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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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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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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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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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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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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특급 수송 작전

DUMMY

장군이 급히 읍성으로 뛰어가니 현감이 나와 있었고 성문 앞쪽에 거적에 덮힌 시체가 몇 구 있었고 한 가족이 오열하고 있었다.


“큰일일세. 간밤의 추위로 얼어 죽은 자들이 셋이나 나왔네.

이제 역병이 잡히려나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현감이 장군이 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제 밤까지도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새벽에 갑자기 이렇게 추워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생각보다 사람들 반응이 별로 없군.’


밤 사이에 사람이 셋이나 죽었는데 다들 별 반응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하루 전에도 역병으로 죽어 나간 사람들이 다섯이나 있었고 그동안 수십명이나 죽었다.


장군이 와서 조치를 취해서 좀 좋아 졌다고는 하나 이미 손쓰기 늦은 사람들은 장군 할애비가 아니라 현대의 의사가 산소통을 메고 와도 못 살릴 것이었다.


“정자 쪽의 사람들은 괜찮았습니까?”


“그쪽은 그래도 가마니와 천으로 둘러쳐 있어서 찬바람을 한번은 막아주니 괜찮았다네.”


“날씨를 보아하니 더 추워질 것 같은데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나는 우선 이 일부터 수습을 해야 하니 좀 있다 대책을 논의해 보세.”


"알겠습니다."


여각으로 돌아가기 전에 장군이 오열하고 있는 가족에게 눈길을 돌렸다.


안타까운 것은 옆의 두 구의 주검에는 누구도 가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가족도 없이 홀로 있다가 변을 당했구나.’


장군은 오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가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옆의 두 구의 주검에도 고개를 숙여 묵념을 올렸다.


* * *


장군이 여각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이쪽 사정을 잘 아는 보부상 김경두를 불러서 대책을 논의했다.


“한 동안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안심했는데 새벽부터 기습 한파로 얼어 죽은 사람이 셋이나 나왔습니다.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서 불렀습니다.”


소빙하기라 줄구장창 추울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기온이 낮은 것이지 항상 그런 건 아니어서 어떨 때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경우도 있기도 했다.


오히려 역병이 발생하기 며칠전에는 비가 많이 내렸고 실제로 나주 지역에는 홍수가 크게 나기도 하는 등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이곳이 기온이 덜 낮았으니 어쩌면 유럽 쪽에는 한파가 닥쳐서 템즈강이나 라인강이 얼어붙었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마냥 따뜻한 것은 아니고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까지 떨어지는 일교차가 큰 날씨가 지속되어 왔었는데 이날 새벽부터 제대로 추워지고 있어서 대책을 세워야 했다.


“얼음의 두께가 아직 두껍지는 않는 것을 보아 강이 얼어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날이 어떻게 될 지 장담을 못하니 배를 군산포로 옮겨 두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경두가 말했다.


“작년에도 이맘때에 강이 얼어붙어 봄까지 배가 못 다녔소.”


주명신이 물었다.


“그래도 큰 강인데 그렇게 쉽게 얼어붙을까요?”


“당장 전체가 다 얼어붙지는 않겠지만 물이 느리고 얕은 곳이 얼어버리면 전체가 언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오.

원래는 여름 장마가 끝나고 강에 모래가 많이 쌓이면 정비해야 하는데 올해는 기근때문에 노역을 금지하는 바람에 정비가 제대로 안 되었소.

그래서 강이 얕아져서 얼어붙는 곳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요.”


배의 선장이 말했다.


“어쩐지. 올라올 때 배 밑바닥이 닫는 것이 아닌지 조마조마 했는데 그런 연유가 있었구만.”


이번에 가져온 배는 용골이 있는 배라서 평저선 보다 바닥이 많이 깊은 편이어서 강을 올라올 때 행여 모래톱에 걸릴까 조심하면서 올라왔다.


“게다가 구량포 포구가 있는 금천은 지류라 물이 많지 않으니 쉽게 얼 것이오.”


“그럼 일단 옮겨 놓고 봐야 겠군요.”


선장이 물었다.


“그러면 배를 갖다 놓고 이곳에 다시 와야 할 텐데 어떻게 돌아올 것이오?”


장군이 말했다.


“바로 돌아오면 안되고 거기서 제주에서 오는 배를 기다렸다가 같이 와야 합니다.”


“허긴 강이 얼면 배가 강으로 거슬러 가지를 못할테니···”


윤유기가 말했다.


“그러면 육로로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데 우리는 길을 잘 모르니 방법을 찾아야 겠네.”


‘약간 보부상 아저씨를 들으라고 하는 말 같군···’


아니나 다를까 김경두가 물었다.


“가져와야 한 물건이 있는 것 같소만?”


“가져온 비누가 많지 않아 제주에서 비누를 가져와야 합니다.

지금 오고 있을 것인데 뱃길이 막혔으니 육지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내가 길을 잘 아니 도와 주겠소.”


“정말입니까? 그래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우리 접주님을 살려주셨는데 이정도도 못해 주겠소?”


접주는 많이 쾌차하여 가끔 앞마당 산책도 할 정도가 되었다.


* * *


환자들 진료가 끝나고 구휼소 배급도 끝나자 대책회의를 가졌다.


“강이 얼지 몰라서 배를 군산포로 내려보낼까 합니다.”


장군의 말에 현감이 말했다.


“그게 낫겠네. 내일이면 강이 얼어붙을 수도 있으니···”


“강이 얼면 서천쪽 포구로 배를 대고 물건을 가져와야 할 것 같습니다.”


“서천이면 육십리 길인데 쉽지 않겠군.”


“보부상 사람들이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일세.”


“서천군에서 나귀를 빌려 짐을 실어 왔으면 합니다. 협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내가 편지를 써 주겠네.”


의원 남두원이 말했다.


“약재가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서천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목록을 적어 주면 편지에 동봉해서 부탁을 해보겠네.”


바로 현감이 편지를 쓰고 약재 목록이 완성되었다.


“그럼 늦기 전에 사람들을 출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장군이 나가서 군산포로 갈 사람들을 보내고 난 뒤 대책회의를 계속했다.


현감이 남두원이 써 준 서천에서 구해올 약재에 대해 물었다.


“필요한 약재 목록을 보니 종류가 많던데 무슨 약재가 부족한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처방이 동의보감의 시갈해기탕(柴葛解肌湯)으로 여러 약재가 들어가는데 열을 낮춰주고 염증을 해소하는 약재인 시호(柴胡) 황금(黃芩) 등 중요한 약재가 얼마 안남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처방에 꼭 들어가는 감초(甘草)도 부족합니다.

감초는 다른 약의 독성을 감소시키고 여러 약재를 조화롭게 해 주므로 약을 제조할 때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에 감초산지인 전라도 해안 지역이 피해를 많이 입어 감초를 구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부족한는 약재는 다른 비슷한 약재를 사용하면 되지 않는가?”


“그럴 수도 있으나 비슷한 효과가 있을지 장담을 못합니다.

그리고 감초는 다른 마땅한 대체가 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장군이 현대의 약 처방을 떠올리며 물었다.


“꼭 그렇게 탕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까?

개별 약효가 있는 것들을 따로 달여서 각각 처방하면 안되는 것입니까?

가령 목에 염증이 있으면 그것에 효과가 있는 약재만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약은 조화를 중시하므로 그렇게는 사용하지는 않네.”


‘될 것 같은데··· 목 아파서 병원가면 목 아픈 것 낫는 약 이랑 위장약 주고 사흘 뒤에 안 나으면 오라고 하던데···’


“평소처럼 약재가 많으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지만 지금은 약재가 부족한 실정 아닙니까?

큰 독성이 없다면 개별로 처방을 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반계서당 출신 주명신이 말했다.


“이번에 저희들이 금은화를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염증에 효과가 있는 약이니 향교 쪽 환자들에게 그것을 달여서 먹여 보면 어떻습니까?

그것만 달이거나 다른 약재 한두가지 더 섞어서 처방을 해서 효과가 있으면 그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남두원도 동의를 했다.


“양반님네들 한테 그렇게 처방을 하면 나중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쪽은 괜찮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해보세.”


현감도 동의했다.


“좋은 생각일세. 있는 약재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효과가 나면 좋은 것이지.

그건 그렇게 하고 한파를 위한 대책은 어떻게 해야 하겠나?

구휼 죽소에 있는 사람들을 수용할 만한 곳이 없으니 큰일일세.”


윤유기가 말했다.


“임시로 가마니나 짚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면 어떻습니까?”


“바람이 많이 부니 튼튼해야 할 텐데. 그리고 집을 하나 만들려면 재료가 많이 들지 않겠나?”


관노인 개동(介同)이 말했다.


“읍성을 한쪽 벽을 벽으로 하고 집을 세우면 세 곳만 벽을 세우면 되니 쉽지 않겠습니까?

벽이 받쳐주니 튼튼하기도 할 터이고요.”


“그것 좋은 생각일세.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른 것은 뭐 필요 한 것 없겠나?”


형방이 말했다.


“지금 날씨로 봐서 내일 새벽에는 더 추워질 것 같은데 정자 건물밖에 가마니를 한 겹 더 둘려줘야 겠습니다.”


“좋은 생각일세.”


장군이 말했다.


“지금 대소변을 논밭 아무 곳에서나 보는데 임시로 바람막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 하니 생각이 났는데 정자 건물 옆에 뒷간을 하나 더 만들어야 겠네. 이러다가 관아의 뒷간이 넘치겠어.”


보통 읍성 밖에는 논밭이 많아 밖에서 아무데나 해결하면 되었는데 정자건물에 임시 활인서를 만들고 오십여명이 들어오니 화장실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전에도 사실 문제가 있었는데 객사 여기 저기에 실례를 하여 냄새도 안좋고 하던 것을 장군이 이번에 사람들을 옮기면서 싹 치우게 했다.


개동이 말했다.


“정자 뒤쪽에 산이 있으니 거기에 땅을 파고 임시로 통시를 만들면 어떻습니까?”


“그것이 좋겠네.”


장군이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의견이 나와도 할 수 없으니 이정도로 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침내 모두가 좋아하는 업무분장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러세나. 구휼소 쪽이 제일 급하니 장군이 자네가 개똥이랑 관노 셋을 붙여 줄 테니 진행할 수 있겠나?

뭐 빨리 끝나면 읍성 밖에 변소도 만들면 더 좋고.”


현감이 진행시켜를 시전했다.


‘음··· 뭔가 어물쩡 다 넘어오는 것 같긴 한데··· 여기서 배째라고 할 수도 없고. 뭐, 개동이가 빠릿빠릿해 보이니 어떻게 되겠지.’


“알겠습니다.”


“정자 쪽 작업은 내가 나머지 사람들 데리고 하도록 함세.”


* * *


장군이 성 밖으로 나와 개동이 등과 어떻게 작업할 지 상의를 했다.


“개동이 너가 이런 일은 잘 하는 것 같으니 어떻게 할 지 생각을 말해봐라.”


개동이가 긴 나무 몇개를 가져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쪽에서 저쪽까지 다섯 보 간격으로 기둥을 박고 긴 나무로 연결해서 벽을 만듭니다.

그리고 저쪽 성벽과 이쪽 벽에 비스듬히 서까래를 걸쳐서 지붕을 얹으면 됩니다.”


“좋다! 기둥 두개만 만들어서 괜찮은 지 실험을 먼저 해 도록 하자.”


개동이가 어른 팔뚝만한 긴 나무를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은 다음 삼각 사다리를 양쪽에 놓고 올라가 큰 나무 망치로 두들겨 박기 시작했다.


쿵! 쿵!


이런 일을 많이 해 본 것인지 말뚝 두개가 금세 박혔다.


뚝딱 나무를 연결해 서까래를 올리는 것을 보고 장군을 박수를 쳤다.


“야! 아주 순식간에 하는걸··· 굿쟙!

자! 이제 각자 생각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윤유기가 말했다.


“기둥이 잘 박히긴 했는데 잘못하면 밀려 넘어갈 수 있으니 이쪽과 저쪽에 사선으로 말뚝을 더 세웠으면 하겠는데.”


개동이도 자진해서 일거리를 만들었다.


“말뚝 간격을 다섯보로 하니 너무 넓은 것 같은데 이보나 삼보로 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다른 관노도 말했다.


“지붕에서 이렇게 물이 떨어질 테니 비가 와도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여기에 쭉 도랑을 만들어야 겠네요.”


장군이 이리 저리 보다가 말했다.


“비 이야기가 나오니 말인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만약 비가 내리면 성벽으로 비가 타고 내려가겠는데···.”


개동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위에 지붕을 얹을 수는 없고 큰일이군요.”


윤유기가 말했다.


“지붕이 있는 성벽은 없나?”


금은화로 약을 만들다가 잠시 구경하러 온 정인상이 말마디 툭 던졌다.


“향교 담벼락은 지붕이 있던데···”


장군이 관아로 들어가 현감에게 허락을 맡고 돌아와 향교 담벽 안쪽에 집을 세웠다.


담벽이 적당히 높고 지붕이 올라가 있어 딱 좋았다.


기둥을 박아 벽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린 다음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고 벽을 둘렀다.


벽 중간에 구멍을 내고 대나무 창살에 창호지를 여러 겹 붙인 작은 창을 하나씩 달아 밖에서 빛이 들어오게 했다.


중간에 큰 나무가 여러 그루 있었지만 가지를 좀 정리하고 그냥 집 안에 넣었는데 그것대로 모양이 괜찮았다.


향교 대문 양 옆으로 남자들이 지낼 곳과 여자들이 지낼 곳 이렇게 두 동을 만들었다.


경증 환자들도 수용해야 해서 중간을 반으로 나누어 환자와 건강한 사람이 지낼 곳을 구분했다.


향교 근처에 있는 밭에 땅을 파고 화장실도 여러 개 만들었다.


땅 파는 것은 구휼소에서 밥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시켜서 파게 하였는데 땅을 잘 파면 밥을 한 그릇 더 주겠다고 하니 여러 명이 하겠다고 해서 수월 하게 완성되었다.


* * *


그날 새벽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온통 얼어붙었다.


준비를 열심히 한 덕분에 간밤에 얼어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반계서당 출신 의과 지망생 주명신과 정인상이 남두원과 상의하여 금은화와 몇 가지 다른 약재를 넣고 차를 만들었다.


감초가 없으니 좀 묽게 만들어 여러 번 마시는 것으로 해 보았는데 위중 환자들 중에 좀 덜 심한 환자들에게 주었더니 효과가 괜찮았고 중증 환자에게도 먹였다.


손씻기와 마스크 쓰기를 잘 지키게 하였더니 더이상 환자가 급격히 늘지는 않았지만 환자가 제법 늘고 있었다.


그동안 어쩌지 못해서 집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격리를 하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추운 날이 사흘이 계속되고 날이 약간 덜 추워진 듯하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은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큰일이요.”


보부상 접주가 장군과 생강 유자차를 마시면서 문밖을 내다보았다.


접주 이상원은 완전히 쾌차하였고 장군도 이제 할 일이 많이 줄어 이렇게 쉬면서 차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늘 밤새 눈이 내리면 많이 쌓일 것 같습니다.”


“모레가 소한인데 눈도 오고 날씨도 추워지면 움직이기 힘들 수도 있겠어...”


“여기서 서천까지는 길이 하나뿐입니까?”


“길이 하나뿐은 아닌데 우리 보부상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은 하나뿐일세.

그런데 왜 그러시오?”


“내일 눈이 많이 쌓이면 길을 내어볼까 합니다.”


“우리 쪽 사람을 두엇 붙여 주겠소. 그러나 쉽지 않을 터인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길을 내어 두면 오는데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 * *


다음날 새벽 장군이 관아건물로 갔다.


“개동아! 냉큼 나와 어디 좀 가야 쓰겠다.”


개동이는 장군보다 세 살 많았는데 그렇다고 관노에게 높임말을 쓸 수도 없으니 자연스레 하대를 하고 있었다.


“장군님이 오늘은 또 뭘 시키려고 하실까요?”


“서천까지 가는 길을 만들어야 된다. 두 명만 데리고 나랑 같이 가자.”


어짜피 이곳에 있어봐도 눈을 치우게 될 것이라 개동이가 좋아하면서 따라 나섰다.


“알겠습니다.”


장군과 보부상 한명 등 여섯명이 눈에 길을 내면서 출발했다.


“서천까지 오십리가 좀 더 된다고 하니 이틀 열심히 눈을 치우면 될 것이다.”


“눈이 무릎까지 오는데 이틀에 어떻게 치웁니까?”


“오늘은 달이 밝을 것이니 밤새 치우면 되지 않겠느냐?”


“농도 잘하십니다. 뭐 눈이 더 오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요···”


“눈은 그친 것 같으니 걱정마라.

두 명씩 번갈아 가면서 좌우로 치워 나가면 십리는 두시진이면 충분히 치울 것이고 하루에 삼십리는 너끈하지.”


개동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용히 앞에 나가 눈을 치우며 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공병으로 스카웃 하면 정말 좋겠는데···’


장군이 넉가래를 어깨에 메고 따라가면서 입맛을 챱챱 다셨다.


하루종일 눈을 치우며 길을 만들면서 가고 있었고 저녁이 되어 갈 무렵 멀리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잠시 기다려라! 내가 알아보고 오겠다.”


장군이 혹시 몰라 품속에 간직한 단도를 손에 쥐고 눈위를 성큼성큼 걸어 앞으로 갔다.


모퉁이 쪽에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사람들이 보여 장군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거기 막산이냐?”


저쪽에서도 손을 흔들었다.


“장군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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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구조작전 +1 22.06.28 1,182 24 20쪽
38 출판 기념회 +1 22.06.26 1,320 22 17쪽
37 천체 모형 +1 22.06.24 1,317 25 17쪽
36 미륵의 현신 +3 22.06.23 1,392 30 19쪽
35 청어 잡이 +1 22.06.20 1,414 31 17쪽
» 특급 수송 작전 +1 22.06.18 1,377 25 17쪽
33 역병을 다스리다 2 +3 22.06.17 1,357 27 21쪽
32 역병을 다스리다 1 +1 22.06.15 1,409 29 14쪽
31 삼고초려 +1 22.06.14 1,455 26 19쪽
30 Winter is Coming! +1 22.06.11 1,581 27 24쪽
29 살기좋은 제주 +1 22.06.09 1,615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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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해적소탕 2 +3 22.06.06 1,558 35 14쪽
25 해적소탕 1 +3 22.06.05 1,645 35 15쪽
24 천리행군과 졸업식 +1 22.06.03 1,631 38 15쪽
23 제주목사 노정을 파직(罷職) 하소서. +1 22.06.02 1,739 36 17쪽
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44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9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4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8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5 3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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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8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9 3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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