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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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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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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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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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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DUMMY

 

 

39화

 

 

 

다음 날 아침,

 

오래간만에 개운하게 잔 것인지. 바리의 안색이 밝다. 일어나서 분주히 집안을 돌아다니는 바리. 남의 집에 기거하는 것 치고는 익숙하게 물건들을 찾았다.

 

“신우야!!”

 

“...”

 

아직 자나? 다친것이 꽤 오래가는 모양이다. 출근 전에 신우 밥이라도 한 술먹이려 했다. 바리는 몇 번 더 불러보다 포기하고 어머니를 챙기기로 했다.

 

“..어머니~!!”

 

“...”

 

어머니는 아침 잠이 없으신데. 몸이 혹시 안 좋아 지신건가? 어머니가 걱정되었던 바리는 잠시간 고민한다. 고민은 짧았다.

 

“..어머니~! 저 바리입니다!!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그때 급히 열리는 문,

 

벌컥-

 

“우와앗! 깜짝이야!!”

 

신우였다. 바리는 기척도 없이 벌컥 열린 문에 괴성을 지른다.

 

“어머니 요즘 아침에 늦게 일어나. 내가 알아서 챙겨드릴게.”

 

그에 눈하나 까딱않고 답하는 신우. 행색이 자다가 나온 것 같지 않았다. 바리는 신우의 가지런한 머리 칼에 눈이 닿는다.

 

“..어, 어 그래... 근데 일어나 있었어?”

 

부르면 대답이라도 좀 해주지. 바리는 장난기 가득 한 눈으로 신우를 밉지않게 흘긴다.

 

“..어.”

 

“....?”

 

그 말을 끝으로 신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혼자 남은 바리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자리를 옮긴다. 아직 몸이 안좋은가보다.

 

“..저, 신우야!! 밥이랑 죽 해뒀으니까, 이따가 어머니랑 같이 먹어!!”

 

바리가 나가다 말고 뒤돌아서 소리친다. 생각해보니 저도 요즘 임시로 의원 일 한다고 신우를 잘 돌봐주지 못했다. 안그래도 아픈 어머니를 모시느라 힘들텐데.

 

“...”

 

돌아오지 않는 대답.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바리는 우선 출근 길을 나선다.

 

 

*

 

 

관청,

 

“안녕하세요오~!!”

 

“오냐.. 바리 왔냐.”

 

“네!! ..그런데 촌관님, 혹시 밤을 새우신겁니까?”

 

씩씩하게 인사하며 집무실로 들어선 바리. 인사하고 보니 보이는 촌관의 안색.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이 밤새 고생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아 조만간 중앙에서 또 사람이 온다더구나.”

 

“또요? 이 촌구석에 왜 자꾸 사람이 온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이번엔 또 뭐랍니까?”

 

“하아...”

 

대답없이 한숨만 푸욱 쉬는 촌관. 그 시선 끝에 어느 낡은 상자가 잡힌다.

 

“...? 뭔데요?”

 

그 시선을 따라가던 바리. 상자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다가간다. 바리는 상자를 열어보려다 촌관을 한 번 바라본다. 이거, 제가 열어봐도 되는건가?‘

 

“...”

 

촌관은 딱히 말린다거나 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그 침묵이 나타내는 허락에 바리는 상자를 열어본다.

 

“..엥? 뭐,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래.”

 

“근데 왜 온답니까?”

 

“뭐가 없어서 온다더구나.”

 

“에엥? 아니 뭘 찾는지 말이라도 해주던가, 이러다가 관청 살림살이 재고조사하다가 하루가 다 가겠습니다.”

 

촌관의 말에 열이 오르는 바리. 지금껏 저희들이 처리 한 일을 바라보더니 왈칵 성을 낸다.

 

“...”

 

촌관도 더는 할 말이 없는지 제 소매만 만지작거린다. 임시 의원직 부여하고 여태 시키는 일이 재고조사라니, 바리가 성을 낼 만 했다.

 

“아무리 그 중앙관이 재무부 출신이었다 하더라도 그렇지. 거기 관리들이 한 둘이 아닐텐데. 나랏님 물건을 왜 여기서 찾는답니까.”

 

다른 놈이 숨겼을지 어떻게 알아. 평소 바리라면 하지 않을 법한 생각. 애가 그래도 조금은 사회를 알아가고 있긴 한가보다. 촌관은 이와중에 쓸데없이 바리가 기특했다.

 

“...뭐, 그건 내가 할테니, 너는 이제 의원 일이나 하거라.”

 

“...촌관님은요?”

 

“난 원래 내 일이다.”

 

엄청 많아보이는데. 내 불만을 내뱉긴 했지만... 쌓여있는 서류를 보던 바리. 차마 모질게 떠나지 못한다.

그 눈치를 모를리 없는 촌관. 저 놈 저렇게 순해서 어쩌려고 저러는지. 머뭇대는 바리를 대신에 제가 나서기로 했다.

 

“..뭐하느냐. 어서 가봐. 의원들도 둘이나 없어서 죽겠다더라.”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횡령사실이 걸릴까 야반도주한 상급의원님이 계셨지. 저쪽도 일이 급하긴 매한가지구나. 오늘따라 무거운 발을 바리는 억지로 떼어낸다.

 

“바리야!”

 

“....!”

 

찝찝한 표정으로 의원관으로 향하던 바리. 저를 부르는 소리에 퍼득 정신이 들었다. 누구지?

 

“이야기 들었어. 넌 무슨 일 없었지?”

 

“...?”

 

오래간만에 만난 마을 사람, 채옥이었다. 성인이 되자마가 시가지로 나와서 직업을 구했다고 들었다. 그러고보니 관청에서 다모(여경)로 일한다고 한 것 같기도...

 

“어 난 별 일 없는데. 무슨 일이야?”

 

“다행이네. 마을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면서.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부모님이 난리셔.”

 

아 그 이야기. 저는 어제서야 알았는데, 시가지에 나와있는 사람이 들을 정도면 제가 느리긴 했나보다.

 

“아, 난 괜찮아. 난 거의 시가지 나와있잖아.”

 

“하긴.. 의녀라고 했지?”

 

그 말에 화색이 도는 바리. 품에서 의원패를 보여준다.

 

“짜란! 지금은 의원이지~~”

 

“의원?”

 

채옥은 바리가 보여준 의원패를 건네받는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의원패 옆에 이름은 안써있는데.

 

“신우가 아프거든. 임시로 받은 직위야..”

 

“아, 요즘 의원 귀하지. 우리도 귀한데”

 

바리가 1차 시험은 통과했었단 사실을 떠올린 채옥은 이내 수긍한다. 아까운 인재였다. 채옥의 눈에 아쉬움이 스친다. 그 눈빛을 보지 못한 바리는 채옥의 말에 걱정이 앞섰다.

 

“일이 많이 험한거야?”

 

몸을 쓰는 일이다보니 다치는 일이 잦을 순 있겠다 싶다. 채옥을 위해 나중에 약재라도 지어줘야겠다. 채옥의 몸을 훑는 바리의 시선에 전문가스러운 느낌이 묻어있다.

 

“그야 그렇지. 근데 우리 말고, 시신들 부검해줄 의원님들이 필요해서.”

 

“그런것도 있어?”

 

“얘는... 너희 아버지같은 의원만 있는 줄 아니? 부검의, 군의원 뭐 많다?”

 

“몰랐어.”

 

“에휴. 요거 언제 크냐.”

 

“..칫”

 

아직 애기야. 채옥은 그런 바리가 귀엽다며 머리를 실컷 흩뜨린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건지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뜬다. 바리는 그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

 

 

 

황국,

 

“이런 무식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이어가던 대신들. 근처에서 카랑한 목소리가 들리자 상석에 앉은 자의 눈치를 살핀다.

 

“이딴 것도 서신이라고 보내는거냐!!”

 

“...”

 

“감히 내 말을 무시하는게냐!”

 

“아닙니다...”

 

“멍청한놈....”

 

가장 멍청한게 누군지도 모르고. 위는 모르쇠하며 우아하게 제 앞에 있는 차를 마신다.

 

“위는 어디갔어!”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행동을 멈춘다. 성가시다. 하지만 문이 열리자 얼굴에 남아있던 감정을 지워낸다.

 

“오셨습니까?”

 

“위, 홍국에서 보낸 서신 봤나?”

 

“예.”

 

“위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무엇이 말입니까?”

 

“홍사 그놈이 나보고 멍청한 왕이라잖아!”

 

너, 그리고 왜 내가 말하는데 대답을 안해? 나 무시해?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났던건지. 만헌은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제 옆에 있던 궁인을 드잡이한다.

 

커흠. 대신들은 그 모습이 불편하다는 듯 저마다 헛기침을 하거나 인상을 쓴다. 하지만 위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홍사가 맞는 말 했다. 저 왕은 본인보다 먼저 서신을 본 신하를 문책하지 않는다.

 

“전하, 이제 그만 고정하시지요. 여기 대신들이 기다리고있습니다.”

 

“기다려야지 그럼! 내가 기다리리?”

 

보다 못한 내관이 그를 말려본다. 그러나 만헌은 뻔뻔하게 응수한다. 내관의 도와달라는 눈빛. 어자피 같이 오래 있기 싫었다. 위는 그제야 자리에서 내려온다.

 

“전하, 옥체가 상하십니다.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앞으로 방향에 대해 대신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죠.”

 

“...그러지 뭐.”

 

그림 같이 웃는 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만헌은 위의 손을 잡고 자리로 가 앉는다. 위는 그 뒤로 가서 선다.

 

“...진행해.”

 

혼자는 회의 하나 진행을 못한다. 새삼 깨닫는 멍청함에 위는 조금 더 힘주어 웃는다.

 

“이번 회의는 홍국와의 마찰에 관련해서, 대신들의 생각을 묻고자 마련하였소. 각자 의견을 내보시게.”

 

“제가,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발언하라.”

 

위의 말에 약속이나 한듯 먼저 운을 띄우는 재무대신. 만헌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위의 허락이 떨어진다.

 

 

*

 

 

“...그럼 회의는 이만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자와 아닌 자. 저마다의 뜻을 가지고 대신들이 회의장에서 나온다. 저희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리까지 갈 무렵, 한 노신이 불만을 내밷는다.

 

“..아무리 못 배웠더라도 그렇지. 회의를 하는데 폐하께서 한 마디도 못 하게 하다니. 저 치도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군”

 

“한 마디 하시라고 해도 못 하셨을겁니다.”

 

“...어허, 자네까지 왜 그러는가!”

 

차마 아니라고 하지 못하는 노신은 제게 핀잔을 넣는 대신을 꾸중한다. 노신의 얼굴에는 시름이 깊다.

 

“...헌데 정말 이대로 전쟁을 하는 겁니까?”

 

“폐하께서 달리 말씀이 없으시다면 말이지.”

 

“...그래도 한때 황국도 황제의 나라였던 때가 있었는데”

 

“홍국에 사대를 하기로 한지도 벌써 몇 백년이네. 그만하게.”

 

“...예”

 

과거의 영광을 찾는 젊은 대신. 노신은 그 모습에 황국의 망조가 보였다.

 

“부디 도발에 넘어가지 마셔야 할텐데.”

 

도발에 넘어가버리면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다. 노신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

 

 

한편,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위. 노신의 탄식에 이해한다는 듯 웃음을 머금는다.

 

“왜?”

 

저를 보고 웃은 줄 안 건지. 만헌이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위는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린다.

 

“회의가 잘 마무리 되어서 그렇습니다.”

 

“..난 뭐 한게 없는데.”

 

“그럴리가요. 전하께서 회의를 주관하고 의견을 모으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예, 전하가 여기 계시니 다들 이리로 모이신겁니다.”

 

 허수아비 왕 하나 없어도 회의는 잘 돌아간다. 속내를 숨긴 위는 자연스럽게 만헌을 추켜세운다.

 

“..크흠, 뭐. 그래도.. 결과가 맘에 안들어.”

 

“그렇습니까? 제가 의중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난 전쟁하기 싫어. 귀찮을것 같아.”

 

 전쟁이 하기 싫으면 안 되지. 귀찮아지는 건 나니까. 위는 이 참에 이전부터 행하려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하된 입장에서. 전하께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자를 가만 두고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반쪽 짜리라고 욕들하면서 무슨.”

 

 제 말에 솔깃했으면서. 만헌은 아닌 척, 칭찬을 더 듣고 싶어 말꼬리를 잡는다. 괜스레 딴청을 하는 만헌의 귀가 빨갛다.

 

“본래 황국도 황제의 나라였습니다. 과거에 악귀가 몰고 온 재앙만 아니었다면, 이리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습니다.”

 

“...”

 

“칭제(稱帝 : 스스로를 황제라 선포함)를 행하시지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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