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99,459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30 22:15
조회
3,855
추천
86
글자
12쪽

028 케라크 남작령 (3)

DUMMY

지난 회의 때 레탄의 백인대와 함께 출전하기로 한 바란은 오랜만에 무장을 갖추고 외부로 나왔다.


“역시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아.”

“그런가요? 아까 서류에 파묻혀 있던 마르셀 행정관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마르셀은 요즘 늘 표정이 좋지 않아. 나도 무서워서 말 잘 안 걸어.”


로빈이 미소를 지었다.

마르셀이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영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바란은 태연하게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바란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르셀을 비롯한 행정 인력에 비해서는 적긴 하지만 그래도 온종일 종이를 붙잡고 있었기에 오랜만에 외출이 반가웠다.


“모랭 탈환에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들었어.”


모랭을 공략하던 2개 군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몬스터를 모랭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하였다.


“갈란디아에서 몬스터를 모두 몰아냈군요.”

“아마 거기도 마무리하려면 만만치 않을 거야.”


몬스터들은 자신들이 점령한 점령지에 자리를 잡았다.

케라크도 코볼트 군단에 함락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지금 인근에는 코볼트 부락들이 엄청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게 다행일지도 몰라. 모랭에 갔다면 오크랑 드잡이해야 하는데. 오크보다는 코볼트가 낫지.”

“그렇긴 하죠.”


코볼트도 사나운 습성을 가진 몬스터였다. 그래도 타고난 전사라고 할 수 있는 오크보다는 상대하기 편하였다.


“오늘 공격할 부락의 코볼트 숫자는?”

“소메르 경의 말로는 50기 전후라고 합니다.”

“숫자가 그렇게 적지 않네.”

“아무래도 몬스터는 암놈 수놈 가릴 것 없으니까요. 그래도 금방의 코볼트 부락 중에는 가장 규모가 작은 곳입니다.”


인간은 전쟁이 나면 여자와 아이 그리고 노인을 대피하고 싸움을 할 수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남는다.

그러나 몬스터는 열외가 없었다. 무기를 들 수 있으면 모두가 전사였고 싸움터로 나왔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싸우다가 안 되면 뒤로 물려.”

“알겠습니다.”

“병사 하나가 아쉬운 판국이야.”


평소라면 남작령에 이백의 군사는 적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소와는 달랐고 상대도 같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였다.

병사를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것만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불필요한 희생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50기 전후라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


언덕 위에서 내려 본 코볼트 부락의 규모는 작지 않았다.

바란은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을 보았다.

칼레 성에서 방어전에 참여하긴 했지만, 아직 실력도 경험도 부족한 이들이었다.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굳은 채 서 있었다.


“이거 그냥 밀고 들어갈 거야?”

“아무래도 그게 낫지 않을까요?”


레탄 경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어차피 수적으로 자신들이 우세하였다. 코볼트라면 잘 숙련된 병사 수준의 전투력이었다.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바란이 묵묵히 코볼트 부락을 바라보았다.

그냥 밀고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바란은 단순히 병사들의 경험치를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붉은 돌풍 용병대 몇이나 따라왔지?”


옆에 묵묵히 서 있는 이에게 말을 건넸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얼굴 여기저기에 흉터가 가득한 이. 전쟁터라면 바란보다도 더 경험이 많은 전문가. 붉은 돌풍 용병대 대장 비트먼이 바란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열 명입니다.”

“달리기 잘하나?”

“네?”


예상외의 질문에 비트먼이 당황하였다.


“데리고 온 애들 잘 뛰냐고? 말 정도로 잘 뛰면 좋겠는데.”

“말만큼은 아니어도 일반 사람보다야 잘 뜁니다.”

“그래? 용병대는 무장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대기.”

“알겠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지만, 비트먼은 질문하지 않았다. 붉은 돌풍 용병대는 지금까지 고용주의 요구사항에 대해 토를 달아본 적이 없었다.


“레탄 경은 병사들을 저기 양쪽 언덕에 나누어서 배치해줘.”

“선공을 안 하실 생각이십니까?”


달자스가 이끄는 제 1 백인대는 기습 작전으로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다. 레탄도 달자스의 전술을 따라 할 생각이었다.


“나랑 로빈 그리고 붉은 돌풍 용병대만 부락으로 가서 코볼트를 저기로 유인해 올 테니 저기서 싸우자고.”

“아······.”


정면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해결할 방법은 유인 전술이었다.


“괜찮겠습니까?”

“말 타는 건데 어렵지는 않지. 용병대가 다리로 도망쳐야 하니까 문제긴 한데.”


바란이 최대한 장비를 최소한으로 준비하고 있는 비트먼을 비롯한 용병대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전쟁터 경험이 많은 용병대라면 누구보다 잘 도망치겠지.”


용병대는 싸움을 잘하는 전문가이고 고용주에게 친절한 이들이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던지면서 싸우지 않는다.

누구보다 목숨을 아끼는 이들이 용병대였다. 특히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한 용병대일수록 잘 도망쳤다.


“준비되었습니다.”


비트먼이 바란에게 다가왔다.


“용병대는 나와 함께 마을로 돌격하고 코볼트를 유인해서 저기 언덕까지 도망치는 거다.”


바란의 말에 비트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바란의 말은 용병대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왜? 부담돼?”

“솔직히 부담됩니다.”


붉은 돌풍 용병대는 처음으로 고용주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럼 부락으로 돌입은 나만 하고 용병대는 밖에서 대기하지.”

“그건 안 됩니다. 거기가 어디라고 혼자 들어가신답니까?”


바란의 의견에 비트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로빈은 반대하였다.


“코볼트 50기인데 뭐 문제 있어?”

“있지요. 혼자 들어가셨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걱정이 너무 지나치지 않아?”

“기사는 검도 피해 가고 화살도 피해 갑니까?”


로빈의 말에 바란이 머쓱하게 웃었다.

기사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마나 체인이라는 특수한 기술을 사용하기에 인간이 낼 수 있는 힘 이상을 내지만 결국 검에 찔리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보고 있다가 위험하면 로빈이랑 레탄 경이 바로 도와주러 오면 되잖아.”


태평한 소리에 로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상대가 코볼트여도 로빈의 말처럼 혼자 가시는 거는 위험합니다.”


레탄도 걱정스럽게 말을 하였다.

바란의 무용이야 이미 칼레에서 잘 보았지만 그래도 현제 케라크의 제일 상급자인데 너무 위험하였다.


“어차피 싸울 생각은 없어.”


코볼트 정도면 더블 체인의 기사인 바란이 혼자 적진을 뚫고 나오는 것은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다른 방법을 말해봐. 없으면 이렇게 진행하지.”


그렇게 바란의 작전이 결정되었다. 로빈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란을 바라보았다. 바란은 이제 싸울 준비가 된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이 방법이 현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


“자 다들 준비해.”


레탄은 병사들을 이끌고 언덕으로 이동하였고 붉은 돌풍 용병대는 긴장한 표정으로 바란의 뒤에 섰다.


“자 출발!”


바란의 우렁찬 명령과 함께 움직였다. 바란이 앞장서서 달리는 붉은 돌풍 용병대의 속도에 맞추어 코볼트의 부락으로 향하였다.


“쿠엑?”


한 코볼트가 부락으로 달려오는 바란을 비롯한 인간들을 발견하였다.


“쿠오오오!”

“케헥!”

“케케케!”


위험을 알리는 소리에 주변에 있던 코볼트들이 무기를 들고 바란의 앞으로 모습을 보였다. 주변 부락들이 인간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지금 앞에 달려오는 숫자는 생각보다 너무 적았다.


“하압!”


바란이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푸른 마나가 일렁이는 검을 코볼트에게 겨누었다.


“케헥!”


말이 빠르게 코볼트를 지나치면서 검으로 그대로 날렸다.

바란이 그대로 돌진하여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로빈을 비롯한 붉은 돌풍 용병대는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추었다.


쾅-.


“케헥!”


퍼퍼펑-.


“쿠헤헥!”

“크헥!”


특유의 푸른 기운이 일렁일 때마다 코볼트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뛰어!”


한바탕 검을 휘두른 바란의 외침에 붉은 돌풍 용병대와 로빈이 그대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빨리! 빨리!”


바란의 뒤로 코볼트 수십 기가 따라붙었다. 동족의 희생에 쫓아오는 이들의 눈이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바란은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다급하게 말을 몰았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용병대를 금방 따라잡았다.


“코볼트들이 엄청 빨라! 빨리! 빨리!”

“이 씨······.”

“%&$#@&$#!”


바람 소리에 용병대의 목소리가 묻혔다.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좋은 소리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입에 담지 못할 욕도 있는 것 같았다.

빠르게 질주하는 바란의 뒤로 로빈이 따라붙었다.


“용병대 안 챙기세요?”

“죽기 싫으면 잘 뛰겠지.”


바란의 말에 로빈이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의 몸으로 말처럼 달리고 있는 용병대가 보였다. 그 뒤로는 정말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코볼트가 눈에 들어왔다.

바란의 말대로 죽기 싫은 모양인지 용병대는 한계를 넘어선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도착!”


약속한 언덕이 있는 곳에 도착한 바란이 말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용병대가 정말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고 그 뒤로 코볼트가 바싹 쫓아오고 있었다.

용병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만한 미끼가 없었다. 눈이 돌아간 코볼트들이 용병대의 뒷모습만을 보고 쫓고 있었다.


“레탄 경!”


바란의 외침에 깃발이 하나 올라왔다.


“와아아아!”

“몬스터를 죽여라!”

“싸우자!”


언덕의 뒤에서 병사들이 모습을 보이며 코볼트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의 군대에 앞만 보고 달리던 코볼트들이 당황하였다.

방패병이 앞에 서서 코볼트와 드잡이했다. 그 사이에 창병이 코볼트를 공격하였다. 아직은 어설펐지만 나름 체계적인 공격에 코볼트 진영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로빈! 가자!”

“간다고요?”

“이럇!”


바란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죽어라! 못생긴 놈들아!”


바란이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케헥!”


앞에 서 있던 코볼트가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단칼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렇게 전쟁터를 싫어하던 바란의 움직임이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가벼웠다. 집무실에 박혀서 서류를 보던게 여간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쿠헥!”


코볼트 하나가 다시 쓰러졌다.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는 바란의 검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음?”


갑자기 몸을 휘감는 불안감이 덮쳐왔다.

전투는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불안했다. 왠지 쉽게 승리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안 좋은 느낌은 늘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뒤로 물러나! 방패병은 방패 들어!”


바란이 다급하게 외쳤다.


슈슈슈슈-.


한쪽 하늘에서 화살비가 날아왔다. 화살은 인간과 코볼트를 가리지 않았다.


깡-.


자신에게 떨어지는 화살을 쳐낸 바란이 말을 뒤로 물렸다.


“으악!”

“방패 똑바로 들어! 창병들은 방패병 뒤로 숨어!”


레탄을 비롯한 조장들이 병사들에게 다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난사되는 화살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나서야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저건 뭐야?


바란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한쪽을 바라보았다.

조악한 방어구와 무기를 들고 있는 다른 코볼트와 다르게 제대로 무장을 갖춘 코볼트가 등장하였다.

무장도 제대로 갖추었고 체구도 다른 코볼트와 다르게 우람하였다. 건장한 인간만한 체구를 가진 다른 코볼트의 호위를 받으며 전장에 등장하였다.


“그대인가?”


코볼트의 입에서 유창한 인간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왕에 등장에 바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성당에 가서 기도를 정말 해야 할까 봐.”


뭔가 일이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감입니다.”


로빈도 바란을 따라다니면서 좀처럼 보기 힘든 존재를 보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전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031 북쪽으로 (1) +1 23.06.02 3,863 72 13쪽
31 030 케라크 남작령 (5) +1 23.06.01 3,752 84 12쪽
30 029 케라크 남작령 (4) 23.05.31 3,776 76 12쪽
» 028 케라크 남작령 (3) +2 23.05.30 3,856 86 12쪽
28 027 케라크 남작령 (2) +1 23.05.29 3,976 82 13쪽
27 026 케라크 남작령 (1) +2 23.05.28 4,202 82 12쪽
26 025 기사로서의 명예 (3) +4 23.05.28 4,318 92 12쪽
25 024 기사로서의 명예 (2) +4 23.05.27 4,231 94 12쪽
24 023 기사로서의 명예 (1) +2 23.05.26 4,312 92 12쪽
23 022 서부 구출 작전 (7) +3 23.05.25 4,292 101 12쪽
22 021 서부 구출 작전 (6) +1 23.05.24 4,263 90 12쪽
21 020 서부 구출 작전 (5) +1 23.05.23 4,339 104 12쪽
20 019 서부 구출 작전 (4) 23.05.22 4,374 98 12쪽
19 018 서부 구출 작전 (3) +1 23.05.21 4,435 101 12쪽
18 017 서부 구출 작전 (2) +1 23.05.21 4,633 107 12쪽
17 016 서부 구출 작전 (1) +1 23.05.20 4,740 116 12쪽
16 015 아르투아 공방전 (5) +2 23.05.20 4,740 118 12쪽
15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23.05.19 4,762 104 12쪽
14 013 아르투아 공방전 (3) +4 23.05.18 4,810 105 12쪽
13 012 아르투아 공방전 (2) +4 23.05.17 5,022 114 13쪽
12 011 아르투아 공방전 (1) +1 23.05.16 5,386 110 12쪽
11 010 갈란디아의 기사 (3) +3 23.05.15 5,426 119 12쪽
10 009 갈란디아의 기사 (2) +2 23.05.14 5,497 125 12쪽
9 008 갈란디아의 기사 (1) +3 23.05.14 5,850 116 13쪽
8 007 오크가 몰려온다 (5) +3 23.05.13 6,017 127 13쪽
7 006 오크가 몰려온다 (4) +3 23.05.12 6,016 121 12쪽
6 005 오크가 몰려온다 (3) +3 23.05.11 6,191 136 12쪽
5 004 오크가 몰려온다 (2) +7 23.05.10 6,429 130 12쪽
4 003 오크가 몰려온다 (1) +12 23.05.10 6,907 148 13쪽
3 002 에스딘의 영지 관리인 (2) +6 23.05.10 7,299 14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