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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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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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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468
추천수 :
6,255
글자수 :
499,954

작성
23.05.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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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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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글자
12쪽

015 아르투아 공방전 (5)

DUMMY

거대한 체구와 인간은 상상하기도 힘든 완력. 검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힘든 가죽과 초자연적인 재생능력을 가진 괴물.

인간에게는 재앙과 같은 종족.

어지간한 기사도 단독으로는 맞서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크앙!”


트롤의 포효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우지끈-.


목책이 트롤에 의해 힘없이 무너졌다. 이미 너덜너덜해져 방어 시설로서 기능은 많이 잃었다고는 하나 목책을 통째로 무너트리는 그 힘에 병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트롤의 주변으로 고블린이 진지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고블린과 병사들 사이에 난전이 벌어졌다.

트롤의 앞에는 애석하게도 바란과 그의 백인대만 남아있었다.


“물러나!”


바란이 다급하게 외쳤다.

자신에게 다가오던 트롤이 우악스러운 손을 뻗었다. 저 손에 잡히면 한방에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쿵-.


바란이 뛰어오르며 트롤의 손을 피해냈다.

공격을 피하자 트롤은 반대편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힘껏 휘둘렀다.


퍽-.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란은 그 자리에서 붕 날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아악!”

“기사님이 죽었다!”

“이런 젠장!”


자신들의 무패의 기사. 바란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모습에 병사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병사들의 걱정과 달리 바란은 죽지 않았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판금 갑옷의 방어력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몸을 지켜내는 값어치를 해내었다.

겨우 다 나은 늑골이 이번에는 정말 부러진 것 같았고 내장이 다 으깨진 듯한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런 개······.”


낮게 읊조리며 바란이 몸을 일으켰다.

당시 자신의 모든 전 재산을 털어 산 갑옷이 트롤의 공격에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목숨을 지켰다는 기쁨보다 다시 사야 할 것 같은 갑옷 상태를 보며 밀려오는 짜증이 더 컸다.


“죽어랏!”


저벅저벅 걸어오는 트롤을 향해 병사들이 창을 찔렀다.

아무것도 뚫지 못할 것 같은 가죽에 창이 정확하게 박혔다. 그러나 이 푸른색 거인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병사들을 향해 무심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콰앙-.


“으으윽!”

“크학!”


한 번의 움직임에 창을 찔러넣은 병사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트롤은 다시 몽둥이 크게 휘둘렀다.


“으악!”


날아오는 몽둥이에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병사들을 공격한 몽둥이는 더 전진하지 못하고 허공에 멈춰졌다.

바란이 푸른 기운을 일으키며 트롤의 앞을 막아섰다.

트롤에 맞서 단신으로 몸을 던진 기사.

그야말로 전설 속 영웅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어디까지나 보기에는 말이다.


‘젠장.’


바란은 수없이 고민했다.

과연 저 괴물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였다. 기사로서 살아온 그의 본능이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트롤의 몽둥이를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 대가는 엄청났다.


‘제발 누구라도 와라.’


팔에서 전해져 오는 트롤의 힘에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누구라도 자신을 도와주어야 했다. 그리고 이 괴물과의 승부에서 이기려면 한 명의 기사라도 더 필요했다.


“하압!”


간절한 바람이 전했는지 트롤의 옆에서 힘찬 기합과 함께 노란 기운이 번쩍하였다.


쿵-.


노란 기운의 힘찬 박치기에 트롤의 몸이 비틀거렸다. 바란에게 전해지던 무게감이 순간 사라졌다.

바란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크항!”


트롤의 팔뚝에 붉은 상처가 생겨나며 트롤이 뒤로 물러났다. 이내 트롤이 분노 가득한 눈으로 바란과 자신에게 박치기를 날린 이를 보았다.


‘달자스?’


트롤에게 일격을 선물한 달자스는 충격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전투는 버거워 보였다.


“크아아악!”


짧고 강렬한 포효.

포효로 전의를 불태운 트롤이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제법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트롤의 몽둥이가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윽!”


뺨을 스치는 무시무시한 풍압에 바란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트롤의 공격거리는 놀랍도록 길었다. 긴팔과 우악스러운 몽둥이의 조합은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난 사정거리를 만들었다.

공격을 위해서 트롤과 거리를 좁혀야 했다. 하지만 저 무지막지한 공격을 피해 거리를 좁힐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런.’


일단 바란은 트롤과의 정면승부를 피했다.

오크의 완력도 버거운데 트롤의 공격을 다시 정면으로 막으면 정말 끝이었다.

앞에서 투기를 일으키며 얼쩡거리는 바란이 거슬렸는지 트롤은 바란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란은 최대한 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트롤의 공격을 피해냈다.


‘어쩐다.’


갑자기 나타난 트롤에 무너진 목책 사이로 고블린이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 탓에 진지는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갈란디아 백작군은 고블린에게 밀리고 있었다.


쿵-.


또다시 트롤의 공격은 애꿎은 땅만 때리고 있었다. 약이 올랐는지 트롤의 붉은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였다.


“윽!”


트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10피트의 키와 거대한 체구가 의심될 정도로 빠른 움직임에 바란은 당황스러웠다.


쾅-.


다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바란은 중력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붕 뜬 채로 한참을 날아가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전신에서 끔찍한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진짜 시발······.”


바란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부딪히는 순간 최대한 몸을 비틀어 힘을 최대한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검조차 들고 있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다. 이미 형편없이 여기저기 찌그러진 판금 갑옷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제 갑옷이라기보다는 판금 거적때기였다.


“그만해라!”


고통에 신음할 틈도 없이 트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바란은 트롤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구르고 비틀고 뛰어오르고

바란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몸을 열심히 움직인 적은 처음이었다.


“제발!”


애절한 바램에도 트롤의 공격은 쉴새 없이 바란을 몰아쳤다.

순수한 속도만으로도 바란을 압도하는데 이 푸른 괴물은 지치지도 않는지 연신 매섭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몇 번이고 아슬아슬하게 몽둥이가 스치며 목숨을 구했다. 결국 분노한 트롤이 몽둥이를 던지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잡겠다는 듯 팔을 뻗어왔다.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두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고 힘차게 돌아야 할 마나는 고갈되어 갔다.


‘어쩌지?’


눈만 굴리며 트롤의 공격을 피하던 그때. 트롤을 향해 어디선가 수많은 창이 날아들었다.


“케에에엑!”


정신을 차린 달자스와 로빈이 병사들을 지휘해 창을 트롤에게 찔러넣었다.

모든 공격이 트롤에게 통한 건 아니지만 제법 많은 창이 트롤의 두꺼운 가죽을 파고들었다.


“케에엑!”


트롤의 눈에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귀찮다는 듯 몸을 흔들자 창대를 잡은 병사들이 우수수 하늘로 날았다.


“으악!”

“어아으아악!”


그 사이에 바란은 뒤로 물러나며 숨을 골랐다. 병사들의 희생으로 얻은 작은 찰나였지만 숨을 고르기에 충분하였다.

날뛰던 마나가 잠잠해지자 바란이 앞에 트롤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역류해서 죽나. 저 괴물 놈 손에 죽나!’


아주 쥐어짜내는 듯 마나를 끌어모으자 오랜만에 심장이 말라가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바란의 집중력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점점 사라졌다.


“다시 찔러!”


바란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창을 트롤에게 찔렀다.

달자스와 로빈이 바닥에 떨어진 창을 주워 트롤에게 힘차게 찔렀다.


“케에엥!”


트롤의 고통에 찬 비명이 다시 공간을 가득 채웠다. 병사들이 찔러넣은 창 덕택에 트롤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바란이 트롤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였다. 마치 새가 날아오르듯 바란의 몸을 가볍게 하늘을 날아 트롤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그의 검에는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주변의 마나가 마치 바란에게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이판사판이다! 이 괴물놈아!”


바란의 모든 감각이 검 끝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이 검에 실렸다.

바란은 짜릿한 감각을 느끼며 힘껏 검을 휘둘렀다.


서걱-.


“!!!”


바란의 검이 완벽하게 트롤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쿵-.


검이 바닥에 처박히며 굉음을 냈다.

트롤의 몸에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솟구쳤다.

피의 폭포가 만들어진 것처럼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진 땅이 붉게 물들었다.

초자연적인 재생력이 상처를 치유할 것이었다. 트롤은 응급처치로 큰 손으로 피가 터진 상처를 틀어막아 보려 했다.


푹-.

푸푸푹-.


그러나 창이 다시 날아왔다.

수십개의 창이 트롤에게 박혔다.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트롤이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쿠웅-.


창에 찔린 상처까지 해서 생각보다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트롤의 재생력이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지만 이미 트롤은 전투 능력을 잃을 정도로 많은 피가 빠져나간 뒤였다.


“하악! 하악!”


탈진해 쓰러져 가는 트롤을 향해 바란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당장에라도 검을 던져버리고 눕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았고, 심장은 말라가고 가고 있었다. 팔다리의 뼈는 다 으스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무리를 지어야 하였다.

저 트롤의 목을 베어버려야지 이 전투는 끝날 것이었다.

바란의 검이 무심하게 트롤의 목에 틀어박혔다.


* * *


타각-. 타각-.


말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귀를 간지럽혔다.

힘겹게 뜬 눈으로 밤하늘이 들어왔다.

밤하늘이 참 예뻤다.

검은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모습이었다.


“안 죽었군요.”


익숙한 얼굴이었다.

사제가 편안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못 살릴 줄 알았는데. 기사님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제 신앙심이 이리도 깊었는지.”


그는 한탄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바란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자신은 마차에 실려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마차에는 사제와 로빈이 타고 있었다.

로빈은 피곤했는지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곤히 잘 자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바란이 사제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기억 안 나십니까?”

“트롤의 모가지에 내 칼을 박은 건 기억 나지.”


사젝는 바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대체 기사님의 생각을 모르겠습니다. 기사 몇 명이 합심해야 할 트롤을 단신으로 싸우시다니요.”

“하.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뭐 이제 사제가 죽으라면 죽어야 할 판이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로브리아로 가는 길입니다.”

“그래?”


이제야 후방으로 빼주는 모양이었다.

세 번이나 목숨을 걸고 싸운 대가치고는 좀 아쉬웠다.

그런 바란의 마음을 읽었는지 사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르투아는 함락되었습니다.”

“뭐라고?”


바란이 깜짝 놀랐다.

자칫하면 몸을 일으킬 뻔했다.


“기사님께서 트롤을 쓰러트리신 거는 충분히 엄청난 활약이지만 다른 진지도 마찬가지이지는 않죠.”


특히 아르투아 성에는 트롤이 다섯 기나 등장했다. 오크워리어와 홉고블린도 모자라 트롤까지 나타났으니 갈란디아 군단은 로베에서의 패배처럼 처참하게 패배하였다.

사제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들은 바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기사님은 충분히 하신 겁니다. 오히려 가진 능력보다 많은 걸 해냈습니다.”


사제가 빙그레 웃었다.

바란이 트롤을 쓰러트린 덕에 바란이 속한 1 보병대의 피해가 그나마 제일 적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축하드릴 일이 있군요.”

“축하?”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연전연패로 본거지까지 밀린 군대의 기사가 축하할 일이 없을 텐데.


“더블 체인의 기사가 되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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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서부 구출 작전 (1) +1 23.05.20 4,741 116 12쪽
» 015 아르투아 공방전 (5) +2 23.05.20 4,741 118 12쪽
15 014 아르투아 공방전 (4) 23.05.19 4,762 104 12쪽
14 013 아르투아 공방전 (3) +4 23.05.18 4,810 105 12쪽
13 012 아르투아 공방전 (2) +4 23.05.17 5,022 114 13쪽
12 011 아르투아 공방전 (1) +1 23.05.16 5,386 110 12쪽
11 010 갈란디아의 기사 (3) +3 23.05.15 5,427 119 12쪽
10 009 갈란디아의 기사 (2) +2 23.05.14 5,497 1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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