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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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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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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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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역병을 다스리다 2

DUMMY

“여기 있는 고장군은 이번에 압해도에서 해적을 토벌한 사람이요.

지금부터 역병을 다스릴 터이니 모두들 고장군의 말에 따라 주기 바라오.”


현감이 이번에는 아예 장군의 이력을 먼저 소개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고장군에게 집중되자 장군이 말했다.


“저는 제주에서 올라온 고장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반계 선생님 문하에서 수학하신 의술에 조예가 깊은 분들과 함께 왔으니 다 같이 힘을 합쳐 역병을 이겨내 봅시다.

환자들을 치료할 장소를 준비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장군도 이번에는 의술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도 함께 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장군 일행이 여각으로 가서 여장을 푸는 동안 현감은 사람을 시켜 향교 건물을 준비하게 했다.


관노가 여각 건물 중 한 곳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이곳에 여장을 푸시면 됩니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은 여각이라 규모가 제법 컸고 세간짜리 집 두채와 주막처럼 사용하는 집이 따로 있었다.


'이게 초가삼간 집이란 말이지?'


역병이 돌자 여각에 머무는 사람들이 떠나가서 두간짜리 큰방과 한간 짜리 작은 방이 있는 세간짜리 집 한채를 통째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큰 방은 제주에서 온 사람들이 지내고 작은 방은 반계 선생님 제자분들이 사용하도록 하죠."


짐을 정리하고 있는 중에 다른 여각 건물에 있던 자가 장군일행이 온 것을 보고 말을 붙였다.


“못보던 손님들이 왔소이다.”


장군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인사 없소? 나는 보부상을 하는 김경두요.”


“저는 제주에서 올라온 고장군이라고 합니다. 역병이 돌고 있다고 해서 도와주러 왔습니다.”


“의원들이 계시오? 우리 접주가 지금 앓아 누웠는데 자리가 없다고 관에서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뭘 해주지를 않소. 의원들은 죄다 어디로 간 것인지···”


“의원들은 모두 성안에 있는 객사의 활인서(活人署)로 가 있어 찾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 쪽에 의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있으니 곧 봐 드리겠습니다.”


“부탁 드리겠소.”


장군이 일행들이 여장을 풀고 준비를 하기를 기다려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구휼소와 향교 쪽에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터이니 먼저 보부상 접주를 치료를 해 보도록 합시다.

좀 있으면 정신이 없을 터이니 지금 한번 해보면 좀 더 수월 할 것입니다.

막산이 너는 큰 가마솥에 물을 끓여 달라고 하고 반계 선생님 제자 분들은 저와 함께 가시죠.”


장군이 비누와 손수건 몇개를 챙겨서 보부상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김경두등 보부상들이 밖으로 나왔다.


“벌써들 오셨소?”


“네,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환자를 따로 둬도 괜찮으면 환자만 남기고 모두 나오도록 해 주십시오.”


보부상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고 마침 막산이 끓인 물을 한 동이 가지고 왔다.


“끓여 놓은 물이 좀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잘했다.”


장군이 모여 있는 보부상들에게 말했다.


“자, 역병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역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 같은 것들이 공기나 손등을 통해서 옮겨 가서 걸리게 되는 질병입니다.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콧물 같은 것에 의해서 병균이 섞여서 나오는데 그것을 호흡을 하게 되거나 손에 묻은 채로 눈 같은 곳을 만지게 되면 전염이 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니 이런 용어를 알 리 없으니 설명하기 힘드네···’


“좀 쉽게 설명을 해주겠소?”


“이렇게 큰 소리로 말을 하면 침 방울 같은 것이 섞여서 나오죠?

그러면 병균이 섞인 아주 작은 침방울이 주위에 날라 다니게 됩니다.”


장군이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설명을 하였다.


“그것을 숨을 들이쉴 때 들이 마시게 되면 병이 옮게 되겠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는 어떻게 옮는 것이요?”


“환자가 손으로 입을 닦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나서 문을 연다고 문고리를 잡으면 병균이 문고리에 옮겨 가게 되겠죠?

그때 다른 사람이 다시 그 문고리를 잡으면 그 손으로 옮겨 가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눈을 비비면 어떻게 될까요?

병균이 옮겨 지게 되겠죠?”


사람들이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손만 잡아도 옮겨 지게 되는데 그러면 환자를 어떻게 돌 봅니까?

방법이 없을까요?”


“그래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는 것과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손으로는 얼굴을 만지거나 눈을 비비거나 하는 일을 삼가해 주십시오.”


장군이 대야에 물을 받은 다음 비누를 들고 설명했다.


“지금부터 손 씻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 것은 비누라고 하는데 때를 잘 지게 만들어 주고 병균들을 없애 줍니다.”


장군이 한참을 비누칠을 하고 손을 씻는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제 돌아가면서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저희들처럼 여기 있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 주십시오.

그리고 준비가 되면 환자들의 손과 얼굴을 물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십시오.

참! 대야는 환자들을 씻는 데 사용했던 것과 건강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따로 사용해 주십시오.

그사이에 저희들이 약을 준비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손을 모두 씻고 환자를 씻기고 나자 장군이 반계서당에서 데려온 사람들과 환자를 살피러 갔다.


“원중 사형은 기록을 해주고 명신이와 인상이가 환자를 살피는 것으로 합시다.”


윤원중은 자가 원중이고 이름이 유기인데 장군보다 네살이 많았고 진사 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의학에 관심이 좀 있는데다 여러 일에 호기심이 많았다.


주명신과 정인상은 의학을 공부하는 중이었고 명신은 장군과 나이가 같았고 인상은 두 살 아래였는데 유형원이 장군을 배려해서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보내주었다.


“지금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장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뒷문도 열고 환기를 시키겠습니다.

가끔씩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 주어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덜되고 병도 잘 낫습니다.

환자들에게도 손수건을 주어 입을 가려 주십시오.”


“싸매고 열을 내어야 하는 것 아니오?”


“그래야 하는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환기를 안 하면 안됩니다.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으면 한기가 폐부로 바로 들어가지 않으니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중에 제일 심한 분은 누구입니까?”


“접주님이 제일 심하고 오래 되었소.”


“명신이 가서 환자를 봐주었으면 하는데···

그리고 증세가 시작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사흘 전부터 온몸이 아프고, 오한이 나기 시작하더니 어제 저녁부터 열이 끓기 시작했고···”


장군이 환자의 증세를 문진 하였고 주명신과 정인상이 번갈아 직접 맥도 짚어 보고 체온도 가늠하고 윤유기가 환자별로 기록지를 만들어 인적사항 부터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서도 같은 작업을 하였다.


‘대충보면 독감인 것 같은데··· 아예 모르는 병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군.’


진찰이 끝나고 장군이 예전에 독감에 걸렸을 때 병원에서 의사가 말했던 것과 처방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 보니 두 명은 증세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처방만 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고 접주님은 증세가 심하니 따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방을 따로 하나 더 준비해서 두 명은 그쪽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접주님은 열이 많이 높으니 이렇게 싸매고 있으면 오히려 안 좋습니다.

상의를 벗게 하고 물수건을 따뜻한 물로 적셔서 가슴과 등을 문질러 열을 내리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오한이 나는데 그렇게 하면 큰일 나는 것 아니오?”


“오한이 나는 것은 몸에 열이 높아서 그런 것입니다.

열이 너무 높으면 경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좀 낮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막고 있으니 한기가 직접 폐부로 들어갈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경증 환자 두 분이 다른 방으로 옮기면 바로 접주님의 열을 낮춰 주는 것을 정기적으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접주님은 열이 심하고 객담이 색이 진하고 가슴과 목에 통증을 호소하니 약을 처방했으면 합니다.”


‘이럴 때에는 항생제를 쓰는 것이 답인데 항생제가 없으니 증세가 심한 것들을 치료하는 방법밖에는 없군.’


“명신과 인상이가 상의해서 객담을 없애고 목과 가슴의 염증을 없애는 처방을 내려주면 좋겠는데.”


“알겠습니다.”


명신과 인상이 의학서적을 뒤져 처방을 찾으러 갔고 장군은 숙소로 돌아왔다.


마침 생강과 유자청을 넣어서 끓인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장군이 이곳에 오기 전에 유형원에게 부탁해서 얻어 온 생강과 유자청으로 끓인 것이었다.


“자 여기 유자청과 생강으로 끓인 차가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먼저 먹이도로 해 주시고 다른 사람들도 하루에 여러 번 마시도록 하십시오.

병에 걸리는 것을 막아 줄 것입니다.

특히 환자는 물을 많이 먹게 해야 하는데 물은 꼭 끓여 먹어야 합니다.”


“다른 두명은 약은 처방해주지 않는 것이요?”


“환자들이 많아서 약이 부족합니다.

생강 유자차만 먹어도 많이 좋아 질 것입니다.

두 명은 나이가 많지 않으니 충분히 스스로 쾌차할 것입니다.

접주님은 나이도 많으시고 병이 깊으니 약을 드셔야 하고요.”


“알겠네.”


“혹시 생강과 유자청을 많이 구할 수 없습니까? 모과청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한번 구해 보겠네.”


어느정도 정리가 되자 구휼소로 갈 준비를 했다.


시간이 반 시진 좀 덜되게 걸렸지만 그동안 생강 유자차도 한 동이 준비했고 환자를 진료하는 연습을 하였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벌써 해가 지려고 하고 있어서 서둘러야 했다.


“지금가지 환자를 살펴 본 것으로 볼 때 이번 역병은 독감 종류인 것 같습니다.

보부상 사람들이 십여명 되는데 그 중에 세명만 걸린 것을 볼 때 전염력이 크게 높지는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으신 접주님만 심한 것으로 봐서 치명률도 낮은 편이고요.

그런데도 이곳에 심한 환자가 많은 것은 기근으로 많이 먹지 못하여 체력이 약해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구휼소 쪽은 환자들이 많을 테니 다들 마음에 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모두 가 봅시다.”


장군과 일행이 구휼소 쪽으로 가자 오후 죽소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장군이 가져온 말린 생선을 넣고 다시 죽을 끓이느라 준비가 좀 늦어 졌지만 냄새가 아주 좋았다.


이번에는 아예 다른 풀뿌리와 함께 생강을 넣어서 끓이게 하였다.


“자! 여러분 식사하기에 앞서서 손을 모두 깨끗이 씻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손을 깨끗이 씻은 사람들에게만 먹을 것을 줄 것입니다.”


장군이 이곳 에서도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을 시범 보이고 씻게 하였다.


사람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바가지로 물을 떠서 따라주어 흐르는 물에 씻게 했다.


압해도 해적을 토벌한 장군이라고 소개를 해 둔 덕분인지 다들 말을 잘 들었다.


사람들이 몇 벽명이 되어 손과 얼굴을 씻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사이에 현감은 사람을 시켜서 주위에 횃불을 밝히게 하였다.


씻는 것이 끝나자 현감이 준비한 천을 잘라 만들어 둔 손수건으로 모두 입을 막게 했다.


“식사가 끝나면 저희들이 준비한 생강 유자차를 받아서 드세요. 역병에 좋을 것입니다.”


따로 컵 같은 것이 없어서 죽을 먹고 난 그릇에 차를 따라 주었다.


장군이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동안 역병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고 손을 씻고 손수건으로 입을 막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자 이제 부터 환자들을 향교 건물로 옮기 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들이 먼저 진찰을 해 보고 병이 경중에 따라 셋으로 나누겠습니다.

향교 건물이 크지 않은 관계로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는 이곳에 남고 중증과 위중한 사람들만 옮겨 가도록 합니다.”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만 하는데도 환자를 분류하고 수용하는데 한시진이 걸려서 날이 저물고 한참 지나서야 끝났다.


그동안 약이 준비가 되어 위중한 사람들 위주로 먹였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현감이 생강과 유자청을 많이 구해와서 끓어서 차를 만들어 수시로 먹였다.


“오늘은 이정도만 해야 하겠습니다.

현감님도 그만 쉬시지요.”


현감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내 이렇게 역병을 치료하는 것은 처음 보았네.”


조선시대에도 역병을 다스리는데 나름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서 사기(邪氣)가 옮겨가지 않도록 격리하고 입을 가리는 등 여러 방법이 있긴 하였다.


하지만 철저히 지켜 지기는 힘들어 역병 소문이 돌면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는 등 알아서 격리를 하고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자연 면역이 생길 때까지 죽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장군이 나름 체계적으로 전염병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고 사람들을 격리하고 평소에 먹는 음식으로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현감이 인상깊었던 모양이었다.


“객사의 임시 활인서(活人署) 환자들도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그 의원이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면 쉽지 않을텐데...'


“내일 한번 상의 해 보시지요.

오늘 처방을 받은 사람들이 어떤지 내일 아침에 한번 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세. 푹 쉬게나.”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장군이 일어나 밖으로 나오자 밖에 보부상 김경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은 잘 주무셨소?

접주님이 차도가 있으신지 자리에 앉아 계신데 한번 봐 주시오.”


“그렇습니까? 씻고 바로 가 보도로 하겠습니다.”


보부상들이라 먹는 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낫고 많이 걸어다녀 체력도 제법 좋은데다 약을 안 먹다가 먹으니 바로 효과가 있었을 것이었다.


장군이 윤유기 등과 가 보니 접주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이고, 의원님이 오셨군. 덕분에 살았습니다.”


접주가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장군이 말리면서 말했다.


“일어나지 마십시오. 차도가 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어제는 열이 올라 정신이 혼미하였는데 찬바람을 쐬고 가슴과 등에 물수건으로 닦으니 열이 내리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네.

어제 밤에 약을 먹고 아침에는 이렇게 앉아 있을 만해 졌다네.”


장군이 독감을 앓았을 때 중간에 약을 끊었다 혼난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낫게 되기까지 약을 계속 드셔야 합니다.

한동안 차도가 있다가도 다시 심해질 수 있습니다.”


“누구 말인데 잘 들어야지.”


“생강 유자차를 따뜻하게 해서 수시로 드십시오.

따뜻한 물을 많이 드셔야 합니다.”


“알겠네.”


“그리고 손수건은 주무실 때 빼고는 항상 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찬기운이 들어오는 것도 막아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것도 막아 줄 것입니다.”


장군이 밖에 나와서 모여 있는 보부상 사람들에게 말했다.


“좀 좋아 지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접주 어르신께도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약은 사흘 간은 꾸준히 드셔야 합니다.”


다들 화색이 돌았다.


“알겠소.”


“그리고 입과 코를 가린 손수건은 수시로 갈아주시고 꼭 끓는 물로 삶아서 소독하여야 합니다.”


장군이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향교 건물로 나갔다.


이미 현감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이 바로 달려가 인사를 하였다.


“현감 나으리, 벌써 나오셨습니까?”


“하루 빨리 역병을 퇴치해야 하지 않겠나?”


옆에는 어제 보았던 홍산현의 의원이 나와있었다.


“흠흠, 어제는 결례가 많았네. 해적 소탕한 고장군이라고 일찍 말해주지 그랬나?”


‘아니 자기가 막아 놓고선···

그리고 어제는 높임말을 쓰더니 이제는 말을 놓는 구만.

친근감의 표시인가? 아니면 어제는 현감에게 한 말이던가?’


장군이 코로나 발생 초기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고생을 하던 의료진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동안 환자들 돌보느라 피곤해 보이신 것 같아 보이셔서 길게 말을 못 나누었습니다.”


“이해 한다니 다행이구만.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역병을 다스리다니...

우리 쪽에도 잘 알려 줄 수 있겠나?

약 처방은 그리 다르지는 않아 보이던데...”


홍산현 의원은 이름이 남두원인데 십년전 의과에 합격하고 혜민서 훈도로 잠시 일을 하기도 하였는데 약제조에 조예가 깊었다.


다행히도 남두원은 그동안 환자들에게 시달림을 많이 받아와서 그런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적극 적이었다.


“물론입니다. 새로 유입되는 환자들만 없어도 훨씬 치료가 수월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현감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손을 깨끗이 씻으려면 비누가 많이 필요한데 많이 가져 오지를 못했습니다.

양쪽에서 비누를 사용하면 앞으로 사흘 정도밖에 못 쓸 것 같습니다.”


우반동에서 이곳에 올 때 선물로 가져왔던 비누를 거의 가지고 올라왔는데도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며칠 못 사용할 것 같았다.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서 만들 수는 없는가?”


“제주에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제주에 사람을 보내 놨는데 닷새는 지나야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장군이 비누 만드는 것을 시켜만 놓았지 직접 만들어 본 것이 아니어서 며칠 새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돌이들을 갈아 넣은 것이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한번만 배워 둘 것을···’


“어떻게 좀 아껴서 쓰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빨래할 때 비누가 많이 드니 잿물을 넣고 삶아서 빠는 것으로 해서 비누 사용을 줄여 보도록 해보죠.”


“어디 한 번 잘 해보도록 하세나.”


장군이 남두원과 함께 임시 활인서로 가서 새로운 방식으로 환자들을 구분하고 방역 체계 세우기를 시작했다.


먼저 의원들을 향교 건물로 데려와서 견학을 시키고 교육을 하였고 사람들에게 손씻기와 손수건 쓰기부터 시켰다.


“안된다! 양반인 내가 어찌 저런 천한 것들과 한 방에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문제는 다음부터 발생하였는데 객사 마당에 있던 환자들을 객사 건물 안으로 들이려 하니 곳곳에서 호통소리가 터져 나왔다.


‘객사 마당에 환자들이 많았던 것이 환자가 넘쳐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실제로 환자가 많기는 했지만 객사 건물이 많이 큰 편이라 좀 좁게 쓰면 밖에 있는 환자의 상당 수는 수용이 가능했지만 그동안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밖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근처에라도 있어야 약이라도 조금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밖에서 지내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환자들 분류를 새로 하려니 양반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었다.


‘제주에서는 노정 목사님이 찍어 누르면 대충 진압이 되었는데, 별볼일 없는 양반도 양반이라 현감 나부랭이로는 급이 안되니··· 쯧’


어느 정도 재력과 능력이 있는 양반들은 활인서에 있는 의원들을 직접 불러 자기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럴만하지 못한 양반들은 이곳으로 몰려 올 수 밖에 없었다.


장군이 어쩌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현감에게 가서 말했다.


“관아 쪽에는 사람들을 수용할 곳이 없겠습니까?

향교건물에 환자를 받을 곳이 좀 남아 있긴 하지만 밖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중한 환자들을 모두 향교 건물로 옮기고 중증 환자를 다른 곳에 수용하면 어떻겠습니까?”


“관아에는 건물들이 크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는 힘들 것일세.

어허, 이것 참! 어떻게 한다.”


한참을 고민을 하고 있더니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밖에 있던 자들이니 조금이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아닌가?

관아 앞에 큰 정자 건물이 있으니 그곳을 가마니와 천으로 가리고 중증환자들을 지내게 하면 되지 않겠나?

누정(樓亭)이 길이가 네 간이고 폭이 세간이나 되니 쉰 명은 족히 수용할 것 일세.”


“가마니와 천이 많이 들고 기둥이 손상이 갈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어쩌겠나? 이렇게라도 해봐야지”


도무지 방법이 없던 역병을 퇴치할 기미가 보이자 현감이 아주 적극적이 되었다.


홍산 현감이 결단을 빨리 세운 덕분에 사람들을 나누어 수용을 하고 체계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남두원이 사용하던 처방 중 잘 듣는 처방을 사용을 하자 위중한 환자들의 차도가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부의 추운 곳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와서 지내며 생강이 들어간 어죽을 먹고, 생강차 등을 수시로 마시니 경증이나 중증 환자들도 많이 좋아 지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밖이 소란하여 나가보니 정인상이 장군을 보고 소리쳤다.


“장군님, 큰일입니다. 얼음이 얼었습니다.”


밖에 내 놓았던 바가지에 담겨 있던 물이 제법 두께가 있게 얼어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발이 간간이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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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43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9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4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8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5 37 18쪽
17 군사조련 +3 22.05.26 1,813 40 14쪽
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8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8 36 20쪽
14 가짜뉴스 +1 22.05.23 2,102 42 15쪽
13 출생의 비밀 +5 22.05.21 2,249 46 17쪽
12 개작두를 열어라! +5 22.05.20 2,193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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