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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3,554
추천수 :
2,353
글자수 :
829,177

작성
22.05.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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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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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7쪽

출생의 비밀

DUMMY

“웩, 웩”


처형이 끝난 그날 밤 저녁도 거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장군이 요강 단지를 잡고 소리 죽여 토하고 있었다.


‘정신적 충격이 크네.’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을 했지만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결국은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내고야 말았다.


전쟁 중에 그런 장면을 봤어도 힘들었을 터였겠지만 이건 자기가 직접 명령을 내린 결과가 아닌가?


“이제 좀 진정이 되네.”


한참을 그렇게 속을 비워내고 나자 장군은 정신이 좀 맑아 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이곳 생활이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좀 힘드는군. 그래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한번 더 마음을 추스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정의현 호방, 대정현 현감과 여러 비리에 연루된 자들만 처리하면 큰 재판은 끝나는군.


그러고 나면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야겠지.


행정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겠어.


행정, 군사, 교육 이런 체계를 정비해야하고, 먹을 것을 어떻게 구할지도 생각해야 하고, 토지개혁도 해야 하고, 기술 개발도 해야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프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밖에서 강기석이 와서 말했다.


“장군님, 누가 찾아왔습니다.”


“알겠다. 곧 나갈 터이니 우련당으로 뫼시어라.”


장군이 입을 헹구고 헝클어진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우련당으로 향했다.


우련당은 제주목 외대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왼쪽의 작은 연못 바로 옆에 있는 건물로 주로 연회를 베풀거나 접견을 하는 장소였다.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서 거기에 의자와 탁자를 놓고 외부인들을 만나거나 회의를 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청마루 바로 옆에는 작은 방이 딸려 있어서 방해를 받지 않고 긴한 이야기를 하기 좋았다.


장군이 우련당으로 가 보니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저를 뵙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시지요.”


장군이 우련당 대청으로 안내를 하였다.


“나는 지운학이라고 하네.

긴히 말할 것이 있는데 안에서 이야기를 해도 되겠는가?”


‘음, 내가 칼도 갖고 있고 저 사람은 무기도 없고 하니 괜찮겠지?

그나 저나 지운학이라고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장군이 잠시 생각하다가 우련당 안으로 안내를 하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지운학이 자리에 앉아 장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장군이 자기를 알고 있나 해서 물어보았지만 알 수 없는 말만 돌아왔다.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네.”


“···”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장군님, 찻상이 준비되었습니다.”


마침 찻상이 들어와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장군이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일단 따뜻한 차를 한잔 드시지요. 밤공기가 찹니다.”


“고맙네.”


“식사는 하셨습니까?”


“요기는 했네. 지금은 따뜻한 차 한잔이면 족하네.”


‘음···. 요기는 했지만 식전이라는 뜻인가? 조선에서는 다른 맛있는 것을 아무리 먹어도 밥을 안 먹으면 식전이라고 한다던데... 흠’


장군과 지운학이 말없이 차를 마셨다.


‘어색하지만 일단 기다려 보도록 하자. 정말로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 한 십오분 쯤 걸리는 군.”


장군이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일다경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새기고 있는 사이 지운학이 말운을 뗏다.


“혹시 자네 칼을 한번 볼 수 있겠나?”


장군은 정의현 봉기 성공 이후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항상 칼을 가지고 다녔다.


지금은 자리에 앉는다고 잠시 옆에 풀어두고 있었다.


‘아니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칼을 달라니···

점잖게 생기신 분이니 자객은 아닌 것 같은데 줘도 되나?’


장군이 어쩌지를 못하고 칼집을 만지작거리고 있자 지운학이 다시 말했다.


“걱정 말게. 내 자네를 어찌해 볼 생각이었으면 자네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일세.


자네, 검을 쓴 지 오래 되지 않았지?


칼을 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네.


내가 칼을 보자고 하는 이유는 오늘 관덕정 앞에서 보았는데 그 칼이 눈에 익어서 일세.”


‘엉,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인건가?

한눈에 내가 칼을 별로 못 써봤다는 것을 알아보다니...

나도 이제 은둔 고수한테 무술 사사받고 날아 다닐 수 있는건가?

흥미진진한데.’


장군이 짐짓 호기로운 척 칼집째 칼을 들어 지운학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지운학이 칼을 받고 이리 저리 살피면서 말했다.


“앞으로는 함부로 아무에게나 칼을 건네주지 말게.”


‘아니 달랬다가 주지 말랬다가 뭘 어쩌라는 거야?’


지운학이 칼을 뽑아 칼날을 살피면서 물었다.


“자네, 이 칼을 어디에서 얻었는가?”


“저희 집 다락에 있던 것을 찾아서 이번에 봉기할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칼이 어떤 칼인지는 모르겠군.”


“아시다시피··· 제가 칼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이 검은 운검이라고 하네. 임금이 호위 무사인 운검에게 하사하시는 검이지.”


“···”


지운학이 칼에 새겨진 무늬를 보여주면서 설명하였다.


“이렇게 몸체에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지.

원래는 이 것보다 길었는데 휴대하기 좋게 잘라서 다시 만들었지.”


“왕이 하사한 검을 함부로 자르지는 못하니 하사하실 때 잘라서 하사한 것인데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칼 하나밖에 없네.


바로 소현세자께서 청나라로 볼모로 잡혀 가실 때 동행한 세자익위사(세자의 호위 무사)였던 나의 스승님께 하사하신 검이었네.”


‘역시 소현세자가 관련이 있던 것이었네.’


“원래는 호위무사를 못 데려가게 하였는데 용골대를 설득하여 겨우 한 명만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고, 그 분이 바로 스승님이었던 지운학이였네.

여기를 보면 이렇게 운학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는가?”


‘아, 그래서 이름이 낯이 익었던 거로구나. 칼 이름인 줄 알았었는데···

엉, 그런데 원래 본인 이름이 지운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장군이 약간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이자 지운학이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 사부님 호가 운학이었는데 자네를 떠보려고 그렇게 말해 본 것이었지.

혹시 스승님을 알고 있나 해서 말이야.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더군.”


‘제주목사도 그렇고 이 동네 사람들은 아주 사람을 눈치가 백단일세. 다들 정치력 100 이신 건가? 나중에 허목이나 송시열 같은 사람들은 수가 장난이 아니겠네.’


장군은 내심 왕으로 전생했어도 정치력 백단의 능구렁이들 틈에서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앞으로 그냥 나도 지운학이라고 부르게.

사연이 길어 시간이 좀 필요할 텐데 괜찮겠는가?”


‘이분도 성이 지씨인가? 왠지 재미있겠는데 천천히 들어보도록 하지 뭐.’


“저는 시간이 충분히 많으니 천천히 말씀해 주십시오.”


장군이 말하자 지운학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현세자를 모시고 심양으로 간 9년 뒤 소현세자께서 영구히 환궁하실 때 스승님도 같이 한양을 돌아와 세자익위사를 계속 하고 있으셨네.

하지만 소현세자께서 서거하시고 사부님은 궁에서 나와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치며 있으셨지.


나는 그 때 훈련도감에 있으면서 자주 그곳에 가서 무술을 익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스승님께서 급히 제주도로 가야 한다고 하셨네.”


여기까지 말하고 지운학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혹시, 전주이씨에 희자 경자를 쓰는 분을 아는가?”


‘아니, 약간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장곤의 어머님 함자가...?’


장군이 느긋하게 들으려다 장군의 어머니 이름이 나오는 것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저희 어머니 성함인데 어떻게 아십니까?”


장군의 어머니라는 말에 지운학이 반색을 하면서 친근하게 물어왔다.


“내 그럴 것 같았다. 너의 얼굴에 그 분의 모습이 보이는구나.”


‘그래서 계속 내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군.’


“어머니는 잘 계시느냐?”


“저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고, 저런 안타까운 일이··· 쯧쯧”


지운학이 한참을 이야기하였는데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장군의 어머니는 회은군 이덕인의 늦둥이 딸인데 병자호란때 강화도에서 포로로 잡혀서 심양까지 끌려가서 청나라 한(汗)의 시녀로 있다가 칸이 피패(皮牌)라는 자에게 상으로 내렸다고 했다.


그곳에서 몇 년을 있으면서 세자 일행을 도와 끌려간 백성들을 구해내고 고급 정보를 빼내오는 등 많은 역할을 하였다.


아버지인 회은군이 사은사로 갔을 때 백방의 노력을 하여 다시 속환해 왔으나 조선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세자와 세자빈을 도와 나라의 일에 힘을 다하다가 세자가 귀국할 때 함께 돌아왔다.


하지만 그 전해에 회은군이 심기원의 난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사사되는 있어서 돌아와서도 신분을 숨기고 세자와 세자빈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소현세자가 갑작스럽게 죽고 세자빈까지 사사하게 되고 세자의 세 아들들이 모두 제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그러던 중 인조가 소현세자의 아들들을 몰래 죽이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급히 지운학과 함께 제주로 내려가 큰아들인 석철과 둘째인 석린을 데리고 달아났다.


청나라로 가기 위해 제주 서쪽 해안가에서 비양도에 숨겨 놓았던 배가 오기를 기다리던 중 발각되어 지운학과 석철은 거기서 죽고 석린도 그 때 고생을 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 지 몇 달 뒤 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하긴 더 어린 석견도 살아 남았는데, 아무리 어린애를 데려왔다고는 해도 두명이나 한 해에 죽어나가는 게 말이 안되던 것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었군.’


“나는 아버님이··· 아 지운학은 사적으로는 내 아버지였다. 아버지이자 스승님이었지.

내가 어릴 때 아버지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자란 덕분인지 스승님이라는 말이 더 편하더구나.”


‘그래서 운학이라는 호를 써서 여전히 지운학이구나. 이쪽도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사셨구만.’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스승님이 너의 어머니와 급히 제주도로 간다는 말을 듣고 큰 일이 생긴 것이라 판단하고 훈련도감을 나와서 시골로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갔다.


한참동안 소식이 없고 오히려 소현세자의 큰아들이 장독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리길래 몰래 제주도로 내려가서 수소문을 해 보았다.


왕의 친위대에서 행한 일인데다가 목격자들을 모두 죽여서 입을 막은 것인지 겨우 알아낸 것이 스승님과 석철은 죽고 너희 어머님은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었지.”


‘무서운 인조로구만··· 소현세자도 독살 설이 있던데···’


“너희 어머니 소식도 알아봤는데 추자도 인근에서 그때 사용된 배가 난파된 채 발견되었다고해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살아 있으셨구나.”


‘장군의 어머님이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그런데 회은군이라는 분이 아버지라고 했는데 역모에 연루되어 죽었으면 자손은 장곤 밖에 안남았나?’


“제 아버지가 제주 서쪽에 있는 동굴을 탐사하러 갔다가 어머니도 함께 데려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추적을 피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쪽 입구로 나가서 탈출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랬었구나. 그 후로도 좀 더 머물면서 알아봤지만 별 소득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지.


내 어머니께는 비밀로 했는데 아신건지 어쩐지 그 후로 병이 나서 다음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모두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와서 삼남인 석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몰래 감시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효종임금이 즉위하고 분위기가 좀 나아지고 석견이 강화도로 옮겨 가면서 나는 이곳에 그냥 눌러 앉아서 살고 있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군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장군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왕이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다니···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아서 병자호란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아들도 죽게하고 며느리에 손자들까지 죽이고 잡혀간 백성들을 살리려고 그렇게 고생한 회은군과 그 딸까지 이런 최후를 맞게 만들다니 참으로 답이 없는 왕이었구나.’


장군이 분노를 하고 있자 지운학이 장군을 달래었다.


“다 안다. 너무도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이지.

네 어미가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었는데···

그래도 너라도 살아 남아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장군이 감정이입을 했더니 솟아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라도 살아남았으니 감사해야 하겠지요.”


“장하구나. 다음에 나와 같이 너희 외가에 인사를 하러 가자.”


“네? 제 외가가 여기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예전에 너희 외조부인 회은군이 제주에 귀양 왔을 때 돌보려 내려왔다가 이곳에 정착해서 조용히 살고 있다.

너희 외숙은 돌아가셨는데 너의 외사촌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제주에 살고 있다.”


“그러면 인사드리러 가야 겠지요.”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너의 외숙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도 그쪽 족보로 이름을 올려서 이씨로 살고 있었지.

신분을 숨기려고 그래야 했던 것인데 이젠 다시 원래 성으로 돌아가야 되겠구나.”


‘오늘 참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날이구나.’


장군이 너무 많은 새로운 사실에 한참을 멍하게 있자 지운학이 잠시 기다려 주고는 조심스레 말을 시작했다.


“너가 이미 이곳에서 봉기를 일으켰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터인데, 여기서 그만두면 너를 포함해서 다치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


“아마 이 일이 조정에 알려지면 지금 당장은 대기근으로 조정에서 어쩌지 못해도 내년에는 정규군이 내려올 것이다. 그러면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


지운학의 지적에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리고 그 전에 치고 올라가더라도 이미 방비가 튼튼히 되어 있을 터이니 육지에 거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해서 준비가 될 때까지 조정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 중요하겠지.”


“맞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은 너가 만들어야 할 것이고 내가 하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있다.”


장군이 반색을 하면서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지금부터 십오년전 쯤 이곳에 남만인들이 표류한 적이 있었지.”


‘아니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인가? 남만인이면 서양인을 말하는 것 일텐데··· 누구지? 하멜? 벨데브레?’


“그때 지금의 제주목사 노정이 판관(判官)으로 부임해와 있었는데, 노정이 그들에게 군사 기술을 빼내고 싶어해서 내가 이것 저것 도와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비공식적인 일이라 관리들이나 관의 사람들을 동원하면 곤란하니 내가 도움을 주었었지.

나중에 조정에서 와서 남만인들을 데려가버려 별 소득은 없었지만 말이다.”


‘무슨 고문이라도 했다는 건가? 역시 외계인과 표류인들은 가둔 뒤 고문이 국롤이긴 하지.’


장군이 약간 이상한 표정을 보이자 지운학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고문 같은 그런 건 아니고 내가 병기에 조예가 좀 있으니 도와준 것이다.


여하튼, 그 뒤로 노정과는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해서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이곳 소식이 조정에 안 알려지게 하려면 제주목사를 설득해야 할 터이니 내가 한번 말해 보마.”


‘괴짜 악동 외계인 고문 동지회 같은 건가? 어쨌든, 잘 말해 주면 고맙지.’


“그러게 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남만인의 이름이 무엇이었습니까?”


“여러 명이 있었는데 그 중에 기억나는 자들이 남하면, 남북산, 남이안이라는 자들이 있었다.

성은 남만인이라서 남(南)을 쓰게 했고 이름은 음이 비슷한 걸로 해서 하면, 북산, 이안이라고 불렀지.”


‘이안은 이안일 것 같고··· 북산은 잘 모르겠고, 하면은 혹시··· 하멜인가?’


“혹시 하멜이라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하면이라는 사람이 이름을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아느냐?”


장군이 대충 얼버무리면서 정말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하하, 하면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그런 이름이 떠올라서 그리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한동안 남도에 떠돌다가 몇 년 전에 일본의 낭가삭으로 달아났다고 들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그때 송환되었다고 했다.”


장군이 급 실망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자들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요.”


‘아쉽군. 그 놈들을 어디에다 가둬 두고 잘 갈아 넣으면 이것 저것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어쨌든 지금 화란인들이 나가사키에 있다는 것이니 그쪽과 인연을 맺을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그래,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겠다. 내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혼란하겠구나.”


“아닙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내일 제주목사를 한번 만나 보겠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회은군의 딸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왕조 실록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당초 회은군(懷恩君) 덕인(德仁)의 딸이 나이 겨우 15세에 강도(江都)에서 포로가 되었는데, 청나라 한()이 시녀로 삼았습니다. 그 뒤에 피패 박씨(博氏)가 전공이 가장 많았으므로 그녀를 상으로 주었는데, 그녀는 스스로 국족(國族)이라 하여 우리 나라의 일에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으로 이런 것도 있습니다.


심양(瀋陽)에 있는 재신(宰臣)이 치계하였다.


“수일 전에
 회은군(懷恩君)의 딸이 신 등에게 은밀히 통지하기를 ‘앞서 징병(徵兵)을 은()으로 속()하게 한 조치가 있었는데 황제가 징병의 면제를 특별히 명하고 칙사를 파견하려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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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78 i엔키두
    작성일
    22.05.21 15:30
    No. 1

    봉기 지도자 신변이 너무 위태하네요.
    호위도 없이 신원확인 안된 자와 막 만나고.
    앞으로의 글에 이런 부분은 좀 더 신경 써 주시면 좋을 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들고양2
    작성일
    22.05.22 01:26
    No. 2

    그런면이 좀 있죠.

    이 부분은 두가지 정도의 설정을 하였는데요.

    먼저 주인공이 현대인이고 봉기가 막 성공해서 어수선하고 체계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초반부터 너무 체계가 잡혀 있으면 며칠만에 성공한 봉기라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봉기에는 주모자와 왕족같은 추대자가 있는데 보통 주모자 보다 추대자를 더 중요시 하는데 지금 상황은 추대자가 없는 상황이라 아직은 체계적인 봉기는 아니고 생활형 봉기라서 누가 자객을 보내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점 입니다.

    이시대의 봉기를 보면 처음 시작하면 실수해서 잡혀가기도 하고 또 몰려가서 구해오기도 하고 하고 그런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혹 그냥 생활형 봉기는 죽이지도 않고 유배를 보내는 정도로 끝내기도 하므로 누가 억한 감정이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없습니다.

    게다가 추대자도 아닌 주모자를 인질로 잡아봐야 이미 제주목사까지 잡힌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지는 못하거든요.

    이번에 너무 안일했다는 설정이 약간 들어갔기 때문에 이 다음 부터는 칼을 내어주는 실수나 생판 첨보는 사람과의 독대는 하지않게 될 것이고요, 한두달 후 부터는 호위를 붙이는 방향으로 진행 할 예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i엔키두
    작성일
    22.05.22 02:18
    No. 3

    와우!
    이리도 세세히 설명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8.17 14:54
    No. 4
  • 작성자
    Lv.43 송다
    작성일
    23.12.07 22:48
    No. 5

    소현세자 후손은 아닌건가 아비가 누구일까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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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주목사 노정을 파직(罷職) 하소서. +1 22.06.02 1,739 36 17쪽
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43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9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4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8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5 37 18쪽
17 군사조련 +3 22.05.26 1,813 40 14쪽
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8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8 36 20쪽
14 가짜뉴스 +1 22.05.23 2,102 42 15쪽
» 출생의 비밀 +5 22.05.21 2,249 46 17쪽
12 개작두를 열어라! +5 22.05.20 2,193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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