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99,105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28 22:15
조회
4,196
추천
82
글자
12쪽

026 케라크 남작령 (1)

DUMMY

바란은 칼레 성에서 출발하여 케라크 영지로 향하였다. 내키는 상황도 아니라 바란의 진군은 아주 느렸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칼레로 향했던 군사 모두를 이끌고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제일 앞에서 길잡이를 역할을 자처한 이가 추가되었다는 점이었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로빈이 정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란도 로빈의 시선을 따라 한 사내의 넓은 등판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넓은 등판의 주인공은 조르주였다. 결국 우기고 우겨 바란의 군대에 합류하였다.


“본인이 원하는데 어쩌겠어.”


로빈만큼이나 조르주의 합류가 불편한 바란이었다.


“그래도 보베어 경 정도라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긴 하지.”

“기사로서 능력도 뛰어나고 누구보다 케라크 영지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람이니 도움이 될 겁니다.”


달자스는 조르주의 합류에 긍정적이었다. 여기서 케라크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 비해 조르주는 어릴 적부터 케라크 영지에서 살아왔다. 분명 조르주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곧 케라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길잡이를 자처한 조르주가 바란에게 다가와 보고하였다. 각이 딱 잡혀있는 것이 정말 바란에게 충성을 다할 것 같았다.

군대는 작은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조르주의 말대로라면 고개를 넘으면 바로 케라크 성이 보였다.


“아······.”


언덕의 끝에 오르자 케라크 영지가 넓게 펼쳐졌다.

푸른 바다를 등지고 높게 솟아오른 첨탑. 그리고 몬스터에 의해서 파괴된 마을과 케라크 성.


“이런.”


바란이 파괴된 도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찰 나간 이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찰에 위해 먼저 출발했던 이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때?”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정찰병을 이끌었던 소메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을 하였다.


“주변에 코볼트 촌락이 네 개 정도 있습니다.”

“규모는?”

“다행히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촌락별로 많아야 백 기 정도로 보입니다.”


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 기 정도의 마을이 네 개. 일단 케라크 성 주변으로 확인된 촌락만이었다.


“영지민은?”

“일부는 케라크 성안에 머무는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주변 코볼트 촌락 때문에 다들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성으로 들어가 상황 좀 파악해주게. 영주관이랑 이런 것도.”

“알겠습니다.”


소메르가 기병을 이끌고 먼저 성으로 출발하였다.


“어떻게 생각해?”

“주변에 있는 몬스터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의 몬스터부터 처리해야 이곳을 떠난 영지민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 촌락이 주변에 있는 상황에서 도시의 재건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일단 바로 전투 준비하시죠.”

“그럼 일단 자네 백인대만 투입해서 성에서 가장 가까운 촌락을 공략하지.”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달자스가 자신의 백인대를 챙겼다. 달자스의 백인대는 원래 바란이 이끌던 백인대로 이제는 제법 정예병의 모습이 보였다.


“로빈은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 성으로 들어가.”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방어 시설 정비해둬.”

“네.”


로빈이 뒤로 돌아가 나머지 병사들을 이끌고 성으로 향하였다.

백인대 하나와 불편한 존재만이 남았다.


“쟤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조르주가 의욕을 불태우며 다가왔다.

바란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르주를 바라보았다.


“제가 선봉에 서서 몬스터를 모두 베어버리겠습니다.”

“그냥 내 옆에 있으세요.”


바란이 웃으며 말을 하고서 앞쪽으로 나아갔다.


“달자스?”

“네. 준비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만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메르가 알려준 촌락 중에 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하였다.


* * *


“공격하라!”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코볼트 부락으로 들이닥쳤다.


“키익!”

“케헥!”


갑작스러운 인간의 등장에 코볼트가 황급히 무기를 들고 뛰어나왔다. 이미 여러 전투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법을 익힌 병사들은 침착하게 짝을 이루어 대응하였다.


쾅-.


코볼트의 도끼질에 선두에 선 방패병이 방패를 들어 도끼를 막았다.


푸욱-.


방패 뒤에서 긴 창이 나와 코볼트를 찔렀다. 급소를 피해 찔린 덕에 즉사를 면한 코볼트가 놀라서 더욱 날뛰었다.


퍽-.


그러나 이어 옆에 있던 다른 방패병이 방패를 휘둘러 코볼트를 제압하였다.


“찔러!”


대강 흐름은 비슷하게 흘러나갔다.

방패병 두 명과 장창병 셋이 한 조가 된 병사들은 코볼트를 사냥하듯 공격하였다.


“받아랏!”


대지를 가르는 검격이었다. 조르주가 엄청난 위력으로 코볼트를 단숨에 반을 갈랐다.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코볼트에게 야수처럼 뛰어들었다. 마치 우리에 가둬놓았던 야수가 다시 평원으로 나온 느낌이었다.


“노인네. 몸살 걸리는 거 아니겠지?”


바란이 걱정스럽게 달자스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사인데······.”

“기사는 사람 아닌가?”

“에베르 사제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베르 사제는 죽은 게 아니면 다 살려내는 사람이었다. 바란의 군대에서는 에베르는 곧 신이었다.


“키헤에엑!”


한 방향에서 다른 코볼트가 나타났다.

외부로 나갔던 같은 촌락인지 인근의 촌락에서 온 지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바란에게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움직여야겠군.”


바란은 말을 몰았다.

바란의 뒤로 랑스에서 데려온 붉은 돌풍 용병대가 따라 움직였다.

달려가는 바란의 앞을 코볼트가 당당하게 막아섰다.


퍽-.


검이 허공을 빠르게 가르며 깔끔하게 코볼트를 베었다. 바란은 무지막지하게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푸른 마나가 허공을 갈랐고 여지없이 코볼트의 피가 솟구쳤다.

뒤를 따르는 붉은 돌풍 용병대도 대단한 실력을 보였다. 경보병 중심의 용병대는 노련한 베테랑인 만큼 코볼트 정도는 쉽게 상대하였다.


“코볼트가 도망간다!”

“승리했다!”

“우와아아아!”


도망가는 코볼트의 모습에 병사들은 손을 들어 환호하였다.

이제는 제법 군인같은 그 모습에 바란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는 오지 마! 이 초록 괴물 놈들아!”

“다음에 오면 아주 끝장내주겠어!”


손가락을 비롯한 전신을 동원한 욕설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물론 몬스터들이 그런 욕설을 알 일은 없었지만 병사들은 낄낄거리며 승리를 만끽하였다.


“성으로 돌아간다!”


바란의 명령에 병사들은 바로 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 * *


케라크 남작령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 도시였다.

케라크 성 앞의 마을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에는 제법 관리가 잘 된 모양이었다.


“마을 상태가 심각하군.”


바란이 여기저기 파괴된 마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케라크 영지민은 정신력이 강한 이들입니다. 아마 금방 회복될 겁니다.”


조르주의 말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마법사들의 땅이라고 불리는 북부지역에서 유일하게 기사의 땅이라고 불리던 곳이 케라크였다.

기사 가문의 케라크 남작 가의 영향인지 케라크 주민들은 강인하였다.


“그렇다면 다행이지.”


탁-.


창문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엄마 손에 끌려 들어갔다.

창문 닫히는 소리가 차갑게 바란의 귀에 꽂혔다.

마을을 지나 성으로 향하였다.


* * *


로빈이 그사이 청소했는지 버려진 거나 다름없었던 케라크성은 깔끔했다.


“청소하느라 고생했겠네.”

“다행히 성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돌아와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에게 황폐하게 변했다지만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칼레 성의 승리로 인해서 몬스터의 기세가 꺾이자 케라크를 떠났던 이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마을의 촌장과 성당의 사제가 와 있습니다.”


바란이 영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주관의 응접실에는 바란 휘하의 기사들과 케라크성이 위치한 마을의 촌장과 성당의 사제가 자리하였다.


“지금 마을은 어떻지?”

“아직 인근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바람에 분위기가 좋지는 않습니다.”


정찰대가 확인한 촌락과 숫자만 하여도 적지 않았다. 당장 마을을 벗어나면 대로에서도 몬스터를 마주할 판이긴 했다.


“피해가 컸겠군.”

“자기가 살던 땅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떠난 이들이 돌아오고 있으니 곧 좋아질 겁니다.”


촌장이 애써 긍정적으로 말하였다.

상처가 아물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고 아물더라도 흉터는 제법 오래 남을 것이었다.


“지금 당장 문제가 뭐지?”

“몬스터의 침공으로 올해 농사를 짓지 못하였습니다. 당장 내년 봄까지 보낼 양식이 필요합니다.”


한참 농사를 지어야 할 시기에 몬스터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졌다.

당장 케라크성의 마을뿐만 아니라 북부 영지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이번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었습니다. 최소 몇 년은 조세 감면이 필요합니다.”


케라크 성당의 주임사제인 파비앙이 말하였다.

케라크성 전투는 치열하였다. 기사인 케라크 남작의 사전에는 후퇴란 없었다. 성에서 선전했지만 패배하였고 함께 싸운 이들은 모두 몬스터에 의해 죽었다.


“하아······.”


바란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매만졌다.

에스딘 마을의 영지 관리인 시절과는 완전 다른 난이도의 과제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백작 각하께 연락해보지. 식량 지원과 조세 감면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이어 여러 가지 행정적인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검이나 휘두를 줄 알지 이런 행정적인 문제에는 소질이 없던 바란이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네?”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이는 조르주였다.


“제가 여기서 치안대장을 하긴 했습니다만, 행정의 영역과는 별개의 문제라서······.”


항상 자신감 넘치던 조르주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소메르 경과 레탄 경에게 시선을 두었다.


“전 검이나 휘두를 줄 알지 책상에 앉아있는 것에는 자신 없습니다.”

“저 역시 행정업무는 해본 적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달자스와 로빈에게 시선이 향했다.


“글을 쓸 줄은 아는데 그러면 행정업무 할 수 있나요?”


해맑은 로빈의 말에 좌절하였다. 옆에 있는 달자스도 빙그레 웃었다. 앞에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무언의 답변이었다.


“에베르는 사제이니까 펜 좀 쓸 줄 알지?”

“아니요.”

“왜?”


영지의 행정업무는 대부분 마법사와 사제가 맡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어릴 때부터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이었다.

당연히 에베르는 할 줄 알았다.


“아시다시피 저는 신성 능력에 최적화 되어 있는 사제라서요. 성당 운영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주임 사제도 못 하고 있겠습니까?”


완곡한 거절의 의사.


“솔직히 사제이긴 하지만 책을 놓은 지 좀 오래되었습니다.”


확인 사실까지 잊지 않는 에베르였다.

영주 대리인으로 온 건데 행정적인 영역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필 데리고 있는 이들이 하나 같이 다 기사였다.

검이나 쓸 줄 알지 펜을 쓸 줄 아는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일단 백작 각하께 편지를 보내면서 행정 인력도 요청하시고 급한 대로 칼레 남작에게 요청하시지요.”


달자스가 의견을 내었다.


“그렇게 하지.”


그나마 마법사들이 우글대는 칼레 남작의 영지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파비앙 사제가 인력이 올 때까지 좀 수고해주게.”

“제가 모두 다 처리하기에는 무리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수도원이 있으니 그곳에서 인력을 데려오시죠.”

“그렇게 하지.”


바란은 대충 회의가 마무리되어갔다.


“소메르 경은 주변의 몬스터 동향 파악에 집중해 주시고 달자스와 로빈은 마을 치안에 신경 써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케라크에서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031 북쪽으로 (1) +1 23.06.02 3,859 72 13쪽
31 030 케라크 남작령 (5) +1 23.06.01 3,748 84 12쪽
30 029 케라크 남작령 (4) 23.05.31 3,772 76 12쪽
29 028 케라크 남작령 (3) +2 23.05.30 3,851 86 12쪽
28 027 케라크 남작령 (2) +1 23.05.29 3,970 82 13쪽
» 026 케라크 남작령 (1) +2 23.05.28 4,197 82 12쪽
26 025 기사로서의 명예 (3) +4 23.05.28 4,313 92 12쪽
25 024 기사로서의 명예 (2) +4 23.05.27 4,225 94 12쪽
24 023 기사로서의 명예 (1) +2 23.05.26 4,307 92 12쪽
23 022 서부 구출 작전 (7) +3 23.05.25 4,287 101 12쪽
22 021 서부 구출 작전 (6) +1 23.05.24 4,259 90 12쪽
21 020 서부 구출 작전 (5) +1 23.05.23 4,333 104 12쪽
20 019 서부 구출 작전 (4) 23.05.22 4,369 98 12쪽
19 018 서부 구출 작전 (3) +1 23.05.21 4,428 101 12쪽
18 017 서부 구출 작전 (2) +1 23.05.21 4,628 107 12쪽
17 016 서부 구출 작전 (1) +1 23.05.20 4,735 116 12쪽
16 015 아르투아 공방전 (5) +2 23.05.20 4,736 118 12쪽
15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23.05.19 4,758 104 12쪽
14 013 아르투아 공방전 (3) +4 23.05.18 4,807 105 12쪽
13 012 아르투아 공방전 (2) +4 23.05.17 5,019 114 13쪽
12 011 아르투아 공방전 (1) +1 23.05.16 5,383 110 12쪽
11 010 갈란디아의 기사 (3) +3 23.05.15 5,422 119 12쪽
10 009 갈란디아의 기사 (2) +2 23.05.14 5,493 125 12쪽
9 008 갈란디아의 기사 (1) +3 23.05.14 5,846 116 13쪽
8 007 오크가 몰려온다 (5) +3 23.05.13 6,012 127 13쪽
7 006 오크가 몰려온다 (4) +3 23.05.12 6,011 121 12쪽
6 005 오크가 몰려온다 (3) +3 23.05.11 6,186 136 12쪽
5 004 오크가 몰려온다 (2) +7 23.05.10 6,425 130 12쪽
4 003 오크가 몰려온다 (1) +12 23.05.10 6,901 148 13쪽
3 002 에스딘의 영지 관리인 (2) +6 23.05.10 7,294 14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