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물 상인
마물 상인에 대해 길드에 가서 루인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이런 상태라면 길드에 가면 상황이 더 악화 될 것 같기에 주머니에 넣어둔 통신 장치를 꺼낸다.
‘음... 업무를 하고 있으려나...?’
혹시 다른 사람과 있거나 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서 마력으로 발동을 시킨 채 똑똑하고 두드려 본다.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간격을 두고 다시 똑똑 두드려본다.
= 다니엘님...? =
세 번 신호를 보냈을 때 루인이 알아차린 듯 소리가 들려온다.
“네. 혹시 지금 업무 중이었나요?”
= 아뇨. 슬슬 점심시간이어서 조금 쉬고 있었어요. =
그러고 보니 해가 중천이다.
“음... 다행이네요. 길드 분위기는 어떤가요?”
= 네? 길드 분위기요? 음... 그러고 보니 저를 보고 소곤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
역시 길드도 소문이 퍼진 건가.
“저희들이 연인이라는 소문이 퍼졌나 봐요. 밖에서도 그것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어서 길드에 가려다가 통신을 해본 거였어요.”
= 아... 어제 직원 분이... 알아보고 소문을 내었나 보네요. =
“혹시 업무를 방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신호를 보냈는데 용케 알아 차렸네요?”
= 처음엔 아무도 없는데 소리가 들려서 놀랐다가 다니엘님이 주신 마법 물품이 생각나서 말을 걸어봤죠. =
작게 엣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혹시 마물 상인의 상위 직업을 아시나요?”
= 음... 상위 직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아서 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
“아뇨. 죄송하다니, 오히려 매번 질문만 해서 미안한건 저인데... 루인에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다니엘님은 다른 세계에서 오셨으니까 모르는 것이 많으니 당연한거에요. 많이 알려주지 못해서 아쉽네요... 아... 으음... 왕국에 큰 마물 상인이 있는데... 그곳에 한번 방문해 보실래요? =
“그런 곳이 있나요? 그럼 알려주실래요?”
루인이 살짝 머뭇거리며 알려준 위치를 기억하고 점심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를 하고 그곳으로 향한다.
“계신가요?”
“네. 계십니다.”
단조로운 외관의 평범해 보이는 커다란 건물에 들어가니 철장에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이 하나씩 갇혀있는 모습이 보였고 사람은 보이질 않았기에 계신지 물어보니 계신다는 쿨 한 대답이 들려오기에 그쪽으로 간다.
“흠? 신기한 손님이군?”
윤기 있는 웨이브 진 긴 흑발에 새빨간 눈동자,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 무언가의 가죽으로 보이는 검은색의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날렵해 보이면서 탄탄한 몸매의 미인이 서있었다. 루인이 머뭇거렸던 이유는 이 사람 때문인가 보다.
“혹시 이곳의 주인인가요?”
“흠... 이건... 골드 슬라임인가?”
나의 소리를 무시한 채 엄청 근접에서 자세하게 나를 보더니 말하는 여자.
“아아, 실례. 마물만 보면 시선이 먼저 가버리는군. 내가 이곳의 주인이 맞는데 무슨 일이지?”
이스의 정체를 바로 눈치 챈다. 살짝 경계를 하여 보지만 여자는 그냥 서있을 뿐이었다.
“저기 궁금한 것이 있어서 들렸는데요.”
뭐라고 해야 할까? 상인으로 보기엔 태도가 영 아니었지만 아쉬운 것은 나였기에 정중하게 대한다.
“보아 하니 마물 상인의 상위 직업을 알고 싶은 거지?”
“그걸 어떻게?”
“골드 슬라임을 키우고 있다면 마물 조련사나 마물 상인일 텐데 자네에겐 조련사의 느낌은 나질 않아. 그렇다면 상인일 것이고 대게 그런 상인은 상위 직업이 궁금해서 오거든.”
“그런가요?”
“슬라임의 반응을 보면 팔러 온 것 같지도 않거든. 그나저나 그 슬라임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진정 좀 시켜주면 안될까?”
“이스, 괜찮으니까 진정해 줄래?”
잘 모르겠지만 위험해 보인다고 하니 이스에게 진정하라고 한다.
“음... 좀 낫네. 이름이 이스라고 했나? 이거 웬만한 마왕보다는 강해 보이잖아? 무슨 골드 슬라임이 그럴 수가 있지?”
‘마왕? 도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기에 이스를 마왕에 비교 하는 것이지?’
“마왕이요? 마왕을 만난 적이 있나요?”
“아아... 나도 한때엔 마왕이었고 오래 살다보니 착실한 마왕 녀석들은 인사도 하러 오고 그래서 말이야. 뭐, 지금은 하찮은 마물 상인이지만.”
이 미인이 한때에 마왕이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엔 둘 중 하나겠지 진짜거나 미쳤거나,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미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으음... 마왕...”
“안 믿는 눈치군? 음... 어떻게 증명할 방법도 없지. 믿고 싶지 않으면 안 믿어도 돼.”
“그건 아니고, 인간과 다른 외모도 아니어서... 저 감정이 있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감정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자, 해봐.”
쿨 하게 손을 내미는 여자. 안 잡아도 되지만 손을 잡고서 감정을 한다.
칭호 : 뱀파이어 로드, 현명한 자, 패배한 마왕, 그래플 마스터, 휩 마스터, 매직 마스터, 조련 마스터, 상인 마스터, 정의로운 자, 균형을 지키는 자
종족 : 뱀파이어
성별 : 여
나이 : 3528
직업 : 마스터 마물 상인 레벨 90/90
더 이상은 감정의 레벨이 모자라서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수많은 칭호 중 하나인 패배한 마왕, 진짜 마왕이었었나 보다. 그보다 무슨 마스터가 이렇게 많은지 엘프 오빠 보다 많은 것 같은데? 능력치도 감정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높을 것 같다. 애초에 3528세는 무슨 나이인가...
“어...엄청나네요.”
“오? 대단한 걸 알정도면 기술력이 높나보네? 소환 용사야?”
패배한 마왕이라면 아마 소환 용사에게 졌을 것이고 현명한 자라는 칭호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똑똑하고 정의로운 자가 있는 것을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 아니 종족이 뱀파이어라고 나와 있던 것 같으니 나쁜 뱀파이어는 아닐 것이다.
“네. 직업은 상인이지만요.”
“헤에... 특이하네. 소환에 말려든 자군?”
“그것도 아시는 건가요?”
“아아... 나도 그런 녀석에게 졌거든. 그리고 하는 소리가 뭐? 내 아내가 되라? 하, 웃기지도 않는 녀석이었지.”
그녀가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먼 곳을 본다.
“아... 그분은... 그... 돌아 가셨나요?”
“응? 아니? 대륙 어딘가 빨빨거리며 돌아다닐걸?”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에 멍해진다.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나타났다.
“자기! 나왔어어어어어!!! 쿠헉!”
그 남자는 두 팔을 벌리고 전 마왕이었던 여성에게 달려들지만 그대로 명치에 주먹을 맞고 쓰러진다.
‘이게 무슨 일이여?’
바닥에 쓰러진 남성과 주먹을 내민 채 멈춰 있는 여성을 보고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 작가의말
칭호의 마스터는 직업 레벨 90을 찍으면 다 받습니다.
자잘한 칭호도 넣어야 하지만 생각이 안나니 어쩔 수 없네요.
(구) 마왕 이었던 여자와 (구) 용사로 보이는 남자는 과연...?
오타/오류 지적은 감사합니다!
댓글/추천/선호작등록/피드백 등 관심도 감사합니다!
11월... 춥네요...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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