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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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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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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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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54

작성
23.05.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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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7 서부 구출 작전 (2)

DUMMY

제라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맞은편에는 갈란디아 백작을 비롯한 백작가의 가신들이 앉아 있었다.

제라르는 귀족 자제 출신이지만 마법사의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많은 귀족들의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다들 눈빛이······.’


귀족들의 시선에 담긴 많은 의미에 제라르는 움찔하였다.


“그럼.”


침묵을 깨고 갈란디아 백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북쪽에서 몬스터가 등장하는 바람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칼레를 비롯한 지역을 잘 지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전 마지막에 보낸 편지 내용에는 몬스터를 물리쳤다는 승전보였다.


“그게······. 몬스터의 침공에 케라크 남작령이 함락되었습니다.”


제라르의 말에 순간 응접실이 술렁였다.

전령을 보낼 만큼 급한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제라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맙소사.”

“칼레 남작이 패했다는 건가?”

“이런 도대체.”


칼레가 어떤 곳인가?

마법사의 성지인 마법 학회가 있는 곳이었다.

프란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이 모여있으며 이들을 이끄는 수장인 칼레 남작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현재 칼레로 남하하는 몬스터를 저지하고 있으나 백작님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르투아를 탈환하고 모랭으로 진격하게 기세를 올리고 있었는데 북쪽에서 들리는 새로운 소식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무조건 가야 합니다. 칼레 남작령의 마법사들은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모랭으로 오지도 못했는데 도움이 되어봤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칼레를 넘겨주면 전선이 너무 넓어집니다. 지금 2개 군단이 모랭을 공략하는 상황인데 북쪽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막을 병력이 없습니다.”

“그럼 지원 보낼 병력이 있습니까?”


로브리아는 평화로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현재 모랭을 공략 중이었다.

다른 곳으로 병력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로브리아를 지키고 있는 병력을 보내야 했다.


“자자. 조용히 해보게. 일단 칼레의 상황을 먼저 들어봅시다.”


갈란디아의 백작의 중재에 가신들이 입을 다물고 제라르에게 시선을 두었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십일 정도가 걸렸으니 지금 상황은 더 안 좋을 겁니다.”

“알겠네. 감안하고 듣지.”


처음 갈란디아의 소집령이 있을 시기에는 케라크에 코볼트만 나타났다. 케라크 남작은 영지의 병사와 칼레 남작의 마도병단의 지원으로 그럭저럭 방어하였다.

문제는 보름 전 코볼트 뿐만 아니라 렛웨어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흔히 생쥐 인간이라고 불리는 렛웨어. 코볼트와 더불어 가장 약한 몬스터라고 하지만 케라크에 나타난 규모는 엄청났다.

칼레 남작이 마도병단을 추가로 파견할 정도로 거센 공격에 케라크가 흔들렸다.

그리고 제라르가 로브리아로 오기 직전 케라크가 함락되었다.


“케라크 남작은 더블 체인의 기사로 뛰어난 기사입니다.”

“그렇지. 케라크 남작이면 봉지만 아니라면 기사단장을 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지.”

“그런 기사가 적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함락 직전 케라크 남작의 서신에는 몬스터의 숫자가 수천이었고, 렛웨어는 땅을 파고 코볼트는 공성병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렛웨어는 생쥐가 마기에 물들어 몬스터가 된 종족이었다. 원래 지하 생활을 하는 종족이라 땅을 파는 것을 잘했다.

코볼트도 몬스터치고는 인간 못지않게 손재주가 뛰어난 종족이었다.

하지만 성을 함락하기 위해 땅을 파고 공성병기까지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케라크에 파견된 마법사가 얼마나 귀환했는지 모르지만, 현재 칼레에는 남작을 포함해 열 명도 안 되는 마법사가 남아 있습니다.”


칼레 남작령의 마도병단의 위력은 엄청났다. 특히 집단전에서 그들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전에 들었던 소문에 의하며 기사단도 뚫지 못할 화력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마법사 열 명만으로는 몬스터를 막을 수 없습니다. 케라크에서는 케라크 남작이라는 기사가 있으나 칼레에는 기사가 없습니다.”


제라르의 말에 갈란디아 백작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화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마법사만 가지고 전쟁을 치룰 수는 없었다.


“아무리 칼레 남작이라 하더라도 수천이나 되는 몬스터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제라르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알겠네. 논의가 필요한 일인 것 같으니 일단 쉬고 있게.”

“알겠습니다.”


갈린디아 백작의 말에 파비앙이 제라르를 데리고 나갔다.

응접실은 조용하였다.

갈란디아 백작이 심각하게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어찌해야 하지?”

“백인대 하나라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랭에서 실종된 모르간 알레 자작을 대신해 기사단장인 된 데옹 라클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장 보낼 병력이 어디 있습니까? 백인대 하나 보내서 막을 수 있다면 전령이 왔겠습니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지 않습니까? 칼레까지 함락되면 지금 모랭을 공략중인 군단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로브리아로 바로 내려올 수도 있겠지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력을 보내는 것이 맞겠지만, 갈란디아의 상황도 좋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었다가 칼레라도 함락되면 큰일이었다.


“그리고 누굴 보낼 겁니까? 로랑 티니 경도 지금 군단장으로 모랭으로 가 있는데.”


로브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데옹 라클랭을 보낼 수도 없고, 뛰어난 기사는 이미 모랭으로 다 가 있었다.

전황이 안 좋은 곳에 아무 기사나 보낼 수도 없었다.


“보낼 사람은 하나 있습니다.”


데옹의 말에 갈란디아 백작의 시선이 향했다.


“저희에게는 영웅이 한 명 있지 않습니까?”


로브리아에서 잘 쉬고 있는 뛰어난 기사 하나가 생각났다.

싸움도 잘하고 병사도 잘 지휘하는 아주 훌륭한 기사가 백작의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를 보낸다면 칼레 남작도 적은 병력에 불만을 가지지 않을 겁니다.”


갈란디아 백작이 사람을 불렀다.


“당장 단테스 경을 불러와라.”


* * *


“아오! 빌어먹을! 도대체 너희는 왜 남은 거냐?!”


연무장에서는 즐거운 훈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병사들은 땅과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구르고 있었다.


“잘하는 게 뭐야? 조장들은 오전에 뭘 한 거야?!”


로빈의 분노가 연무장 전체에 뻗쳤다.

미친개처럼 짖어대는 통에 병사들은 안 그래도 힘들어서 빠지는 살이 더욱 쭉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똑바로 할 때까지 휴식은 없다! 창 제대로 못 찌르는 놈은 저녁도 없을 줄 알아!”


지옥이 있다면 아마 여기인가?

지옥에서도 유유자적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바란은 연무장 구석에서 새로 받은 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전에 쓰던 검보다 묵직해서 아직 무게에 적응하고 있었다. 확실히 좋은 검이라서 그런지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 남달랐다.


“단테스 경.”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백작 각하께서 찾으십니다.”

“백작께서?”


바란은 바로 검을 한쪽으로 치우고 하인을 따라 안내하는 곳으로 향하였다.

연무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응접실에 도착하였다. 바란이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응접실에는 부담스러운 눈빛을 하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갈란디아 백작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오! 우리의 영웅 오셨는가?!”


과도한 몸짓.

한껏 올라간 목소리와 세상 푸근한 표정.

직감적으로 곤란한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 앉게.”


데옹이 빠르게 일어나 바란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백작 가의 기사단장이 몸소 의자까지 빼주는 배려를 보니 안 좋은 직감이 맞는 모양이었다.

요즘 안 좋은 직감이 참 잘 맞아떨어졌다.


“요즘 훈련을 열심히 시키는 모양이야. 이른 새벽부터 군사들의 소리가 우렁차더군.”

“네. 언제 전장에 나갈지 모르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의 영웅은 남다르군. 다른 이들 같았으면 쉬기 바쁠 텐데.”


칭찬에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었다.


“저를 칭찬하시려고 이 자리에 부르신 거는 아닌 것 같고 무슨 일이신지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백작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주변의 다른 가신들 역시 백작만큼이나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칼레에서 전령이 왔네.”


데옹이 나서서 설명을 시작하였다.

잘 막아내고 있던 칼레 쪽 상황이 안 좋다는 말. 수천에 달하는 코볼트와 렛웨어가 나타나 지금까지 잘 버틴 케라크가 함락되었고 고작 마법사 열 명이 칼레를 수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


“자네가 갔으면 하네.”


로브리아에서 칼레까지는 그냥 걸어가도 일주일에서 열흘은 족히 걸리는 거리. 지금 당장 병사를 편성해서 진군해도 보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일단은 지금 로브리아에서 자네가 데리고 있는 백인대만 출발하게.”

“네?”


분명 코볼트와 렛웨어가 수천이라고 들었는데 백인대 하나를 데리고 가라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아르투아에서 백인대 하나를 충원받고 랑스에 가서 용병대 하나를 충원받게. 랑스에서 칼레까지는 가는 길에 자네에게 부족한 병력은 징집 권한을 줄 테니 차출하게.”


알아서 잘해 보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단은커녕 보병대 하나를 만들기도 빠듯해 보였다.


“당장 급하니 아쉽더라도 출발하게. 일종의 선발대 개념이라고 할까? 라클랭 경이 최대한 빠르게 군단을 편성해서 보내겠네.”


백작과 데옹의 설명이 길어졌다.

바란이 아무리 최근 백작 가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귀는 있었다.

지금 갈란디아는 더 긁어모을 남자가 없을 것이었다. 백작과 데옹이 말하는 군단급 본대는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존재인지 의심이 들었다.


“칼레 남작에게는 마도병단도 있다네.”


자신도 칼레의 마도병단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었다. 고작 열 다섯명의 마법사가 수백 수천의 군사를 맞설 수 있는 전력이라고 듣기는 했다.


“갈란디아의 영웅이 아니면 누가 가겠는가?”


영웅은 사람이 아닌가?

어차피 칼에 찔리며 피 흘리면 죽는 거는 영웅이나 일반인이나 같았다.

바란은 안 가겠다고 말하려고 하였다.


‘윽.’


희망.

간절함.

응접실의 시선에 바란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뒤로 물러났다. 마치 자신이 안 된다고 하면 죽기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특히 가장 상석에 있는 갈란디아 백작의 사슴과 같은 눈망울을 보고 있으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갈란디아 기사단에서 기사 다섯을 지원해주겠네.”


데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갈란디아 백작이 입을 열었다.


“칼레가 급하다고 하니 당장 준비해서 출발하게. 안내는 칼레에서 온 전령 제라르가 할 걸세.”


바란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 갈란디아 백작이 매섭게 몰아붙였다.


“부족한 게 있다면 나나 파비앙에게 말하게. 최대한 지원해주겠네.”


이번에는 데옹이 백작을 지원하여 말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주종관계에 명시된 종군 기간 외이니 내 자네의 급료와 포상은 두둑하게 챙겨주겠네.”


갈란디아 백작이 다시 말을 하였다.


“금액은 걱정하지 말게나. 어디 가서 최고라고 말할 수준으로 주겠네.”


바란의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때까지 말할 기세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바란의 모습은 다소 무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란이 칼레로 간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길 바랐다.


“바란 단테스.”


갈란디아 백작이 갑자기 조용히 바란을 불렀다. 바란이 움찔하며 백작을 바라보았다.

백작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이었다.


“전투의 승패와 관계없이 최고 대우를 약속하겠네.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럼 가야지.

어차피 분위기를 보아하니 강제로라도 보낼 판인데.


“알겠습니다.”


바란이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기사이지만 자신은 돈의 노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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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029 케라크 남작령 (4) 23.05.31 3,776 76 12쪽
29 028 케라크 남작령 (3) +2 23.05.30 3,855 86 12쪽
28 027 케라크 남작령 (2) +1 23.05.29 3,976 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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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기사로서의 명예 (3) +4 23.05.28 4,318 92 12쪽
25 024 기사로서의 명예 (2) +4 23.05.27 4,231 94 12쪽
24 023 기사로서의 명예 (1) +2 23.05.26 4,312 92 12쪽
23 022 서부 구출 작전 (7) +3 23.05.25 4,292 101 12쪽
22 021 서부 구출 작전 (6) +1 23.05.24 4,263 90 12쪽
21 020 서부 구출 작전 (5) +1 23.05.23 4,339 104 12쪽
20 019 서부 구출 작전 (4) 23.05.22 4,374 98 12쪽
19 018 서부 구출 작전 (3) +1 23.05.21 4,435 101 12쪽
» 017 서부 구출 작전 (2) +1 23.05.21 4,633 107 12쪽
17 016 서부 구출 작전 (1) +1 23.05.20 4,740 116 12쪽
16 015 아르투아 공방전 (5) +2 23.05.20 4,740 118 12쪽
15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23.05.19 4,762 104 12쪽
14 013 아르투아 공방전 (3) +4 23.05.18 4,810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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