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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너그램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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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에너그램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5.16 18: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21
추천수 :
60
글자수 :
110,771

작성
24.05.10 19:00
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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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인연

DUMMY

“...헤.”


재밌다는 듯 로테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뜻밖인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그놈들에게서 탈출하지 않으면 죽었을거다.

죽기 전에 먼저 죽였을 뿐.

이 세상은 본래 그런 곳이지 않은가.


“흐음.”


물론 로테는 전혀 내 말을 믿지 않는듯한 눈치였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작게 콧방귀까지 뀌는걸 보면.


“뭐, 그래. 우리 가게 VIP께서 하시는 말씀인데 믿어야지.”

“...그러든가.”


어차피 그녀가 믿든 말든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찾는게 어떤 놈들인가.

“로테, 그 현장을 조사한다는 놈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누구? 아, 이 의뢰 맡긴 놈들? 잘 알고 있지.”


드르륵.

밑바닥 쪽에 위치한 서랍에서 로테가 꺼내든, 글씨가 빼곡하게 쓰여진 보고서.


“전갈파. 기계 도시가 아니라 다른 중소 도시에서 온 놈들이 시작한 건달들이지. 최근에 뒷골목 쪽에서 수를 꾸역꾸역 불려 나간 놈들이야.”


테오가 그 보고서를 훑는 동안, 로테는 그 너머에서 징글징글하다는 듯 말했다.

“세를 불리느라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는 덕분에 우리 쪽에서도 달갑진 않지만... 수가 수다 보니까 그 안에서 나오는 단물도 꽤 짭짤해서, 굳이 잡아 족치려고 하는 쪽은 별로 없지만 말이야.”

“별로 없다는 건.”


스윽.

보고서를 내려놓은 테오의 눈동자가 로테를 향했다.


“이 녀석을 잡아 족치려고 하는 쪽이 있긴 하다는 뜻이군.”

“당연하지. 애초에 외부 도시에서 온 놈을 누가 달갑게 생각하겠어?”


슥.

그러면서 테오를 쳐다보는 로테.


“아, 당신한테 한 말은 아니야. 오히려 난 당신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편.”

“아부는 됐으니 본론이나 말해.”


칭찬해줘도 난리라며 구시렁 대는 로테.

물론 테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투정이었다.

“아무튼,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서 온 놈들이라서 정부는 그다지 건드리지 않지만, 군부에서는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야.”


군부.

기계 도시의 거의 유일한 정의의자 인간성으로 돌아가는 단체였다.

문제는 이 도시에서 정부의 입김이 그다지 세지 않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게 문제지만.

“그럼 군부에서 움직인다는 건가?”

“아니? 이미 도시 정부가 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왜 그 녀석들이 움직이겠어?”

“그럼 왜 말한거냐.”


얼굴을 찡그리자, 재밌다는 듯 키득거리는 로테.


“진정해, 마법사 나리. 군부가 ‘직접’ 움직이진 못해도, 이쪽으로 의뢰를 넣는 것 까지는 가능하잖아?”

“...그 말은.”


삐리릭.

로테가 화면에 스크린을 띄우며 말했다.

“자경단. 뒷골목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움직이는 녀석들이 그 녀석들을 치워 버리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야.”


스크린 안에 떠오르는 대략적인 자경단의 규모와 전력. 그리고 사세한 인적사항.


“기계도시의 유일한 마법사 정도면, 그 녀석들 쪽에서도 구미가 당기지 않겠어?”

“...해 볼만은 하겠군.”


고개를 끄덕이는 테오.

그런 테오를 향해 로테가 궁금하다는 듯 눈을 끔뻑거렸다.


“굳이 그 일에 얽혀들려고 하다니, 당신도 참 특이하네.”

“...무슨 말이지?”

“아니, 그냥.”


긁적.

제 뺨을 긁적인 로테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으면, 그냥 내버려 두거나 도망쳐 버리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잖아?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런가.”


테오는, 그것이 나쁜 태도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세계는 위험하니까.

감당할 수 있는 것 보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굳이 귀찮고, 힘겨운 일에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쩌면 로테에게는 유독 특이해 보일 수도 있으리라.


“별건 아니다.”


하지만 테오는 그들과 달랐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이 세계의 사람들과 달리, 테오는 이 앞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오직 자신뿐이란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 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이러고 있을 뿐이니까.”

“...자신감 하나는 부러울 정도네.”


피식, 웃는 테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 의뢰를 다른 누군가가 받으면 그게 더 골치 아픈 일이야.”

“하기야, 그렇기도 하네.”


그들이 죽은 것 자체는 총에 의한 관통상.

하지만 조금이라도 솜씨가 좋은 자라면, 아마 그들이 죽기 직전 마법에 걸렸음을 추론해 내기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머리를 관통한 얼음 송곳은 이미 녹아버렸을 거고, 놈들의 몸에 흘러든 전격도 이미 다 사라졌겠지만, 사이버펑크 세계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머지않아 테오가 있는 이 가게에, 놈들이 고용한 사이보그가 처들어 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거란 이야기다.


첫 번째 재앙이 다가오기까지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일.

그런 놈들과 굳이 엮여서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그 놈들을 소탕했을 때 군부에서 주겠다고 한건 뭐지?”“놈들의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2억 벨까지 줄 의향이 있다고 하네.”


2억 벨.

이전까지 받아온 것과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그걸 전부 꿀꺽할 수는 없을 거 라는 것 정도는, 테오도 알고 있었다.


“모자라, 3억으로 올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정부 쪽이랑 협상은 나도 쫄리는데?”

“어차피 자경단 놈들에게 떼어줘야 할거 생각하면 이쪽으로 오는 건 10% 정도 밖에 안될거 아니냐.”


전갈파의 세력을 상대하려면, 자경단도 대부분의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

아무리 마법사라 해도 단독으로 그들과 협력 하는데 과도한 비율을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솔직히 10%라고 해도, 그들이 받아들일지 확실하지는 않은 비율.

더 줄어들지도 모르는 비율을 생각하면, 2억 벨은 오히려 적었다.


“끙... 알겠어, 군부 영감탱이들이랑 이야기하고 싶진 않은데...”


구시렁거리면서도 로테는 딱히 반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의 몫이 곧 자신에게 돌아올 수수료와 직관되어 있는 만큼, 그녀 또한 판돈이 커져서 나쁠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일단 돈은 내 쪽에서 최대한 조정해 볼테니, 그 사이에 자경단장이랑 한번 만나 보는건 어때?”

“흐음.”


어차피 비가 오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의뢰를 받기에도 힘든 시간이었다.

이대로 호텔로 돌아가 쉬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와 만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

“그러지.”

“좋아. 마침 근처 자경단 분대에 방문해 있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연락 돌릴게.”


로테의 깔끔한 일처리와 함께, 이내 테오는 손쉽게 자경단장과의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자경단장이라.’


게임 속 퀘스트 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자였다.

게임이 워낙 방대해서, 텍스트로 설명을 때워버린 탓이었다.

물론 이유가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첫 번째 재앙 이후로는 거의 절멸해 버린 존재들.’


자경단.

그나마 뒷골목의 치안을 해결하던 그들이 사라진 것은, 첫 번째 재앙 이후였다.

그 이후로 두 번째, 세 번째 재앙이 일어날 때마다 뒷골목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자연스럽게 사이보그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원인이기도 했다.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게임이 현실이 되며 얻은 기회를, 테오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비가 내리는 골목을 빠른 속도로 뛰어가며, 테오는 로테가 가르쳐준 주소로 향했다.


****


뒷골목은 어둡다.

밤이 아니더라도, 기계도시의 마천루가 해를 가려 생긴 그림자가 뒷골목을 지나기 때문.

그렇기에 사람들은 반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말하곤 한다.


뒷골목이 생긴건 저 마천루 때문이라고.

그게 반만 우스갯소리인건, 절반쯤은 진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그 그림자 속에서 빛을 밝히는 자는 하나쯤은 있었다.


“...”


뒷골목 특유의 배터리가 다 되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만 같은 가로등들은 여기 없다.

환하게 골목 골목을 밝히는 수십개의 가로등과, 그 가로등 중앙에 위치한 번듯한 청색 건물.


뒷골목의 자경단들이 위치한 건물이다.

테오가 문쪽으로 다가가자, 이내 건물에서 나오는 목소리.


[정지. 신원과 방문 목적을 말해.]


사람보다는 기계가 인간을 흉내낸듯한 목소리.

테오는 조심스레 로테의 이름을 댔다.


“로테의 소개로 온 마법사 엔디다.”


그 말에 잠깐이지만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당황한 것처럼.


[...들어가도, 좋다.]


당황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열리는 셔터문.

그 안으로 들어가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테오를 맞이해 주었다.


저벅, 저벅.

계단 위로 올라간 테오를 맞이해 준 것은 널찍한 테이블.

스무명은 앉을 수 있을법한 그 테이블에 앉아있던 인원들이 모두 테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경계 하는건가.’


천천히 내 위에서 아래로, 혹은 그 반대로 훑어보는 시선.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테오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단장은 누구지.”


흠칫.

그저 말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도 어깨를 떠는게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신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 것 인지 의아해할 무렵.


“...평범하지 않은 사람일 거라고 말은 듣긴 했지만.”


저 안쪽.

바라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신체 왼쪽을 전부 기계로 바꾼 여인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더한 모습이군, 마법사.”


뚜벅, 뚜벅.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그 모습을 본 테오가 순간 머릿속에서 그녀의 정체를 알아챌 무렵.


“반갑다. 자경단을 이끌고 있는 로테인이라고 한다.”


기긱.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기계손을 알아차린 테오가, 황금히 정신을 차리곤 그 손을 맞잡았다.


“...마법사 엔디다.”


콰악.

손을 맞잡으면서도, 엔디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이 녀석이 왜.’


기계 도시의 첫 번째 재앙.

메카닉 데몬 소환.

그 재앙의 네임드 몬스터였던 ‘철의 여인’.

자경단장의 모습이 그녀와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테에게 말은 들었어. 전갈파 놈들 때문에 우리들과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데.”


갑작스러운 사실에 머리가 어지러운 것도 잠시.

테오는 필사적으로 그 사실을 머릿속 한구석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앉아서 하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이 잊혀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철의 여인.

이명으로 고문의 여제라는 이름도 가진 그녀는 첫 번째 재앙의 중간 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존재였다.


사이보그 육체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플레이어의 체력을 깎고, 단단한 금속 육체는 어떤 공격이든 막아낸다.

그러나 그녀를 까다롭게 만든 패턴은 바로 제한 시간.

그녀를 제한 시간 내에 이겨내지 못하면, 첫 번째 재앙의 보스인 메카닉 데몬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공방일체인 그녀를 상대로 단기간에 끝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방어력 감소의 효과를 가진 무기나 방어를 버리고 압도적인 화력을 취하는 스킬트리를 강제하는.

말 그대로 X랄 맞은 보스였다.


하지만 지금 테오의 앞에 있는 그녀는, 그때처럼 무감정하고 덤덤한 표정이 아니었다.


“...어리군, 마법사라기엔 너무 어려.”


테오를 걱정하는 눈빛.

그러면서도 당당한 분위기와 기세.


“거기다 의체...? 마법사가?”


말 그대로 기계같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테오는 약간이나마 긴장을 풀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 철의 여인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


“그런 건 문제가 아니지. 중요한 건 내가 하러 온 제안이다.”


경계는 하되, 의심은 하지 말아야 했다.


“군부 쪽에서 의뢰를 넣었다. 전갈파를 없애 달라고.”


적어도, 그녀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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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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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6시 20분입니다. 24.05.13 13 0 -
20 줄타기 24.05.16 11 2 12쪽
19 도시화 24.05.16 14 2 11쪽
18 대기업 24.05.15 18 1 11쪽
17 보수 산정 24.05.15 19 1 11쪽
16 소탕 24.05.14 20 4 11쪽
15 마탄 24.05.14 26 2 12쪽
14 마력 감응 24.05.13 28 1 12쪽
13 용병 사무소 24.05.13 29 2 12쪽
12 참전 24.05.12 42 4 12쪽
11 악마 숭배자 24.05.12 40 2 12쪽
10 재앙의 조짐 24.05.11 39 3 13쪽
9 실마리 24.05.11 42 3 12쪽
» 인연 24.05.10 57 5 12쪽
7 악연 24.05.10 57 4 14쪽
6 실험 24.05.09 63 5 13쪽
5 적응 24.05.09 62 3 13쪽
4 의뢰 24.05.08 69 3 13쪽
3 자립 24.05.08 78 4 12쪽
2 해방 24.05.08 86 4 12쪽
1 각성 24.05.08 122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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