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ㄴㅁㄴㅇㄹㅇㄴㄹ

시작부터 절대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3.08.29 17:00
최근연재일 :
2023.12.29 23:2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2,115
추천수 :
445
글자수 :
283,780

작성
23.09.09 13:25
조회
495
추천
11
글자
16쪽

복수행의 시작 - 8

DUMMY

약장수단의 행렬과 함께 걸어가는 진호연,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던 소평이 진호연의 살갗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어제 보니까 살결이 차갑던데, 물에 너무 오래 있었던 거 아녜요?”

“아냐.”

“아냐?”

“아냐.”

“어, 그래.”


진호연이 고개를 돌렸다. 소평의 옆모습을 보고선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앞으로 향했다.


소평도 고개를 돌렸다. 진호연의 발걸음을 보고선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앞으로 향했다.


“지금 내 걸음에 속도 맞춰주는 거 맞죠.”

“응.”

“뭐야.”

“왜.”

“아니, 당연히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응’ 이러니까 놀라서요.”

“왜?”

“그냥 뭐···그렇다구요. 이상하다는 건 아니고.”


옆에서 함께 걷던 화랑유녀들이 삿갓의 너울을 걷으며 꺄르륵 웃었다.


“공자님, 소평이만 찾지 말고 우리도 좀 찾아주세요오.”

“어우, 하룻밤 마누라들이 널려있는데 조강지처 만들 셈이야?”

“사내대장부가 맨날 한 가지만 먹고 어찌 사나? 갈비도 먹고, 생선도 먹고, 가끔은 나 같은 풀떼기로 입가심을 하시구려어.”

“이 미친년들아, 제발 손거울 좀 갈고 다니라 몇 번을 말하냐. 소평이 얼굴 보고 니년들이랑 입이나 맞추고 싶겠니?”

“아 언니! 언니는 또 왜 초를 치고 그러시우! 거 공자님 밤눈이 흐려서 구녕 잘못 찾을 수도 있는 거지.”


묵묵하게 걷던 진호연은 화랑유녀들의 질펀한 농담에 고개를 돌리고 흐르는 강을 바라봤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선두의 두 사람.

부단주가 단주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오늘 밤에 죽여서 버리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괜한 혹입니다.”

“···그래도 좋기는 하나 혹여 강물에 멀리 떠내려가면 앞서 지나간 상행이 보고 우리를 의심하지 않겠나.”

“···강에 버릴 필요 없이 산자락에 묻어버리고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말이야.”


단주가 고개를 돌려 진호연을 흘끗 봤다.


“···아직 의심스러운 게 많아. 그걸 떠나서도 죽이기는 아깝지 않나.”

“···양물묘기가 그리도 탐나십니까.”

“···그게 아니라 조선재가 환생한 비파의 명수 아니냐. 그야말로 비파선재다 비파선재. 게다가 기도는 삼류이나 오랜 기간 강신건체로 근골을 다진 것이 분명하고, 잘 다듬으면 하오문에서 쓸만한 인재가 될 거야.”


부단주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은 지금은 하오문의 인재를 키울 때가 아니었기에 괜한 혹을 붙이고 다니다간 임무가 얼크러질 수 있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금 새로운 인원을 합류시킬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네 말도 일리가 있으나 적어도 하루는 두고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살인귀도 아닌데 약관도 안 되어 보이는 녀석을 꼭 죽여야겠나?”


진호연의 눈빛을 떠올린 부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습니다.”

“···굳이 처리를 하겠다면 어차피 행선지가 같으니 남녕부에서 광서향주에게 보내도 될 일이야.”

“···그럼 단주의 말씀대로 잠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단주가 고개를 돌렸다.


“흠···.”


저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진호연의 옆모습이 보였다.


“귀도 큼직하군.”


진호연의 귀가 살짝 움직였지만, 단주가 그것까지 알아채진 못했다. 단주가 전방으로 향하고 부단주와의 밀담을 멈추자 진호연도 고개를 돌렸다. 옆의 수레에는 후미에서 다가온 노인이 앉아있었다.


팔다리가 원숭이처럼 기다란 노인인 상비노(上臂老)였다.


“이봐, 짐승공자.”

“···예?”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스승이 누구인고?”

“무명자입니다.”

“그래? 잠깐 이 위로 올라와 앉아 봐.”


진호연은 천천히 나아가는 수레 위로 올라갔다. 짐짝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니 상비노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염병, 상판이 잘생긴 것도 잘생긴 건데 관상이 참 좋구먼.”

“그렇습니까.”


그러자 옆에서 걷던 소평과 화랑유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또또, 상비할배 또 점사 봐준다고 사기친다!”

“소평이한테 돈 다 털려서 빈털터리 됐는데 복채 뜯어낼 생각이슈? 독하기도 하다.”

“어허! 내가 관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본다니까? 씨버럴, 이년들은 믿질 않어?”


투덜댄 상비노는 진호연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곤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왕이 될 상이로다.”


진호연의 숨이 일순 멎고 눈썹이 움직였다.

아래로 내리고 있던 손끝이 떨릴 정도로 화들짝 놀라버렸다.


“···그렇습니까?”

“얼굴에 귀한 천품이 있어. 씨벌, 역적들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 하지만 씨가 따로 있는 게 맞아. 하늘에서 내린 왕기를 타고나는 사람만이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게지.”


상비노가 단죽을 물고 연기를 뻐끔 뿜어냈다.


“진짜야. 내 말 믿어서 손해볼 건 없잖아?”

“어머머, 그럼 소평이 나중에 왕비로 들어가는 거야?”

“그럼 나는 왕이랑 떡쳤네? 세상에나, 화랑유녀 따위가 성은을 입으셨구만?”


배를 잡고 웃은 소평이 진호연을 툭 건드렸다.


“왕이 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아?”

“몰라.”


진호연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옆에서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었지만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에라 미친년들아 역모로 끌려가고 싶으냐? 진짜 왕이 된 다는 게 아니라 왕이 될 귀한 상이니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출셋길이 열린다는 거지 이 모지리 년들아. 이런 실력에 천운이 있으니 황궁의 악사 나으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말이야.”

“어머어? 황궁의 악사? 벼슬아치 아냐?”

“공자님, 오늘밤은 소녀의 천막으로 오시려우? 비파를 타면 이년이 옆에서 교성으로 합을 좀 맞춰보게 말이오.”


묵묵부답이었던 진호연은 결국 잡담이 끝나고 상비노도 후미로 돌아갔을 때가 돼서야 삿갓을 슬쩍 들어올렸다.


“덥네.”

“그쵸? 올해는 유난히 더워요. 아래로 내려가니까 더 덥고 습한 것도 있지만.”

“후.”


하늘은 끔찍하게도 선명했다.

쩐득한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햇볕이 살거죽을 할퀴는 것 같았다.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으나 지독한 열기가 지면을 한껏 달궜기에 걷는 사람들 모두가 땀을 쥐어짜내며 지쳐가고 있었다.


끈적한 살결과 축축한 옷.

퀴퀴한 내가 진동하는 머리카락.


겨드랑이고 사타구니고 살이 접히는 부위에 땀이 차서 문드러진 냄새가 풍길 듯했고, 저 시퍼렇게 물든 수풀에서 질척한 흙을 뚫고 튀어나오는 싹들이 나무를 휘감아 숨통을 조일 것 같은 날씨였다.


이 맑디맑은 재앙 아래, 진호연이 삿갓을 살짝 들어올렸다.


“킁.”


어디선가 희미한 냄새가 풍겼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코를 틀어쥘 냄새였다.


“······.”


모든 것을 썩어가게 만드는 끈적한 무더위 속에 내장과 피가 부패한 역한 내음이 숨어있었다.


버러지들을 미치게 만드는 냄새.

구더기를 들끓게 만드는 끔찍한 악취.

생명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진호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길을 떠돌아다니며 시체를 종종 보고 그 뒤집히는 송장냄새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썩기 전의 신선한 송장냄새도 느꼈더랬다.


“···읍.”


허파에 들어온 송장냄새에 배와 가슴을 짜내는 것처럼 숨을 뱉어낸 진호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인자검의 원망어린 얼굴과 영문도 모르고 죽어버린 종복들, 그리고 백치가 되어 바닥을 기어다니던 인자검의 딸이 새카만 어둠에서 얼굴을 드밀었다.


소녀는 진호연의 빤히 보며 히죽 웃고선 깊은 우물로 몸을 빠뜨렸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진호연이 눈을 질끈 감고 투레질을 쳤다.


“공자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니 소평이 자신의 소매를 붙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진호연은 한차례 목을 꺾고선 소평에게 눈을 뒀다.


“왜.”

“큰일났어요.”


소평의 얼굴 위로 명암의 경계에서 떠오른 모든 얼굴이 겹치는 기괴한 감각을 느꼈지만, 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방에서 단주의 외침이 터졌다.


“다들 사위를 경계하며 전진하라!”

“송장 썩은 냄새다! 어딘가에 흉적들이 도사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


그 우렁찬 외침 후, 하오문의 모두가 자신의 병기를 뽑아들었다.


자신의 옆, 품에서 비수를 꺼낸 소평과 다른 여인들의 모습에 진호연은 눈썹을 살짝 들어올렸다.


“왜요?”

“아니.”

“왜, 우리 공연하는 거 보고 무공 익힌 거 뻔히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떠돌이 약장수하려면 한가닥은 해야지.”


진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굳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오문의 광대놀음을 지켜보며 이미 그 수준을 확인했었다.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이류 수준에는 발을 걸치고 있었기에 여인이라 하더라도 평범한 사내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되려 덩치는 크지만 아무런 병기도 꺼내지 않은 진호연을 보고 소평이 한 마디를 했다.


“삼류무공이라도 꾸준히 익혔다는 건 몸을 보면 알겠는데, 그래도 뭐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녜요? 건신법으로 근육을 잔뜩 불렸다고 칼이 안 박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자 진호연은 어색한 자세로 바닥의 짱돌을 움켜쥐었다. 그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돌팔매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꽤나 의기양양한 모양새였다.


“됐지.”

“흉적들이 돌팔매질에 참도 잘 당해주겠다.”


소평이 고개를 저었다.


마치 말 안 듣는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진호연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뭐가 이렇게 어설퍼. 내가 지켜줘야 하는 거 아냐? 덩치만 커서는.”

“아냐.”

“아니긴, 건신법 말고 뭐 배웠어요.”

“육합.”

“그리고.”

“삼재.”


소평이 큰 한숨을 내뱉었다.


“어째 사람 미치게 하더라. 육합삼재의 극의를 딴 걸로 깨우쳤구만.”

“그래??”

“그래가 아니라, 무슨 일 있으면 괜히 나서다가 칼 맞지 말고 뒤에 숨어있어요. 알겠어요?”

“응.”

“대답 좀 길게 해주면 덧나요?”

“으응.”


소평이 비수를 바닥에 집어던져버렸다.



***



산으로 올라갔던 부단주와 정찰조가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급히 내려왔다.


“단주, 이 바로 위에 산적으로 보이는 놈들 열 명이 죽어있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도망치는 중에 죽은 걸로 보입니다.”

“산적이 도망쳤다···라.”


덥수룩한 수염을 주무르던 단주가 물었다.


“다른 건? 전투의 흔적은.”

“전투는 아니고 일방적인 살육입니다. 다들 일격에 목이 갈려 죽었고 도끼···로 추정되는 상흔이 있었습니다.”

“파리는 얼마나 꼬였나.”

“이미 시체 아래에 구더기가 들끓고 흙 속에 알이 잔뜩 있었습니다.”

“젠장, 며칠 지났군.”


단주가 이를 질끈 깨물었다.


“그럼 우리를 앞서 간 상행은 아닐 거다. 그것들도 시체를 확인했을 건데, 그냥 지나간 건가.”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하나 나오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정비를 하며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시죠.”

“그곳이 흉적의 소굴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다들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단속하라.”

“예, 단주.”


선두에서 후미를 향해 걸어오는 부단주가 지나치는 사람마다 등을 툭툭 치며 신호를 보내자 소평이 말했다.


“산적들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긴장하고 있어요. 쉴 때도 마음 놓지 말고.”

“그래.”

“어, 그래.”


잠깐 소평을 뚫어지게 쳐다본 진호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집중했다. 손에 들린 큼직한 돌을 손가락으로 주무르며 한참 걸었으나 특별한 기색은 느낄 수 없었다.


한껏 긴장한 채로 전진하던 하오문의 약장수단 행렬은 저 굽은 길 너머로 서서히 드러나는 마을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췄다.


선두에 선 단주와 부단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서 볼 때엔 별 이상은 없어 보이는군.”

“평소처럼 선발대를 보내 정탐을 하고 숙소를 잡으실 겁니까? 아니면 전부 데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흠, 스흐으읍.”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단주는 고민했다.


만약 선발대만 갔다가 매복해 있던 정체 모를 흉적에게 습격이라도 당한다면 굉장히 큰 낭패였다. 그렇다고 수십 명이 되는 인원을 모조리 끌고 다가간다면 마을이 몹시도 소란스러워질 터였다.


“···조금만 더 전진하고 거기서 선발대를 보내도록 하자. 우리가 머물러야 할 마을에서 사람들과 마찰을 빚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선발대는 어떻게 추리면 되겠습니까?”

“그건 멀쩡하게 생긴 것들로···.”


말을 하다 만 단주는 뒤를 돌아봤다.


장신의 진호연 옆에 붙어 뭔가를 조잘조잘 떠드는 소평, 달구지에 앉은 팔이 기다란 노인, 후덕하여 생글생글 웃는 상의 중년남녀.


그들을 살핀 단주가 곧장 명했다.


“짐승공자와 소평, 상비노(上臂老), 광사(狂蛇), 풍호(瘋狐), 그리고 내가 함께 간다.”

“알겠습니다. 저는 수색조를 편성하여 주변을 살피겠습니다.”

“십 리 이내로 수색하고 발견한 것이 있건 없건 바로 복귀하도록.”


부단주에게 지휘를 맡긴 단주는 후미로 향하며 진호연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고, 공자님. 같이 다닐만하십니까?”

“예, 좋습니다.”

“마침 앞에 마을이 있는데, 오늘은 객잔에서 묵는 건 어떻습니까? 소평이도 자갈밭 위에 돗자리 깔아놓고 구르려면 죽을 맛일 겁니다요.”


단주의 눈짓으로 신호를 받은 소평은 진호연의 팔에 매달렸다.


“그래, 나 등 아파 죽겠어. 볼래? 어떻게 됐는지?”

“아니.”


진호연은 팔에 매달린 소평을 슬쩍 밀어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스흡, 소리를 내며 공기의 맛을 본 진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이고, 다행입니다. 이래 봬도 소평이가 제 조카 같은 놈이라 신경이 오죽 쓰이는 게 아니었거든요. 그럼 저희랑 함께 가시죠.”


단주가 길쭉한 휘파람을 불며 팔이 기다란 백발노인 상비노, 웃는 상의 중년사내 광사와 중년여인 풍호에게 손짓을 했다.


그들이 진호연의 주변으로 모이고, 단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마을을 가리켰다.


“자자, 다들 갑시다.”



***



강가에서 상행을 상대로 살아가는 영복촌의 주민들은 밤 사이에 작은 상행이 그대로 마을을 지나가버린 터라 몹시 언짢아하고 있었다.


“지나갈 거면 통행료라도 내고 지나가야지.”

“밥이라도 사 먹고 가지는, 요새 물길이고 땅길이고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 줄었네.”


한숨을 푹푹 내쉬던 사람들은 저기 저 굽은 길을 돌아 산모퉁이에서 수십 명의 행렬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상행인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손님을 받겠네. 어서 준비나 하자고. 오늘 엄청 바쁘겠구만?”


그 행렬에서 소수의 무리가 선두를 제치고 재빠르게 마을로 들어서는 모습에 객잔의 주인이 앞마당에 물을 뿌리고, 갖가지 상점들이 문간에 쌓인 먼지를 쓸어냈다.


길가의 그늘에서 부채를 부치던 촌로들도 일어나며 지팡이를 짚었다.


“허어, 어서 쳐둔 그물 전부 빨리 걷고 배도 단단히 묶어두라 하게. 큰일이야.”

“촌장! 하늘만 보지 말고 빨리 손님 모실 준비합시다.”

“손님도 손님이지만 하늘이···.”


차를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동구로 들어선 진호연의 무리, 단주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촌로들을 발견하고 공수를 하여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오, 어르신들.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시구려. 무슨 일인데 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오? 상행이오?”

“상행은 아니고 지나가는 약장수단입니다.”


근본을 알 수 있는 상행이 아닌 정체 모를 약장수단이라는 말에 촌장의 표정이 변했다.


“···약장수단? 마을 안으로 들어온단 말이오?”

“약장수단이라니. 설마 우리 마을에서 매춘을 하진 않겠지.”


술렁대는 노인들의 눈빛을 자세히 보기 위해 진호연이 삿갓을 살짝 들어올리다가 본의 아니게 촌장과 눈이 마주쳤다.


촌로들이 진호연과 그 옆의 소평을 보고, 뒤에 선 인상 좋은 중년남녀와 노인을 살폈다.


특히 촌장은 진호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귀공자께서는 뉘시온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작부터 절대고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필력부족으로 수련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3.10.09 161 0 -
47 혼란의 씨앗 - 7 +1 23.12.29 53 3 12쪽
46 혼란의 씨앗 - 6 23.10.31 135 6 13쪽
45 혼란의 씨앗 - 5 23.10.20 149 6 15쪽
44 혼란의 씨앗 - 4 +1 23.10.10 186 5 12쪽
43 혼란의 씨앗 - 3 23.10.09 159 6 14쪽
42 혼란의 씨앗 - 2 23.10.07 184 6 12쪽
41 혼란의 씨앗 - 1 23.10.05 208 6 12쪽
40 복수행의 시작 - 30 23.10.04 216 8 16쪽
39 복수행의 시작 - 29 23.10.03 212 10 12쪽
38 복수행의 시작 - 28 23.10.02 225 8 16쪽
37 복수행의 시작 - 27 +1 23.09.28 285 10 12쪽
36 복수행의 시작 - 26 +1 23.09.27 310 10 14쪽
35 복수행의 시작 - 25 +1 23.09.26 312 9 13쪽
34 복수행의 시작 - 24 +1 23.09.25 323 11 12쪽
33 복수행의 시작 - 23 +1 23.09.24 330 10 16쪽
32 복수행의 시작 - 22 +1 23.09.23 365 9 16쪽
31 복수행의 시작 - 21 +1 23.09.22 355 10 12쪽
30 복수행의 시작 - 20 +1 23.09.21 353 12 14쪽
29 복수행의 시작 - 19 +1 23.09.20 365 10 12쪽
28 복수행의 시작 - 18 +1 23.09.19 372 12 12쪽
27 복수행의 시작 - 17 +1 23.09.18 377 12 12쪽
26 복수행의 시작 - 16 +1 23.09.17 379 12 12쪽
25 복수행의 시작 - 15 +1 23.09.16 415 14 13쪽
24 복수행의 시작 - 14 +1 23.09.15 417 13 12쪽
23 복수행의 시작 - 13 +1 23.09.14 431 11 12쪽
22 복수행의 시작 - 12 +1 23.09.13 441 7 12쪽
21 복수행의 시작 - 11 +1 23.09.12 457 11 12쪽
20 복수행의 시작 - 10 +1 23.09.11 495 10 13쪽
19 복수행의 시작 - 9 +1 23.09.10 461 9 14쪽
» 복수행의 시작 - 8 +1 23.09.09 496 11 16쪽
17 복수행의 시작 - 7 +1 23.09.08 485 9 14쪽
16 복수행의 시작 - 6 +1 23.09.07 516 11 14쪽
15 복수행의 시작 - 5 +1 23.09.07 537 11 14쪽
14 복수행의 시작 - 4 +1 23.09.07 525 8 14쪽
13 복수행의 시작 - 3 +1 23.09.07 546 8 14쪽
12 복수행의 시작 - 2 +1 23.09.07 581 8 14쪽
11 복수행의 시작 - 1 +1 23.09.06 651 11 15쪽
10 왕가의 적통 - 10 +1 23.09.05 620 10 14쪽
9 왕가의 적통 - 9 +1 23.09.04 612 11 15쪽
8 왕가의 적통 - 8 +1 23.09.03 641 10 12쪽
7 왕가의 적통 - 7 +1 23.09.02 647 10 13쪽
6 왕가의 적통 - 6 +1 23.09.01 707 8 12쪽
5 왕가의 적통 - 5 +1 23.08.31 765 9 13쪽
4 왕가의 적통 - 4 +1 23.08.30 818 9 13쪽
3 왕가의 적통 - 3 +1 23.08.29 1,005 8 14쪽
2 왕가의 적통 - 2 +2 23.08.29 1,186 12 13쪽
1 왕가의 적통 - 1 +3 23.08.29 1,791 1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