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54화 ⑵
신우네 집.
끼-익-
“신우야아...?”
평소 퇴청 시간보다 이른 시간. 하지만 집은 조용하기만 하다. 바리는 집 주변을 둘러본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 어머니이~??”
몸도 안 좋은 사람들이 다 어딜 간거람. 바리는 방 문앞에 놓아두었던 신발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신우는 거의 나았다 쳐도, 어머니는 왜?
“...조금만 기다려 볼까?”
그냥 들어가서 자면 될 것을. 두 사람이 걱정 되었던 바리는 마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
툭툭,
“바리야.”
“..크앙!”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바리는 눈꺼풀을 비비며 저를 친 사람을 보려고 노력한다.
“...아직 밖에서 자긴 일러. 들어가서 자.”
“신우?”
“그래.”
“너랑 어머니 어디갔었어?”
정신이 든 바리. 신우를 보고는 대뜸 어디 갔었냐 묻는다. 내가 두 사람 얼굴은 보고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구.
“...어머니는”
말 끝을 흐리는 신우.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도 모른 채 바리는 하품을 하며 신우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친척집에 가셨어.”
“...이렇게 갑자기?”
“어, 이제 나도 출근하고. 하시면 어머니 혼자 계시니까.”
낮에 마을 할머니 만난 일이 있어서인지. 그 말에 쉬이 수긍하는 바리. 그러다 서운한지 입을 내민다.
“그..,”
“...?”
평소처럼 그럼 왜 진작 말 안해줬냐고 땡깡을 부리려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건 너무 낯설어서. 저를 볼 적이면, 신우는 어떻든 간에 항시 표정이 있었다.
“..아니, 너... 몸 괜찮냐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 신우는 표정이 없다. 바리는 아직 몸이 아픈가보다 하며 불안함을 내리누른다.
“어.”
그렇구나. 이상하게도 툭툭 끊기는 대화에 바리는 자리를 뜬다. 어정쩡하게 일어나는 저를 보지도 않는다. 바리는 신우에게 잘 자라며 인사한다.
“..난 먼저 좀 잘게. 너도 잘자!”
“응, 너도 잘자.”
이럴 땐 또 예전 같고. 알쏭달쏭한 그 태도에 바리는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
“조심히 다녀오게나!”
먼저 관청을 나서는 강림에게 주의를 주는 팽 의원. 시신에서 악귀의 흔적이 나와 걱정이 앞섰다. 제아무리 강림이라도 악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확인만 하고 바로 와야하네!”
“네.”
별일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강림. 하지만 팽 의원은 어째서인지 최근 망량(사념체를 부리지 못하는 하급 악귀 잔재) 따위에 흔들리는 강림이 걱정이 되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림은 이미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제 할일을 되새긴다.
보법을 사용하려던 강림. 익숙한 기척에 발을 멈춘다.
‘강림아~!’
“...이매.”
시신의 신원을 조사하고 관청에서 나오는 길. 아직 알아낸게 없어 신경이 예민했다. 공연히 강림은 저를 맞이하는 이매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훑어본다.
‘왜?’
“....”
두 사람 좀 가만히 두라니까. 이승에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넌 사실 저승에서 온 인간이라고 알려줘봤자 뭐 좋을게 있나. 고향 찾아가겠다고 자결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러면 더 멀어질 뿐이다. 강림은 대답없이 이매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한다.
‘보, 보고싶었어~’
강림 뒤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 섞인 기운. 이매는 제 잘못을 아는지눈치를 살살 보고있다. 잠시간 그렇게 대치하다 말문을 연 것은 강림.
“말하지 않았나.”
‘...뭐어얼?’
그에 강림의 눈썹 한쪽이 까딱한다.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건데. 이매는 제가 저지른 일 중에 뭐 부터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나 고민한다.
“그냥 둬라.”
‘....어어?’
“저 두사람.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괜히 우리가 한마디 얹어서 힘들게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아.. 그거’
‘아.. 그거’라? 강림의 눈썹 한쪽이 다시금 까딱거린다. 이매는 그 모습을 보고는 두 사람이 강림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래... 그래서 내가 진짜 조심히 나만 알려고 했는데에’
“조심히?”
‘...음, 소문 났니?’
“찾아왔지.”
‘뭐? 야.. 나 걔 그렇게 안 봤는데.’
“무인이 아니지 않나. 몇 날 며칠을 잠을 못자게 하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없던 성격이 나오는 법이다.”
‘...어?’
“그자에게 밤마다 찾아가서 계속 괴롭혔다지? 자꾸 말을 걸어서 가위까지 눌렸다더군.”
모른 척 벙쪄있는 이매. 강림은 그에 속지 않는다며 이매에게 주의를 준다.
“인간 사에 너무 관여하지마라. 너에게 좋지 않아.”
하지만 이매의 표정은 여전하다. 그 동안 벌인 일에 비하면, 이렇게까지 모른 척 할 수준은 아닌데. 제가 너무 강하게 말했나 싶은 강림은 방금 한 대화를 곱씹는다.
“...”
‘저기, 강림’
“방금.”
이매의 말을 막는 강림. 제 생각이 틀리길 바랬다.
“누가 찾아왔다고 생각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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