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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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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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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70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10 22:15
조회
6,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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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글자
12쪽

004 오크가 몰려온다 (2)

DUMMY

드넓은 평원에 오크가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인간에게 획득한 방어구로 대충 가린 몸 사이로 초록색 근육이 꿈틀거렸다.

가장 앞에 선 오크는 주변 다른 오크에 비해 월등히 컸다. 머리 하나는 더 있었고 어깨도 훨씬 넓었다.


“쿠엑.”


기괴한 소리와 함께 선두의 오크가 씨익 웃었다. 입 사이로 송곳니가 햇빛에 반짝였다.

인간은 오크를 미개하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오크보다 더 멍청한 것 같았다.

학습효과라는 게 없는지.

인간들은 성이라는 훌륭한 걸 놔두고 다들 멍청하게 정면승부를 한다. 이번에도 인간은 유리한 상황을 버리고 나왔다. 앞에서 다른 인간이 어떻게 당했는지 전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저러는 건지 이제는 알 수가 없었다.


“키에익!”


붉은 눈이 살의로 번들거렸다.

이 평원에 있는 오크는 200기. 모두 같은 부족 출신의 아주 뛰어난 전사다. 인간이 자랑하는 기사 한 명쯤은 아주 쉽게 갈라버릴 아주 훌륭한 놈들이었다.


“쿠오엑.”


대장의 몸에서 투기가 일어나자 주변에서도 투기가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초원을 가득 채웠다.

주변 부하들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대장 오크가 손을 힘차게 들었다.


“쿠에엑!”

“취익!”

“커헤엑!”


돼지 멱 따는 소리가 평원을 가득 채웠다.


차악-.


대장 오크의 손짓에 맞춰서 평원을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붉은 눈빛이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오크의 돌격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무지한 인간의 오만을 심판할 기회가 왔다. 오크들이 살의를 뿌리며 달려 나갔다.


* * *


전투는 사실상 시작과 함께 끝났다.

어제 임시 편성된 이라는 말처럼 군단은 반쪽짜리였다. 거기에 대부분은 제대로 훈련도 안 된 징집병. 도대체 야전을 택한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는 오크를 오늘 처음 전투에 나온 이들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한 번의 돌격으로 대형이 와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대형 사이로 오크들이 들어와 날뛰자 눈 깜짝할 사이에 갈란디아 군은 완전히 와해 되었다. 병사들은 전의를 잃고 도망가기 바빴고 오크들은 인간 사냥을 하듯 병사들을 쫓아가 죽였다.

비싼 돈을 받고 온 검은 질주 용병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오크에게 당했고 갈란디아의 은빛 날개 기사단은 무너져버린 전장에 주군인 백작을 보호하기 위해 검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물러났다.

뭐 어제 막사에서 자신 넘치던 귀족들 역시 대형이 무너지자마자 바로 후방으로 물러나기 바빴다.


“으악!”


로빈이 벌러덩 뒤로 나자빠졌다. 머리보다 큰 투구를 고쳐 쓰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크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며 송곳니를 빛내고 있었다. 흡사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살려주세요.”


로빈은 다급하게 바란을 찾았지만, 주변 어디에도 바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쁜 기사놈아! 어디서 뒈졌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욕을 보이지 않는 바란에게 선물해줬다.


“진짜 안 오냐고! 이 나쁜 놈아!”


욕한다고 바란이 어디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고 오크가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크가 배틀엑스를 어깨에 걸치고 로빈에게 다가왔다. 로빈은 싸운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당장에라도 배틀엑스를 휘둘러 머리통을 날려버릴 것 같은 모습에 아랫도리가 축축해졌다.


쿵-.


“쿠웩!”


바람처럼 기사 하나가 날아와 몸통으로 오크를 밀어냈다. 몸통 박치기를 당한 오크의 육중한 몸이 한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기사의 시선이 로빈에게 향하였다.


“내 욕할 시간에 어서 일어나라.”


방금 욕하던 바란의 등장에 로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엑?”


바란에게 밀려난 오크가 인간에게 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안 그래도 험하디험한 인상을 더 구기며 바란을 노려보았다.


깡-.


오크의 배틀엑스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바란을 목으로 날아왔다. 바란은 다급하게 검을 세우며 배틀엑스를 막았다.

마나의 힘으로 강화된 바란의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크윽.”


손목에서 타고 올라온 고통이 팔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까 몸통 박치기했을 때도 몸이 울려서 토할 것 같았는데 그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하압!”


배틀엑스가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자 바란이 검으로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왕국본검.

누군가는 처음 검을 잡는 종자의 수련용으로 쓰는 검술이라고 욕하지만 바란에게는 유일하게 제대로 익힌 검술이었다.


“받아라! 녹색 괴물아!”


바란이 먼저 오크에게 검을 날렸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베기였다. 정직하게 오크의 옆구리로 날아갔다.


깡-.


도끼에 검이 막혔다. 바란은 바로 다음 동작으로 이어갔다. 바로 검을 회수하여 이번에는 반대에서 대각선으로 베었다.


깡-.


이번에도 검이 막혔다.

마나를 끌어다 쓴 자신의 일격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괴물의 모습은 놀라웠다.

바란이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려고 했지만, 이번엔 오크의 동작이 더욱 빨랐다.


깡-. 깡-.


무거운 배틀엑스를 장난감처럼 휘둘렀다. 뒤로 물러나면서 정신없이 검으로 도끼를 막았다. 최대한 정면으로 막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스치기만 해도 팔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


“타핫!”


뒤로 물러나던 바란의 신형이 앞으로 움직였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바란의 검이 그대로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푸욱-.


푸른 기운이 감도는 검이 그대로 오크의 목을 관통하여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일격에 오크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붉은 눈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바란을 바라보았다.


쿵-.


바란이 검을 빼자 오크의 신형이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시발. 못 하겠네.”


투구를 벗어 던지며 바란이 욕설을 내뱉었다.

땀에 절어버린 머리.

거친 숨을 토해내는 표정에는 짜증이 한껏 묻어났다.


“아주 난장판이네.”


전장을 둘러본 바란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가관이었다.

오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일방적인 학살의 시간이었다.

오크의 행동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그들은 인간의 피에 오히려 더욱 흥분하며 날뛰었다.

어디도 절망적인 아주 뭐 같은 상황이었다.


“로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


바란이 검을 고쳐잡고 백작이 후퇴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살 수 있는 길은 백작을 따라 후퇴하는 방법뿐이었다.


“로비이이인!”


아직까지 죽음의 공포에서 나오지 못한 로빈이 바란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뒈지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


바란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살고 싶다면 자신을 따라와야 했고 그러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로빈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로빈은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바란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오크를 피하며 달리던 바란의 신형이 멈추더니 검을 세로로 들었다.


깡-.

콰앙-.


검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바란의 신형이 볼품없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 돼지 새끼들이.”


바란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서 자신을 날려버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건장한 기사가 두손으로 들어도 버거울 츠바이핸더를 한손으로 들고 서 있는 거대한 오크가 눈에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전의를 상실케 하는 외형이었다.


“그만 좀 해라! 돼지야!”


바란의 검에 푸른 기운이 맺혔다. 마나를 최대한 끌어온 바란이 단숨에 오크를 쪼개버리겠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콰앙-.


거대한 마나의 힘이 방출되었다.


“쿠에엑?”


츠바이핸더가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검은 부러진 츠바이핸더를 뚫고 오크의 머리를 정확하게 갈라버렸다.


“하아. 하아.”


일격에 베어버리려고 무리하게 힘을 썼더니 속에서 핏물이 올라왔다. 나름 튼실했던 마나 체인이 기침 한 방에 끊어져 버릴 것처럼 얇아졌다.


“잘 따라왔네?”


고개를 돌리자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빈이 보였다.

진정한 기사의 힘.

로빈에게는 지금 바란의 모습은 전설에서 전해지는 기사의 모습이었다.


“가자.”


로빈의 감정따위 봐줄 여유는 없었다. 바란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애초에 진지하게 전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던 탓에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후방으로 물러날 수 있었다.


“오크를 저지하라!”

“백작님을 지켜라!”


멀지 않은 곳에서 오크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은빛 날개 기사단의 다급한 음성이 귀에 들렸다.

어차피 백작을 지키기 위해 기사의 전력은 이쪽으로 집중될 것이고 오크 역시 백작의 목을 가지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었다.

잘만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로베 요새로 물러날 수 있었다.


“아. 뭐 계획은 늘 완벽하지.”


인생이란 언제나 그랬다.

자신의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크 하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쿠에에.”


오크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도끼를 손에 들고 있었다. 들고 있기도 버거울 것 같은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며 송곳니를 빛내고 있었다.


“쿠웨에에엑!”


오크가 귀를 더럽히는 기합과 함께 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바란도 마나를 끌어올리며 검을 들었다.


까아앙-.


검과 도끼가 허공에서 부딪히면서 불꽃을 날렸다. 상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란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정면승부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바란이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부웅-.


도끼가 무섭게 허공을 갈랐다. 바란은 머리 위를 지나는 도끼의 느낌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취이이익!”


번번이 자신을 공격이 실패하자 약이 오른 오크가 더욱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전투에 미친 이 종족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바란을 몰아세웠다.


깡-.


검으로 힘겹게 도끼를 막았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오크를 밀어내고 다시 거리를 벌렸다.

로베 요새로 향해야 하는데 앞을 가로막은 오크가 쉽사리 보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받아랏!”


달려드는 오크를 향해 바란도 달려들었다.

바란의 검이 먼저 오크의 목을 노렸다. 오크는 도끼로 검을 쳐냈다. 바란의 검은 집요하게 오크의 목과 얼굴을 노리고 날아왔다.

빠른 속도에 오크도 바쁘게 도끼를 움직이면서 검을 막았다.

얼굴을 노리던 검이 방향을 바꾸어 오크의 하체를 노렸다. 깜짝 놀란 오크가 도끼로 막으려 했지만 바란의 검이 더 빨랐다.


슈캉-.


“키에엑!”


허벅지와 종아리를 연속해서 빠르게 베어버렸다. 일격에 오크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으아아악!”


절규에 가까운 기합과 함께 바란이 몸통으로 오크를 그대로 들이박았다.


쿵-.


중심을 잃은 오크는 판금으로 무장한 기사의 몸통 박치기에 한쪽으로 날아가 박혀버렸다.

바란도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뛰어 로빈!”


바란은 로빈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대로 일어나 로베 요새 방향으로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오크를 쓰러트릴 힘은 없었다.

작은 틈이 보이자 그대로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바란의 노력의 보상을 받았는지 다행히 로베 요새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백작님이 들어오신다! 문을 닫아라!”


바란이 요새에 들어오자마자 백작도 요새에 들어왔는지 요새의 문이 닫히기 시작하였다.


“로빈?”


바란이 정신을 차리고 로빈을 찾았다.


“하아! 하아! 정말.”


로빈이 자신의 옆에서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버리고 도망가신 거죠?”

“아니.”

“맞는데.”

“아니야.”


바란이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갔지만 어디서 그런 체력이 생겨났는지 로빈이 악착같이 쫓아왔다.


“버린 거 맞잖아요?”

“아니야. 정신이 없어서 못 챙겼어.”


바란은 이상하게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한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연재시간은 밤 10시 15분입니다. 비축이 많이 쌓이면 더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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