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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너그램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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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에너그램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5.16 18: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40
추천수 :
60
글자수 :
110,771

작성
24.05.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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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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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자립

DUMMY

서랍을 열어 안에 있는 서류를 쏟아낸다.

바닥을 두드려 빈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고, 시체를 뒤져 찾은 열쇠들로 금고를 쑤셔댄다.


그때마다 피로에 찌든 테오의 몸은 쉬게 해달라고 비명을 지르다가도.


와르르르-

이따금씩, 장롱이나 금고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보면 잠시나마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짤랑.

동전과 지폐 사이에서 작게 빛나는 반지를 집어든 테오.

크지는 않지만 그 위에서 반짝이는 것은 틀림없는 보석이었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테오가 반지를 책상 위로 던졌다.

그 위에는 그런 식으로 테오가 던져낸 것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다는 못 들고 가.’


테오가 바닥을 쳐다 보았다.

나뒹구는 동전과 지폐들이 피 묻은 바닥을 반쯤 가릴 정도로 쌓여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시간이 너무 끌릴거다.

뒷골목에서 불룩한 주머니를 보이는 것도 그다지 현명한 짓은 아니었고 말이다.


‘숨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몸으로 가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가져가야 해.’


덜그럭.

마지막 열쇠를 벽면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금고에 꽂아 넣으며 테오는 직감했다.

뭔가 이 안에 든 것들이 ‘진짜’ 일 거라는, 그런 예감.


끼이익-


“...핫.”


예상은 정확히 들어 맞았다.

금고 안에서 반짝이는 동전들은 전부 금빛 혹은 은빛이었다.

아마 보스의 개인적인 창고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금고 제일 안쪽에서 녹빛으로 반짝거리는 주사기를 세 개를 본 테오가 곧장 안으로 손을 넣었다.


와르르르-

바닥으로 쏟아지는 금화들을 무시한채, 조심스럽게.

혹여나 깨질까봐 조심스레 그 주사기 세 개를 꺼낸 테오가 그것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게임 화면으로 몇 번이나 봐 왔던 일종의 회복 아이템.

정확히는 고통 억제용 약물과 신체 재생용 약물이 담겨져 있는 약이었다.


철의 도시에서 제일 유명한 제약 회사의 제품이니, 제일 싸구려 제품이니 하는 설명도 있었지만...


푸욱!

그것들을 떠올리기도 전에, 테오는 망설임 없이 주사기를 팔에 꽂았다.


“하아아...”


주삿바늘이 팔을 뚫는 따끔한 감각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안쪽의 초록빛 액체가 밀려나는 실린더와 함께 점차 혈관을 타고 돌기 시작하고.

머리를 괴롭히는 두통과 몸의 고통, 피로가 점차 씻겨 나가듯이 사라져나간다.


약쟁이가 된 것 같다고, 그렇게 내심 생각하던 것도 잠시.

어느샌가 팔에 뚫려 있던 구멍에 살이 차올라 메워져 있는 모습에 테오가 숨을 삼켰다.


‘...마법이 따로 없네.’


잠시 멍하니 있던 테오가 이내 주사기 두 개를 품에 챙겼다.

게임 내에서도 회복 아이템은 비싸고 귀했다.

현실이 된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으리라.


‘일단 이게 마지막이었으니...’


스윽.

테오의 시선이 반지를 던져놓은 책상 위로 향했다.

자그마한 보석이 박힌 반지, 고급스러운 장식이 된 담배, 정체불명의 앰플 같은 것들이 한 줌 조금 더 되게 쌓여 있었다.

금고나 장롱 같은 것들에 있던 것들 중 그나마 귀해 보이는 것만 모은 것이었다.

거기에 금고 안에 든 금화와 은화들까지.

전부 테오가 얻은 수확이었다.


“...읏차.”


옷에 든 주머니에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분배했다.

조금 무겁긴 했지만, 그래도 회복약 덕분에 좋아진 몸 상태론 견딜 만 했다.


“그럼 이제... 가볼까.”


밤은 짧았다.

도로 한 구석에 치워놓은 남자의 시체는 새벽 즈음만 되어도 발견 될거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여기로 올테고, 결국 발견하리라.

몰살당한 녀석들의 시체를.


그 뒤는 뻔했다.

뭐라도 있을까 싶어 시체와 방을 헤집어놓을 스캐빈저들.

사라진 놈들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이 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깡패나 양아치들.

소란을 알아채고 정보를 얻으러 올 정보상과 브로커들.

사건을 수사하러 올 공권력의 개들까지.


모두가 모여서 개판이 날 거다.

그리고 결국 그 모두가 테오를 찾겠지.

그러면 또 별반 다르지 않은 신세가 될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테오는 그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읏차.”


다행히도 건물 밖은 조용했다.

열쇠를 받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찾으러 직접 나선 듯 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동전과 지페들은... 뭐.

이때까지 고생한 녀석들이 아마 나눠 가지지 않겠는가.

다른 녀석들이 챙기는 것 보다는 그게 훨씬 나을 터 였다.


고장 났는지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을 가로지르며, 그렇게 테오는 뒷골목의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


“...500.”


툭.

지폐 다섯 묶음을 내미는 노인.

말없이 지폐를 받아든 테오가 곧장 손가락을 튕겼다.


팅-

손가락 위에 있던 반지가 탁자 위로 떨어지자, 말없이 반지를 가져가는 노인.


“못 보던 얼굴이군.”

“신경 꺼요.”


철컥.

왼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주머니에 밀어넣으며 문을 나서는 테오.

[양심 전당포]라고 적힌 건물에서 점차 멀어지며, 테오는 받았던 지폐 한 덩이를 풀었다.


테오가 이 세계에 떨어지고서 알게 된 사실은, 물가가 더럽게 비싸단 거였다.

혹시 몰라서 챙겨온 지폐 몇 장으로는 빵 하나 사 먹기도 벅찰 정도로.

단순한 생필품이 그 정도인데 숙박업소는 얼마나 하겠나.


어떤 한 숙박업소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듣고 말없이 나간 이유이기도 했다.


“...”


저벅저벅.

어둡고 냄새나는 뒷골목을 한참 동안 걷자, 풀내음과 함께 길의 끝에 번쩍이는 불빛이 보였다.

골목의 끝에 도착하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대한 공원과 건물들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 중 하나에 적힌 호텔이라는 글자.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유리문을 지나 안으로 향하자, 당황한 듯한 종업원의 표정이 보인다.

꾀죄죄한 몰골에다 어린 나이의 모습이라 그런 걸까.


“1박에 얼마죠.”

“25만 벨입니다.”


그럼에도 이내 차분하게 가격을 말하는 점에서 프로의식이 느껴졌다.

아니면 어린 아이가 그만한 돈이 없을거라 여긴 것일까.


“여깄습니다.”

“...2903호로 가시면 됩니다.”


스윽.

열쇠를 내밀기까지 걸린 간격과 눈빛으로 봤을 때, 아마 후자에 가까우리라.

빳빳한 현금을 내민 테오는 곧장 열쇠를 집어들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연인, 혹은 고객으로 만난 듯한 두 짝의 사람들의 시선이 이어지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29층입니다.


기계음과 함께 열린 엘리베이터 문 밖으로 나와, 세 번째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그안에 있는 커다란 침대에 눕자마자-


“흐으으아아...”


테오는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피로를 내뱉었다.

푹신한 침대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간질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잠을 자기에는 너무나도 머릿속이 복잡했기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죽음을 피해 무작정 벗어났다.

건달들의 죽음은 당분간은 떠들썩 하겠지만 단지 그 뿐.

아마 그들의 죽음은 단 일주일만 지나더라도 잊힐 것이다.


단지 그 영향을 피하려면, 이대로 여기에 처박혀 있으면 될 뿐.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어나더 월드는 그저 단순하게 오픈 월드에서 하고 싶은대로 하는 샌드박스 게임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이 세계에 찾아오는 재앙을 막지 못하면, 그대로 끝나 버리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이를 악물고 캐릭터를 키워야만 한다.


소모품을 물처럼 쓸 때까지 모으든, 전설이나 설화 속에나 나올법한 장비를 구하든, 스킬이나 특성 포인트를 퀘스트로 주구장창 파밍하든...


온몸을 비틀어가며 충분한 힘을 키우고, 그걸 바탕으로 일정한 주기마다 찾아올 재앙을 이겨내면서 진행하는 게임.

그런 게임이 현실이 됐다고 해서 재앙들이 제 발로 소멸해 주겠는가?


그럴 리가.

어쩌면 오히려 더 일찍 찾아올지도 모른다.

현실이란 어떤 이유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법이니까.


즉, 가만히 있다가는 고작 몇 달도 안 되어서 멸망하는 세계와 함께 개죽음을 당할게 뻔하다는 거다.


‘그건 안 돼.’


그렇다고 이 세게에 재앙이 다가온다고 외친들, 누가 들어주겠나?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즉, 재앙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지금으로썬 오직 나 뿐이라는 거다.


‘명성이 높아지면 나중에야 조력자 시스템이 생기기야 하겠지만...’


그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앙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이 꼬마의 몸으로는 재앙은커녕 이 세계를 혼자 살아 나가기도 힘들거다.

아무런 힘도 없었다면 말이다.


파직-


손끝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전류.

1위계 마법, [볼트].

그것은 하나의 징표였다.

테오가 이 세계에서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로써 존재하고 있다는 증표.


그리고 지금은, 그 플레이어였던 시절에도 얻지 못했던 또 하나의 능력까지 있었다.


저릿저릿-

마법의 반동을 버틸만한 수준까지 억제해주는 특성, [강인한 육체].

원래라면 얻지 못할 특성이었다.


‘버그 인건지, 아니면 날 여기에 집어넣은 놈이 준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주어진 김에, 테오는 여기서 끝날 생각이 없었다.

1000시간을 들여 플레이했던 경험 속에 있는 지식들.

아무리 구린 특성도, 아무리 쓰기 힘든 특성도 써보고- 아이템 또한 그러했던 경험들.

그것들을 전부 살려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말리라.


그렇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게, 어나더 월드라는 게임이었으니까.


“...”


하필이면 왜 이 게임일까.

한 번씩 생각나던 사실이었다.


어나더 월드의 난이도는 어렵다.

과학과 마법, 그리고 판타지 세계에나 나올법한 힘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가로, 이 세계에서 인간성이란 희박하디 희박한 관념이 되었다.


NPC들은 숨 쉬듯이 배신을 하고 초인들은 천재지변을 일으키며, 크툴루를 모티브로 한 저 신들은 시련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솎아내길 밥 먹듯이 한다.


그러한 배경에 더불어, 점차 어려워지는 난이도는 결국에는 플레이어가 깰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 마지막 재앙은 지금까지 통과한 플레이어가 단 한 명도 없다시피 하니 이딴게 무슨-


“...후우.”


너무 흥분했다.

머릿속에서 진정하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에,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화내봤자 바뀌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제서야 점차 뜨이는 눈과 함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먼저 퀘스트.

특성과 스킬 포인트를 주는 퀘스트를 최우선으로 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특성들을 개방 해야만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힘을 길러 나가면서, 어떻게든 이 세계에서 탈출해 원래 세계로 갈 방법을 모색한다.

마지막 재앙이 다가오기 전에.


‘...그리고 만약.’


나갈 방법을 찾지 못 할 경우에는.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여, 도전을 준비하자.

특성이든, 소모품이든, 장비든-

인맥이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 제일 필요한 건...


‘돈.’


그것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여기는 현실 세계와 제일 닮아 있는 도시다.

다른 도시와 달리 일을 하면 적어도 돈이 들어오기는 하는, 현대 사회의 그것만은 무너지지 않은 곳.


‘...다 처분하면 얼마일려나.’


문득 테오는 자신이 챙긴 것들을 속으로 세어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샘플 같은 것을 제외하고, 최대한 게임 속 재화의 교환 비율로 따져 보았을 때-


대략 1000만벨이 조금 넘을터.

가만히 있기에는 충분하지만, 강해지기에는 턱없이 모자른 돈이다.

애초에 사이보그가 되기 위한 기초적 신체 강화 시술부터가 최소 5000만 벨이었으니.


“...”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생긴 첫 번째 목표가 현실과 다르지 않다니.

그런 생각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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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탄 24.05.14 27 2 12쪽
14 마력 감응 24.05.13 29 1 12쪽
13 용병 사무소 24.05.13 30 2 12쪽
12 참전 24.05.12 43 4 12쪽
11 악마 숭배자 24.05.12 41 2 12쪽
10 재앙의 조짐 24.05.11 40 3 13쪽
9 실마리 24.05.11 43 3 12쪽
8 인연 24.05.10 57 5 12쪽
7 악연 24.05.10 58 4 14쪽
6 실험 24.05.09 64 5 13쪽
5 적응 24.05.09 63 3 13쪽
4 의뢰 24.05.08 70 3 13쪽
» 자립 24.05.08 79 4 12쪽
2 해방 24.05.08 86 4 12쪽
1 각성 24.05.08 124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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