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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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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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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66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15 22:15
조회
5,426
추천
119
글자
12쪽

010 갈란디아의 기사 (3)

DUMMY

바란은 광장에 모인 백인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이미 도망가기 시작한 병사들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주민들로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모랭에서 힘들게 탈출한 바란은 그대로 대로를 따라 아르투아로 달렸다.

삼일이면 닿을 거리에 있던 아르투아는 삼 일이 지났지만, 보이지 않았다.

고블린 추격대의 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랭이 불타오르기 무섭게 고블린 추격대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삼일동안 지겹도록 고블린과 마주쳤다.


“도대체 이 세상에 고블린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더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알아? 이 세상의 모든 고블린이 이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닐 거라는 거지.”

“우와. 나 방금 소름 돋았어.”

“엄청 무섭지.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마누라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생각이 바뀌었잖아.”


휴식 중인 병사들의 실없는 소리에 바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백명이었던 백인대는 사망과 실종 등의 이유로 오십도 채 남지 않았다.


“대장님.”


근처로 정찰을 나갔던 페키르가 잔뜩 굳은 얼굴로 바란에게 다가왔다.


“설마 또 고블린은 아니겠지?”

“고블린은 아닌데. 차라리 고블린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바란이 눈을 감았다.

고블린이 차라리 낫다는 거는 페키르가 본 게 고블린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이니.


“전투 준비!”


바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치자 병사들이 각자의 병장기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키르가 봤으니 오크는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쪽의 존재를 알아챘을 거다.


“취이이익!”


숲속에서 오크가 뛰쳐나왔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렇게 열 기의 오크가 모습을 보였다.


“고블린처럼 상대하면 된다. 고블린보다는 강하니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습니다!”


고블린보다는 훨씬 강했다.

그렇다고 지금 병사들 수준에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바란은 자신에게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오크를 향해 움직였다.

오크도 바란과 눈이 마주치자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까앙-.


팔이 찌릿했다.

힘이 엄청났다. 속도도 물론 엄청났다.

바란은 자칫 검을 놓칠 뻔하였다. 고리가 힘차게 움직이자 몸의 활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호흡을 가다듬은 바란이 검술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기사가 오크에게 맞설 수 있는 이유는 마나와 검술 때문이었다.


깡-.


귀를 때리는 금속음과 함께 두 검이 마주쳤다. 오크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불끈하였다. 바란도 지지 않겠다는 듯 힘을 끌어올렸다.

오크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고, 바란은 오크의 검에 맞추어 공격을 받아냈다.


“크윽.”


바란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마나를 끌어올려 대응했다지만 육체에서 나오는 힘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크의 무자비한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허술하였다. 평생 검술을 연마한 기사의 눈에는 그 허술함이 눈에 확 들어왔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검을 찔러 넣었다.


“크르릉.”


오크의 불결한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바란은 재빠르게 오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퍽-.


“쿠헥!”


그냥 걷어찼다면 오크의 단단한 뼈와 가죽에 어떠한 고통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발이 아플 테지만 바란은 지금 완전히 무장한 상태였다.

아무리 오크라도 판금갑옷에 걷어차이면 아픈 것은 당연했다.

오크가 정강이에서 오는 고통에 살짝 비틀거리자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검이 막히자 바란은 망설임없이 오크의 얼굴을 향해 박치기를 시도했다.


빠각-.


판금 투구가 오크의 마중 나온 입에 그대로 박혔다.


“쿠오오오오!”


아름다웠던 송곳니 두 개 중 하나가 부러졌고 우악스럽던 치아는 부러졌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바닥을 적셨다.


오크는 분노하였다.

투기와 살기가 바란을 옥죄어왔다.

흘러나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힘과 힘의 대결. 호쾌하게 움직이는 검의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그저 개싸움.

바란은 검을 휘두르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크를 공격하였다.


퍼억-.


결국 바란의 검이 오크의 목을 날렸다.


“쿠에엑!”


옆에서 병사들과 드잡이 중이던 오크 하나가 병사들을 밀어내고 바란에게 황소처럼 돌진해왔다.


깡-.


검과 검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크윽!”


뼈속까지 울리는 고통에 바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역시나 오크의 힘은 바란을 압도하였다.

바란은 능숙하게 오크를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힘이라는 능력만으로 오크를 베어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무자비한 검격이 날아왔지만 허술한 검에 당할 바란이 아니었다. 바란은 발을 빠르게 놀리며 오크의 검을 받아냈다.


“보지만 말고 좀 도와주지!”


바란의 말에 주변에서 어색하게 서 있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조장인 페키르가 장창을 오크에게 찔러넣자 뒤에 다른 병사들도 창을 찔렀다.


“퀘에에엑!”


자신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창에 등장에 오크가 짜증 난 손길로 창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 작은 찰나를 놓칠 바란이 아니었다.


푸욱-.


바란을 잠깐 놓친 사이 바란의 검이 오크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파핫-.


검이 뽑혀 나오자 오크의 심장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쿵-.


거대한 몸이 그대로 쓰러졌다.


“빨리 움직여!”


여덟기의 오크가 사십명이 넘는 병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고블린과 다르게 오크와의 전투에서는 사상자도 나왔다.


“으아아악! 살려줘!”


오크의 검이 병사에게 날아왔다.


깡-.


빠르게 움직인 바란이 아슬아슬하게 오크의 검을 막았다. 급한 탓에 정면에서 검을 받아냈더니 그 위력에 순간 속이 진탕했다.


‘젠장.’


사제가 분명 무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내상이 남은 상태에서 마나를 무리하게 운용했더니 바로 몸이 반응하였다.


주변의 병사들이 가세하였다.


부웅-.


바란이 또 오크 하나를 베었다.


“저지해! 막아라!”


로빈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오크의 숫자는 일곱 기.

바란은 숨을 크게 쉬고서 바로 움직였다.


“타핫!”


병사들과 힘차게 싸우고 있던 오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란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크에엑!”


오크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바란이 움직일 때마다 오크가 하나씩 쓰러졌다.

오크의 숫자가 다섯까지 줄어들자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무게추가 어느 정도 맞추어졌다.

열세에서 공세로 전환하자 병사들의 사기가 올랐다.


“취익!”

“키에엑!”


불리하게 바뀐 전장.

오크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투기를 끌어올리며 달려들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병사들이 오히려 그 투기에 뒤로 밀려났다.


“망설이지 마! 우리한테는 대장님이 있다!”


게랭이 땅에 떨어진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겨우 맞춘 무게추가 다시 오크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되었다.

바란은 후방에서 숨을 고르며 오크를 보았다. 무리하게 오크와 일대일 전투를 하기보단 병사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좋아보였다.

기회를 엿보던 바란이 번개처럼 앞으로 나서며 검을 횡으로 그었다.


푸우욱-.


오크의 두꺼운 피부를 뚫고 큰 상처를 만들었다. 공격을 성공시킨 바란은 다시 병사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바란의 검에 큰 상처를 입은 오크에게 창이 날아왔다. 창은 그대로 오크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오크를 잡았다!”


수적으로 압도하기 시작하자 병사들끼리 오크를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오크가 뛰어난 전사이고 흉악한 괴물이라고 하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라는 명언처럼 수적 우위 앞에 오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오크가 병사들의 창에 쓰러졌다.


“으아.”


바란이 검을 바닥에 꽂고 지팡이처럼 잡고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가 끝난 대로는 피로 가득하였다.


“나 고향에 돌아가야 하는데······.”

“가엘 그만 말해!”


병사 하나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배에서는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안색이 창백한 것이 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좀 살살하라고!”

“주둥이가 다쳐야 했는데 오크 놈들이 실수했네. 실수했어.”


크고 작은 부상을 병사들이 한쪽에서 간단하게 처치를 받고 있었다.

게랭의 지시 아래 나머지 병사들이 전장을 정리하였다. 정리가 얼추 끝나자 게랭이 바란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바란이 피식 웃었다.

괜찮지는 않지만, 앞에 게랭을 보니 안 괜찮다고 말할 수 없었다.

수염은 제멋대로 자라 덥수룩했고, 두툼했던 얼굴과 몸은 하루 사이에 제법 수척해졌다.


“여기서 계속 쉬는 거는 무리일 것 같고 힘들겠지만 조금 이동하지.”

“네.”


새벽에도 이곳에서 고블린과 전투를 벌였다. 피 냄새가 짙어 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자 이동한다! 움직여!”

“힘듭니다!”

“나도 힘들어! 그런다고 여기서 쉴 거야? 잔말 말고 일어나!”


조장들의 외침에 병사들이 힘든 몸을 일으켰다.

진군 속도는 빠르지 못했다.

병사들도 지쳤고 부상자들도 있었다. 1마일 나아가는 게 이렇게 먼 길인지 몰랐다.

아무런 방해 없이 진군해도 오래 걸리는 길인데 어김없이 고블린 추격대가 모습을 보였다.


“케케케!”

“크에에!”


만신창이가 된 병사들이 허무한 눈으로 고블린을 보았다.

나오라는 아르투아는 나오지 않고 고블린만 나오고 있었다. 방금 오크와의 전투로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이 본능적으로 창은 잡았지만 싸울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 진짜. 이번 전쟁 끝나면 그만둬야지.”


바란이 투덜거리며 로빈과 함께 제일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기사의 등장에 기세 좋던 고블린이 멈칫하였다. 눈앞에 기사가 강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로에서 고블린과 백인대의 긴장감 넘치는 대치가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삼십이 넘는 고블린 숫자.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삼십 정도 되는 백인대.

비슷한 숫자라 서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슈웅-.


퍽-.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을 깨는 화살이 한 발 날아왔다. 아무도 맞추지 못하고 고블린과 백인대 사이의 땅에 꽂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다들 피해!”


바란의 외침에 병사들이 다급하게 대로 주변으로 산개하기 시작하였다.


슈우우웅-.


화살비가 내렸다. 빗나간 첫발과 다르게 뒤에 날아온 수십발의 화살은 정확하게 고블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키엑?!”

“쿠오오엑!”


머리 위로 쏟아지는 화살 비에 고블린이 다급하게 움직이면서 화살을 피했다.


두두두두두-.


땅이 울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이들이 나타났다.

갈란디아 기사단을 상징하는 깃발과 판금으로 중무장한 기사가 저 끝에서 힘차게 말을 몰고 달려오고 있었다.


“살았다.”


기사단의 등장에 바란이 안도하였다.

갑자기 나타난 적의 등장에 고블린이 놀라 달아났고 기사단은 고블린을 맹렬히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기사단이 나타난 곳에서 갈란디아 백작의 깃발이 펄럭이며 한 무리의 병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가장 앞에는 아주 익숙한 이가 보였다.

바로 갈란디아 백작이었다.


“만세! 지원군이다!”

“살았다! 살았어!”


갈란디아 백작 뒤로 나타난 병사들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참 등장하는 타이밍 한번 좋네요.”


로빈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정작 다 죽어갈 때는 보이지도 않더니.


“지금이라도 왔으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고블린한테 다 죽을 뻔했다고.”


바란이 로빈을 달랬다.

지금은 정말 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째든 백작의 등장으로 목숨을 구한 것은 사살이었다.


“오. 단테스경 아닌가?”

“주군을 뵙습니다.”

“고생 많았네.”


갈란디아 백작이 바란을 보며 세상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바란 역시 자신에게 나타난 구세주의 등장에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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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 아르투아 공방전 (1) +1 23.05.16 5,386 110 12쪽
» 010 갈란디아의 기사 (3) +3 23.05.15 5,427 1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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