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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너그램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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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에너그램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5.16 18:2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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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추천수 :
60
글자수 :
110,771

작성
24.05.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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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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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분명히 로테가 준 의뢰서에는 많은 정보가 없었다.

기껏해야 놈의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만 있었을 뿐.


하지만 테오는 그 녀석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이름, 나이, 성별, 사는 곳.

그게 어떻게 가능하느냐 하면, 뭐.

이미 이 의뢰를 몇 번이고 겪어봤다는 말밖에는 해 줄 말이 없었다.


그것이 설령, 게임 속에서 겪었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지금 있는 이 곳도 원래 이 의뢰에서 그를 붙잡는 장소였기에 대기했을 뿐이고.


‘자, 그럼 어쩐다.’


상대는 아직 테오를 알아차리지 못한채 길가를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걷고 있긴 했다만, 그럼에도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있는 곳이 뒷골목이기 때문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그의 얼굴이 사진에 있던 얼굴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냥 마법으로 기절시켜버려?’


아마 저 얼굴을 바꾼 건 성형수술은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홀로그램 기술로 얼굴을 뒤바꾼 수준이겠지.


‘원래라면 발견되자마자 저항 없이 그대로 퀘스트 완료겠지만... 뭐.’


현실이 된 이상 그렇게 될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면 그냥 저 자가 들고 있는 가방을 훔쳐서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애초에 이 의뢰의 목적은 저 녀석을 잡아 오는게 아닌, 빼앗긴 기술 탈취니까.

다만, 사이보그가 아닌 테오의 육체로는 그렇게 했다가는 분명히 신고를 당하겠지.

뒷골목의 자경단들과 이 레벨로 부닥치기엔 부담스럽다.


‘좋아, 일단 마법으로 기절시킨 뒤 끌고 가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앞날이 정해져 버린 남자.

그 남자는 느닷없이 자신의 눈앞에 걸어온 누군가를 피하려고 하다가-


“-그그그극!?”


곧바로 쓰러져서 주저앉는다.

손가락 끝에 맴도는 저릿저릿한 감각에 손을 내저으면서도, 테오는 쓰러진 그와 가방을 들고 몸을 움직이려 한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거기 잠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꼬마야. 그 아저씨는 이쪽 아저씨랑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빠르게 테오의 눈길이 그 남자의 면면을 훑는다.

헬맷처럼 생긴 바이저, 그 안에서 빛나는 두 개의 붉은 안광.

팔뚝부터 이어지는 기계로 된 몸체, 연기를 뿜는 실린더와 안에서 부글거리는 액체가 담긴 카트리지-


전형적인 기업 아래에서 일하는, 지원 빵빵하게 받은 사이보그의 모습이다.


“이 쪽으로 넘겨 주겠니?”


까딱까딱.

손짓하는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아닐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 하나쯤은 가볍게 제치고 그를 데려갈 수 있을 거라는 여유에서 나온 웃음이겠지.


‘곤란한데.’


기업 아래에서 일하는 사이보그는 만만하지 않다.

못해도 몇억은 때려 박았을 저 의체와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말 그대로 철저하게 짓밟히겠지.

마법을 때려박기도 전에 말이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이상한 일이다.

원래 이 퀘스트에서 저런 녀석은 한 번도 나오지 않던 놈이었단 말이다.

대체 왜-


‘...설마.’


순간 그가 들고 있던 서류 가방에 눈길이 갔다.

기밀 서류가 들어있는 이 가방을 이 녀석이 갖고 나온 이유는 게임 속에서도 그다지 잘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퀘스트가 수행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일명 ‘의체 폭주’.

어떠한 신기술이 접목된 대기업에서 시술하는 사이보그 의체가, 어느날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사건이다.


당연히 그 의체는 전혀 진정되지 않고, 결국 그 대기업은 그 의체에서 신기술을 빼 버리는걸로 마무리 되는데...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그 의체를 쓰지 않는 걸로 끝났었다.


“...하.”


다만, 게임 속에 들어온 지금, 그 사건을 다시 곱씹자 묘한 기분이었다.

이건 마치, 이 안에 들어 있는게 꼭-

그 대기업의 ‘신기술’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현실에서도 빈번한 일이 아니던가.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대기업이 자본과 더러운 짓으로 먹어버리는 일쯤은.

그런게 왜 이 기계도시에서 없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아무리 자유로워도, 결국 게임이니까?

하지만 현실이 된 지금은?


지금 테오가 기절시킨 이 놈은 벌써 이 기술을 팔아먹을 대상을 찾았고, 그 회사는 혹시라도 기술을 다시 빼앗길까 봐 사이보그까지 보냈다니.

아직도 이 자신이 현실로 들어왔다는 걸 깊이 생각하지 않은 자신의 탓이었다.


“...네.”


짧게 한숨을 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자, 묘한 웃음을 짓는 사이보그.


“잘 생각했다, 꼬맹아. 네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사이보그였으면 적어도 이야기라도 나눠 봤을텐데 너는-”


곧이어 기절해있던 남자와 가방까지 떠넘기자, 이내 완전히 긴장이 풀려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나.

아직 나는, 이것들을 버린 게 아니었는데.


쭈뼛-

머리카락이 곤두 서는게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통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이내 심장을 뒤흔든다.


쿵!

그러다가 죽는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상관없었다.

몸 안쪽부터 불태우는 듯한 그 고통을 감내한 대가로, 내 손끝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파지지직!제아무리 이 사이보그라고 해도, 감당하기엔 조금 많이 아플테니까.


“으음!?”


자리를 박차려던 사이보그가 시선을 내린다.

그 찰나의 순간이, 사이보그가 대응할 시간을 없앴다.


[극전].


[볼트]에 최대치의 마력을 담아 시전할 때 비로소 붙는 그 스킬의 이름이 머릿속에 새겨진 순간.


“끄그그그그!!!”


사이보그의 악물어진 잇새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에 찬 비명.

그와 동시에 그의 다리가 나를 걷어찬다.


쾅!!

“꺼흡-!!!”


아프다.

인간이길 포기한 남자의 육체는 내 상상보다 훨씬 강렬했고, 숨이 안 쉬어지는 듯한 그 고통이 내 생각을 잠시 멈춘다.


“끄윽...끅...!”


그럼에도 곧장 쓰러져서 쉬어지지 않는 숨을 헐떡이는 대신, 후들거리면서라도 몸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는 하나.

특성으로 찍어놓은 [강인한 육체] 때문이리라.


“그그극, 끅- 기기긱. 이런 X발-”


기곗소리가 섞여 나오는 남자의 목소리.

얼핏 보기에도 남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입에서 토해내는 핏물과 미친 듯이 쉭쉭 거리며 연기를 뿜는 실린더.

깨져나간채 초록빛 액체를 밖으로 토해내는 관과 경련하는 몸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너, 너 이 X발. 애새끼가 아니었구나.”


바이저 사이로 뿜어져 나온 붉은 안광이 이쪽을 향한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씹어먹겠다는 듯이 이글거린다.


“마법사. 마법사. 마법사. 마법사- 이 미친 새끼들이 여기에 기어들어 왔다더니. 애새끼의 형상을 하고 있었나-”


당연하지만 저 상태 그대로 놔두면 나를 향해 달려들겠지.

그리고 나도 지금은 마력을 전부 소진했기에, 더 이상의 마법을 쓰긴 무리다.


철컥-

다만, 내게 마법만 남아있는건 아니다.


탕탕탕탕!!!

그 깡패 새끼들의 아지트에서 갖고 온 리볼버 권총.

아직 한발도 쏘지 않았던 그 총이 놈의 전신을 난타한다.


“그륵, 개새끼가-!!! 우욱.”


평소라면 코웃음을 치며 넘겨버릴 정도겠지만, 이미 내 전격이 놈의 사이보그 육체를 난자해놓은 상태다.

번개를 맞은 가전제품처럼 폭주하면서 제어에서 벗어난 육체에 빗발치는 총성은, 아무리 놈이 사이보그 하더라도 견디기엔 어려울 터.


놈이 초인급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엔, 말 그대로 버틸 수 없을거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이야기고.


탕탕-!!!


사이보그에게 있어 총이 잘 듣지 않는건 사실이다.

육체 자체에 금속을 둘렀으니까, 충격은 전해져도 안쪽은 멀쩡한 경우가 부지기수니까.

리볼버 하나만으론 모자라다.


철컥-


그렇다면, 리볼버 두 개는 어떨까?


탕탕탕탕탕!!!


아니, 리볼버 세 개라면?


타타타타타타타탕!!!


네 개는? 다섯 개는?

총 서른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분노에 차 지껄이던 사이보그는 이내 말을 잃었다.


“꺼, 허어으으...”


신음을 흘리며, 그저 제 몸을 앞으로 풀썩, 쓰러뜨릴 뿐.

어느새 요동치던 놈의 의체 또한 빛을 잃고 잠잠해진 상태였다.


“...하.”


정말로 끝난 건가?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두려웠다.


만약 저 남자가 죽은 척을 하는거라면, 다가가는 순간 난 죽고 말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망설일 순 없었다.


아직 가방이, 그리고 그걸 들고 튄 놈이 사이보그에게 들려 있었으니까.

결국 이를 악물고 놈에게 다가간 그 순간.


“허억.”


누군가가, 그렇게 숨을 삼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보그에게서 난 건 아니었다.

내 옆에서 난 소리였다.


“...”


그제서야 주변을 쳐다보았다.

길거리를 걷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두려운 눈빛으로, 모두가 우리에게서 일정한 간격을 띈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는 핸드폰이나, 혹은 촬영장치 비슷한 무언가를 든 채로.


‘야단났군.’


왠만해선 최대한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에 순간 얼굴에 열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순 없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또 귀찮은 짓에 휘말릴게 뻔했으니까.

그건 사양이다.


“끄응-”


기절한 남자의 몸을 들쳐메고, 한 손에는 가방을 든다.

아이가 취하기에는 다소 기묘한 형상이 되었지만, 상관 없다.


“비켜.”

“히, 히익!!”


테오의 말 한마디에 사색이 되어 옆으로 비켜서는 남자.

그러거나 말거나 테오는 얼굴을 찡그리며 길을 비키는 사람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또 소문 나는건 아니겠지...’


어쩐지 그럴 것 같은 예감을 하며, 테오는 뒷골목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혹여나 사이보그가 정신을 차리고 뒤쫓아 올까봐,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


까앙!! 깡!!


망치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게.

[애물단지]의 문이 활짝 열린다.


드르르륵!!


이번에도 모여드는 시선.

그러나 이번에 집중되는 그 시선들은 테오가 떠나고 직전에 보이던 조롱과 멸시가 아니었다.


“...”


조용한 적막.

그리고 두려움.


오직 그 가게의 주인장, 로테만이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담은채 테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턱.

계산대 앞쪽에 아직도 기절해 있는 남자를 팽개치는 테오.

동시에 조심스레 가방을 계산대 위로 밀어놓으며 말한다.

“첫 의뢰부터 참 개같은 일을 떠넘기는 군 그래.”

“어머머, 애초에 뭐 마려운 것처럼 가져간 건 당신이면서 무슨-”


쾅!

계산대에 주먹을 내리치자, 순간 미소짓고 있던 로테의 얼굴이 굳는다.

“이 새끼가 대기업에 이걸 팔아 먹었다던 이야기는 없었던 거 아니었나.”

“...어머, 그랬어?”


고개를 으쓱이는 로테의 얼굴에 다시 웃음기가 감돈다.

물론 이 안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의뢰를 계속 이딴 식으로 주겠다면 나도 계약을 고려할 수 밖에 없어.”


그 말에 순간이지만 로테의 얼굴이 굳는다.

의뢰를 정상적으로 완수 했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그 고생을 겪고도 가만히 있을거라면, 호구 잡히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 였으니까.


“...우리도 그건 사전에 받지 못했던 정보였으니까.”


그런 내 분위기에 로테 또한 변명을 늘어 놓으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미안해. 우리 쪽에서 정보가 부족했어.”

“다음번 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나도 굳이 새로운 브로커를 찾는 수고를 하고 싶진 않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탁자에 걸터앉자, 이내 로테가 다시 웃음기를 띄었다.

내가 떠나가지 않은 것에 유난히 안심하는 모양새였다.


“아무튼, 의뢰 완료야! 내 쪽에서 실수한 것도 있고 하니까 이번엔 원래 금액보다 20%정도 더 붙여줄게! 참, 의뢰주 한테도 따로 말해둘까?”


원래 이 의뢰에서 받기로 한 금액은 대략 1000만벨.

거기서 20%면 200만벨, 나쁘지 않다.


“그래, 부탁할게.”


내 말에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로테의 뒤쪽에서 한 가이노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종업원이 있었던가.


“반, 갑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색한 음절로 끊어 말하는 여성형 안드로이드양에게, 나는 간단한 탄산음료 한 잔을 주문했다.

딱 봐도 통화가 길어질 것 같길래, 목이라도 축이려고 한 거였지만-


“...저기, 엔디?”


가이노이드가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로테가 곧장 전화를 끊었다.

입가에는 어색한 웃음을 띈 채, 뭔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기업체 사장분께서 이쪽으로 오신다는데?”

“...뭐?”


아무리 중소기업이라곤 해도 기업은 기업.

당연하게도 이 도시에서 그만한 사업을 굴리는 사람들은 엉덩이를 쉽게 떼지 않는 법이다.

그란데 부사장도 아닌 사장이, 그것도 뒷골목에 직접 오겠다고?


“콜라, 한잔 나왔-습...”


턱.

나는 곧바로 탁자를 짚으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콜라는 나오자마자 엎어져 버렸다.


“...콜, 라가- 싫은거,야?”


어쩐지 가이노이드의 목소리는 슬퍼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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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도시화 24.05.16 15 2 11쪽
18 대기업 24.05.15 18 1 11쪽
17 보수 산정 24.05.15 20 1 11쪽
16 소탕 24.05.14 21 4 11쪽
15 마탄 24.05.14 27 2 12쪽
14 마력 감응 24.05.13 28 1 12쪽
13 용병 사무소 24.05.13 30 2 12쪽
12 참전 24.05.12 42 4 12쪽
11 악마 숭배자 24.05.12 40 2 12쪽
10 재앙의 조짐 24.05.11 39 3 13쪽
9 실마리 24.05.11 43 3 12쪽
8 인연 24.05.10 57 5 12쪽
7 악연 24.05.10 58 4 14쪽
6 실험 24.05.09 63 5 13쪽
» 적응 24.05.09 63 3 13쪽
4 의뢰 24.05.08 69 3 13쪽
3 자립 24.05.08 78 4 12쪽
2 해방 24.05.08 86 4 12쪽
1 각성 24.05.08 12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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