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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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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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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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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DUMMY

 

 

45화

 

 

 

신우네 집

 

“신우야! 옥수수 사왔어!!”

 

“···”

 

그놈의 시신 때문에 팽 의원과 강림은 며칠 째 집에 가지 못했다. 하여 신우네 집에서 기거하는 중인 바리. 하여간 아부지도 유난이다.

 

“.. 어디 나갔나?”

 

이 큼지막한 목소리를 못들을리 없으니. 머슥해진 바리는 코를 한번 훔친다. 옥수수 식으니 신우 방 아랫목에 두어야겠다.

 

벌-컥-!

 

“···?”

 

문을 열고보니 떡 하니 보이는 신우. 어디 나가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방 한가운데 앉아서 멍때리는건가?

 

“신우야? 집에 있었으면 말이라도 하지! 없는 줄 알고 옥수수 식을까봐..”

 

“바리야.”

 

“어엉..?”

 

참으로 오래간 만에 들어보는 목소리다. 그동안 뭐에 삐딱선을 탄건지, 일전에 또 강림님을 보고 눈을 부라리고 팽 하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뿐이랴? 왜 저에게도 불똥이 튄건지. 저와 강림님이 같이 있던 걸 본 뒤론 제게 말도 안 걸었었다. 신우는 삐치면 오래 가긴 해.

 

이제 좀 화가 풀린건가 싶어 표정이 밝아지는 바리. 하지만 이내 들리는 말에 어색한 웃음만 흘린다.

 

“주인 없는 방에 이런식으로 들어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어.. 미안”

 

날 서있는 말투.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적은 없었는데. 강림님께 우리 신우한테 뭐 잘못 하셨냐고 물어야겠다.

 

바리는 끙끙 거리며 방문을 닫는다. 그러다 본래 목적을 상기하고는 제 품에 있던 옥수수를 문틈 사이로 밀어넣는다.

 

달그락-

 

“이거, 너가 좋아하는 옥수수! 따뜻할 때 주고 싶어서 꼭 품고 왔는데. 식을까봐 그랬어. 미안. 앞으론 안 그럴게!! 식기 전에 먹어~!”

 

제 마음과 함께 밀어넣는 옥수수. 한 소리 또 들을 새라 바리는 후다닥 문을 닿고 제 방으로 들어간다. 그 사이 놓쳐버린 어느 시선. 아직 따뜻 한 옥수수를 바라보는 신우의 얼굴에 죄책감이 스쳤다.

 

찬바람 부는 신우를 피해 마루에 앉아 옥수수를 먹는 바리. 그 시선이 어느 방문으로 향한다. 신우 어머니의 방.

 

“..?오늘도 아주머니는 주무시는건가..”

 

제가 신우집에 묵기도 꽤 되었는데. 그 사이 신우 어머니를 뵌 적이 없다. 뭐라도 챙겨드릴라 치면 신우가 나와 말렸다. 불면증 때문에 밤잠을 설치신다고.. 신우가 최근 까칠해진게 밤새 어머니를 챙기느라 그랬나보다.

 

끼이-익

 

한참을 멍하니 옥수수를 씹던 때. 고요를 가르는 문소리가 튀어나왔다. 바리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 신우야?”

 

피곤해 보이는데. 신우는 어딜 나가려는 건지 채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훑던 바리는 신우를 바라본다.

 

“..? 곧 저녁인데 어디 가?”

 

“어. 먼저 자.”

 

“어디가는데? 몸도 안 좋으면서.. 내가..”

 

“간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신우. 바리의 볼이 뾰루퉁하게 부풀어 올랐다. 어째서인지 신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도..

 

“..조심히 다녀와.”

 

냠. 혼자 남은 바리는 문틈 새로 보이는 옥수수를 모른 척했다.

 

 

 

 

***

 

 

 

일주, 여귀와 까막의 집.

 

“...뭐 이런..”

 

여귀는 제 앞에 널브러진 두 새대가리 놈들과 뻘쭘해 하는 사람 하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

 

비형은 그 눈이 매서워 괜히 웃음으로 무마한다.

 

“....”

 

허나 독술사는 독해서 독술사라 했던가. 여귀는 눈하나 깜짝 않고 상황을 설명하라며 비형을 째려본다.

 

사고는 새놈들이 치고 왜 내가.. 비형은 입을 삐쭉이며 잠들어있는 수리와 까막을 흘긴다. 하지만 둘은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있을 뿐, 답이 없다.

 

“...비형님.”

 

“...그것이.. 저거.”

 

여귀의 눈이 까막의 손끝을 따라간다. 그 끝에 있는건 술병... 이긴 한데.

 

“..!!!”

 

그 손끝을 따라가던 여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건 제가 의뢰를 받아 만들어둔 것이다.

 

“..저걸 먹었다구요?!”

 

“..왜 그러십니까?”

 

“..저기에 꽂혀있던 참새꽁지는 못보셨습니까?”

 

“..못봤는데요?”

 

애초에 참새 꽁지가 어떻게 생긴줄도 모른다. 여귀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비형은 자기는 무해하다며 두 손을 다 들어보인다.

 

“...비형님.”

 

하지만 눈썰미 좋은 여귀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참새꽁지를 발견한다. 여귀가 무언갈 줍는 듯한 모습에 그 곁으로 다가간 비형.

 

“오호? 참새꽁지가 그렇게 생긴거군요?”

 

그러고 보니 수리님께서 엊저녁 서신을 쓰신다기에 제가 새 깃털같은 걸 주워주긴 했었다. 제가 범인이군. 비형은 머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얼마 못가 황급히 삼켰지만. 여귀의 기색이 심상치 않자 비형은 뒤로 한 발 물러선다.

 

휘릭-, 움찔.

 

여귀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물을 한동이 들고 들어온다. 뭐 하시려고 그러는지.. 한껏 쫄은 비형은 구석으로 가 몸을 피한다.

 

촤아악-!!

 

“끄아악!”

 

“커헉!”

 

“벼락 맞을 새들아! 일어나!! 너네가 지금 뭐 먹은줄이나 아냐?!”

 

 

*

 

 

“...그것 참 신기하네요.”

 

“...”

 

비형은 이미 비어버린 술병을 신기한듯이 둘러본다. 그 옆에 홀딱 젖은 수리와 까막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그 모습을 흘끗 보던 비형은 다시 술병 안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이게..

 

“용이 승천하기 전에 마시는 술이라는거지요?”

 

“..그렇습니다.”

 

“진짜로 이번에 이무기가 승천을 하긴 하나보네요.”

 

“그 전에 여의석을 찾아야 하겠지만요.”

 

여귀는 두 사고뭉치를 째려보며 대답한다. 이분이야 깃털을 몰라본다 하더라도, 너네는 왜 그랬냐. 제 쪽을 보지도 않은 채 대답하는 여귀를 보니 괜히 더 눈치가 보인 비형은 어제 나눴던 이야기를 알려준다.

 

“아, 그건 금방 해결될겁니다. 홍사가 용마루로 갔다고 했으니까요.”

 

그 자가 이상하긴 해도 일 하나는 잘 하지 않았습니까. 참으로 인정하기 싫지만 말이지요. 비형은 굳어진 분위기를 풀려고 농을 던져본다.

 

“..네?! 홍사가 황궁에 없습니까? 그럼 지금이 기회인데 이 새대가리들이!!”

 

“...허허..”

 

홍사 이야기가 나오자 정신이 되돌아온건지. 수리가 너털웃음을 흘린다. 여귀의 기세를 읽은 까막은 비형 뒤로 숨는다.

 

“저, 근데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제 일은 해결 된 것 아닙니까.”

 

“...하아.. 새 종족이 여의주(酒)를 먹었으니 문제이지요. 용들과 같이 하늘을 공유하는 사이가 아닙니까.”

 

“...?”

 

더 이상 설명하기도 지친다며 여귀는 책상에 엎드려버린다. 그에 뒤에 있던 까막이 비형의 귀에 속살거린다.

 

“새로 하나 만들어 드리기 전엔 저희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용신이 노하셔서 벼락을 내리시거든요.”

 

쪼잔한 용. 비형은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불경한 생각을 내뱉었다. 그래도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한테 저도 너무한거지. 강림님께 옮은 걸테다.

 

“..그럼 저는 어쩝니까?”

 

“...안녕히 가십시오.”

 

“...?”

 

“어휴..”

 

까막은 느닷없이 인사만 남기곤 수리 옆으로 간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비형은 여귀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여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어서 설명한다.

 

“저는 여의주를 다시 만들어야 하고, 이 치들은 벼락을 때문에 밖을 나갈 수 없으니... 비형님 혼자밖에 움직일 수 없지 않습니까.”

 

“아...”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비형. 하지만 어제 수리가 밤올빼미들에게 서신을 보낸 걸 봤는데. 비형은 구원줄을 바라듯 수리를 바라본다.

 

“수리님? 어제..”

 

“하하... 밤올빼미들은 새종족 아니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수리는 그 구원줄을 잘라버렸다. 저도 문노에게 가야 해서 마음이 급한데 이것 참. 벼락은 밤 낮이 없을것이라 꼼짝없이 갖혔다. 차라리 우물이라도 있었으면.. 가만, 우물? 제 생각에 깊이 빠졌던 수리는 이거다 싶어 무릎을 친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무엇입니까?”

 

“우물 말입니다.”

 

“...미쳤니? 지금 황새들 때문에 거기 매부리꾼이 아예 살림을 차려뒀더만”

 

“아이, 어째 좀 몇주걱만 퍼와봐!”

 

다른 곳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 우물 물을 퍼와서 이동을 할 수 있긴 했다. 근데 그걸 매 놈들이 비켜주나.

 

“안된다고요. 보나마나 지하실로 가기도 전에 치이고 말지.”

 

비형님 그냥 홍사 오기전에 경비들 싹 다 쓸고 궁으로 들어가세요. 그럴 능력 되시잖아요? 여귀는 수리가 낸 의견을 가볍게 무시한다.

 

이분이 누굴 강림님으로 아시나. 비형은 고개를 난감한 웃음과 함께 그 의견을 저지한다.

 

“들어가더라도, 나오진 못할겁니다.”

 

“....”

 

“아잇, 여귀! 나 문노님께 가야한다고!”

 

“그러게 누가 남의 술 먹으랍니까?!”

 

“..아니, 너가 만든 술은 맛있으니까.”

 

술도 독 아니냐.. 뛰어난 독술사가 만든 술인데 그게 얼마나 맛있겠냐. 여의주인줄은 몰랐지만. 수리는 입맛을 다신다.

 

“하여간. 그 이야긴 끝입니다. 수리님이야 독수리니 매가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시겠지만. 저는 참샌데. 매를 어떻게 이깁니까?”

 

그리고 비형님이 힘을 쓰시면 애초에 잠입이라는 이유가 사라지지 않습니까. 힘을 느낀 화랑들은 다 뛰어올텐데. 여귀의 논리정연한 말에 수리는 말을 잃었다.

 

“...”

 

“그런줄 아시고, 수리님은 얌전히 여의주 완성될 때까지 여기 계십시오.”

 

“...안된다.”

 

이분이 또. 여귀는 수리의 고집이 또 도진건가 싶어 인상을 쓰며 한마디를 하려한다. 그 때 부르짖는 수리.

 

“..차기 용신님이 문노님이랑 같이 있다고!!!”

 

“.....?”

 

 

-

 

 

며칠 전,

 

[...넌 왜 안가나?]

 

수리가 축객령을 내렸는데도 가지않고 가만히 있던 궁인. 낌새가 수상하여 수리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하늘 냄새가 나는군. 새 종족이었으면 저가 먼저 알아보았을 것이다. 수리는 제 품에 있는 칼 깃을 만지작 거린다.

 

[수장은 다르군]

 

그 모습을 눈으로 담던 궁인.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더니 돌연 칭찬을 남긴다. 그에 기분이 상하는 수리. 칼 깃을 꺼내 그를 향해 겨눈다.

 

[....누구냐.]

 

[하늘 냄새가 날텐데 못 알아보는건가?]

 

[...?!]

 

궁인은 제 치장을 걷고 본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러자 나타나는 검붉은 눈.

 

[...차기 용신님을 뵙습니다.]

 

이무기 중에서도 붉은 눈을 가진 이무기라면 곧 용신이 될 분. 홍진님 한 분 뿐일터다. 수리는 좀 전에 맡은 하늘 냄새를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다.

 

[하하, 그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는 없네. 내가 멋대로 내려온 것이니.]

 

[....감사합니다. 헌데 어쩐 일이십니까?]

 

[내 권속한테 일이 있어서.]

 

[..권속이요?]

 

[음... 예비 권속인가?]

 

홍진은 문노가 있을 방을 가리킨다. 그 모습을 보던 수리는 표정을 굳힌다. 아직 홍랑님이 건재한데.

 

[홍랑은 용신 모시는 일에 곧 손을 떼야 할 걸세.]

 

용신들은 예지력 있는거 알지 않나? 나도 그 비스무리한게 보이는 듯 해서 그래. 천기누설을 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있는 홍진을 보자니 수리는 머리가 띵 했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아닙니까. 문노님은....]

 

[그만, 괜찮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귀찮아 질 일은 최대한 뒤로 미루려던 수리의 노력. 그 노력은 뒤따라 들리는 목소리에 좌절되었다.

 

[문노님...]

 

[.. 차기 용신님을 뵙습니다.]

 

[내 권속은 말이 통하는구나.]

 

홍진은 이겼다는 미소를 보이며 문노의 방으로 들어간다. 문노는 수리가 준 종이를 흔들어보이며 문을 닫는다.

 

[순해가지곤...]

 

수리는 못이기는 척 어깨를 으쓱인다. 뭐 어쨌건 본래 일은 처리한다지 않는가. 제가 일반서류인 척 가장해서 전달해준 서신을 봤다고 흔들었으니. 수리는 이후로도 밤올빼미들이 오기 전까지 문노의 방 앞을 지켰다.

 

 

-

 

 

“...그런데 여기서 술을 훔쳐먹습니까?”

 

술주정뱅이. 비난을 담은 여귀의 눈이 수리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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