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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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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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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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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2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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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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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미륵의 현신

DUMMY

다음날 장군과 유형원 일행이 제주로 떠났다.


새벽에 우이도를 출발하여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간 다음 거차도를 지나면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북서풍을 그대로 받으며 달렸다.


“우반동에서 오던 날은 내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배가 상당히 안정적이구나.”


유형원이 두번째 배를 타니 좀 여유가 생겨 보였다.


“네, 이 배는 한선 같은 평저선이 아니어서 먼 바다에서도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삼각돛을 쓰니 배를 조정하기 쉽습니다.”


“이것도 너가 만든 것이냐?”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만들 줄 아는 사람을 구해 왔습니다.”


유형원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


“흠, 얼마전에 남만인이 왔다고 하더니... 혹시?”


장군이 화란 상인들을 초청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서 노정이 한 것으로 둘러댔다.


“네, 제주 목사께서 한 명만 두고 가라고 잘 타이르셨죠···.”


“어허··· 노정 그자가··· 쯧쯧쯧”


유형원과 노정은 잘 아는 사이였는데 이원진이 유형원의 외숙부이고 노정은 이원진이 제주 목사를 할 때 판관을 하였기에 친분이 많았다.


장군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저기 제주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허, 내가 살아 생전에 제주도를 보게 되는 구나.”


유형원의 제자들도 점점 다가오는 눈 덮인 한라산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가 앞전에 달아 둔 보조 돛을 내리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서 별도 포구로 들어섰다.


한겨울이라 열흘에 아홉 날은 북서풍이 불어 올라갈 때에는 역풍을 받아서 가야 하니 최소 이틀에 보통 사흘을 잡아야 하는 거리이지만 내려올 때에는 바람을 등지고 내려오니 하루면 올 수 있었다.


전염병이 있던 지역에서 오기도 하였고 저녁 늦게 도착하였기에 별도포에 있는 객사에서 그날 밤을 묵었다.


“스승님, 기침(起寢) 하셨습니까?”


“오냐. 들어오너라.”


“조반을 드시기 전에 가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디를 또 간다는 것이냐?”


“가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장군이 유형원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 옷으로 갈아 입으시면 됩니다.”


장군이 편한 옷을 갈아 입게 하였다.


그리고 골방 처럼 생긴 방문을 열자 열기가 확 밀려 나왔다.


“어이쿠. 안이 상당히 뜨겁구나.”


“하하하. 덜 뜨겁게 하라고 했으니 이정도면 괜찮을 것입니다.”


바닥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니 곧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답답한 듯하더니 좀 있으니 숨쉬기가 편해진 것 같구나.”


“찜질방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안이 많이 건조한데 스승님의 건강을 고려해서 바닥에 물을 뿌리고 안에 젖은 수건을 걸어 놓았습니다.”


이 시기에 다른 동네에 가면 풍토병으로 인해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군이 고민해 본 결과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는 물이 안 맞아 발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도 같이 습윤한 곳으로 오는 경우이다.


물의 경우는 끓여서 먹으면 괜찮을 것이고 습윤한 날씨는 사우나를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이곳에 찜질방을 만들어 두었다.


바닥을 물빠짐이 잘 되게 모래와 작은 자갈을 섞어 바닥을 다지고 돌을 잘라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돌로 이중 벽을 만들고 위에는 벽돌을 구워 쌓아서 아치형태로 만든 다음 위에 흙을 쌓아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숯불을 쇠로된 수레에 담아 들어와서 몇 시간을 뜨겁게 달군 다음 환기를 시키고 사우나를 할 수 있게 했다.


그 옆에는 옷을 갈아 입는 곳과 사우나가 끝나고 목욕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두었다.


“따뜻한 곳에 몸을 지지니 피로가 아주 없어진 듯하구나.”


“원래는 여기서 몸을 뜨겁게 데운 다음 밖에 나가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으면 더 좋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봐야겠구나.”


한참 몸을 데운 다음 밖에 나가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고 돌아왔다.


“이거 옷이 다 젖었구나. 우리끼리니 그냥 옷을 벗고 하자 꾸나.”


“좋습니다.”


여러 번 사우나로 땀을 내고 찬물로 몸을 식히고를 반복하고 밖으로 나왔다.


“땀을 쫙 뺐더니 아주 개운하구나.”


“밥맛도 훨씬 좋으실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유형원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노정과 고홍진이 찾아왔다.


“이것 참 오랜 만일세.”


“고전적께서 잘 지내셨습니까?”


“그런데 입에 수건은 꼭 해야 하는 건가?”


“역병이 있던 곳에서 와서 며칠은 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쓰다 보니 찬바람도 덜 들어오고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뭐···. 말 소리가 잘 안들리니 크게 말을 하게.”


유형원과 고홍진 그리고 노정이 한참 동안 안부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나에 대해 어찌 말해 놓았기에 장군이 이놈이 아주 거리낌 없이 할말을 다 하더이다.”


유형원이 노정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하하하,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을 뿐은데··· 실은 나한테도 그랬다네.”


“내 사전에 들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고변을 할 뻔 했네.”


“나도 마찬가지였네.”


‘아니, 이분들이 당사자를 앞에두고서···’


장군이 민망하여 다른 주제를 꺼내었다.


“우이도에 비누 공장을 하나 만들어야 겠습니다.”


“거기에 무슨 일로?”


“날씨가 추워지니 청어가 많이 잡히고 있습니다.

청어 기름으로 비누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팔도에 역병과 우역이 돌고 있는 곳이 많아 비누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겠구나. 그런데 역병이 도는 곳으로 갔다고는 알려왔는데 어찌 되었느냐?”


“굶주린 사람들이 많아서 심한 것처럼 보였지 생각보다 심각한 역병은 아니었습니다.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게 하고···”


장군이 역병 퇴치 과정을 한참 설명했다.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전라 병사 이집(李鏶)이 하루 빨리 함께 명화적 소탕을 하자고 하는구나.”


“그분은 여전하시군요.”


“여의치 않다고 하는데도 계속 그러는구나. 너가 덥석 알겠다고 하는 바람에 거절하기도 쉽지 않구나.”


장군이 해적들을 끌고 병영성으로 인계를 하러 갔을 때 이집이 같이 명화적 토벌을 하자고 하였는데 거절할 명분이 잘 없어 알겠다고 했는데 계속 요청을 하고 있었다.


기근이라 병영성의 군사도 부족하고 따로 군사훈련을 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해적토벌까지 한 경험이 있는 제주의 군사들이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면전에서 거절을 할 수 없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주 목사의 권위로 어떻게 처리가 안됩니까?”


“나는 정삼품이지만 병마절도사는 종2품이라 안된다. 그래도 녹의영이 정식 군인이 아닌 덕분에 저렇게 부탁을 하는 것이지 아니면 벌써 동원을 했을 것이다.”


“당상관이시라 대단한 것인 줄 알았더니 아니셨군요.”


“이놈이 당상관을 능멸하느냐?”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해적들 처리는 어떻게 되었다 합니까?”


“몇 명은 도성으로 올려 보냈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아직 조정에서 방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구나.”


“오래 걸리는 군요. 다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선처를 했으면 하는데···”


“우리 손을 떠난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반계 선생은 언제 서귀포로 내려 갈 것이냐?”


“오늘 오후에 제주 읍성과 항파두리 병영을 좀 돌아보고 내일 내려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스승님은 어떻습니까?”


“나는 상관없다.”


하루를 이곳에 머물고 나서 그 다음날 일행들을 마차에 태우고 제주 남쪽 서귀포 쪽으로 향했다.


반계 유형원은 조정에 출사한 것이 아니어서 유림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지라 굳이 여기 저기 알릴 이유도 없었고 덜 알려지는 편이 나았다.


“날씨가 차니 당분간 제주에서도 따뜻한 서귀포에서 지내시다가 날씨가 좋아지면 오시는 것으로 하시지요.”


“왠지 귀양을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구나.”


“그럴리가요. 며칠은 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리 한 것입니다.

그 곳에도 찜질방이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하하하, 여기가 귀양을 보내는 곳이라 하는 농담이다. 그런데 이 마차가 아주 좋구나. 이것도 너가 한 것이겠지?”


“네. 제주에는 산이 많지 않아 수레를 쓰기 아주 좋은데 안 쓰고 있으니 답답해서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잘 했다. 우리나라는 수레를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는데 이곳은 잘 쓸 수 있으니 좋구나.”


“도성 근처에서도 수레를 쓰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달구지 수준을 가지고 수레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더냐.

그리고 도성에 인구가 몇인데 몇 백대 굴러다니는 것으로 수레를 이용한다 할 수 없지.

다들 가마에 올라앉아 에헴거리고 있으니 얼마나 꼴볼견이냐?”


“그러고 보니 맞는 말씀입니다.”


“우반동은 무척 추웠는데 여기 오니 날이 춥지는 않구나.

아침에 좀 으슬거리는 것 빼고는 말이다.”


“지금 가는 곳은 온돌이 깔려 있으니 아침에도 따뜻할 것입니다.”


가려는 곳은 서귀포 인근의 감귤밭을 가지고 있는 양귀격의 문중 땅인데 그 곳에 온돌이 깔려 있는 집이 있어 잠시 빌리기로 하였다.


원래 제주도는 겨울이 춥지 않아서 온돌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는데 겨울에는 바닷바람으로 습도가 높아 뼛속에 스며드는 한기를 못 참는 육지에서 온 양반들이 온돌을 놓는 경우가 제법 있고 여유가 되는 집에서는 온돌을 깔기도 하였다.


* * *


장군이 제주로 내려올 때 쯤 충청도의 우암 송시열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우암 대감께서 내려오셨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인사 여쭈러 왔습니다.”


“현묵자(玄默子) 자네가 어찌 이곳까지 내려온 것인가?”


“적상산의 호국사에 있었습니다. 이산 저산 다니면서 수양을 하는 것의 저의 일업(一業)아 아니겠습니까?”


현묵자는 홍만종으로 유학자이지만 평소에 몸이 약해 도교의 양생법을 수련하는 등 도교에 관심이 많았다.


이 당시의 조선은 유학이 교조적으로 흐르기 전이기도 하여 홍만중과 그의 스승인 정재승 등 도교 쪽 수련을 한 자들도 조정에서 벼슬을 하기도 하였고 유학자들도 양생법에 관심이 많이 있었다.


“그래 뭔가 좀 보이던가?”


“일전에 제가 쓴 해동이적(海東異蹟)이란 책을 기억하십니까?”


“내가 발문(跋文)을 써 주었지.”


“제가 동국의 이적을 행한 인물들을 정리하면서도 그 실체를 볼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책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고장군이라는 자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들어본 적이 있네. 압해도의 해적을 토벌한 자라 하였지?”


“그자가 이번에 홍산에서 역병을 다스렸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자는 분명 도가의 수련을 하여 이적을 행한다 볼 수 있습니다.”


“뭐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네만 너무 깊이 빠지지 말게.”


“신선에 대한 이야기는 괴탄하여 군자가 말할 바는 아니지만 단군이래로 그 도맥이 이어져 내려오니 한번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일세. 그러면 찾아가 볼 생각인가?”


“네, 제주로 내려가 볼까 합니다.”


“나도 그자의 행보가 궁금하긴 했는데 자네가 잘 살펴보게. 그런데 요즘은 도적이 들끓고 있는데 위험하지는 않겠나?”


“덕유산 금선자의 도맥을 이은 도우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걱정은 않겠네.”


* * *


유형원 일행을 이곳에 가둬(?)두고 장군은 처음 사흘 정도만 외부에 나가 이것 저것 일처리를 하고 그 뒤로는 유형원과 조선의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다른 사람들도 좀 데려올까 했는데 노정도 무과 출신이어서 골치 아픈 것은 질색이라 하였고 고홍진도 풍수와 지리 그리고 역사 관련한 것 말고는 관심이 적었다.


그렇다고 생각도 맞지 않고 우리편일지 모를 김계륭이나 문영후 같은 제주 유림들을 데려다 토론을 할 수도 없었고 더구나 제주 유림들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그동안 조금씩 자네의 생각을 들어 보니 전체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급진적인 듯하니 한번 전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동안 찜질방에서 수건만 하나 얹고 진솔한 대화를 하여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였다.


“알겠습니다. 예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모든 것의 바탕에 한글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제주에서는 시행을 하고 있고 한글과 수학에 재능이 있는 자들을 따로 뽑아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지와 세금은···”


장군이 그동안 정리해 오던 자신의 생각을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주제에 맞춰서 설명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신분제 철폐와 토지 무상 분배 등을 적극적으로 실험을 해 볼까 했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전생의 기억으로 이미 이런 쪽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던 반계 유형원을 삼고초려로 모셔오기로 한 것이었다.


다행히 잘 모셔올 수 있었고 여러 번 사우나 회동을 한 끝에 이제 본격적으로 앞으로 조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큰 그림을 그리려 하는 것이었다.


“자네 말 대로 모든 신분이 혁파된다고 할 때에는 토지를 신분에 따라서 차등 분배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과거를 없애고 자격시험 같은 것으로 대체를 한다면 지금처럼 평생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니 지금처럼 양반이라고 따로 토지를 가질 필요도 없을 테고···”


“그렇겠지요. 스승님 말씀대로 말단 관리들까지 녹봉을 제대로 지급하게 되면 더더욱 농지가 없어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기존에 개인이 소유한 농지를 어떻게 몰수하여 어떻게 나눠줘야 하는가인데···”


장군도 유형원이 쓴 반계수록을 읽고 괜찮은 부분이 있으면 반영을 하였다.


방안에 앉아서 열심히 붓을 놀리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서 유형원이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할 것이라면 굳이 내 책을 저렇게 한글로 번역하고 사본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정책은 대부분 바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유림들에게 내용을 바로 공표를 해서는 반발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중간쯤 되는 사상이 담긴 스승님의 책이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가?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겠지. 유학자의 입장에서 쓴 개혁이니···”


지금 장군과 유형원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당장 시행이 가능한 것도 있고 천천히 몇 년을 걸쳐서 행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모든 것을 바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반계수록을 먼저 읽게 하여 지식층들의 생각을 전환할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 * *


장군이 닷새동안 반계 유형원과 칩거를 하다가 제주목에 돌아오니 많은 소식이 와 있었다.


“그동안 별일 없었겠지요?”


장군의 물음에 제주목사 노정이 대답했다.


“별일이 없긴. 많았지.”


“사람을 보내 알리지 그러셨습니까?”


“네가 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부르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먼저 압해도 해적들의 처분이 완료되었다.”


고영후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두령과 부두령 등 여덟명은 도성으로 올려 보내어 처형하였다 하고, 나머지 적극 가담자 중 마흔 두명을 전주와 병영성에 효시 하였다 한다.”


“결국 대부분이 사형이 되었군요.”


“그리고 30명이 정배 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다섯이 죽었다 한다.”


“그래도 가족과 식솔들은 무사한가 봅니다.”


“그들은 방면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도성에서 처형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무슨 일 입니까?”


고영후의 말에 의하면 도성에서 처형된 여덟 명은 서소문 앞 저자에서 처형되었는데 그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하였다.


그러자 부두령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내 비록 굶어 죽지 못하여 해적질을 하였지만 어린아이와 부녀자들은 해코지하지 않았고 부유한 상인들만 털었소.

오늘 여기서 목이 잘리고 효수되겠지만 참으로 파란 장만한 삶이었소.

압해도에서 고장군이라는 자와 자웅을 겨룰 때 세 시진동안 수백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았소.

마지막에 고장군 그자가 도술을 부려 천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지지는 않았을 것이오.

최선을 다한 싸움이었고 후회는 없다.

이제 죽여라!”


그리고 처형을 당하고 목은 각 도로 보내어 조리돌림을 당하였다 했다.


“아니 부두령 그자가 도대체 무슨 억한 심정을 품고···”


“그러게 말이다.”


지운학도 빙글거리며 한마디 했다.


“덕분에 도성에까지 유명세를 떨쳤으니 좋겠구나.”


장군이 문득 선조에게 미운 털 박히던 이순신 장군님이 생각났다.


“너무 눈에 띄어서는 곤란한데 걱정이군요.”


노정이 말하였다.


“걱정할 일은 아직 더 있다.”


“네?”


“이번에 역병을 해결하고 온 것에 문제가 생겼다.”


“다시 역병이 재발했습니까?”


“아니 역병은 잘 정리 되었다. 그런데 소문이 이상하게 났는지 제주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무슨 일로?”


“너를 미륵의 현신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하는구나.

벌써 십여명이 들어와 있고 강진에도 건너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구나.”


‘홍산에서 올 때 약사여래네 미륵이네 하는 말을 좀 듣긴 했지만 대수롭게 여길만 하지는 않았는데···’


“아니, 제가 미륵이라니요? 이러다 혹세무민 한다고 잡으러 오겠습니다.”


지운학이 한마디 했다.


“허긴 도술도 부리고 역병도 다스리니 내가 들어도 도사에 미륵이라 하겠구만.”


“그자들을 한번 봐야 겠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걸승이 데리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안심이군요.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청어 기름으로 만든 비누는 잘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건 다행히 좋은 소식이군요.”


“이곳에 있던 비누 기술자들이 가서 비린내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하고, 비누도 잘 만들어져서 서천까지도 한번 보냈다고 하더군.”


생선 비린내를 제거할 방법은 없어서 다른 향을 넣어서 만들기로 했는데 겨울이라 사용할 향도 없고 한약재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우의도에서 벌목을 하고 생기는 소나무 잎을 넣고 있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비린내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었고 생선 살은 따로 갈아서 어묵에 넣거나 말려서 식량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했다.


청어가 충분히 많이 잡히고 있어서 싼값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으니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멈추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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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출판 기념회 +1 22.06.26 1,320 22 17쪽
37 천체 모형 +1 22.06.24 1,317 25 17쪽
» 미륵의 현신 +3 22.06.23 1,392 30 19쪽
35 청어 잡이 +1 22.06.20 1,414 31 17쪽
34 특급 수송 작전 +1 22.06.18 1,376 25 17쪽
33 역병을 다스리다 2 +3 22.06.17 1,356 27 21쪽
32 역병을 다스리다 1 +1 22.06.15 1,409 29 14쪽
31 삼고초려 +1 22.06.14 1,454 26 19쪽
30 Winter is Coming! +1 22.06.11 1,581 27 24쪽
29 살기좋은 제주 +1 22.06.09 1,615 29 15쪽
28 일대종사 +1 22.06.09 1,550 34 13쪽
27 해적소탕 3 +1 22.06.07 1,536 32 16쪽
26 해적소탕 2 +3 22.06.06 1,558 35 14쪽
25 해적소탕 1 +3 22.06.05 1,645 35 15쪽
24 천리행군과 졸업식 +1 22.06.03 1,631 38 15쪽
23 제주목사 노정을 파직(罷職) 하소서. +1 22.06.02 1,739 36 17쪽
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43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9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4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8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5 37 18쪽
17 군사조련 +3 22.05.26 1,813 40 14쪽
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8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8 3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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