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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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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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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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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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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검귀의 검, 곤륜의 검

DUMMY

우레와 같은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시야에 새하얗고 푸른 빛이 뒤섞이며 수차례 점멸했다. 순간 세상이 더없이 느릿해진 듯 했다. 늘어진 찰나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부딪히는 순간 느껴졌다.


백화. 하얀 불꽃. 적화검류를 극성까지 익혀냈을 때 보여낼 수 있는 가능성을 극히 찰나에 불러낸 것인데, 그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엮어넣은 심상이 스스로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미완의 검식이었다. 지금 혈도에도 느껴지는데, 한순간 일어난 거센 불꽃이 훅 불어 꺼진듯 잠잠해져 있었다. 몸에 담아낸 불꽃을 한번에 토해낸 듯.


체내를 격렬하게 흔들던 불꽃이 잦아들며 머리가 맑아졌다. 싸움에 담아낸 열기가 검끝에 담겨 내쳐지며 머리가 차갑게 식은 듯한 감각이다.


‘검왕은 왜.’


그러자 문득 머리에 스치는 생각.


검왕은 왜 지금 여기서 그와 검을 나누고 있는가.


알기 어렵다. 초월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 심상세계에 들어온 것 부터가 혼란의 연속이었다. 검왕을 이곳에서 꺼내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의식이 검왕의 문답에 얽혀 있었다.


툭툭 던져내는 말이 가벼우며 동시에 가볍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백연 자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때였다.


후욱!


갑자기 귓가의 뇌명이 걷히며 허공의 대기가 비틀렸다. 삽시간에 기의 흐름이 뒤집혔는데, 하늘에 가득 번져나가던 푸르고 하얀 기파가 회전하며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심에, 검왕이 한손을 내밀어 펼친채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언제 그랬는지 검을 허공에 던져놓은 채였다.


콰아아.


그의 손바닥을 향해 허공에 가득하던 기운이 파도처럼 휘몰아치며 흡수되었다. 적화검류와 창궁무애검에서 나온 경파가 모조리 한점으로 빨려들며 압축되었다. 불가해한 기예였는데, 백연의 눈에는 그 원리가 어렴풋이 보였다.


‘사방을 점하던 제왕검형이 사라졌다.’


펼쳐놓았던 제왕검형의 권역. 그것을 압축시켜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으로 인해 일어난 막대한 흡인력이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공능이다.


그의 검격. 미완이라지만 약하지 않았다. 한순간 검귀의 검격과 맞먹는다 할만한 수준이었는데, 심지어 검왕 스스로가 내친 창궁무애검의 막대한 내공 기파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저리 쉬이 소멸당할 것이 아니었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기운의 여파가 사방을 휩쓸어야 정상이거늘.


그러나 눈앞에 또렷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살풋 그러쥔 손아귀에 사방 천지를 쓸어버릴듯 날뛰던 기파가 한점의 구체로 압축되어 모여들고, 다음 순간 검왕이 손을 움켜쥐었다.


피잇-


귓가에 옅은 소리가 스치더니 곧 사방이 적막으로 물들었다.


완전한 기운의 소멸. 이윽고 내공 기파로 진동하던 대기가 꿈틀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휘오오.


뺨을 스치는 바람결이 다시금 산뜻한 구름 위 산봉우리를 그려내었다. 검격에 흩어지고 잘려나가던 구름 조각도, 쩍쩍 갈라지던 산봉우리도 잠잠해졌다.


처음 검왕의 심상세계에 들어온 그 순간과 같은 모습.


“암화라 들었다. 그 검이 밤을 밝히는 불꽃과 같다고.”


검왕의 또렷한 음성이 울렸다. 백연을 알아보는 모습. 처음 검귀를 마주했을 때와 다른 시선이 그를 향했다.


“곤륜의 무인이라고도 들었노라. 맞는가.”


백연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허면 이제 묻고 싶다. 네 검은.”


검왕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눈이 마주쳤다. 산봉우리에 발을 디딘 초월자의 눈은 깊었다.


“곤륜의 검이더냐.”

“그야 당연히......”

“아니면 귀(鬼)의 것이더냐.”


백연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적양공과 적화검류. 운연동공의 천변만화 요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분명 곤륜의 새 검을 엮어내겠다 만들어낸 검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분명 곤륜의 검이 맞는데, 어째서.


“내 검끝에 닿아오는 네 검격. 다를바가 없더구나.”

“......”

“스스로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검이, 일문(一門)의 검인고. 아니면 낭인의 검인고.”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낭인의 검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말이다. 지금까지 곤륜의 무공을 엮어내고 있다 생각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검왕을 쳐다보았다.


“아해야. 네겐 대종사(大宗師)의 자질이 있다. 곤륜이라 했느냐. 옛 세월에 스러진 문파이거늘. 네가 뿌리를 뻗어낸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허나.”


목소리에 담긴 기운이 무거웠다. 그를 지그시 굽어보는 눈길 아래 담긴 것이 많았다.


“네가 홀로 짊어진다면 그것은 문파가 아니니라. 그 불꽃이 엮어낸 검도(劍道) 끝에서 천하를 질타할 검객이 될지는 모르나 곤륜이 세상을 받들 기둥이 되지는 못할지니.”


저벅. 한걸음을 내딛은 검왕의 신형이 산봉우리를 타고 부드러이 강하했다. 허허로이 내딛은 걸음 끝에 백연의 앞에 선 검왕이 물었다.


“네 답은 무엇인고.”


백연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려 검왕을 쳐다보았다.


적화검류. 적양공. 그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검왕과의 선문답 사이에서 깨달았다. 그는 아직 검귀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깨달았다 하여 당장 떨쳐내지도 못할 것이다.


허나.


“제 검은.”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처음 그가 곤륜에 올라 운결이 그를 받아들인 순간부터였다.


무의식 아래 이미 그의 길을 정해놓은 것이다. 그것을 말해줄 답. 이미 그의 몸 안에 있다.


“곤륜의 검입니다.”


담담히 내뱉은 말과 동시에 기파가 치솟았다. 감각을 가득 채우는 차가운 물의 기운. 대기를 따라 흔들리며 펴저나가는 수기가 사방을 점했다. 그가 적양공을 만들고 사형들에게 가르치지 않은 이유. 새로운 무공에 몰두한 이유.


검귀의 불꽃. 낭인의 검은 일문의 검으로써 부적절하다. 스스로를 해치는 무공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만들었다. 그 불꽃을 제어하고, 스스로를 지켜줄 무공을.


적양공과 현음공.


둘로써 하나가 온전해졌다. 일문의 검이다.


“......그것이 네 답이로구나.”


대기를 따라 펴져나간 수기를 느끼듯 시선을 느릿하게 돌린 검왕이 미미한 미소를 걸었다. 뒷짐을 진 그가 천천히 입을 연다.


“지금 네 답이, 나의 걸음을 결정지었노라.”

“예?”

“내 아이가 배신했다 말했지.”


툭 내뱉은 말에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투에 담겨 있는 것은 불쾌하거나 한 기색이 아니었다. 담담히 흐르는 말. 그저 사실을 인식하는 정도에 닿은 언행이다.


뒷짐을 지고 돌아선 검왕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좋은 아비가 되고자 했노라. 세가의 힘, 권력.”


흘러나오는 말투에 묻어있는 감정이 진했다.


“대저 명문세가의 가주는 완벽해야 한다. 그리 요구받는다. 어느 면에서는 북경의 궁에 있는 자리보다도 고고해야 하는 바. 필연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후계들은 배제되기 마련이니.”


저벅. 그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백연은 물끄러미 그의 등을 응시하다 따라 걸음을 옮겼다.


“두가지가 모두 싫었노라. 같은 가문의 아래 태어난 자식들 중 하나만이 가문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도, 그 한명에게 모든 짐이 지워지는 것도. 외롭고 무거운 자리다. 내 아이들에게 그리 넘겨주고 싶지 않았지.”


가벼운 걸음 끝에 어느새 산봉우리의 끄트머리에 닿아 있었다. 높은 산봉우리 자락에 걸친 구름이 유유히 흐르는데, 그 풍광이 꼭 곤륜에서 내려다본 것과 닮아 있었다.


“각자의 적성에 맞는 일을 주고자 했다. 허나 실패했구나. 좋은 아비는 커녕, 좋은 가주조차 되지 못했다. 지고한 힘을 쥐었으나 나약한 인간인 탓에.”


자조적인 어투였다. 이윽고 걸음을 멈춰선 검왕이 백연을 돌아보았다.


“알고 있었다.”

“그 말씀은.”

“혁이와 준이가 나를 밀어내려 한다는 사실.”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백연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뭐라 말할 계제가 아니었다.


“첫째 아이의 취미였다. 어렸을 적부터 차를 좋아했는데, 내게 자주 들고와 마셔보라 건네었다. 재능이 있었지. 그러다 어느날부터 그러지 않더구나. 소가주가 된 이후였을 것이다.”


중얼거린 검왕이 손을 뻗었다. 허공에 둥실 떠있던 검이 날아와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


“그러던 아이가 다시 차를 들고왔다. 내 몸을 좀먹는 병증이 있는 바. 건강을 위해 약차를 끓였다 하였다. 아이의 아비가 그것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는고.”


그를 힐끗 쳐다보는 시선에 웃음이 담겨 있었다. 자식을 둔 사람. 지고한 경지의 무인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해서 스스로의 감각을 닫았다. 좋은 아비 노릇을 흉내나마 내기 위해. 잘못된 선택임을 알고도 길을 걸었지. 허나.”


후욱.


검왕의 몸을 타고 기세가 피어올랐다. 삽시간에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감정이 흩어져 가라앉았는데, 무감해지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다른 것을 더 내세웠을 뿐.


“네 선택과 대답이 오랜 기억을 되돌아보게 만들었구나.”


검왕이 낡은 검을 든 손을 치켜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뻗어나온 강대한 기파가 바르르 떨리며 진동했다. 순간, 시야의 끝이 푸르게 물들었다. 백연은 시선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제 몽중(夢中)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으니.”


푸른 창공. 하늘의 한조각이 찢겨 뜯겨 나오듯 휘어지고 있었다. 그리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하늘 자락이 금이 가며 떨어져 나오는데, 그 형상이 검왕의 검끝에 매달린 형국이었다.


창궁무애검법. 끝없이 거대한 검격 기파가 낙하하며 구름을 덮쳤다.


“나는 다시 남궁의 검으로 서겠노라.”


후우욱!


대기가 휘몰아쳤다. 검왕의 검격 아래 가득하던 운해(雲海)가 찢겨나갔다. 산봉우리 아래를 가득 덮고 있던 구름이 삽시간에 흩어지며 쩍 갈라졌다. 가공할만한 위력. 너무 넓어 정말로 바다같다 생각되던 운해가 한순간에 사라지며 그 아래 대지가 드러났다.


그 아래를 자연히 내려다 볼수밖에 없다. 밑의 풍경. 산 아래의 드넓은 대지. 구름이 걷히자 보이는 모습에 백연이 눈을 크게 떴다.


“마기?”


자연히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경악성이 섞여있었다. 그만큼 그의 눈에 담긴 풍경은 처절했다. 구름 아래 드러난 대지. 색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드넓은 평야를 가득 채운 것은 짙은 흑색의 꿈틀거리는 기운이었는데, 그 넓이가 어디까지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역겨운 끈적임. 익숙한 기운이 지천을 덮은 모습이 마치.


‘교주.’


신교의 교주가 무공을 펼쳐냈을때의 모습. 다를바가 없다. 백연은 미간을 좁히며 검파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그를 힐끗한 검왕이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도다. 이곳까지 올라오지 못하니.”


그제서야 백연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마기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 몸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상세계 아래에 깔린 마기. 저 정도로 많으면 이미 검왕이 잠식되었어야 정상이거늘.


“설마, 제왕검형의 기운입니까.”

“알아보는구나. 뛰어난 눈이로고.”


검왕의 제왕검형. 공간을 장악하는 신공의 권역이 대지 위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스스로의 몸 안에서 기운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있는 꼴이다. 그 규모와 위력이 가히 인세를 벗어난 수준이다.


지금까지 그와 합을 나눈게 저 정도로 마기를 억제하면서였단 말인가.


“저것을 걷어내고 나갈 것이니라. 이제 먼저 돌아가도록 하라. 금방 뒤따라 일어날 것이니.”

“......가능합니까?”


헛웃음이 나올 지경의 마기다. 얼마나 많이 먹인 것인지 짐작조차 어렵다. 검왕이 절세의 무인이라 하나, 이것을 지워내고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나 검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몸의 천형. 이런 일에 있어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니 걱정할 것 없다. 허니 나가도 좋다. 그러나 그 전에.”


검왕이 백연을 돌아보았다. 산봉우리 끄트머리에 발을 디디고 선 검왕의 눈이 천천히 빛나고 있었다. 눈에 담긴 내공. 안법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네 보는 법. 아직 부족한 것을 안다. 검을 나눌때에 감각에 의존하더구나.”

“......맞습니다. 안법은 아직.”

“한가지를 보여주겠다.”


검왕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길을 따라 기파가 일어나며 허공에 선을 그어냈다.


“네 오성이 극에 달한 것을 안다. 보고 네 것으로 만들어라. 손해는 아닐 터이니.”


검왕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초로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부드러웠다.


“네게 창공의 눈을 보여주마.”



※※※



백연이 눈을 떴다. 즉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평화로운 침상이었다. 심상세계에서 보았을 때보다 한층 야위어 보이는 검왕의 얼굴. 아직 죽은듯 고요하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백연!”


옆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놀람을 담고 있었다. 막 몸을 일으키려던 백연이 순간 비틀거리자 달려온 손이 그를 붙들었다.


“괜찮으세요?”

“유진.”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말라붙어 있었다. 어쩐지 비릿한 혈향이 입가에 느껴지는 듯도 했다.


“내가 얼마나.”

“한식경(-食頃:삼십분) 정도요.”


시선을 들어올리자 남궁유진의 얼굴이 보였다. 당황과 걱정으로 얼룩진 얼굴이 순수했다. 남궁혁과 남궁준의 아우. 한때 그들도 이랬을지 모르는 일이다. 왠지 마음이 쓰이는 것을 한숨으로 털어내며 백연이 몸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요. 못 들어오게 막았는데.”

“잘했어.”


빠르게 몸 상태를 확인했다. 체내 기파와 흐름. 모두 정상이다. 들어가기 직전 비틀렸던 어깨도 미약한 얼얼함이 느껴지는 것을 빼면 정상적인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에요?”

“네 아버지를 좀 만나고 왔어.”


짧게 생략한 설명. 하지만 남궁유진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처음 봤을때부터 느꼈는데, 자질이 있는 녀석이다.


“괜찮으신가요?”

“......아마도.”


몸은 괜찮을 것이다. 그가 짧게 안법을 보고 빠져나오는 때에 마지막으로 눈에 보인 것은 강대한 검기로 흑색 마기를 찢어내는 검왕의 모습이었으니.


하지만, 그 마음은 모를 일이다.


“여튼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슬슬 나가야......”


그때였다. 백연의 귓가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부터 울리는 소리였는데, 안쪽 전각에서 들리는 기척이 아닌 듯 했다. 귀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점부터 울리는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익숙한 감각. 전투의 소리였다.


“무슨 소리지.”

남궁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백연이 정신을 잃은 직후부터 바깥이 요란했는데. 불꽃도 치솟는 것이.”


시선을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백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원 너머로 보이는 하늘 한구석. 밤인데도 불구하고 옅은 빛이 일렁인다. 저 빛, 필히 화재다.


“나가서 확인해보면......”


남궁유진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백연은 눈을 감았다. 그의 기파가 이전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검왕과의 이야기에서 얻어낸 것이 적지 않았는지.


짧게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머릿속에 담긴 제왕검형. 드넓게 펼쳐진 권역을 자랑하던 절세의 신공절학을 상상하며 백연이 기파를 발끝에 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쿠웅.


가볍게 진각을 딛었다. 그의 발끝에서 일어난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확장되었다. 이 드넓은 남궁의 장원. 그의 극히 섬세한 감각이 기운을 따라 주변을 읽어내고.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은 백연이 눈을 떴다.


“무슨 일이에요?”


백연이 검파를 잡으며 입술을 베어물었다.


“검 뽑아. 당장.”


그의 기감에 잡힌 것은 다른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기척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무인들이다. 본디라면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곳은 수많은 무인이 모여든 용봉지회의 장이니까.


그러나 그의 기감에 잡힌 또다른 물건.


비도에 담긴 적양공의 불꽃이 그의 감각에 잡히고 있었다. 그것도 여러개가.


“만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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