨을 때렸다.


“은공! 황궁의 금군들과 전쟁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소이다. 죄송하오이다.”

“연왕 전하! 인사는 이쯤 했으면 됐으니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오?”

“위로 올라가기 버거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으니 그에 합당한 것을 주고자 왔소이다. 원하는 것이 있소?”

“가볍다 라? 그럼 빚으로 생각해도 되겠소?”

“그렇소!”

“꼭 주시겠다고 하니 연왕 전하에게 받을 빚은 내 손자 같은 제자 놈에게 상속해야겠소.”

“제자가 있으면 그래도 좋소? 헌데 은공의 제자라면 장차 천하제일인이 되겠소이다?”

“허허! 내 제자 위겸은 이미 날 뛰어넘어 천하제일인이 됐으니 장차 고금제일인이 되지 않을까 싶소. 이제 주신다는 것을 주시겠소?”

“좋소! 지금 과한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천하를 갖은 후 은공의 제자가 뭘 요구하든 그 어떤 것인들 어렵겠소? 먼저 이걸 받으시오.”

“이게 뭡니까?”


주체가 사각 계혈석을 내밀었다.


“연왕부의 옥쇄요. 중원의 주인이 될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지만, 나중에 은공의 손자가 중원의 새 주인에게 빚을 받으러 오려면 증표 하나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니오.”

“허허! 맞는 말씀이오.”


염묵상이 옥쇄를 받자 주체는 염묵상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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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북화영 24.06.13 38 0 12쪽
75 75. 천마삼세 24.06.13 43 0 12쪽
74 74. 천하제일인 24.06.12 40 0 12쪽
73 73. 황금만 부자 24.06.12 44 0 12쪽
72 72. 동행 24.06.11 38 0 12쪽
71 71. 제일 전장 24.06.11 40 0 12쪽
70 70. 계수배를 올리다 24.06.10 39 0 12쪽
69 69. 사술의 흔적 +2 24.06.10 44 1 12쪽
68 68. 마지막 살행 24.06.09 44 0 12쪽
67 67. 가학 행위 +2 24.06.09 39 0 12쪽
66 66. 회계당 당주 24.06.08 43 0 12쪽
65 65. 무림맹의 경비 무사 24.06.08 39 0 12쪽
64 64. 혈마의 아수라혈경 24.06.07 43 0 13쪽
63 63. 힘 24.06.07 36 0 12쪽
62 62. 외상값 24.06.06 38 0 11쪽
» 61. 연왕 주체 24.06.06 40 0 12쪽
60 60. 흑금맹 24.06.05 40 0 12쪽
59 59. 쇼군 다카우를 죽이다 24.06.05 39 0 12쪽
58 58. 주원장과 주체 24.06.04 37 0 12쪽
57 57. 살수 복귀 24.06.04 40 0 11쪽
56 56. 냉여은의 죽음 24.06.03 36 0 12쪽
55 55. 제일전장 전장주 황금만 24.06.03 38 0 12쪽
54 54. 화산파 장문인 청무 2 24.06.02 45 0 12쪽
53 53. 화산파 장문인 청무 24.06.02 41 0 12쪽
52 52. 진압 24.06.01 38 0 12쪽
51 51. 여승량 24.06.01 43 0 12쪽
50 50. 흑사림 2 24.05.31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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