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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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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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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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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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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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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
12쪽

011 아르투아 공방전 (1)

DUMMY

모랭의 패배가 아직 백작에게는 닿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바란의 보고에 갈란디아 백작은 망설임 없이 군사를 아르투아로 돌렸다.

백작의 군단이 되돌아오자 아르투아는 전쟁 준비로 소란스러웠다.


“삽질이라니.”


로빈이 땅을 파다 말고 허리를 폈다.

아르투아는 큰 도시였다.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조성되어 있었다.

모랭처럼 마을을 외성으로 두를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마을을 지나 서쪽에 요새화 된 성이 위치하였다.

남은 주민 중에 여자와 아이를 수용하니 성이 북적북적하였다. 결국 백작은 1개 보병대와 직할대만 남기고 나머지 3개의 보병대를 마을 주변에 분산 주둔시켰다.


“죽기 싫으면 얼른 삽질해.”


평지에서 괴물을 상대로 싸울 수 없으니 성 밖으로 나온 보병대는 선택의 여지 없이 방어 시설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삽질을 몇 번 하던 로빈이 다시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천이나 군사를 모을 수 있었네요.”

“아마 갈란디아에서 창이나 방패를 잡을 수 있는 남자는 다 끌려 나온 것 같은데?”


아르투아에 머문 갈란디아 군단은 편제를 마친 정규 군단 규모인 이천이었다.

로베와 모랭에서 날린 병력이 1개 군단급이니 이 짧은 시기에 싸울 수 있는 남자를 사천이나 끌어모은 것이었다.


진지 공사와 군사 훈련이 진행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지나갔다.

많은 이들의 삽질로 탄생한 진지는 제법 괜찮았다. 낮은 언덕 위에 목책과 돌로 세운 벽은 튼튼하였다. 성벽만큼은 아니지만 병사들을 보호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오크와 고블린이 몰려온다.”


그 사이 모랭을 함락시킨 몬스터가 아르투아 인근에 나타났다.

이미 전부터 인근에서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대규모의 몬스터가 아르투아를 향해 오고 있었다.


“목책에 올라라!”


준비를 마친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목책에 올랐다. 이제는 제법 전장에 구른 티가 나기 시작했다.


“와. 마르지 않는 샘물이네. 샘물이야.”

“오크랑 고블린은 새끼 낳으면 한 번에 열 마리씩 낳는다잖아.”

“진짜 돼지네.”


목책에 서서 북쪽의 평야를 보았다. 고블린과 오크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병사를 빡빡 긁어모아 결전을 준비한 갈란디아와 다르게 언제나 평원을 녹색 물결로 뒤덮었다.

바란의 주변에는 부관인 로빈과 백인대 조장들이 서 있었다.


“숫자를 파악하는 게 의미가 없어 보이네요.”


페키르도 눈에 보이는 군세에 걱정스럽게 말을 하였다.


“무슨 저것들은 숨만 쉬고 새끼만 낳았나.”


게랭이 침을 뱉었다.

힘도 세고 사납기까지 한 놈들이 새끼도 많이 낳는 거는 반칙이 아닌가?


“알아보니 오크가 일천, 고블린이 삼천이라고 합니다.”


로빈의 보고에 바란이 미간을 좁혔다.

이 진지에 있는 보병대 오백. 정확하게 방패 이백, 창병 이백, 궁병 오십, 푸른 늑대 용병대 소속 보병 오십.

진지 내부는 병사로 북적북적하였다.

지금 아르투아를 방어하고 있는 전력을 감안하여 단순 계산하면 최소 고블린 천 기가 여기로 온다고 봤을 때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하나씩 각개격파 당하면 어떡하죠?”


로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사천이나 되는 몬스터가 한쪽으로 몰려가면 정말 그대로 끝이었다.


“쟤들 보면 정말 군대 같은데요?”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와 달랐다.

로베에서부터 봤을 때 저들은 나름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지휘 체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본능에 충실한 놈들이라서 말이야.”

“그러면 다행인데.”

“모랭에서도 보면 딱히 전술적이지 않았어. 그냥 머릿수로 밀어붙인 거지.”


모랭에서도 나름 체계적이긴 했다. 정확하게는 그래 보였을 뿐 그저 앞에 있는 성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본능적으로 덤벼들었다.


“각개격파 할 생각하면 쟤들이 몬스터겠어? 사람이지.”


물론 지극히 바란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인간은 고블린과 오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아주 오래전 신에게 버림받고 악마와 손을 잡아 추악해지고 멍청해졌다는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만 알 뿐이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요즘 대장님이 안 좋은 말을 하면 정말 그러니까.”


로빈의 말에 바란은 아차 하였다.


“질문하지 마. 요즘 안 그래도 이 불길한 주둥아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혹시 지금 이 말에 정말로 사천이나 되는 몬스터가 한 곳으로 뛰어갈까 봐 바란은 집중해서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옵니다!”


페키르가 긴장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해.”


초록 물결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걱정과 달리 몬스터들은 네 곳으로 나누어서 진군하였다.

바란의 진지로는 고블린으로만 구성된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었다.


“방패 들어! 장창수는 준비해!”

“궁병 화살 먹여!”


남쪽에 위치한 바란의 진지는 마을 통과해야만 하였다. 다른 곳에 비해 고블린의 진격 속도가 매우 느렸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고블린이 마을을 빠져나와 진지의 앞 평원에 도열하였다.


“저거 봐요? 졔들 진짜라니까요?”


예상외로 질서정연한 모습에 로빈이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내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길 바라지? 로빈?”

“하.하.하.”


자꾸 이러면 정말 재수 없는 소리를 해버릴까 보다.

바란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심기가 불편한 대장의 마음도 모르고 눈치 없는 벤이 입이 열었다.


“사악한 마법사가 이끄는 게 틀림없습니다.”


벤의 말에 로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아무 말 안 했으면 좋겠는데 꼭 본인이 알아서 혼날 짓만 골라서 했다.


“벤. 이상한 소리 할 생각이면 좀 꺼져줄래. 정신이 사나워서 말이야.”

“넵.”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주절거리는 벤에게 바란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벤이 조용히 자신의 조로 돌아갔다.


“키에에엑!”


선두에 선 홉고블린이 높게 팔을 들었다.


“전투 준비.”


팽팽한 긴장감이 고블린과 인간 사이에 감돌았다.

홉고블린의 팔이 내려왔다.

못생긴 손가락이 정확하게 바란이 서 있는 곳을 가리켰다.


“기분 나쁘게 어디서 손가락질이야.”

“못 배워먹은 몬스터한테 예의를 바라시는 건 아니시죠?”


자신을 향한 손가락에 바란이 인상을 구겼다. 고블린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쿠에에에엑!”

“크하아앙!”


거친 포효와 함께 고블린들이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발사!”


파아앙-.


바란의 뒤에서 궁병이 날린 화살이 하늘을 날았다. 허공을 가르며 고블린이 뛰어오는 곳으로 떨어졌다.

워낙에 숫자가 많아서 조준하지 않고 쏜 화살임에도 불구하고 화살에 맞고 쓰러지는 고블린의 숫자가 제법 많았다.

조잡한 방패로 화살을 막아내거나 운 좋게 화살을 피한 고블린들이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발사!”


파방-.

슈웅-.


화살비가 다시 고블린을 덮쳤다. 화살 공격에 잠깐 멈칫하긴 하였다. 이내 다시 듣기 거북한 포효와 함께 목책을 향해 내달렸다.


“막아라! 훈련한 대로 하면 된다!”

“와아아아아!”


급조한 목책이긴 하지만 고블린을 상대로는 훌륭한 방어 시설이었다. 목책이라는 높이의 이점은 고블린을 상대하는 병사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


“키에엑!”


고블린은 무모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용감하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지 목책을 기어오르는데 거침이 없었다.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목책을 기어오르는 초록색 괴물의 모습에 기사인 바란도 혀를 내둘렀다.


“죽어라!”

“이 더러운 것들 죽어! 죽으라고!”

“받아랏!”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창을 찔러넣었다.

고블린이 목책에 달라붙자 궁병의 화살은 처음과 다르게 재미를 보지 못하였다.

목책으로 고블린들이 꾸역꾸역 달라붙고 있었다. 목책을 오르는 고블린들은 창에 찔리고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죽은 고블린은 목책 아래에 떨어지면서 훌륭한 사다리가 되어주었다. 동족의 시체를 밟고 고블린들이 목책을 기어올랐다.


“어딜!”


동족의 시체를 발판 삼아 목책을 넘으려는 고블린이 바란의 검에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밀어내라!”


바란이 큰 목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목책을 절반쯤 기어오르던 고블린과 바란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고블린의 표정이 잠시나마 평온해 보였다. 바란은 작은 미소를 띄우며 고블린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칼에 찔려 아래로 떨어지는 고블린의 비명이 애처로웠다.


“받아랏!”


게랭의 창이 완벽하게 고블린의 미간을 꿰뚫었다. 병사들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고블린도 사나워졌다.


“하압!”


바란이 기합과 함께 검을 내질렀다.

온갖 방해를 뚫고 목책 등반에 성공한 노력에 비해 허무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죽어라!”

“어떠냐 나의 불꽃 창 맛이!”


모두가 최선을 다해 고블린을 막아내고 있었다.


“읏차!”


페키르가 막 목책을 넘으려는 고블린의 목을 한번에 날렸다. 궁병 출신이라고 하던데 검도 제법 잘 썼다.


“고블린이 도망간다!”


거센 저항에 결국 고블린은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바란이 있는 곳을 포함해 모든 진지에서 고블린을 막아냈다.

바란은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끼고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와아아아앗!”


빠르게 평원 너머로 사라지는 고블린의 뒷모습에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겼다!”

“못생긴 것들아 어딜 도망가냐?!”


모두가 승리에 취해 소리를 지를 때 바란만이 차분하게 아무도 없는 평원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 * *


첫 전투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전사자는 없었고 부상자만 다섯이었다.


“승리로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게랭이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


“사기가 중요하지만, 몬스터를 상대로 사기만으로 싸울 수는 없어.”


바란이 냉정하게 말했다. 목책이라는 방어 시설은 있지만 그게 큰 이점은 아니었다.

한 번의 전투로 목책은 무너질 정도로 파손되었다. 계속 전투가 이어진다면 아마 못책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젠 제법 잘 싸우지 않습니까?”


눈치없는 벤이 역시나 눈치 없이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았다. 벤의 말에 딱딱했던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이게 다 로빈 부관님의 지옥 훈련 덕분 아니겠습니까?”


가빈이 로빈을 찬양하듯 박수쳤다.

로빈은 그 박수에 만족스러운지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창도 제대로 못 잡던 인간들을 이 정도로 키워내기 위해 고생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로빈 바로 목책 보수공사 진행해줘. 불만 나올 수 있으니까 휴식이랑 교대로 투입 시켜.”

“네. 알겠습니다.”


모랭에서 몇 번 수성에 성공하였다. 저렇게 물러난 몬스터는 인간이 지칠 때까지 공격할 것이다. 모랭에서도 결국 인간이 먼저 지쳤고 몬스터는 그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준비할까요?”


바란의 생각을 읽었는지 게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능할까?”


늘 최고의 전력으로 맞서야 하는 상대였다.

교대로 휴식을 취한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상대는 강하였다.


“어차피 계속 버티면 지치는 건 저희겠죠. 지쳤다는 건 패배를 의미하고.”


모랭에서의 전투는 좋은 경험이었다.


“군량미도 좀 더 가져올까요?”

“그 문제는 보병대장이랑 상의해볼게.”


단숨에 결판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저번처럼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하면 중간에 군량미를 가져올 여유도 없었다.

첫 승리에도 바란의 백인대는 차분하였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불안한데?’


이런 불안감은 요즘 너무 잘 맞았다.

바란은 불안한 표정으로 웃고 떠들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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