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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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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0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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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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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24쪽

Winter is Coming!

DUMMY

“고전적께서 오셨습니까?”


“문인경, 오랜만일쎄. 벌써 몇 달째 두문불출이라니···”


“하하,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고홍진이 항파두리성에서 십여리 거리에 있는 문영후의 집을 찾았다.


문영후는 자를 인경이라고 하는데 고홍진과 함께 몇 년 전 식년시 병과에 합격을 한 후 조정에서 부름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이 곳에서 후학들을 기르며 지내고 있었다.


과거라는 것이 5등 이내에 들지 않으면 제대로 된 벼슬을 받기도 힘들었고 연줄이 없는 제주 출신이라 오랫동안의 기다림이 필요하였다.


“요즘도 점이 잘 안쳐지나?”


“그게··· 매일같이 목욕재계를 하고 궤를 뽑아 보는데 아직도 영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고홍진이 혀를 끌끌 찼다.


“어허, 그것 참 자네의 신통력이 이렇게 없어지다니··· 지난 여름에 한인들이 표류해 올 것이라고 맞추던 자네가 아니었던가?”


문영후는 복서(卜筮)에 능했고 천문에 밝아 고홍진과 함께 훗날 탐라사절(耽羅四絶)로 불렸다.


조선의 선비들은 점을 치는 것을 배척하고 경계하였을 것 같지만 유학이라는 학문이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자 하는 학문이라 공자도 말년에 주역을 공부하였고 이순신 장군님도 출병을 하기 전에 점을 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찌 이 먼 곳까지 출타하셨습니까?”


“자네, 천문에 밝고 역법에 조예가 있지 않던가?”


“그저 잔재주에 불가합니다.”


“자네의 재주가 필요해서 왔다네. 고장군이 새로운 역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하네.”


역법이라는 말에 문영후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새로운 역법이라니요? 천문과 역법은 천자만이 주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고장군 그자가 어찌···”


“하하하, 그런 것은 아닐쎄. 시헌력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고 단지 거기에 달과 날만 새로 만들 것일세.”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이미 달과 날을 사용하고 있던 것 아닌가요?


“그건 태음력이라 절기와 맞지 않아 사용하기 불편하니 태양력을 만들 것일세.”


“음, 그래도 저는 좀···”


“자네, 점괘 좀 잘 안 나온다고 언제까지 숨어서 지낼 것인가?

자네의 능력은 점을 치는 것보다 천문의 이치를 잘 안다는데 있지 않던가?”


고홍진이 정곡을 찌르자 문영후가 자세를 고쳐 잡고 진지하게 말을 시작했다.


“흠, 사실 제가 궤가 언제부터 안나오기 시작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고장군이라는 자가 장군혈에서 살아 돌아온 때 부터였습니다.”


고홍진도 문영후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그런가?”


“그래서 그동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두문불출했던 것이고요.

그러다가 어제 밤에 내일 아침에도 궤가 제대로 안나오면 그냥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고전적께서 오셨습니다.”


“오호”


“어쩌면 이 일을 해서 고장군이라는 자를 도우라는 뜻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고홍진이 무릎을 손으로 치며 말했다.


“훌륭한 생각일세. 점괘 좀 안 맞는다고 어찌될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자네 과거 급제할 때에도 점괘가 안나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지요. 그냥 과거 결과는 하늘의 뜻에 따르라는 것이구나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답안을 썼더니 좋은 결과가 있긴 했습니다.”


“그것 보게. 항상 점괘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던가? 그런데 그 점이라는 것이 그냥 궤만 뽑으면 되는 것 아니었던가?”


“뽑는 것이야 아무나 하는 것이고 해석도 주역에 기반하여 하는 것이지만 점괘가 제대로 나올 때에는 궤를 뽑을 때 느낌이 좀 다릅니다.”


고홍진도 알 것 같다는 투로 말했다.


“하긴 나도 묏자리를 볼 때 혈자리가 제대로 보일 때에는 좀 다른 느낌이 있네.

말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렇습니다. 고전적께서는 통신(通神)의 이치를 아시는 군요.”


* * *


다음날 항파두리성에 마련된 병영 본부 건물로 문영후가 왔다.


“어서 오십시오. 고장군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네. 멀리서 몇 번은 봤는데 이제야 마주보게 되는군.”


원래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고 유림사회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었다.


선비들이 세상을 등지고 살며 안빈낙도나 안분지족을 말하면서도 열심히 책들을 쓰는 것이 다 잊혀지고 싶어하지 않는 몸부림일 것이었다.


“나는 아직도 걱정이 있다네. 괜히 역법을 건드려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세종께서 칠정산을 만드신 까닭이 우리 실정에 맞는 역법을 만들려는 의지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지금도 시헌력을 바탕으로 태음력을 만드는데 그것도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긴 하지만 그것도 조정에서 하는 것이니···”


“달력에 문제가 있다면 누군가가 먼저 잘 만들어서 조정에 바꿔달라고 상소를 올려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육십갑자로 날을 세거나 음력을 기준으로 세는데 둘 다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이라 너무 불편합니다.

당장 앞으로 동지가 며칠 남았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겠군.”


“그리고 새로 만든 달력은 녹의영에서만 사용할 것입니다.

민간에 공표를 할 일이 없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중에 문제를 삼으면 그저 옆에서 도와준 것뿐이라고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알겠네.”


이미 이곳에 올 때 결심을 하고 온것이라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일 뿐 명분을 얻어보자는 형식적인 것이어서 바로 달력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장군이 달력을 새로 만들 생각을 하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얼마전에 해적 소탕을 하다 보니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군사작전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존 음력은 좀 어뭉한 면이 있었다.


“저의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일년을 열두달로 하고 시헌력을 기준으로 24절기에 항상 비슷하게 날짜가 오도록 달력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가령 하지(夏至)가 항상 유월 말에 온다면 농사를 지을 때 굳이 절기를 찾아볼 필요가 없겠지요.”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네.”


장군이 현대에서 쓰고 있는 달력을 써 볼 생각도 했지만 얼마전 화란 상인들이 왔을 때 확인해 봤는데 아직은 현대의 것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현대의 달력을 갖다 쓰려니 당장 일월 일일이 언제로 할지도 문제였고 요일은 또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윤년이 언제 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아예 새로 달력을 만들어 조선 달력의 표준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다.


“동지를 기준으로 일년을 시작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동지 다음날이 일월 일일이 되는 것이지요.

일년이 항상 같은 길이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바뀔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날 수를 하루 더 두는 식으로 해서 동지가 항상 십이월 말일이 되게 할 것입니다.”


문영후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은 어떻게 알고 있나?”


‘4년마다 윤년이 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인데···’


“하하하, 제가 여러 곳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긴 이것 저것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그러고 보면 내가 도와줄 것도 없지 않는가?”


“제가 시헌력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절기에 대한 것도 잘 모릅니다.

제주에 문인경 선생만큼 천문과 역법에 정통하신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선 팔도에도 몇 없을 겁니다.”


“허허허, 그것이야 맞는 말이지. 고전적께서도 지리는 잘 아시지만 천문에는 좀 약하시지···”


장군이 문영후와 며칠동안 책력을 가져다 보면서 연구를 하여 새로운 달력을 완성하였다.


장군이 이미 알고 있던 현대의 달력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여 일년을 365일로 하고 4년마다 윤년이 오고 100년에 한번씩 윤년이 없고 400년에 한번씩 윤년이 다시 생기는 것으로 하였고 다만 윤년에는 2월일 28일서 29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12월이 30일에서 31로 바뀌었다.


그래서 일월 일일은 항상 동지 다음날이었는데 동지가 원래 해가 없어지고 새로운 해가 만들어지는 의미가 있으니 동지 다음날 뜨는 해가 새해가 되는 것이 어쩌면 이치에도 맞았다.


그리고 일주일을 7일로 하기로 하였는데 이것은 이미 조선에서도 오행의 행성들에 일월을 더한 천체의 운행을 기반으로 만든 칠정산의 칠정을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다.


그 중에서 요일의 명칭은 천체의 순서에 따라서 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으로 할지 아니면 오행의 순서에 따라 해, 달,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으로 할지를 생각해 보다가 천체의 순서에 따라 일월수금화목토로 하기로 하였고 첫 1월 1일이 일요일로 시작하도록 하였다.


문영후와 몇년간의 시헌력을 확인하여 24절기 사이의 날짜를 확인해 본 결과 겨울에는 그 간격이 짧았고 여름에는 긴 것을 확인하여 6월부터 10월까지의 달에 31일을 배치하였다.


즉, 6월부터 10월까지 달이 모두 31일로 여름이 겨울보다 하루씩 더 있는 일광 절약 월이 있는 달력이 되었고 하지는 7월 1일 전후였다.


모든 작업이 끝난 후 문영후가 의미를 정리하고 새로운 책력을 만들었고 장군은 사람을 시켜 큰 종이에다 1월부터 12월 까지가 한곳에 있는 한 장짜리 달력을 만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7일인 요일을 적용해서 12달짜리 달력을 만들고 나니 약간의 아쉬움이 생겼다.


‘큰 종이 한장에 열두달이 다 들어가니 종이를 아낄 수 있어 좋기는 한데 뭔가 아쉬움이 있는 걸.’


장군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전생에 있던 달력을 떠올려 보니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달력하면 아름다운 비키니 미녀가 있는 이발소 달력이지.’


여러 고민을 한 후 1월에는 성산 일출과 동백꽃으로부터 시작하여 눈 덮인 한라산, 감귤나무와 폭포, 제주 바다와 잠녀의 물질하는 모습 등 제주의 다양한 비경과 꽃 등을 주제로 하는 달력을 완성할 수 있었다.


* * *


“어이구 춥다. 어쩐 일로 부두까지 나왔습니까?”


이세훈 대행수가 배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포구 근처에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가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와봤습니다.”


“저는 또 나와 계시기에 천안통이 생기셨나 했습니다.”


“겨울 바람이 찹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장군이 상인 일행을 별도포구에 마련된 건물로 안내했다.


“못 보던 건물이 새로 생겼습니다?”


“네 이제부터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건물들에 지내도록 할 것입니다.

먼저 손부터 씻으시지요.”


별도 포구 옆에 상인들이 묵을 수 있는 객사 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많이 크지 않아서 객사 뒤편에 넓은 부지를 마련하여 집을 여러채 지어 놓았다.


“집안에 아궁이를 만들어 놓았네요.”


“벽난로라고 하는 것입니다. 온돌을 깔자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주는 많이 춥지는 않으니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겨울을 대비해 병영 막사 등의 건물에 벽을 일부 헐어내고 벽난로를 설치하고 있었고 이곳에도 집을 지을 때 벽난롤 달았다.


“불을 보니 언제 거친 바다를 지나왔나 싶네요.”


“그게 불멍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불멍이 뭡니까?”


“불을 보며 멍때린다고 불멍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표현이 좋네요.”


“육지의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충청도 쪽에 전염병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얼어 죽은 사람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먹지 못한데다 밤에는 살얼음이 얼 정도니 그렇겠지요.”


“네, 조정에서 겨울옷이나 옷감을 나눠 주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큰 고을에서나 혜택이 돌아가지 대부분의 유랑민들은 홑옷 한 벌이라 올해는 얼어 죽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참으로 걱정이군요.”


“그리고 팔도 곳곳에 도적들이 날뛰고 있다고 합니다. 도성 밖 백리쯤 되는 곳에 적성현이라고 있는데 거기는 한밤중에 도적들이 옥문을 부수고 살인범을 탈취해서 달아났다고 합니다.”


“어이구 저런. 도성근처에 까지 도적이 창궐한단 말입니까?

관군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다고 합니까?”


“횃불을 들고 다니면서 수십 명씩 몰려다니는데 누가 잡겠습니까? 도성안에서 살인이 나도 잡지도 못하는데요.”


“그 정도 입니까?”


“군관들도 녹봉을 제대로 못 받으니 죄다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번에 무과에 합격한 자들도 배치를 못 받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번에 전라 우수영과 병영성에 가보니 상황이 많이 안좋아 보였습니다.”


“그렇지요. 정규군들도 절반은 줄었고 그나마 있는 자들도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니 군기물들을 가져다 내다 팔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가서 곡식과 바꿔주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군대 갈 때 총이며 탱크를 사가지고 가야 한다면서 놀리는데 써먹지만 조선시대는 정말로 자기 군기물은 스스로 챙겨야 했고 먹을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다 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정에서는 군기물들을 모두 거둬 따로 보관해 두라는 명령이 내려오기까지 했다 하였다.


“참으로 힘든 시절입니다.

군인들이 그 정도라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충청도 제원에서는 역졸(驛卒) 수백명이 모두 도적무리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역졸들이요?”


“기근이 워낙 심하니 역노비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니 죄다 산으로 숨어드는 것이지요. 어지간한 산에는 도적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상행 다니는데 어려움이 많겠습니다.”


“이제는 최대한 물량을 모아서 한꺼번에 다니고 있습니다. 움직일 때 마다 수십명씩 호위 무사들을 대동해야 합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먹을 것만 주면 일을 하겠다는 자들이 넘쳐나니 많이 들지는 않지만 모두 합쳐 이백이 넘으니 하루에 먹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청산도에서 어묵이 많이 올라와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상단에서 사람들을 많이 보내 줘서 어획량이 좀 많아 졌습니다.

관에서 뭐라하지 않습니까?”


“구휼해야 할 사람들이 줄어드니 좋아하지요.

특히 힘깨나 쓰는 자들은 그냥 두면 도적이 될 텐데 데려가 주니 감지덕지 아니겠습니까?”


“그렇겠군요. 그리고 중국 상인들과 밀무역이 늘었다고 하던데···”


“이제는 달에 두 번 나갑니다. 겨울을 대비해서 면포 거래량도 늘렸습니다.”


“우수영에서 단속을 안 합니까?’


“수군들이 많이 줄어 근해에 다니는 것도 잘 안 합니다.

정기적으로 수영까지 오가던 전선들도 이제는 모두 각 진영에 두도록 했다고 합니다.

자기 지역은 자기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이겠지요.”


“하긴 가사도랑 우의도를 우리가 맡아 주니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중국 쪽 사정은 어떻다고 합니까?”


“그쪽도 화북 지방과 산동지역에 기근이 들어 곡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남쪽지방은 괜찮은가 봅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상인들이 복건에서 주로 온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여기 오는 상인들은 복건, 절강 쪽 상인들이 주로 옵니다.

특히 정남왕이 다스리는 복건 쪽에서 오는데 장강 앞에는 해적들이 들끓고 산동 쪽은 거리가 머니 상인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행입니다. 사온 곡물은 어묵공장들에 바로 보냅니까?”


“그렇습니다. 쌀이 좀 달라서 육지에서 바로 유통하기 곤란한데 어묵을 만든 다음 판매를 하니 아주 좋습니다.”


“식량 수급이 좀 안정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나주 쪽의 말거래도 잘 되어 제주에도 쌀이 오천석이 더 생겨 봄까지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행수께서 신경을 써 준 덕분에 말거래 외에도 좋은 가격에 2천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나주가 그나마 곡창지대라 묵은 쌀이라도 많이 있어서 가능했지요. 그것도 이번 겨울을 지나면 바닥을 보이겠지요.”


“지난 홍수로 나주에 물난리가 났는데 아직 복구가 덜 되었겠지요? 한번만 더 가서 쌀을 천석만 더 사왔으면 좋겠는데···”


“강둑이며 다리가 아직 복구가 안되었습니다. 겨울에 무슨 비가 그렇게 내리는지··· 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이제 곧 강이 얼어붙을 테니 더 가는 것은 무리겠군요.”


“그렇습니다. 며칠 있으면 소한(小寒) 입니다.”


“남쪽은 강이 어중간하게 얼어서 썰매도 안될테고···

그건 그렇고 한양의 소식은 어떻습니까?”


장군이 해적 소탕 후 조정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낙원 상단에 정보 수집을 부탁해 두었다.


낙원상단은 한성에도 거래를 하는 곳이 있어 정기적으로 오가기도 하였고 역관 김근행 등 연결고리가 좀 있어 조정의 소식도 파악이 가능했다.


“그쪽은 당분간 걱정 안하셔도 될 것입니다.

최달운이 보고서를 그리 나쁘지 않게 올렸나 봅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갔다 합니까?”


“제주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모두 썼는데 군사들을 줄세우는 것만 연습시키는데 저걸로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합니다.

그래서 다들 해적 소탕을 어떻게 했는지 의아해한다고 합니다. “


“우리로서는다행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또 밥공기를 2할로 줄이는 것을 보고 너무 측은하다고 했다 합니다.”


“생선을 많이 먹고 있는데 그걸 모르니 하는 말이겠지요.

논의는 좀 있었다고 합니까?”


“말들이 좀 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최달운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들어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합니다.

지금 조정은 구휼문제로 정신이 없고 도성 내에도 도적이 극성이라 그것도 해결해야 하니 긴 이야기가 오가기 힘든가 봅니다.

자기네들은 엄두도 못 내는 해적토벌까지 한 군대를 해산하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참 해적들 처리는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그것도 어떻게 처리를 할 지 결론을 못 지었다 합니다.

병영성에서는 하루 빨리 결정해 달라고 하는데 얼마전에 서인들이 전시(殿試)에서 시험부정이 있던 한 남인들을 공격하는 일에 정신이 없어서 뒷전으로 미뤄 뒀다 합니다.”


“그럼 좀 움직여 봐도 되겠군요.

이제 긴 겨울이 올 것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있으면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 * *


“북서풍이 분다.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비스듬히 가게 해서 앞으로 나아가라!”


그동안 조민수를 대장으로 하는 해군 사십여명이 삼각 돛 항해 훈련을 마치고 장군과 함께 항해에 나서고 있었다.


오조포구의 선소에서는 삼각 돛 한 개를 단 소형 배가 여러 척 만들어져 나와서 시험 운항을 거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었고 돛 두개를 단 중형 선박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배가 미끄러지는 일 없이 앞으로 잘 나아가는 구나.”


이전에 사용하였던 조선배는 역풍항해는 가능하였으나 배가 미끄러져 나아가니 효율이 좋지 않아 조류가 받쳐 주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역풍에 역조류 인데도 제법 속도가 나고 있었다.


“지난번 말거래하러 나주에 갈 때에는 배가 안나가서 종일 노젓느라 엄청 힘들었는데 이제 아주 편안 합니다.”


지난번 말거래 할 때 격군 겸 호위로 갔던 어린 병사가 아직도 물집이 잡혀 있는 손을 내밀어 보이며 말하자 해적 소탕에 참가했던 분대장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우리가 해적소탕을해서 아무 탈 없이 갔다 온 것이지.”


장군이 듣고 있다 황희 정승의 언변술을 시전했다.


“둘 다 고생이 많았다.”


배가 추자도를 거쳐서 진도 옆 가사도를 향해 전진했다.


혹시 몰라 선장을 한명씩 태우고 있지만 나주까지 항해를 여러 번 하더니 이제는 혁명군들만으로도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배를 다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삼각돛이 기존 돛 보다 다루기가 쉬워서 그럴 것이었다.


분대장이 소리 쳤다.


“가사도에 도착했으니 속도를 줄여라!”


배가 속도를 줄여 가사도에 정박했다.


가사도는 배에서 밧줄로 쓰는 푸른칡(풀줄)이라 부르는 삼으로 만든 밧줄을 공급하는 우수영에게 중요한 섬이었다.


이번에 태풍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 지자 육지로 도망한 자들이 많아 골치가 아팠는데 제주에서 이곳에 어묵 공장을 만들면서 도망갔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오자 항구를 만들어 배를 정박할 수 있게 묵인해 주었다.


그 덕분에 가사도는 이번에 점령한 압해도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섬이라 중간 기착지로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이 섬 이외에도 이번 해적 토벌때 임시 군영으로 사용하던 우이도도 개발되고 있었는데 이곳 에도 어묵공장을 만들었다.


인근의 흑산도와 신안 군도들에서 나오는 물고기를 사서 어묵으로 만들어 다시 되팔거나 육지에 내다 파는 일을 하였고 섬안에 나무가 풍부하여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굽는 일도 하고 있었다.


원래는 근처 사람들은 홍어 등 값나가는 물고기를 주로 잡았는데 대기근이 발생하자 육지사람들이 값나가는 물고기를 사주지 않아서 살 길이 막막해져 있었는데 제주에서 값싼 물고기도 사들이자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다음날 압해도로 출발하였다.


“내가 가마니 뒤에서 숨어서 보니 한 놈이 갈고리를 던지려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재빨리 일어나서 그 놈을 보고 쐈지.

조준이 잘 안되어서 빗나갔는데 이놈이 괜히 그것 피하느라 제대로 갈고리를 못 던져서 우리 배에 못 미치고 물에 풍덩 빠졌지.”


분대장이 신이 나서 한참 떠들고 있었다.


다들 여러번 들었던 것인지 또 저 이야기야 하는 표정이긴 한데 또 들어도 재밌는지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덜컹하더니 배가 기우뚱하는 거야.

우리 강기석 중대장도 대형 쇠뇌 잡고 있다가 넘어지고 나도 거의 물에 빠질 뻔했지.

그랬는데 저쪽에서 구해야 한다고 소리치면서 장군님이 나타나고 막산이 형님이 우리 배로 뛰어 들어 갈고리를 빼서 배 밖으로 집어 던지는데... 와! 너그들도 거기 있어어야 했는데···”


“와!”


마침 같은 배에 장군과 막산이가 타고 있으니 다들 소리를 지르며 손벽을 쳤다.


막산이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더니 저쪽으로 가버렸다.


떠드는 사이에 어느덧 압해도 포구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멀리서 제주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강기석이 내려와서 맞이하였다.


해적 소탕이 끝나고 나주와 우수영에 공문을 보내 이 섬이 다른 도적들에게 또다시 점령될 수 있으니 군사를 주둔을 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난감해 하여 전라 병영의 허락을 받고 제주에서 한개 중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다.


해적들이 사용하던 마을에는 아직 가족이며 식솔들이 그대로 있었는데 병영성에서 따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병영성 입장에서는 백명이 넘는 사람들을 데려오자니 식량문제로 골치도 아프고 하니 그냥 모른척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터였다.


이 곳에도 제주에서 노비들을 데려와서 집을 짓고 어묵공장과 소금을 굽는 시설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돛 두개짜리 배가 완성되면 제주에서 많은 사람들을 실어올 수 있을 터였다.


가사도, 우이도, 압해도 말고도 추자도와 청산도에도 항구를 만들고 어묵 공장을 세워 제주에서 노비들 일부를 데려와 물고기를 잡게 하였다.


지난 태풍으로 피해를 많이 입었던 섬들이라 주민들도 환영을 하였고 관할 군현들도 가끔씩 세금도 바치니 특별히 불만이 없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제주 주변이 몇 군데 빼고는 연안 어장이 썩 좋지는 못하므로 서해와 남해의 섬에서 많은 고기를 잡아올 수 있으므로 겨울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막산아, 장군님을 잘 모셔야 한다.”


강기석의 말에 막산이 손을 휘휘 젓는다.


“걱정 붙들어 매고 너나 잘 해라.”


장군 일행은 배 두 척에 물자를 싣고 이번 일정의 최종 목적지인 검모포(黔毛浦)쪽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글을 좀 수정했더니 글자수가 만자가 넘는구요.


쓰고 보니 고영후라 이름이 문영후라는 이름과 겹치네요. 

이전에도 장현이라고 썼다가 나중에 나올 사람이랑 겹쳐서 허현으로 바꾸었는데 성도 다르고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으니 그냥 가야 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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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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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천체 모형 +1 22.06.24 1,314 25 17쪽
36 미륵의 현신 +3 22.06.23 1,388 3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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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특급 수송 작전 +1 22.06.18 1,372 25 17쪽
33 역병을 다스리다 2 +3 22.06.17 1,353 27 21쪽
32 역병을 다스리다 1 +1 22.06.15 1,406 29 14쪽
31 삼고초려 +1 22.06.14 1,451 26 19쪽
» Winter is Coming! +1 22.06.11 1,577 27 24쪽
29 살기좋은 제주 +1 22.06.09 1,609 29 15쪽
28 일대종사 +1 22.06.09 1,541 34 13쪽
27 해적소탕 3 +1 22.06.07 1,531 32 16쪽
26 해적소탕 2 +3 22.06.06 1,553 35 14쪽
25 해적소탕 1 +3 22.06.05 1,639 35 15쪽
24 천리행군과 졸업식 +1 22.06.03 1,626 38 15쪽
23 제주목사 노정을 파직(罷職) 하소서. +1 22.06.02 1,732 36 17쪽
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38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5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0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4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1 37 18쪽
17 군사조련 +3 22.05.26 1,809 40 14쪽
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2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3 36 20쪽
14 가짜뉴스 +1 22.05.23 2,097 42 15쪽
13 출생의 비밀 +5 22.05.21 2,242 46 17쪽
12 개작두를 열어라! +5 22.05.20 2,187 49 14쪽
11 +3 22.05.19 2,164 51 15쪽
10 제주를 해방하라(2/2) +2 22.05.18 2,255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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