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에너그램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에너그램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5.16 18: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32
추천수 :
60
글자수 :
110,771

작성
24.05.09 18:05
조회
63
추천
5
글자
13쪽

실험

DUMMY

철의 도시, 즉 기계도시의 기업은 현실의 그것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현실에서는 꾸준한 성장세와 그에서 오는 이익으로 행해지는 투자.

거기에 약간의 비리와 조작질이 더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몸집이 커지는 법.

대기업이라 할만한 존재가 태어나는게, 적어도 허무맹랑한 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나 기계도시의 기업은?

사업을 시작하기만 하더라도 온갖 방해가 시작된다.

찌라시를 기반한 헛소문은 기본이요, 산업스파이와 전산망 해킹은 귀여운 수준이다.


작은 동네 구역 하나에서 가게를 하나 하는게 그 정도라면, 과연?

분점을 내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그때부턴 목숨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기 시작한다.

폭발 테러와 간부진 암살, 신상 유포와 현상금 수배 등등.


그것들을 전부 견뎌내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그들과 같아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을 상대할 무력을 자신들의 기술로 빚어내거나.

혹은 그렇게 할만한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먼저 공격하거나.


물론 그러면서도 꾸준한 성장세 등의 요소는 필수다.

결국 그런 것들을 겪어온 기업의 간부들은, 알아서 제 몸을 사리게 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뒷골목에 온다고?

굳이 제 몸을 이끌고?


“...미치겠네.”


머리를 한 손으로 짚은 로테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암호화된 위치 정보가 가리키는 건 뒷골목 안에서도 보안 좋기로 유명한 카페.

그나마 다행이었다.


“따라와, 엔디.”


물론 사장이 바보도 아니고 맨몸으로 오진 않을거다.

하지만 로테가 이 도시에서 살며 취득한 한 가지 법칙.

언제나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최악은 바로.


“별로 멀진 않으니까.”


사장이 죽고, 그 책임이 이쪽으로 전부 전가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런 일은 극구 사양이었다.


“리피! 가게 좀 잠시 맡아줘!!”


탁자에 엎어진 콜라를 닦던 가이노이드에게 그렇게 외치며, 로테는 튀어 나갔다.

곧이어 테오 또한 옷깃을 여미며 따라갔고.


“...”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가게 안에서 리피라 불린 가이노이드만이 바삐 움직였다.


****


호로록.

카페에 앉아있던 남자가 커피를 들이켰다.


“...”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커피 맛보다는 다른 이유였으니,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무렵.


딸랑딸랑-

출입문에 달린 방울 소리와 함께, 이내 남자 쪽을 향해 두 명의 인영이 시선을 보냈다.


“...호오.”


남자 또한 그 시선을 마주하곤 보답하듯이 손을 흔든 찰나.

“당신 미쳤어요!?”


그 두 명 중 한 명.

로테가 화를 내면서 남자를 향해 다가왔다.

그럼에도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로테를 향해 말을 이었다.


“일단 앉지, 샤를로테. 얼굴이나 붉히러 온 것도 아니잖나.”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남자는 그녀의 옆을 쳐다보았다.

본 적 없던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음.”


남자는 눈읏음을 지으며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이 이번에 제 의뢰를 맡아주신 마법사 분이시군요.”

“...그래.”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곧장 남자의 테이블 옆에 앉는 둘.

다가온 로봇에게 테오가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 로테가 남자를 가리키며 테오를 쳐다보았다.

“...이쪽이 S사 사장, 리폰이야.”

“반갑습니다. 그쪽 분은 이름이?”


슬쩍 테오가 그를 쳐다보았다.

마치 연구원 느낌이 드는 듯한 허약한 인상의 남자였다.

5대5 가르마에 약간 다크서클이 낀, 어딘가 쾌활하면서도 방구석 폐인의 면모가 보이는 얼굴.

게임에선 본 적 없던 얼굴이었다.


“엔디.”


짧게 대답함에도 리폰에게선 딱히 불쾌함이나 적의라곤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런 태도가 익숙하다는 듯 생글생글 웃고 있을 뿐.


‘그나저나 S사라... 삼X은 아니겠지.’


테오가 현실의 가전제품과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그 기업을 떠올리고 있던 그때였다.


“커피 나왔습니다.”


달그락.

로봇이 둘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아, 땡큐.”


곧바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잡고 들이키는 로테.

식도가 화상을 입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꿀꺽꿀꺽 커피를 들이킨 그녀가.


“후우.”


하고 잔 절반을 비우고서야 입김을 내뱉었다.

그 입김에서 피어오르는 하얀건 대부분이 열기였다.


“그래서, 왜 굳이 그 귀한 몸을 여기까지 옮긴거죠?”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다시 로테가 리폰을 향해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리폰이 이내 호록, 하고 커피를 마시고는.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달그락.

하고 대답과 함께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우선 첫 번째는, 재발 방지겠죠.”


자세히 보니, 남자의 손이 미세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직원은 저희의 사업 초기 때부터 함께해 왔던 직원입니다.”


아니, 손 뿐만 아니었다.

온 몸이 조금이지만 확실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자그마치 7년... 아니, 8년을 함께 해 왔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거라고 감히 생각 못 했습니다. 감히.”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떨림에선 미세한 열기마저 느껴졌다.

흐느낌보다는, 마치 배신감과 분노에 가까운 열기.


“고작 사흘 새에 귀신같이 이변을 알아챈 주주들이 연신 연락을 보내오고, 주가가 하락선을 긋고 있는 와중에... 또 다시 누군가를 회수하러 보냈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요?”


그럼에도 그가 간신히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은, 그의 초인적인 인내력.

그리고 절제력 때문이리라.


“처음부터, 살해 협박과 연대 보증까지 져가면서 함께 해왔던 직원마저 등을 돌리는 와중에... 누군가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이 정도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를 증명하는 것이리라.

자신과 사업의 처음과 어쩌면 끝이 될지도 몰랐던 세월을 함께했던 동료가 배신했단 사실을, 이렇게 억누른채 담담히 말할 수 있는게 말이다.


“...더 이상 말하기엔 저희 내부 사정도 있으니. 이 정도에서 이해 바랍니다.”


어느샌가 압도된 그 기색에 로테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폰은 웃어 보였다.

물론 그 쓴웃음에 가까운 표정은, 앞으로 그가 겪을 고생을 표현하는 듯 했지만.


“가방은, 지금 전달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달그락.

로테가 책상 위로 가방을 건넸다.


이내 곧바로 가방을 열어본 리폰은, 이내 한번 훑어보고는 웃는 얼굴로 다시 가방을 잠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요.”

“...감사?”


고개를 끄덕인 리폰은 이내 테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소식은 이미 들었습니다. 칼리소 코퍼레이션에서 보낸 사이보그와 만나셨다고요.”

“...그게 칼리소 코퍼레이션 거였었다고?”


테오가 헛웃음을 흘렸다.

기계도시 안에 얼마 없는 대기업 중에서도 의체 관련으로 소문난 기업 아닌가.

그런 녀석들이랑 거래를 하려 했던건가. 이걸 훔친 그 녀석은.


“그런 녀석과 만나면서까지 살아 남은데다가, 싸워서 이기기까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운이 좋았어.”


급이 딱히 높지도 않은 사이보그인데다가, 방심까지 해준 덕분에 이룬 승리였다.

외피에 전류 저항 처리만 했었어도 그 자리에 나뒹구는건 사이보그가 아닌 테오였으리라.


하지만 리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해 보였다.

“의뢰를 수락하신지 고작 하루도 안 되어서 행방을 찾은 데다가, 서류도 멀쩡하잖습니까. 듣기로는 아주 격렬한 전투였다던데요.”


격렬? 그걸 격렬이라고 할 수 있나?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오른 테오였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이렇게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의뢰를 수행해 주신 만큼 저희 쪽에서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실례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리폰이 고개를 숙이자.

“...감사는 금전으로 해 주면 충분해.”


테오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초에 이 녀석이 대기업 쪽이나 정부 쪽에 연줄이 있다면 모를까, 굳이 이 녀석의 호감을 얻어봤자 쓸데도 없었으니까.


“저도 말로만 때울 생각은 없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답하는 리폰의 말에 그제서야 테오의 입에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 테오를 쳐다본 리폰이 이내 말하길.


“...소문과는 좀 다른 모습이시군요.”

“소문?”


이 도시에서 어느새 퍼져나간 테오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듣기로는 굉장히 손속이 잔혹한데다가, 굳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는 미치광이이니 굳이 엮여서 좋을게 없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허.”


미치긴 누가 미쳤다는 건가.

그런 마음에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헛소리.”


난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미칠 일은 없을거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어떻게 할 거야?”


가만히 있던 로테가, 이내 제 커피잔을 전부 비우곤 물었다.


“네가 잡아온 그 녀석 말이야. 아직 기절해 있는 것 같은데.”

“으음.”


나는 말없이 앞쪽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리폰을 쳐다보았다.

순간이지만 그의 몸이 흠칫, 하고 떨리는게 보였으니 말이다.


“...괜찮으시면, 저희 쪽으로 신병을 넘겨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든가.”


어차피 이 쪽에서 데리고 있어봤자 할 것도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저쪽에 넘기는 게 이득이기에 한 말이었지만.


“감사합니다. 그것도 따로 사례하도록 하죠.”


리폰은 웃으면서 또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로테가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보냈지만, 어쩌겠는가.


게약서 상에서도 명시된 건 그저 서류가 든 가방 뿐이었고, 그 녀석은 딱히 언급이 없었으니.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세하게 계약을 하지 그랬었나, 라고 생각할 무렵.


“괜찮으시다면 혹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를 쓰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리폰이 품 속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준비해 놓기라도 한 것처럼.


“지금도 일이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라, 돌아가면 다시 일에 시달리느라 깜빡 잊어먹을 것 같아서 말이죠. 지금 해두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스윽.

그렇게 리폰이 내민 서류는 두 장이었다.

하나는 내가 초과 달성한 의뢰에 대한 보상 서류.

또 하나는 기밀 서류를 훔치고 달아난 그 남자의 신병을 인도하는 것에 대한 보상 서류.


로테가 내민 서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고 세밀한 서류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괜찮다.

“로테, 이 서류 좀 같이 봐 줄수 있을까.”

“뭐, 그래.”


브로커는 이때 쓰라고 있는 거니까.


“리폰, 이쪽 조항은 빼.”

“응? 개인정보 관련된 조항은 이미 다 확인 했을텐데...”


독사처럼 날카로운 로테의 눈으로 훑어본 결과, 계약서 조항에서 몇 가지 문구가 빠져나갔다.

혼자서는 별 효력이 없지만, 다른 조항과 연계되어 리폰쪽에 유리한 조항으로 바뀌는 문구들의 핵심 주축이라던가.


“너무하네,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지.”

“그게 네 기업 다시 살아날 수 있게 기회라도 준 사람에게 할 짓이냐?”


리폰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하는 로테와 그저 웃는 리폰.

뭐, 이 도시에서 이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니 넘어가고.


제일 중요한 보상에 대한 목록을 확인하던 차 였다.


“...응?”


보상 목록이 두 개였다.

하나는 본래 계약금으로 받기로 한 1000만벨의 두배인 2000만 벨.

그리고 남은 하나는...


“의체?”

“아차, 빼는걸 깜빡했네요.”


리폰의 회사인 주식회사 Sarm 의 의체.

X성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던 그때.

“마법사 분이니 의체는 필요 없으시겠죠? 의체 대신 금전으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의체를 준다는 말에 문득 떠오른게 있었다.


현재 열수 있는 특성중 사이보그의 특성에 해당하는 특성 칸, [공학].

당연하게도 이 특성을 쓰기 위해선 일단 의체가 있어야만 한다.


물론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게임에서 장비에 클래스 제약이 있는 것처럼, 의체 시술은 사이보그 직업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라면.

모든 특성이 열려있는 지금이라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뇨, 괜찮습니다.”

“...예?”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는 리폰.

그를 향해 나는 그대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며 돌려주었다.

“의체 시술, 받도록 하죠.”


순간 리폰의 얼굴에 경악이 깃들었다.

...뭔진 몰라도, 내 이미지가 다시 미친 마법사로 돌아간 것 같다는 것 만은 확실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6시 20분입니다. 24.05.13 14 0 -
20 줄타기 24.05.16 11 2 12쪽
19 도시화 24.05.16 15 2 11쪽
18 대기업 24.05.15 18 1 11쪽
17 보수 산정 24.05.15 20 1 11쪽
16 소탕 24.05.14 21 4 11쪽
15 마탄 24.05.14 27 2 12쪽
14 마력 감응 24.05.13 28 1 12쪽
13 용병 사무소 24.05.13 30 2 12쪽
12 참전 24.05.12 42 4 12쪽
11 악마 숭배자 24.05.12 41 2 12쪽
10 재앙의 조짐 24.05.11 39 3 13쪽
9 실마리 24.05.11 43 3 12쪽
8 인연 24.05.10 57 5 12쪽
7 악연 24.05.10 58 4 14쪽
» 실험 24.05.09 64 5 13쪽
5 적응 24.05.09 63 3 13쪽
4 의뢰 24.05.08 69 3 13쪽
3 자립 24.05.08 78 4 12쪽
2 해방 24.05.08 86 4 12쪽
1 각성 24.05.08 123 5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