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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시작부터 절대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3.08.29 17:00
최근연재일 :
2023.12.29 23:2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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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6
추천수 :
445
글자수 :
28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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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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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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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복수행의 시작 - 23

DUMMY

두우우웅.


메아리가 일대를 집어삼켰다.


뱃속까지 흔드는 굉음에 제자들이 귀를 막고 죄다 주저앉았다. 파장이 잦아들고 놈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때였다.


집안의 어둠에 몸을 감추고 있던 진호연이 사람 머리통만 한 포탄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뻐걱!


갑작스레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포탄이 어느 제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터뜨려버렸다. 골통이 작살나 뇌수를 줄줄 흘려대는 꼬락서니에 해남장문이 경악했다.


“으아악!”

“포, 포탄을 맞고 살아있다고?!”

“설마 소림에서 금강나한을 보냈나!”


가만히 앉아 무식하기 짝이 없는 기탄을 쏘아내는 걸로도 모자라 철포금종으로 화포의 포탄까지 몸으로 버텨내는 절대고수를 어찌 이길 수 있으랴.


해남장문이 당황하여 공황에 빠지는 사이, 이미 불이 붙은 화포들이 다섯 문은 늘어서서 진호연을 겨누고 있었다.


“이노오옴! 두 발째도 막나 보자꾸나!”

“히히히! 금종조가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포화를 계속 버틸 수 있겠느냐!”

“죽어라 이 사마외도!”


무성왕식 화포를 다시 한번 맞게 된다면 영취보탑을 유지하는 진호연도 기혈의 부상을 각오해야 했다.


진호연은 곧장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꽈아아아!


그와 동시에 포탄이 해남장문의 거처를 뚫고 들어갔다. 벽이 무너지고 안에 있는 침상과 책장 등 집기들도 모조리 휘말렸다.


장로들이 옆에 장전해둔 화포를 조준했다.


“도망치다니, 정정당당하게 맞서지 못할까! 이 비겁한 사마외도 노오옴!”

“이번 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꾸나!”

“으히힉! 간다아!”


포화가 터지며 달아나는 방향을 향해 포탄이 날아갔다.


“···!!”


진호연의 맥에 기가 충만해지고 압력이 높아지며 시간이 조금씩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발을 멈추며 몸을 뒤로 젖혔다. 발바닥은 지면을 디뎌 정강이를 세우고 무릎 위의 신체는 일자로 누운 철판교(鐵板橋)의 세 그대로 바닥을 미끄러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확하게 진호연의 상체가 있었을 부분으로 포탄이 지나갔다. 본능의 선택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옆구리에 포탄이 틀어박혔을 것이었다.


“노옴! 네 발째도 피하는지 보자꾸나!”

“이제 뒈지거라 이 사마외도!”

“흐히히히!”


바닥을 주욱 미끄러지며 상체를 세운 진호연이 지면을 박찼다. 공중으로 이 장은 뛰어오르며 안심하는 찰나, 진호연은 공처럼 몸을 웅크렸다.


꽈아아아!


진호연이 뛰어오른 곳으로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가 도망칠 방향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쏜 화포였다.


진호연의 실력도 귀신같았으나 해남검문의 장로들 또한 귀재 중의 귀재였다. 놈들이 지리멸렬하게 굴었지만 화포를 다루는 솜씨 하나는 수군의 백전노장을 상회하는 실력이었다.


둥글게 웅크린 몸을 회전하며 가까스로 포탄을 피했다. 자칫했으면 발목이 쓸려 하체가 뜯길 상황이었다. 진호연은 이어질 포격을 예상하고 영취보탑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꽈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다섯 번째 화포가 폭음을 터뜨렸다.


진득한 기가 솟구치고 압력이 높아지며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와중, 눈앞을 지나가는 포탄이 흐릿하게 포착됐다.


그 포탄의 표면에는 격자형의 흠집과 심지구멍이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심지는 완전히 타버렸는지 새카만 구멍만이 남아있었다.


지금까지의 포탄은 그저 쇳덩이였으나 이 포탄은 확연하게 달랐다.


무성왕이 만들었다는 무왕진천뢰(武王震天雷)!


터지는 순간 작은 쇳조각들이 주변으로 흩어지며 광범위에 대량살상을 일으키는 화약병기였다.


포를 연달아 쏘던 중에 이 무왕진천뢰의 폭발시간까지 계산하다니, 어지간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던 진호연도 몹시 경악했다.


‘미쳤···!”


철포삼이 더욱 부풀어 얼굴까지 가리고 금종조가 한층 견고해졌다.


진호연의 몸에서 기파가 터짐과 동시에 스쳐지나간 무왕진천뢰가 폭발했다.


쩌어엉!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진호연의 등에 화염과 무수한 쇳조각이 틀어박혔다.


카가아앙! 카라랑!


등을 가린 철비파와 영취보탑으로 무왕진천뢰의 직접적인 타격은 막아냈지만 폭발의 충격으로 공중에 떠있던 몸뚱이가 튕겨나갔다.


진호연은 바닥을 몇 차례 구르곤 벌떡 일어나 어두운 숲으로 내달렸다. 안법으로 시력을 돋구어 숲 너머 해남검문이 진을 펼치는 것을 주시하고, 귀를 열어 주변의 소리를 잡아냈다.


“···숨었구나! 비겁한 사마외도 놈!”

“···어디 이번에는 열 문을 놓고 쏴 볼까, 이것도 피하나 보자꾸나!”

“···흐히히, 여기가 바다였으면 네놈은 이미 죽고도 남았음이야!”

“···일대제자들은 들으라! 사방으로 흩어져 검진을 갖추어라! 흉적이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포위하여 제압하라!”

“···아니! 화포를 쏘는데 거기에 제자들을 밀어 넣고 검진을 갖추라 하면 어쩌란 말이오! 생각을 좀 하십시다!”

“···제자들은 포진을 갖추어 장로들을 보조하라!”


맥의 열기와 압력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잠시라도 멈출 여유가 없었다. 장로들이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포탄을 쏘아내는 걸로도 모자라 무왕진천뢰의 폭발시간까지 계산하여 화포를 쏴대고 있었다.


지금 화포를 재장전하는 시간에 장로들을 죽여야 했다.


내기의 압력으로 코피를 마구 쏟아내기까지 하니 호흡마저 달렸으나 이를 악물고 나무의 위로 뛰어올랐다.


나무에 다리를 얽어 자세를 견고하게 고정한 진호연은 등에 메고 있던 비파를 앞으로 돌렸다. 검은 천을 풀어 현을 드러냈다.


진호연이 현을 쭈욱 잡아당겼다.

코피가 코로 쏟아지다 못해 입천장을 통해 입에서도 흘러나왔다.


꾸우우욱, 키이잉!


기다란 기탄이 쏘아졌다.


“온다! 다들 막아서라!”


장로들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기탄을 보고 무성왕식 화포의 방패 뒤로 숨었다.


“흐히히! 멍청한 놈!”

“어딜 감히! 무성왕식 화포를 얕보다니! 그런 기탄 따위가 철갑을 뚫는지 보자꾸나!”

“사마외도 노오오옴! 무성왕식 화포의 무서움도 모르는 걸 보니 촌에서 왔구나!”


하지만···.


맹렬하고 맹렬하게 회전하는 기탄은 장로들이 아니라 장로들의 뒤에 있는 병기고로 들어가 버렸다.


풍!


장문과 장로들, 제자들, 해남검문의 모두가 벙찐 얼굴로 병기고를 돌아봤다.


아주 찰나의 찰나였고, 영겁 속의 한 장면이었다.


‘히히···히?’

‘이런 사마외도 노옴!’

‘이노옴! 지옥에서 보자꾸나!’


···쿠우우우웅!!


아주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병기고가 대폭발했다.



***



산의 전각 곳곳에 불이 밝혀지고 굉음이 울리자 산 아래를 순찰하던 해남검문의 제자들이 일제히 올라갔다.


곳곳에 있는 제물의 부락들도 산을 가득 채운 소리에 불이 밝혀졌다. 불안감 속에서 산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엄마, 무슨 소리야?”

“쉿, 조용히 해.”


···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앙.


정체 모를 굉음이 연달아 터지고, 그 둔중한 소리는 산골짝을 타고 아주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멍하니 산을 올려보던 촌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산이···울었다.”


주민들이 촌장에게 다가오며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무성왕께서 깨어나신 걸까요?”

“무성왕께서 노하신 게 분명합니다. 촌장할배, 해신에 이어 무성왕까지 노하셨으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떠나면 신벌이 내리는 게 아닐까요?”

“우리 딸년 아버지가 저기 산 위에 계신데···.”

“우리 애도 나으리께서···.”


해남검문 제자들에게 겁간을 당해 아이를 낳은 여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 수가 이십을 넘어갔다.


한 아이가 어미의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부지? 우리 아부지? 아부지라고 하지 말라고 했잖아.”

“쉿, 이 철딱서니 없는 년아. 어디 경을 치려고. 나으리들께 아부지아부지 이러고 있어.”


젊은 사내들 몇몇도 주저하며 촌장을 만류하려 했다.


“저도 나으리께서 위에 계신데.”

“아버지라 부르지는 못해도···.”


그야말로 미움과 그리움, 피와 원한이 복잡하게도 섞인 관계였다.


촌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 시끄럽다! 강호인 나으리께서 산에 오르고 큰 이변이 생기면 그때 달아나라 하셨다. 무성왕께서 해남검문에 재앙을 내릴 터이니 휘말리지 않도록 도망치라 하셨어!”

“그래도···.”


촌장이 눈을 부릅뜨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시끄럽다고 했다! 니들 자식도 너희랑 똑같은 꼴로 살게 하고 싶은 게야? 밭일하다가 갑자기 끌려가서 못 볼 꼴이나 보고, 평생 죽어라 일한 것들 죄다 빼앗겨서 쫄쫄 굶고! 그리 살게 만들고 싶단 말이냐!!”


노기어린 호통에 앞으로 나섰던 이들이 뒤로 물러났다. 촌장은 불만이 가득한 노인들을 앞세워 도망칠 준비를 서두르고 장정 몇몇을 골라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옆마을이랑 아랫마을에 가서 지금이 도망칠 기회라 알려라.”

“다른 마을도요?”

“그래야지. 우리가 도망치면 남은 마을들이 덤터기를 쓰지 않겠냐. 강호인이 와서 도망치라 했다는 말만 전하고 바로 북쪽으로 달려라. 나머지는 그것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니.”

“알겠습니다요.”


몇몇 청년이 길을 떠나고, 촌장은 주민들을 통솔하여 떠날 채비를 했다.


박해를 피해 달아나려는 혼란 속에서 산제물 아이가 할아버지의 손가락을 끌어당겼다.


“할아부지이.”

“으응? 우리 강아지 왜?”


아이는 고사리손을 뻗어 산을 가리켰다.


“왜 산이 울어?”

“허허허, 무성왕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시는 거다.”


영문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일이야. 다 좋고 좋은 일이야. 아주 정의롭고 선한 분이 오신 게야.”

“좋은 일이야? 고기처럼?”

“아암, 고기보다도 좋은 일이지. 아암!”


천지개벽을 몰고 올 정의로운 강호인, 흑의복면의 진호연을 떠올린 할아버지가 아주 푸근하게 웃음지었다.


“강호인이라, 전설대로 하늘이 쪼개지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었구나.”



***



“으아아아악!!”


포연과 시체가 즐비한 피바다 속, 진호연은 한 사내의 어깻죽지를 잡아당기며 발코로 찍어 찼다. 찌익 소리가 나며 겨드랑이가 갈라지고 어깨뼈가 뽑혀 나왔다.


“흐악! 끄아학!”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을 발로 차 내곤 고개를 돌렸다. 이미 많은 제자들이 도망가는 중이었다. 사형제들의 내장을 밟고 미끄러지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도망, 도망! 빨리!”

“사, 살려줘어!”


진호연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포탄을 냅다 집어던졌다. 포탄이 날아들며 비탈에 있는 놈들을 마구잡이로 뭉개버렸다.


그놈들을 끝으로 더 이상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놈이 없었다. 수십 명을 놓치기는 했으나 예상했던 범위였고 노렸던 것이었다.


숨을 헐떡이던 진호연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위에 주저앉았다. 엉덩이 아래에서 질퍽대는 살덩이의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축축한 복면이 들러붙었다. 코에서 쏟아지는 피와 사람들을 터뜨리고 뒤집어쓴 체액 범벅이라 흑의복면이 온통 젖어있었다.


그는 복면을 내려 얼굴을 드러냈다. 지독한 내장 냄새와 피비린내 속에서 숨을 헐떡였다.


“크흡, 흐으흑.”


고통에 일그러진 진호연은 은갑을 꺼내 무성왕의 우진단(宇眞丹) 반쪽을 머금었다.


금세 녹아내린 우진단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가며 속에서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휘몰아쳤다. 역한 냄새도 지우는 복숭아와 연꽃의 진한 향기가 감돌자 이제야 숨쉬기가 편해졌다.


그리고 혀에는 아주 그리운 맛이 남아있었다.


“뭐야, 이거?”


혀를 시원하게 감싸는 새콤달콤한 맛과 코로 터져 나오는 향긋함에 남은 반쪽까지 집어먹고 싶을 정도였다.


진호연이 우진단의 맛을 음미하는 중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끄으, 사, 살려주십쇼.”


으깨진 정강이가 무거운 화포에 눌렸는지라 도망치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 해남장문이 눈물을 흘렸다. 이 무참한 살육을 벌인 살수가 얼굴을 보이고 본래의 목소리를 드러냈다는 건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해남장문은 모든 자존심도 내던지고 애원했다.


“살려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

“···명문대파의 장문이라는 자가 목숨을 구걸하는가?”


진호연이 손가락을 들어 주변을 가리켰다.


병기고 가득한 화약과 무왕진천뢰의 대폭발에 휘말려 죽은 무수한 제자들 외에도 해남장문의 명을 따라 진호연에게 달려들었다가 죽은 자들이 가득했다.


삼백 명이 넘는 제자가 죽어 널브러져 있는데, 한 문파의 장문인이라는 자가 제자들의 복수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살려달라 울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염치도 모르는 놈, 자존심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구나.”

“끄흑, 대체 왜?”


해남장문은 으깨진 정강이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정말 영문을 모르겠고 억울하여 목소리가 절절 끓었다.


“뇌진도 대협이 무슨 원한이 있어 우리를 핍박한다는 말입니까.”

“글쎄, 그건 네놈이 더 잘 알겠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닥쳐라. 환조선생에게 특제아편을 받기 위해 온갖 것들을 빼돌려 바친 놈이 입만 살았구나.”

“그건, 일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문을 위해···!”


진호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말로 해선 안되겠군.”


이미 말로 안 했는데, 여기서 더 뭘 어쩌려는 건지. 눈을 부라리는 진호연의 흉악한 표정에 해남장문이 기겁했다.


“흐익!”

“이리 와라.”


진호연이 놈의 상투를 휘어잡으며 억지로 끌어당겼다. 정강이 위에 올려진 화포가 굴러가며 살을 죄다 뭉개고 발가락까지 으깨버렸다.


“캬아악아악!”


뼈가 걸려 정강이가 크게 찢어졌지만 진호연은 아랑곳 않고 놈을 질질 끌고 갔다.


“물을 게 많으니 마음대로 죽지 마라.”



***



“···고금을 통틀어 이런 충신이 또 있겠는가. 안국공이 있음은 태조께옵서 내린 복이 분명하도다. 안국공이 아니었다면 어찌 역적의 마수에서 아직 어린 황상과 황실의 어른들이···.”


무성왕에 관련된 기록과 그간 해남검문의 장문인들이 남긴 일기를 읽었다.


“······염전에서는 염호(鹽虎)가 즐비하고 볏논에서는 가화(嘉禾)가 무성하니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알리는 상서로움이라, 금상의 덕이 삼청을 감읍시켜 위로는 천자를 보필하고 아래로는 제후를 다스리는 패자가 났음이로다.”


진호연은 작은 침음을 흘렸다.


호칭을 미루어 봤을 때, 이는 무성왕의 생전에 남긴 기록이었다. 그것도 무성왕과 함께 했었던 이의 일기가 분명했다.


“···손가락을 튕겨 저 거대한 절벽과 망망대해를 뚫어버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안국공께선 자신도 뚫지 못할 보갑이 있을까 고민을···.”


“···태황태후마마께옵서 안국공의 공로를 크게 치하하시어 상을 내리시노라 하셨사오나 안국공은 그저 공훈을 돌렸다. 몰락한 화산파와 형산파에 그 재물이 돌아갔다. 참으로 복되도다. 부인(夫人)인 안휘의 남궁씨께서 소실인 사천의 당씨에게 일러 악적에게 멸문당한 태산파와 항산파······.”


“···남궁씨 소생의 장녀께서 황후에 책봉되시리라 하니 참으로 경사로다.”


“···안국공이 빛과 함께 승천했다고 한다. 봉선을 준비하시던 황상께옵서 만고의 충신이며 참된 스승이었던 그를 그리워하여 무자송덕비를 세우고 무성왕이라···.”


한참 일기를 읽어내려가던 진호연은 어느 대목에서 눈이 멈췄다.


“······선조들의 일기이나 허무맹랑하여 믿을 수가 없다. 이 일기를 보는 후인들에게 묻노라. 태청신단경이 무성왕에게 이어졌다는 말을 믿는가? 정말 그가 빛과 함께 승천했다는 말을 믿는가? 그런 신선이라면, 그런 위대한 존재였다면 어찌 바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는가. 도독과 함께 바다로 나갔던 사부님과 사백숙들, 사형제와 제자들이 모조리 수장되는 동안 대체 뭘 했는가.”


그 일기는 원통함 탓인지 글자가 뭉개져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눈을 가늘게 뜬 진호연은 마지막 문장을 나지막이 읽어내려갔다.


“무성왕이시여, 그렇게 믿었는데 어째서 우리를 버렸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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