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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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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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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73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19 22:15
조회
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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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
12쪽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DUMMY

기습의 성과는 반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오크 워리어의 부재는 확실하였다. 기습 작전 이후 몬스터의 공격이 눈에 띄게 허술해지긴 하였다.

하지만 갈란디아 군단도 다수의 기사를 잃어버렸다.

바란이 속한 1 보병대만 하더라도 참전한 푸른 늑대 용병대는 전멸했고, 기사도 둘 사망에 셋이 전투 불능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참전 대신 대리인을 보낸 이들이 아직 군을 지휘한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전투불능 판정을 받은 기사 중에는 바란도 있었다.

바란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목책 위로 올랐다. 다친 곳은 갈비뼈인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죽겠다. 죽겠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신을 칭찬하였다.

바란은 목책 너머를 보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고블린과 오크 그리고 인간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드잡이 중이었다.

기습의 성공 이후 갈란디아 군단은 과감한 전술을 쓰기 시작하였다. 진격하는 고블린을 마을에서 요격하고 진지로 빠르게 후퇴하면서 재미를 좀 보았다.


“벌써 움직이셔도 괜찮으십니까?”

“뭐. 걱정되어서.”


바란을 발견한 달자스가 다가왔다.


“하긴. 수장도 없는데 저렇게 나가서 용맹하게 싸우는 것이 쉽지 않죠.”


바란의 시선 끝에는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는 로빈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고리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지휘관으로서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제 돌아오는군요.”

“그렇네.”


고블린을 공격하던 바란의 백인대가 로빈의 지휘에 맞춰 빠르게 뒤로 빠졌다. 고블린의 추격을 적절하게 막아내며 진지 쪽으로 움직였다.

정말 군사를 지휘하는 모습은 정식 기사처럼 보였다.


“가셔서 환영해주셔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까지야.”


후퇴하면서도 고블린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제법 능숙하였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공방에 지칠 법도 하건만 그의 백인대는 힘찬 발걸음으로 고블린을 떼어내고 진지 안으로 들어왔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짜릿한 전투의 흥분이 남아있는지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고,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떠올라있었다.


“조원들 점검해!”


로빈의 외침에 조장들이 조원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나간 이들 중에 진지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빌리와 다요가 안보입니다.”

“저희는 전원 귀환했습니다.”

“조르당과 마르퀴스를 포함해 다섯 없습니다.”

“저희는 넷 없습니다.”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은 사망을 곧 의미한다.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열 한명이 죽었다.

첫 전투에서 오크 이백에 일천이 썰려 나가고 군사 다섯이서 고블린 하나를 힘겹게 잡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지만 동료를 잃는다는 건 유쾌하지 않았다.


“이런.”


로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피해를 합하면 남은 병력은 채 오십도 안 되었다.


“기사님!”


어두웠던 로빈이 바란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나오셔도 돼요?”

“뭐 싸우러 나온 것도 아닌데.”


바란이 웃으며 말했다.


“힘들지? 내가 티니 경에게 말해줄까? 대장도 없는 백인대 배려 좀 해달라고?”


지난 기습에서 활약한 바란의 명성이 군단 내에서 전과 다르게 올라갔다. 싱글 체인의 기사가 오크 워리어 둘을 베었다. 바란을 바라보는 눈에는 전과 다르게 존경심과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바란의 요청이라면 딱딱한 로랑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건 다른 백인대한테 눈치 보여 못하겠어요.”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죽어라 싸우고 있다. 좋은 상관 덕에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다른 이들에게 미안했다.

로빈의 말에 바란이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철없이 어린 종자는 전쟁이라는 큰 일에 짧은 시간동안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잘 지휘하고 있네. 위에서 보고 있으니까 병사 지휘는 나보다 나은 것 같아.”

“그런가요?”

“응. 고리만 만들면 바로 서임 받을 수 있겠어.”


지금 로빈의 활약이라면 충분하였다. 머저리 같은 기사의 지휘보다 훌륭하였다.

바란의 칭찬에 로빈이 기분이 좋아진 듯 웃었다.


“그러니까 수련 열심히 해.”


바란의 잔소리에 밝았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 * *


갈란디아 군단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와의 전쟁은 더욱 불이 붙고 있었다. 갈란디아와 인접한 알페스 백작령에도 오크가 침범하여 난리가 났다.

군단 수뇌부도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식량 사정이 어려워졌다.

다행인 점은 로브리아로 팔라아 공작의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 팔라아 공작은 프란시아 지방의 영주들을 규합하여 프란시아 동맹군이라는 이름으로 2개 군단을 파견한 상태였다.


“저희가 이길 수 있을까요?”


로빈이 걱정스레 바란에게 물었다. 바란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이겨야지. 원래 전쟁이라는 거는 질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야.”

“원해서 시작한 전쟁이 아니잖아요.”

“이겨서 지킬 게 있으니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거지.”


전해지는 소문으로 북쪽에서 엄청난 숫자의 피난민이 로브리아로 내려오고 있다고 하였다.

문득 에스딘 마을이 생각이 났다.

로빈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지브릴 촌장이랑 마을 사람들 잘 있겠죠?”

“오크도 안 건드릴 깡촌이니까. 무사하겠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였다.

일단 아르투아 방어에 성공하면서 모랭 일대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아직 몬스터의 침입을 받지 않았다.


“그나저나 왜 저들이 이렇게 기를 쓰고 공격하는 걸까요?”

“악마의 지시를 받고?”


로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공격을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몬스터가 인간처럼 땅 한 조각을 탐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설마.”

“나야 모르지. 오크 마음이겠지.”


바란은 말을 하고서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을 뽑았다.

악마의 지시든.

자의에 의한 침략이든.

그저 자신은 저 못생긴 것들을 막고 다시 평화롭던 시절로 돌아가면 되었다. 어려운 생각은 자신 말고도 해줄 사람은 많았다.


* * *


“쿠아앙!”


분노에 가득 찬 포효가 울렸다.

뒤에 있던 오크 워리어와 홉고블린이 선두에 서서 목책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들은 인간에게 껄끄러운 존재였다.


촤아악-.


바란의 검이 고블린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크앙!”


바란을 비롯한 백인대는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이젠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악밖에 없었다.


“밀어내라!”


게랭의 지시에 맞춰 병사들이 창으로 막 목책을 넘으려는 고블린을 밀어버렸다.


“어딜 감히!”


목책을 넘기 위해 병사들과 드잡이하던 고블린이 페키르의 검에 맞고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크르르.”


거대한 체구의 녹색 괴물이 목책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상대했던 고블린과는 다른 무지막지한 체구를 자랑하였다.

오크 워리어는 낮게 울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받아랏!”


고블린과 구분을 못 한 걸까?

병사 하나가 용감하게 창을 내찔렀다.


꽈직-.


창을 잡아 그대로 반으로 쪼개버렸다. 반만 남은 창대를 들고 있는 병사가 당황한 눈으로 오크 워리어를 보았다.


퍽-.


오크 워리어의 바위만 한 주먹이 병사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였다. 병사는 소리도 못 내고 머리통이 터지며 쓰러졌다.


“모두 피해!”


바란이 위기를 직감하고 소리쳤다.

오크 워리어는 옆에 떨어진 검을 들고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병사가 다급하게 창을 찔렀지만 소용없었다. 오크 워리어는 무식하게 창을 몸으로 받아냈다.

뚫려야 할 오크는 멀쩡했고 창을 찔러넣은 병사가 충격에 창대를 놓치고 밑으로 떨어졌다.


“이놈!”


바란이 과감하게 오크 워리어에게 안기듯 달려들었다. 오크는 그대로 주먹을 날렸지만 바란은 빠르게 자세를 낮추며 주먹을 피했다.

주먹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지나갔다.


“타핫!”


기합과 함께 검에 마나가 맺혔다. 그대로 검을 세로로 들고 오크를 베어버렸다. 검이 오크의 얼굴을 타고 허공을 갈랐다.

아쉽게도 검은 정확하게 오크를 베지 못했다. 살짝 긁혔는지 오크의 뺨에서 피가 맺혔다.


“크앙!”


분노에 찬 포효에 병사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바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가 역류하면 위험하다는 사제의 경고가 떠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도양단.

바란이 익힌 고대 검술의 비기.

단 한 번의 일격.


“하아아압!”


기합과 함께 검에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바란은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리더니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마나가 순간 팔을 통해 몸에서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콰아아아앙-!


방금 오크가 서 있던 목책이 통째로 날아갔다.

모랭에서 보였던 엄청난 위력의 검술이 바란의 손에서 다시 나왔다. 무슨 거대한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 같이 목책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이씨.”


심장 주변을 힘차게 돌아가던 굵었던 마나 고리가 끓어질 정도로 얇아졌다.

아무래도 잔소리가 심한 사제의 얼굴을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았다.


“와.”


병사들은 지금 벌어진 상황에 놀란 눈으로 바란을 바라보았다. 인간이 한 게 맞나 의심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오크가 서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지를 가르기에는 부족했으나 오크와 목책을 동시에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하였다.


“막아라! 무너진 목책으로 고블린이 밀고 들어온다!”


로빈이 다급하게 목책 아래를 보며 외쳤다.

부서진 목책 사이를 비집고 고블린이 진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


게랭이 자신의 조원들을 이끌고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목책 아래의 대기 중인 예비대도 고블린을 막기 위해 전진하였다.


“막아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기사가 검을 들고 소리쳤다. 그 사이에 고블린이라도 베었는지 그의 검에는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몬스터의 체취와 혈향.

악다구리와 포효.


전장의 열기가 바란에게 전해졌다. 다행히 무너진 목책으로 밀고 들어오던 고블린이 병사들의 거센 저항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피해!”


바란이 목책 앞에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크학!”


귀를 때리는 거친 포효가 들렸다.


쾅-.


목책이 큰 충격에 흔들렸다. 이미 바란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목책이 넘어갈 것처럼 심하게 흔들거렸다.


“으아아악!”


목책 위에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아래로 추락하였다.


“오크 워리어랑 홉고블린도 신기한데 살다가 별걸 다 보네.”


바란이 허망한 듯 위를 올려보았다.

10피트에 육박하는 큰 키.

고블린, 오크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은 못생긴 얼굴.

오크의 송곳니와 비견될 엄니.

새로운 괴물의 등장에 전쟁터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저 괴물은 뭐야?”


보이는 외모는 좀 어리숙하게 못생기고 멍청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긴 미의 기준이 우리랑 다른가?”

“와 고블린보다 못생긴 괴물은 처음이네.”


병사들이 외모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기세로 달려들기에는 괴물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요사스러웠다.

기사들은 새로 나타난 존재에 대해 알기에 병사들과 달리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사님. 저건 뭐예요?”


로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몰라?”

“네.”

“오늘 정말로 마지막 전투일 것 같네.”


바란이 검을 꽉 쥐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사제의 신신당부는 잠시 머릿속 어딘가로 묻어두어야 할 것 같았다.


“뭔데요?”


로빈은 정말로 모르는 듯 괴물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생김새부터 오크나 고블린보다 위협적이었다. 거기에 풍기는 분위기도 그들과 사뭇 달랐다.


“트롤.”


요즘 들어 안 좋은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어찌 꿈자리부터 사납더니.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오늘은 불금이네요!

저도 오늘 불타올라 주말에는 2편씩 연재해볼까 합니다.

토/일 이틀간 10시 15분 / 22시 15분에 

한편씩 연재 될 예정입니다

부족한 제글을 읽어주시고 추천도 눌러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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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23.05.19 4,763 104 12쪽
14 013 아르투아 공방전 (3) +4 23.05.18 4,810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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