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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너그램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게임 속 미친 마법사는 무한 특성 빙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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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에너그램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6
최근연재일 :
2024.05.16 18:2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38
추천수 :
60
글자수 :
110,771

작성
24.05.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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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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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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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의뢰

DUMMY

테오가 밖으로 나와 제일 먼저 한 것은, 먼저 옷가지를 사는 것이었다.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누더기를 계속 입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어머~ 손님 너어어무 잘 어울린다!”


그 과정에서 다소 과한 참견과 함께 수북한 옷가지를 얼떨결에 구입하게 되긴 했다만.

그럼에도 테오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딴 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네.’


단정하게 차려진 옷가지와 멀끔하게 씻은 얼굴.

그 두 가지만 바뀌었는데도 자신마저 깜짝 놀랄 정도로 바뀌어져 있었다.


자신이 보기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적어도 테오를 보고 뒷골목에서 한 조직을 학살한 범죄자를 떠올리기는 불가능 할거다.


“읏차.”


양손 가득 든 쇼핑백을 호텔 방 침대 옆에 놔두고서 침대에 걸터앉은 테오.

그의 손에는 호텔에 오기 전 개통했던 휴대폰 비슷한 기기가 들려 있었다.


본래 그의 삶이라면 그걸 쥐고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간 채 침대 안에서 몇 시간이고 뒹굴고 있었을 터.


[기업 구직은 역시- 발!할!라!]


하지만 지금 테오가 검색하는 건, 이 세계의 구인구직 사이트였다.

돈을 벌기 위해선 일단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이 세계나 현실 세계나 똑같았으니.


[금화 130년 정규 사원 모집]

[이류 사무라이형 사이보그 실험 자원자 구합니다]

[켈피 화학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천재를...]


다만, 화면을 훑어보는 테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대부분이 테오에게는 맞지 않는 일일 뿐 더러, 설령 마법을 활용할만한 일인가 싶어 상세 요강을 보다보면.


[나이, 학력 20세 이상 성인이라면 무관-]


그런 식으로 나이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으니 말이다.

어린아이도 그냥 무작정 쳐죽이는 세계관인 주제에, 일자리는 왜 어른만 구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의문을 품던 테오가, 이내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꺼버렸다.

더 이상 봐봤자 시간 낭비라는걸 깨달았으니.


‘역시 합법적인 일자리는 못 구하는건가.’


분명히 신분은 있다.

기계도시 전산상에 등록된 시민번호는 적어도 이 세계에서 불법체류자로써 떠돌진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니, 그것 만큼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는다.

이대로라면 단순한 아르바이트 같은걸 구하더라도 보호자부터 데리고 오라고 할 판.

존재하지도 않는 보호자를 찾아 떠돌바엔, 차라리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빠르리라.


‘...또 가야 해?’


벌러덩.

침대 위에 대자로 누운 테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도시 위엔 합법적인 일보다는 그 반대의 일감이 훨씬 더 많았다.

어린아이의 작은 소망부터 시작해서 기업과 정부의 더러운 뒷공작과 암투에 이르는 일들까지.

그 의뢰들을 받아 뒷골목에서 해결하는 것은 사이보그로 시작한 캐릭터의 주 수입원이기도 했다.


“쩝.”


입맛을 다시면서도 테오는 몸을 일으켰다.

애초에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언제까지고 양지에서 죽치고 있어봤자, 강해질 수단도 돈을 벌 방법도 전부 한정적이었으니.

뒷골목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필연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테오가 카운터에 수북한 지폐 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객실 예약, 이틀 연장 가능한가요?”

“네- 몇호신가요?”


어제와는 다른 직원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자본주의 미소가 가득한 그 종업원과 잠깐의 대화 후, 테오는 곧바로 마천루를 뒤로 하고 뒷골목으로 향했다.


뒷골목의 탐정이자 기자, 그리고 인력사무소장이며 또한 장물아비 이기도 한 존재들.

브로커들을 만날 시간이었다.


****


뒷골목에도 여러 모습들이 존재한다.

판자촌들만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거주 구역들.

카지노와 게임장, 그리고 전당포가 즐비한 시끄러운 도박판.

유흥가와 영문 모를 물건들을 은밀하게 파는 암시장들.


그 중에서 암시장으로 된 거리를 걸어가는 테오의 눈길이 곳곳의 간판들을 훑는다.


‘적어도 네임드급 브로커를 찾아야만 해.’


브로커란 존재는, 적어도 기게도시에 있을 때 만큼은 필수 불가결인 존재다.

의뢰를 받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인맥도 챙길수 있고, 온갖 귀찮은 일들을 맡는데 전문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


하지만 앞으로는 제 장기도 빼줄 것처럼 굴면서, 뒤로는 등처먹을 생각만 가득한 존재들이기도 하다.

만약 그렇지 않은 브로커라면 초짜거나, 아니면 미쳤거나 둘 중 하나일 뿐.


테오는 그 브로커들 중에서도, 미친 브로커들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적어도 트리거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배신하지는 않는 존재들이었으니까.


물론 찾는게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길가에서 향수와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추파를 던지는 여성형 휴머노이드.

어두운 골목 한 켠에 앉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담배를 피우며 째려보는 험상궂은 남자.

온 몸에 로브를 뒤집어 쓰고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노파 등등.

딱히 시선을 마주해서 좋을게 없는 존재들의 시선을 피하며 나아가야 했으니까.


그렇게 나아가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저 먼 곳에 있는 가게중 하나에 걸린 간판이 테오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공실이 된 가게들 사이에 자리 잡은, 다 쓰러져가는 듯한 간판이 달린 한 가게.


[애물단지]


그런 이름을 내건 가게 앞에 서자, 짙게 선팅된 문 안쪽에서 불꽃과 함께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깡-! 깡-!

이따금씩 들리는 망치질 소리를 들고서 확신에 찬 얼굴로 테오가 문을 열자-


까앙!!!


음식점처럼 테이블이 일제히 늘어선 풍경과, 그런 풍경 안쪽에 자리잡은 시뻘건 용광로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음?”


문 여는 소리 탓일까.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섯 쯤 되는 손님들의 시선이 전부 테오에게로 향한다.


그 눈빛에 담긴 시선은 의문과 호기심.

이 뒷골목에서 보내는 시선치고는 퍽 순수한 것들에 가까웠다.


뚜벅, 뚜벅.

시선을 뿌리치며 저 안으로 다가가는 테오의 인영에, 용광로 앞에 있던 누군가가 고개를 돌린다.


“응? 손님이야?”


연기를 머금고 가래가 낀 듯 탁한 목소리는 남자라기엔 꽤나 높은 음색.

곧이어 고글을 벗고 드러낸 얼굴에서 드러나는 건강미 넘치는 외모.

그럼에도 테오가 확인차 묻자.


“이 가게 주인을 만나러 왔는데.”

“내가 주인이야, 꼬마야. 무슨 일이니?”


턱.

용광로를 두들기던 기다란 망치를 어깨에 짊어진 여자.

이 가게의 주인이자 네임드 브로커중 하나인 그녀의 이름을 읊으며, 테오가 말을 꺼냈다.


“일을 주선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브로커 로테.”


흠칫.

그 말을 들은 로테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 잠깐잠깐, 꼬마야. 뭐?”


쾅!

땅바닥에 내려놓은 로테의 망치가 박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런 말은 어디서 듣고 온거야?”

“어쩌다 보니까.”


어깨를 으쓱이자, 로테의 얼굴이 이내 일그러졌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는 받지 않는-”


화르륵!

로테가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전에 손바닥에 불꽃을 피워올렸다.

그 순간.


섬짓-

나를 향하던 시선들이 따갑게 변하는게 느껴진다.

대장간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힘없는 꼬마아이가 아니라, 명백한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

그리고 그건 내 앞의 로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샌가 바닥에 떨어진 망치를 잡고, 나를 향해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이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 모습.

떨리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두려움을 씹어삼키며 덤덤히 말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

“...”


침묵이 이어졌다.

한참동안이나 나를 노려보고 있던 로테의 시선이 누그러지고.


“...젠장.”


투쾅.

바닥에 그녀가 망치를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온몸을 따끔거리게 하던 시선들이 싹 거두어졌다.


“뭣도 모르는 애새끼 인줄 알았더니, 마법사였었어? 마법사가 여긴 무슨 일이야?”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누그러진 눈매.

아니, 누그러지다 못해 그 안에 맴도는 호의도 살짝이지만 보인다.


“몇 번이나 말 했는데. 일을 구하러 왔다고.”

“그래, 일이라... 그럼 그 전에 하나만 묻자.”


스윽.

위아래로 내 몸을 훑어본 그녀가 낄낄대며 물었다.


“그 몸은 네 취향이야? 역겹네.”


그녀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이유.

그녀는 미쳤다.

그리고 미친 사람이란 무릇 동류인 미친 사람에게 호의를 가지거나 적의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녀는 그중 전자였고 말이다.


“...취향이고 자시고, 이건 내 원래 몸이야.”

“그래그래, 그런걸로 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는 그녀.

그 모습에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반동에 의한 고통 때문에, 본래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제정신이 아닌 부류가 많았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내가 어린 나이에 마법사가 된 존재가 아니라, 마법으로 어린아이 행세를 하는 미친놈으로 보는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그쪽 이름은 뭐야?”

“...엔디.”


순간 본명을 대려는 입을 간신히 참아내고, 이전에 지어냈던 캐릭터 명을 댔다.

본명을 댔다가 나중에라도 일이 터지는 것 보다는, 가명을 대는게 더 나을테니.

“엔디? 엔디라... 뭔가 익숙한 이름인데... 뭐, 그건 상관 없고.”


잠시 고민하던 로테는 이내 카운터로 가서 걸터앉았다.


“알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소개하자면 내 이름은 로테야. 기억해 두라고.”


굳이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답이라는 듯, 그녀는 다시 말을 늘어놓았다.

“그래, 엔디. 최근에 말은 많이 들었어. 도시 뉴스에서 마법사 이야기로 계속 떠들썩 하던데- 너지?”


“아마도.”


며칠 전, 구걸을 하던 도중에 마법사로 각성했던 광경을 들켰던 그때.

그 광경이 어느샌가 뉴스에까지 나왔다는 사실에도 테오는 덤덤했다.

애초에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고.

“덕분에 이 쪽에서도 난리야- 기업쪽이든 개인 의뢰든, 마법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도 아우성을 쳐서 말이야.”


호들갑을 떨면서도 테오를 향한 눈빛만은 날카롭다.

그 눈빛에 대응하지 않고 덤덤히 주변에 있던 테이블에서 의자를 끌어와 앉는 테오.


“그래서 나도 지금 당장, 그쪽을 받아들이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생글생글.

웃고 있던 로테의 얼굴이 이내 안타깝다는 듯 헛웃음으로 변한다.

“처음부터 그런 대단한 의뢰를 맡기기에는- 우리 업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지 않거든? 더군다나 엔디, 그쪽의 본 실력이 어땠든- 겉보기에는 아직 어리고 말이야. 그대로 소개했다간 그거대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단 말이야. 이해하지?”


앞부분은 인게임에서 들었던 설명이다.

정확히는 난이도 높은 의뢰를 받으려고 하면 거절하면서 뱉는 멘트.

순순히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이 통해서 좋네, 물론 이쪽도 마법사라는 귀중한 전력을 놓치기엔 많이 아쉬운게 사실이니까-”


턱.

어느샌가 테오가 앉은 테이블에 서류 두 장을 내려놓은 로테.

“아주 좋은 조건으로, 우선 의뢰 하나를 먼저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겠어?”


하나는 대충 로테와의 고용계약서다.

그리고 남은 하나를 집어든 테오가 내용을 훑었다.


“...현상금 의뢰네.”

“정확히는 추적이지. 어떤 간 큰 놈이 기업 하나의 기밀 서류를 운반하던 도중에 배신을 때리고 도망쳤거든.”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그 후에 로테가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는 사이에 어느샌가 테오는 그 두 장의 서류에 싸인을 마친 상태였다.


“이 놈을 잡아오면 되는거지?”

“너무 급한거 아니야? 상관은 없지만.”


드르륵.

서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는 로테.

그 안엔 안절부절 못하는 한 남자의 얼굴이 담겨져 있었다.

“남아있는 유일한 사진이야. 그럼 부탁할게-”

“그래.”


사락.

사진을 받아들고 테오가 곧바로 떠난 직후.


“저건 또 뭐하는 사기꾼 새끼라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테오에 대한 이야기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말 조심해. 아무리 그래도 마법산데.”

“대가리에 뇌수도 안 마른 새끼가 뭔 마법사. 보나마나 마법사 흉내나 내는 코흘리개일텐데.”


대부분은 테오에 대한 조롱과 멸시였다.

그도 그럴게, 마법사란 이딴 뒷골목에 흘러 들어올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최소 기업 단위.

혹은 정부에서 가끔 가다가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겨우 데려오거나, 그마저도 실패할 정도로 귀한 인력.

그런 존재가 이런 곳에 기어들어 와봤자 제대로 된 놈은 아닐거라고 보는 거였다.


“로테! 진짜 저런 놈을 믿는거냐?”

“흐응, 글쎄.”


결국 그 가게의 주인에게까지 뻗어나간 의문에도, 주인은 그저 웃음기 띈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열기에 힘입어, 결국에는 그들 사이에 내기까지 걸렸고.


“저 새끼가 안 돌아온다에 200만 건다!!”

“나도!!”

“나도!!”

“넌 반대에 걸어야지 임마!!”


그들의 사이보그 의체에서 뿜어져 나온 불빛과 기름 냄새는 그칠줄 몰랐다.


“어차피 절대 못 찾는데 내기를 왜 거냐고!!”


****


“찾았다.”


미소짓는 테오.

그의 눈앞에 사진 속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며 걷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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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탄 24.05.14 27 2 12쪽
14 마력 감응 24.05.13 29 1 12쪽
13 용병 사무소 24.05.13 30 2 12쪽
12 참전 24.05.12 43 4 12쪽
11 악마 숭배자 24.05.12 4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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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연 24.05.10 57 5 12쪽
7 악연 24.05.10 5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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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 24.05.08 70 3 13쪽
3 자립 24.05.08 78 4 12쪽
2 해방 24.05.08 86 4 12쪽
1 각성 24.05.08 12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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