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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까까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전생 신의 아들 하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참까까
작품등록일 :
2023.07.11 23:51
최근연재일 :
2023.10.22 07:08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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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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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1,456

작성
23.07.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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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011화.






-흥미로운 여자야. 그렇지 않나?


하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하른의 세계에서 나온 남자는 흰 머리가 히끗히끗 보일 정도로 늙었지만 그의 몸에선 젊음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몸에 맞는 커다란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 그가 턱에 손을 가져다 대며 하른과 여자가 있는 공간 사이에서 여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른은 그와는 달리,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눈빛으로 마차의 맨질거리는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하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미로워. 정말로 말이야. 하른, 타락한 천사.


그렇게 말한 남자가 자신의 소매를 거두자 다부진 팔뚝이 보였다.


로브에 가려져 있던 근육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제자로 삼고 싶군.


하른은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시선을 하른에게로 다시 돌렸다가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있던 세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마차 안의 끈적하던 분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른이 마차의 벽에 팔꿈치를 대고 팔에 턱을 기대며 생각했다.


‘귀찮게 됐군.’


하른의 손이 턱에서 떼어지고 벽을 응시하던 눈이 천천히 돌아 여자에게로 향했다.


하른이 여자를 봤지만 느껴지는 건 없었다.


어떤 것이 노인의 관심을 끌었을까.


하른은 마법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하른이 보고 있자 챙 모자를 쓴 여자가 하른을 마주보며 웃었다.


“마차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하른이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고 있지?”

“호르문 도시로 가고 있어요. 호르문 도시에 가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 어떤 도시지?”


하른의 대답에 여자가 시선을 자신의 정면으로 돌리며 답했다.


“황홀한 도시죠. 없는 게 없는.”

“그런가?”

“그렇죠. 그런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을 거에요.”

“그곳에서 태어났나?”

“그렇죠.”

“말과 행동이 다르군.”


여자가 하른의 말에 웃었다.


“가끔은. 일탈이란 걸 해보고 싶으니까요.”

“그런가.”


하른이 말을 끊었다. 여자가 하른을 쳐다보다가 말을 다시 이었다.


“경계는 어떤 곳이죠?”


여자의 물음에 무표정한 얼굴의 하른이 답했다.


“내가 아는 한, 괴물이 되고 싶은 이가 많은 곳이지.”

“음... 괴물이라...”


여자가 뒷말을 삼켰다.


“당신도 괴물이 되고 싶으신가요?”


하른이 여자의 말에 천천히 답했다.


“그러고 싶진 않은데.”


하른이 뒷말을 천천히 이었다.


“괴물이 된 이를 너무 많이 봐서 말이야.”


하른의 대답에 여자가 딱히 사족을 붙이진 않았다.


“왜 나를 고용한 거지?”


하른의 말에 여자가 웃었다.


“일자리가 필요하신 거 아니었나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가 대화를 엿들었거든요.”


여자가 말을 이어 붙였다.


“도적들에게서 구해주신 보답도 하고요.”

“내가 그들과 같아지지 않으란 보장이 있나?”

“하하하하. 그렇게 될 이들은 당신이 한 방금 같은 말을 하지 않죠.”

“그런가.”


하른은 여자의 보는 눈이 그리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호르문 도시로 가는 길이 험한가?”

“아뇨? 아마 아무 일 없이 잘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그보다.”

“그보다?”

“호르문 도시에 도착한 뒤가 문제죠.”

“왜지?”

“절 죽이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 있거든요.”

“내가 듣기론 도시까지 경호가 다였는데.”

“그건 상회에서 부탁한 일이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부탁드리는 일이죠.”


여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일자리를 하나 찾아드렸잖아요?”


하른이 여자의 길게 지어진 웃음을 보고 말했다.


“보수가 짭짤해야 할 거 같군.”

“넉넉하게 쳐드리도록 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마차는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 뒤로 말이 없었다.


어쨌든.


하른에겐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짧게 봐도. 길게 봐도.


하른이 벽에 등을 편하게 기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편하게 기대려 할수록 마차의 벽은 불편해져갔다.


하른이 눈을 감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듯 했다.


*


“당연히 약속을 지키겠지?”


온 몸에 피를 덮어쓰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하른은 남자를 적대하고 있었다.


남자의 오른 손목에선 마법 문양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남자는 언제든지 그 손목을 뻗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남자를 앞에 둔 하른이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맞서 싸운다면?”

“결과를 알까 모르겠지만. 반드시 죽겠지.”


대답을 한 하른이 젊은 남자의 눈을 쳐다봤다.


“네가 말이야.”

“불공평한 세상이군.”


그렇게 말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마법 문양을 하른을 향해 날렸다.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킬 것처럼 고속 회전하던 문양이 빠르게 하른을 향해 날아왔다.


빛을 띄던 문양은 하른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남자는 다시 한 번 그것을 보고는 자신의 손목에 있던 문양을 거두어 들였다.


“정말 불공평해.”


남자가 그렇게 말하곤 문양을 날렸던 손을 내렸다. 남자의 눈에서 체념이 보였다.


“조건은 단 하나. 내 힘을 전수해 줄 제자를 찾는 거다.”


하른이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맘에 드는 이를 찾을 시간은 넉넉할 거야.”

“그런가?”


남자는 하른의 말에 반신반의했다. 하른의 뒤에 있는 공간을 응시하던 남자가 말했다.


“정말로... 그러길 바라지.”


남자는 말을 끝마치고는 자신 앞에 보이던 공간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자신을 둘러싸는 어둠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그 안의 어둠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른은 남자가 완전히 연기에 휩싸일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남자의 형태가 사라지고 하른이 펼쳐냈던 검은색 공간도.


연기도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주변에 널린 인간의 시체뿐이었다.


조용해진 공간에서 조금 멀리 나아간 듯한 아까 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지낼 만 한 곳이군.


하른이 남자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그런가?”


하른이 시간을 조금 끌고는 뒷말을 이었다.


“...그랬으면 좋겠군.”


하른은 그 말을 하곤 뒤로 돌아섰다.


주변이 점차 조용해져 가고 있었다.


*


“이제 곧 도착이에요.”


하른이 여자의 말에 잠에서 깼다.


하른이 눈을 조금 뜨고는 여자를 바라봤다.


“내리실 거죠?”

“그래야지.”


이윽고 마차가 멈추자 세상의 향기가 하른의 코끝에 물씬 느껴졌다.


하른이 얼굴에 비춰드는 햇빛을 가리며 바깥을 바라봤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 보였다.


“조금 더 빨리 오긴 했죠. 길이 안 막혀서.”


그렇게 말한 여자가 먼저 마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하른이 마차에서 뒤따라 내리자 가장 먼저 잘 깔린 도로가 보였다.


도로는 마차를 따라 쭉 이어지고 있었다.


길 도중엔 커다란 성벽이 세워져 막혀 있었지만 도로는 계속해서 쭉 뻗어 있을 게 분명했다.


높게 지어진 성 너머로도 사이사이 보이는 듯 했으니까.


하른이 내리자 여자가 걸어 나갔다.


거기까지가 하른이 기억하는 부분이었다.


*


“마법인가?”


하른이 깨어난 뒤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바닥은 딱딱했지만 각이 져 있었다.


볼록 튀어나온 벽돌들이 하른의 엉덩이에서부터 발끝까지 쭉 깔려 있을 게 분명했다.


하른이 뭐라하든 말든 하른 앞에 나타나 있던 남자가 말했다.


-내 제자의 행방이 묘연해졌군.


하른 앞에 나타난 빌랜드가 말했다.


빌랜드는 이젠 완전히 공간 밖으로 나와 하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빌랜드의 모습이 이전과는 다르게 실체를 띄고 있었다.


하른이 묶인 쇠사슬을 털며 답했다.


“아직 살아있어.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그런데 타락한 천사. 쇠사슬을 차고 있는 모습이 어울리는 군. 계속 차고 다닐 생각이 있나?”

“퍽이나.”


하른이 그렇게 말하며 가느다랗고 긴 검은색 선으로 사슬을 그어냈다.


하른은 자유로워진 손으론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마저 뜯어냈다.


“여긴 손님 접대를 참 뭐 같이 하는 군.”

-자네에게 갇힌 애들만 할까.


하른이 천을 벗어던지자 천이 날려가 버렸다.


회색 점들이 박힌 바닥이 지상 위 높이 지어져 있었다.


하른이 구름 없는 하늘을 보다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 아래로는 바닥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발 아래로 땅까지는 아득히 남았다는 것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별 거지 같은 마법에 당해준 덕이라고 내가 굳이 말을 해야 하나?”

“...”


하른이 빌랜드의 말에 시선을 천천히 옮기며 주변을 다시 살폈다.


“그 여자는 여기에 가두지 않았나 보군.”

“내 제자 말인가? 다행이라 생각해야겠지.”

“다행? 왜지?”


빌랜드의 말에 하른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하른의 반응에 빌랜드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이 말했다.


“항상 하던 것처럼, 이 탑을 부술 거 아니었나?”


하른이 빌랜드의 과장 섞인 행동을 보며 답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나지는 않았는데.”

“난 오늘에서야 자네가 화가 났을 때만 뭔가를 부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군.”


하른이 빌랜드의 빈정거림을 흘려 들었다.


“쉬운 길로 가고 싶긴 하네.”

“역시 부술 건가?”

“아니.”

“차라리 이쪽으로 바로 뛰어내리는 건 어떤가?”

“그만 들어가 있는 건?”


하른이 그렇게 말하며 지상과의 거리를 잰 뒤 자신 앞에 검은색 공간을 만들어냈다.


만들어진 거울 같은 얇은 공간에 빌랜드가 말했다.


“이건 언제 봐도 신기하군.”

“마법에 비할 바겠나?”


그렇게 공간을 통과해 온 하른이 풀밭을 밟았다.


풀밭에 나온 하른은 주변을 둘러봤다. 빌랜드가 공간을 뒤따라 나왔다. 빌랜드가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을 보며 말했다.


“마법으로 이걸 하려면 아주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다르겠지.”


빌랜드의 말과는 상관없이 어디선가 기척을 느낀 하른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경비 세력이 많았다. 하른은 귀찮은 일을 당하기 싫었다. 하른이 자신과 빌랜드를 검은색 공간으로 감쌌다. 그러자 아까 전과는 다르게 바람이 하른을 향해 불어오지 않았다.


검은색 공간에 갇히니 빌랜드가 곧바로 불만을 표했다.


“모처럼 밖으로 나왔는데. 다시 이 안이라니.”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들어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하른의 말에 빌랜드가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사양하지.”


하른이 빌랜드를 내버려 두고 우뚝 선 성들 가운데서 뭔가를 찾듯이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한쪽을 향해 다시 공간을 만들어냈다.


하른이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한 번 빌랜드가 날듯이 그 뒤를 따랐다.


*


그녀가 갇힌 공간은 하른이 갇힌 공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지상 감옥이 아니라 지하 감옥이라는 것만 빼면.


그녀의 몸엔 뭔가에 찍힌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고문이라기엔 상처가 적었고 그렇다고 장난이라 하기엔 상처가 많았다.


그 모습이 양 옆의 벽에 걸려진 주변을 밝히고 있는 두 나무 막대기 위의 불빛에 의해 보여지고 있었다.


하른과 빌랜드가 그녀 앞에 서자 눈이 가려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누구죠?”


하른이 한쪽에 피가 나며 까진 그녀의 입을 보며 말했다.


“난데.”

“이름을 밝혀요.”

“너한테 이름을 가르쳐 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모르는 사람이에요.”

“조금 섭섭하긴 하군. 일까지 시켜놓고.”


하른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채로 조금 반응을 했다. 그녀의 눈은 두꺼운 천에 가려져 있었다.


“...경계 출신?”

“맞게 찾아온 거 같긴 하군.”


그녀의 입이 열리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아니.”


입을 열던 그녀가 다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녀는 한참이나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치 하른이 이 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른이 그런 여자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시하는 건가?”

“아뇨.”


여자가 그렇게 답하고선 눈이 가려진 천 아래로 미소를 지었다.


“벌써 마음이 꺾였나 보네요. 여기 있을 리 없는 사람이 보이다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해서야.”


하른이 그렇게 말하곤 그녀를 내려다봤다. 하른이 손을 움직이자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천이 가볍게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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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23.10.22 7 0 10쪽
15 15화. 23.10.22 8 0 11쪽
14 14화. 23.10.22 7 0 11쪽
13 13화. 23.10.22 8 0 10쪽
12 12화. 23.10.22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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