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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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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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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37화

 

 

 

홍국, 백화궁.

 

크게 앓은 사람이 있는지. 약재가 어지러진 방안. 방 안에 약 냄새가 풍기는 것 치고는 건강해보이는 청년이 침상에 앉아있다.

 

“전쟁?”

 

누구한테 친히 내린 궁인지라, 홍사의 성질이 뻗치지 않던 몇 안되는 궁이었다. 이 평화로운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인간들 전부 힘을 합쳐 악귀랑 싸워도 모자랄 판에 무슨 전쟁이야? 아무리 성격이 고약하다고는 하나, 폐하께서 그러실리가”

 

최근 폐하께서 성질을 부리셔서 황궁의 절반이 날아갔다지. 하여 문노는 잠 잘 곳을 잃은 궁인들을 제 궁에 머무르게 하였다. 그러다 듣게 된 소식.

 

“최근 군부대신이 출사표(出師表: 전장에 나가기 전 임금에게 올리는 글)를 적고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소문이야 만들면 그만 아닌가. 적어도, 이 궁에 있는 사람들은 소문을 함부로 믿으면 안되지 않겠나?”

 

이 궁은 소문에 데인 자들을 숨기는 곳이기도 한 곳 아닌가. 백화궁 뜻이 흰꽃이 핀 궁 아니라 과거를 백지화하는 궁이라며, 이름을 잘 지었다 비꼬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황궁 절반을 날린 일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

 

하긴, 누님과 강림 형님 사이에 소문이 났을 때도 날리지 않던 황궁인데... 문노는 그도 그럴듯도 하다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린다.

 

“...누님이 가만 넘기실리 없지 않나?”

 

요 며칠 환궁하는 소리도 안들리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문노는 홍랑의 방 쪽을 한 번 흘끗 거린다.

 

그를 눈치 챈 한 궁인이 나서며 탕약을 내민다.

 

“홍랑님은 지금 궁에 안계십니다.”

 

“에?”

 

터엇-!

 

내가 앓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해결할 방도도 딱히 없으면서 문노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려한다.

 

탑-!

 

“이건 마저 드시지요.”

 

“...수리 형님.”

 

쓴건 싫다. 은근 슬쩍 탕약을 안 먹으려던 문노는 남들이 잘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춘다.

 

“이럴때만 형님입니까. 안 드시면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누님 궁에 없으시다면서요”

 

“이건 홍랑님이 주신게 아닙니다.”

 

“...?”

 

수리를 살짝 비켜서며 약재들을 보여준다.

 

“지금 마시는 탕약은 폐하께서 보내신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홍랑님, 이건 일주부 부관, 그리고 이건..”

 

쌓여있는 약재들을 가리키며 하나씩 설명하는 수리. 문노의 눈이 그 손끝을 따라가다 기겁한다.

 

“아아~! 그만, 그만요. 젊은 청년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이렇게들 약을 보내십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전히도 사랑받네. 수리는 소매에서 가져온 종이를 펼쳐보인다. 문노는 어버버하다 종이를 받아들고는 그를 바라본다.

 

“...? 이게 무엇입니까?”

 

“보나마나 이번에도 어디 기부하신다고 할 것 같아 조사해왔습니다.”

 

“역시 형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성의를 그냥 버리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그렇다고 저 쓴걸 다 먹기도 싫고. 문노는 한시름 덜었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이곤 종이를 읽는다.

 

“.....”

 

“천천히 고르셔도 됩니다. 완전히 병색이 가신 건 아니시니 일단 더 주무십시오. 이만 궁인들을 물리겠습니다.”

 

문노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수리는 궁인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온다. 이를 본 다른 궁인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 그래도 예를 차리는게 어떻겠습니까?”

 

조금 계급이 높아보이는 궁인. 이자는 황제가 보낸 사람이었다. 이 궁에서 오래 일한사람이 아니라면 필시 누군가가 보낸 사람이다.

 

“문노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시어.”

 

차게 응수하는 수리. 이에 궁인은 혀를 한번 쯧 차더니 자리를 떠버린다. 수리는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문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너희들도 가서 쉬어라.”

 

“...그래도 같이 하시는게,”

 

“건장한 청년을, 그것도 화랑인데. 이 많은 자가 보초를 선다는게 말이 되나? 주무신다고 하셨으니 그닥 너희들이 필요하지 않을거다.”

 

“네. 그럼..”

 

단호한 태도에 궁인들은 쭈뼛거리며 자리를 떠난다.

 

“...”

 

“...넌 왜 안가나?”

 

미동도 없는 궁인. 수리는 그에 답을 들으려는 듯 가까이 다가간다.

 

 

 

***

 

 

 

인적 드문 산길에 펼쳐진 이색 풍경.

 

“.....”

 

세상 화려한 가마와 그 주변을 호위하는 병사들. 홍랑은 이 불편한 상황을 얼마나 견뎌야 할지... 신경이 대단히 예민해졌다.

 

“왜?”

 

그 원흉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제 옆에 딱 붙어있다.

 

“도대체 여기까지는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잔뜩 성이난 미간을 보이는 홍랑. 홍사는 모른 척 하며 홍랑의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너가 가니까”

 

“...”

 

“머릿결이 좀 상한 것 같은데? 내가 준 기름 안 발랐어?”

 

화제를 돌려보려 괜히 머리카락에 집중하는 홍사. 홍랑은 더 이상 못참겠는지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카락을 가져간다.

 

“홍국의 황제께서, 그것도 용신 뵈러가는길에 따라오신단 말입니까?”

 

홍국 황실이랑 용신 사이가 안 좋은건 지나가던 아이들도 안다. 홍국을 세울 당시에 있던 일이라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애증하는 관계임은 틀림이 없었다.

 

“랑아, 미래의 국모로서 그런 태도는 좋지못해. 과거의 잔재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의 관계회복에..”

 

“그렇게 관계회복을 외치시면서 황국이랑은 왜 그러시는 겁니까.”

 

“....”

 

못 들은 척. 제 손톱만 보는 홍사. 홍랑은 속이 탔다. 용신은 황족만 보면 열불을 토하곤 했다. 그들의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던 건 홍랑의 집안.

 

반역으로 망한 집이라곤 하나, 그 핏줄이 어디 가진 않는지라. 제 역할을 해야만 했다. 혼자 가면 금방 해결 될 일을... 황태자 시절, 저를 몰래 따라온 홍사 때문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홍랑은 치가떨린다.

 

“하아, 최대한 용신 눈에 띄지 않으셔야 합니다.”

 

이내 졌다는듯 한숨을 쉰다. 은근히 눈치 보던 홍사도 슬그머니 편하게 자리잡는다.

 

“그럼~ 한번 해 본 건, 또 내가 잘 해.”

 

안 따라오면 안 해도 되는 일이다. 홍랑은 홍사를 한 번 흘기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몇 시진을 가마에 앉아만 있었더니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좀, 옆으로 가십시오.”

 

“왜? 일부러 붙은건데.”

 

“...”

 

저 혼자 말타고 오면 금방인데. 아예 팔을 둘러 자신을 껴안는 홍사. 흘기는 눈과 달리 홍랑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기분 풀렸다보네. 눈치빠른 홍사는 몸을 더 붙이며 궁금하던 것을 묻는다.

 

“근데 지금은 용신제를 지낼 시기가 아니지 않아?”

 

“그렇습니다.”

 

“근데 왜 불러?”

 

미래의 국모를 자기가 뭔데 오라가라 하나. 저와 혼인하면 이제 황족이 될테니 용신 뒤치다꺼리 안해도 되겠지. 홍사의 마음속에 계산이 섰다.

 

“이무기를 승천시키는 일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자기네가 잘못한 걸 왜 우리보고 하래.”

 

“.....잘잘못을 따지진 않았습니다.”

 

“무조건이야. 내 촉이 그래.”

 

그 말에 애매하게 웃어보이는 홍랑. 아니었으면 했지만, 잘잘못을 따지고드는 일에는 홍사만큼 적격인 사람이 없었다.

 

“그럼 궁은 혼자 돌아가시겠네요.”

 

“..뭐? 왜!”

 

“용신님이 일을 잘못하실 정도로 바쁘시다는 걸테니까요.”

 

저희 집안 선조가 용신의 하수인 아닙니까. 상사가 바쁘시면 부하들은 더 바쁘겠죠. 심드렁하니 말을 내뱉고는, 홍랑은 머릿속으로 천천히 계획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취소, 그 말 취소야.”

 

가만히 있던 홍사가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그런게 어딨습니까.”

 

“있어!”

 

홍사의 마음에 불을 지펴놓고는, 홍랑은 피곤하다며 홍사의 몸에 기대 잠을 청한다.

 

 

 

***

 

 

 

“바리야~”

 

“갑니다아~”

 

중앙관이 만들어놓은 소란이 마무리 된 후로부터 며칠 뒤, 바리는 다시 관청에 출근할 수 있었다.

 

“부르셨어요?”

 

“그래,”

 

바리 특유의 붙임성 덕에 친해진 관리. 저희들 시험 감독관을 보셨던 분은  촌주님이 직접 기용하신 촌관이라 하셨다. 최근에 있던 일들로 얼굴이 아주 반쪽이 되셨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약재를 좀 지어드렸더니, 그 후로 저희 집 약만 찾았다.

 

“이것 좀 부탁하마.”

 

“네에~”

 

신우는 몸이 아직 낫질 않아 며칠 더 휴식을 취해야 했다. 안그래도 처리할 일이 많다보니, 궁여지책으로 관리는 바리를 불러 임시 의원직을 부여한 상태였다.

 

“이것 참 일이 줄지를 않네요.”

 

퇴근 시간이 좀 지났지만 남은 업무는 처리해야했다. 끄트머리가 빨간 종이는 아주 급한 일. 온갖 곳에 빨간 종이가 천지였다.

 

“그러게 말이다. 이런 날벼락도 없다. 요 며칠 사이 이 작은 동네에 중앙관리가 몇이나 다녀갔는지.. 내 평생 볼 중앙관리는 다 본듯 싶더구나.”

 

“일전에 오셨던 그 중앙관께선 어찌 되신거랍니까?”

 

“작년부터 행적이 묘연한 자란다.”

 

“예?”

 

장산범으로 변했을 때 부터 정체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너무 큰 소식이다. 무려 중앙관을 사칭한거야? 바리는 손 놀리던것도 잊고 촌관을 바라본다.

 

“손이 논다.”

 

“아, 예에~”

 

관심은 가져도 손은 쉬면 안된다. 촌관은 너스레를 떨며 쌓인 서류더미를 뒤적인다.

 

“...어디까지 하면 될까요?”

 

바리의 말에 창밖을 흘끔거리는 촌관. 서류들을 보고 가늠하더니 바리에게 서류 한장을 준다.

 

“너는 집이 머니 그거까지만 하고 가거라.”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밤 늦게 돌아다지 말고 집에 들어가. 내 딸 가진 아비라 그런다.”

 

그러시다면, 뭐. 바리는 창 밖을 한 번 보더니 사양 앉고 촌관이 건네는 서류를 받는다.

 

 

*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냐,”

 

“너무 오래 계시진 마셔요! 제가 아비 모시는 딸이라 그럽니다!”

 

“허허, 그래.”

 

일전에 촌관이 했던 말을 따라하며 농을 던지는 바리. 촌관은 웃으며 그에 화답한다.

 

타악-

 

문이 닫히고 집무실에 혼자 남은 촌관. 입가에 띄우던 미소를 거두고는 서둘러 손을 놀린다.

 

“.....하아,”

 

하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인지. 손에 들린 붓을 내려놓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상급 의원이라는자가...”

 

대책 없이 잠적해버렸다. 서류를 보니 잠적한 이유가 짐작은 갔다. 횡령과 뇌물.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자가 어디 있겠나. 저도 가장인지라 가족들 생각에 유혹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렇다 한들 끝에 이런식으로 사라지면 그건 못난놈 밖에 더 되나.

 

투욱-

 

그때 떨어지는 어느 책. 몇 날 며칠을 어째 집무실 청소도 제때 못한다 했는데. 무질서 속에 질서라고 나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 이거.”

 

인사책이었다. 가만히 책을 쓸어보던 촌관의 손이 멈춘다.

 

“...아까운 인재네”

 

누구를 생각하는건지. 잠시간 누군가 앉아있던 자리를 쳐다보는 촌관. 귓가엔 그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보를... 하러 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 손에 쥐어주던 의료도구함. 촌관은 창 밖 너머 멀리를 바라보더니 책을 치우고 일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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