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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님의 서재입니다.

대기근을 넘어 조선을 해방하라! - 탐라제국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들고양2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4.05.19 15:25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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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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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삼고초려

DUMMY

북쪽으로 향한 장군 일행은 임치진(臨淄鎭)과 법성진(法聖鎭) 들렀다.


사전에 전라 우수사의 허락을 얻어 어묵 등 보급품을 전달하였다.


장기적으로 전라도 북쪽까지도 진출해야 할 것이라 중간에 있는 수군진영과 친밀도를 높여 놓아야 하는 것은 필수였다.


이틀이 걸려서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검모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수군진의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못하였다.


“어찌 오면서 보니 진영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무슨 난이라도 났습니까?”


검모포 수군 만호가 대답했다.


“충청도 마을들에 지금 역병이 돌고 있다고 하네. 금강만 건너면 바로 이곳인데다 여기는 포구마을이다보니 그쪽에서 오는 배들이 많이 드나드니 다들 전전긍긍하는 것일세.”


“큰일 이군요. 무슨 대책이 있으십니까?”


“대책은 무슨. 다들 문닫아 걸고 안나올 생각만 하고 있네.”


“어떤 종류의 역병인지는 안 나왔습니까?”


장군도 역병은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특히 전염병이 천연두 같은 것이면 자신도 걸리면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해서 혹시나 해서 소들 중에 우두에 걸린 소가 있는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었고 제주 전체를 뒤져 보았지만 그런 병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네. 고열이 나고 목이 붓고 한다는 것 같은데···”


“음, 혹시 자세한 병명을 알아볼 수는 없을까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병명이라도 알면 대처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알겠네.

그런데 오늘은 어디로 갈 것인가?

여기가 분위기가 어수선하여 지내기가 불편할 것 같네만···”


“괜찮습니다.

오늘은 이곳에 반계 선생님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가 볼까합니다.

저의 스승님이신 고전적 선생께서 반계 선생님 문하에서 수학을 하셔서 인사라도 드릴까 합니다.”


“우반(愚磻) 마을에 가려는가 보구만?

요즘 들어 좀 뜸해지긴 했는데 예전에는 많이들 찾아왔었지.

여기에서 얼마 멀지 않으니 지금 출발하면 늦지 않게 도착할 것일세.

그런데 뭘 그리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것인가?”


“스승님이 반계 선생님께 전해주라고 한 것도 있고, 저희가 사람들이 좀 되다 보니 이것 저것 챙길 것이 많습니다.”


최대한 사람들을 줄인다고 줄였지만 그래도 열한명이나 되니 챙길 것이 많았고 처음 가는 곳이라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짐이 한가득이었다.


검모포 만호가 말해준 쪽으로 길을 따라 포구에서 십여리쯤 들어가자 야트막한 능선으로 가려진 아담한 마을이 나왔다.


벌써 해가 많이 짧아져 서쪽하늘에 해가 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서둘러 마을 중앙을 흐르는 개천을 따라 올라가 마주치는 산자락의 왼쪽 편에 솟을 대문이 있었다.


“반계 선생님을 만나 뵈러 왔네. 이것은 스승님께서 보내신 서찰일세.”


개 짓는 소리와 함께 행랑아범이 나왔고 장군이 고홍진이 써 준 서찰을 내밀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후 후 삼십쯤 되어 보이는 젊은 서생이 나왔다.


“저는 유하라고 합니다. 아버님께서 안으로 뫼시라고 합니다.”


“저는 고장곤이라고 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드디어 반계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다니··· 마침내 네임드를 영접하는 역사적인 순간인 것인가?’


장군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곳에 와서 처음 만나는 교과서에 실린 사람인지라 무척 기대가 되었고 고홍진에게 반계 유형원 이야기를 듣고 하루 빨리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때가 된 것이었다.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마당이 나왔다.


마당의 정면에는 중사랑채가 있고 우측에는 행랑채가 배치되어 있고 좌측으로 아담한 정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정원의 작은 연못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두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중문으로 이어져 안채로 향하고 오른쪽 길은 중사랑채 뒤쪽으로 나 있었다.


유하가 일행을 중사랑채 앞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여장은 이곳에 푸시면 됩니다.

행랑아범이 도와 줄 것입니다.

그리고 고장곤께서는 저를 따라오십시오.”


중사랑채 뒤로 약간 경사지게 나 있는 오솔길로 장군을 안내했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자 다시 넓은 마당과 큰 사랑채 그리고 오른쪽에 중사랑채가 하나 더 있었다.


길게 자란 수염을 날리며 대청에 나와있던 풍채 좋은 중년의 남자가 장군이 오자 말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키가 상당히 크시네. 수염도 멋있으시고...’


“고장곤이라고 합니다. 절 받으십시오.”


장군이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바닥에 엎드리며 삼배를 올렸다.


“저의 스승님께서 반계 선생님을 보면 스승의 예로 대하라 하셨습니다.”


“고전적께서는 무탈하신가?”


“잘 지내고 계십니다. 요즘은 할 일이 많아 졌다고 아주 즐거워하십니다.”


“여전하신가 보구만. 마지막으로 뵌 것이 벌써 오년전이었던가?”


유형원이 이것 저것 물어보며 인사말을 나누었다.


“그래, 멀리서 왔을 테니 오늘은 푹 쉬게. 내일 또 이야기하도록 하세.”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임드를 영접하느라 장군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정신이 없이 있다가 밑으로 내려왔다.


다음날 장군이 유형원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집의 구조가 대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있는 중사랑채에는 잠시 머물러 가는 식객들이 있는 곳이고 뒤쪽에 있는 또 하나의 중사랑채에는 오래 머무는 식객들을 위한 것 같았다.


큰사랑채와 중사랑채 사이에는 소나무가 여러 그루 멋들어지게 자라고 있었고 소나무 사이로 난 길로 통하는 협문(夾門)이 있어 밖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장군과 유형원이 차를 마시며 마주했다.


“고전적께서 여기에 머무르고 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네.

지리와 역사에 조예가 깊어서 함께 토론을 많이 했다네.”


“네, 단군조선 등 상고사에 대해서도 해박하시어 제주의 삼을나 중 고을나가 고열가 단군의 후손일 것이라고 하셨고 부을나는 부여와 연관이 있고 양을나는 조선의 별종인 선비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성씨라는 것이 그렇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지.

그런데 고열가 단군은 단군조선이 아니라 대부여의 단군이라고 해야 하지 않던가?”


유형원은 여러 권의 역사책을 저술하기도 하였고 후에 동사강목을 지은 안정복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는 등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고대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고홍진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들이 전부인데 갑자기 토론을 붙여 오시는 군. 이럴 땐 솔직하게 모른다고 해야지.’


“사실 저는 역사에 대해서 그리 깊이 있게 알지 못합니다.

단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점점 쪼그라들어 이제는 조선 반도에서 머무는 것을 만족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공자도 동이족이 세운 은나라의 후손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언젠가 그곳으로 가서 우리의 역사를 찾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군은 과거에는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조선 전체를 통치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위해서는 없는 역사도 만들어야 내야 할 형편이었다.


아무리 신분제 폐지와 토지 무상 공급 이런 것 해봐야 역사적 정당성이 부족하면 제주 촌동네에서 온 자를 인정하기 힘들 것이었다.


“하하하, 아주 배포가 크구만.

그런데 고전적과는 어떤 관계인가?

자네 말하는 본새와 편지 내용을 보면 스승과 제자는 아닌 것 같네만···”


“저의 6촌 할아버지이십니다.

그리고 역사나 지리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주시니 사실상 스승님이나 진배없으십니다. “


“편지에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으나 그 식견이 아주 특출 난 바가 있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렇구만. 재미있어.

그리고 나를 제주로 초대한다고도 하였고...

그럼, 내가 하나 물어보지.

지금 조선에서 하나를 바꿀 수 있게 한다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이것 참, 왕을 없애야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장군이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확인하듯이 물었다.


“제가 조선의 신하가 되어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하나 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너무 부담은 갖지 말게.

자네 말하는 것을 보니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해 본 것 같지는 않아 경전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힘들 것 같고 자네의 사상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은 것 뿐일세.

조선의 백년대계를 세울 정책이라고 하면 쉬울 것인가?”


장군이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했다.


“모든 문서와 글을 한글로 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유형원이 약간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토지 개혁이나 신분제 폐지 같은 것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안하고 한글 사용을 선택한 연유가 있던가?”


“지금 조선의 문제점은 모든 정치, 사상과 문화 모든 것이 양반이나 사대부의 점유물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분제를 폐지하면 되지 않겠는가?”


“지식을 어느 한 계층이 독점하면 신분제를 폐지해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토지 개혁이나 신분제 폐지 같은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만약 책들과 문서들이 모두 한글로 적혀 있고 모든 백성들이 한글을 읽고 쓸 줄 안다면 지식은 한 계층의 점유물이 아니라 모든 백성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수십년 이내에 신분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이룩할 자들이 대거 생겨나게 되어 토지 문제 또한 해결될 것입니다.”


유형원이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말했다.


“참으로 훌륭하고 무서운 생각일세.

사실 나도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네.

모든 글과 문서가 한글로 씌여져 일반 백성들이 그 지식을 공유한다라···”


장군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지금 제주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벌써 많은 일반 백성들이 글을 알고 일년 이내에 절반 이상은 글을 깨우칠 것입니다.

저와 함께 가셔서 제주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의 제주목사인 노정이 허락을 하니 가능한 것이지 새로운 목사가 내려오면 불가능할 일일 것이세.”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듣기로 반계수록이라는 책을 쓰셨다고 하였습니다.

책을 쓰셨으면 실제로 적용이 되는지 실험해 보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아직 고전전께는 알리지 않았는데 자네가 그 책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가?

그 책은 나라의 먼 미래를 보고 쓴 책일세.

지금 당장 모든 것이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네.”


"아마 점점 더 쓰일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가진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어놓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조선의 선비들을 믿어봐야 하지 않겠나?

대동법을 시행하는 것도 그렇고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나?"


'토론을 하는 것을 즐겨한다고 하더니 정말이군.

고분고분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하면 싫어한다니 좀 더 강하게 주장해 봐도 되지 않을까?'


“사문난적이라고 아십니까?

얼마 안 있으면 성리학 이외의 모든 학문은 사문난적이 되어 성리학이 아닌 것은 정치를 논하는데 오르지도 못할 것입니다.

실사구시의 학문은 그저 농사를 짓고 성을 쌓는 데만 쓰이게 되겠지요.”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였네. 그런 곳에 쓰이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장군이 열변을 토했다.


“그리 쓰이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나라의 큰 일을 결정하는 것에 쓰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의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가 되어 아무런 비판 없이 성리학만을 따르고 교조화 되어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공격하고 죽이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이미 예송논쟁이 있지 않았습니까?

백년 이내에 그것 때문에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고 종국에는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선비들은 하나도 남지 않아 조선땅에 썩은 탐관오리들만 넘쳐날 것입니다.

바른말 하는 선비들은 모두 귀양지에서 혹은 반계 스승님처럼 시골로 들어가 언제 쓰일 지 모를 글만 쓰다가 죽어 갈 것입니다.”


“하! 꼭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


“이미 그 싹은 틔어졌습니다. 유자의 나라는 이상향에만 존재합니다.

글을 읽는 선비들 중에 오욕과 칠정을 버릴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됩니까?

불가능 한 것을 잡고 가는 것은 낭떠러지에 외줄을 매고 그 위를 걷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스승님도 아시지 않으십니까?”


유형원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아주 열변이로구나.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내 한번 생각해 보마.

이제 서당에 가야 할 시간이니 함께 가 보지 않겠느냐?”


“좋습니다.”


장군과 유형원 등이 집 뒤로 난 협문을 나와서 반계 서당으로 올라갔다.


‘서당이 조금 멀리 있다고 하더니 정말 멀리 있네.’


한참을 올라갔는데도 아직 절반쯤 밖에 못 왔다 하였다.


“요즘들어 여기 올라가는데도 숨이 차는 구나. 잠시 쉬었다 가자.”


유형원이 올라가다가 숨이 차는지 쒜쒜 소리를 내었다.


“지병이 있으십니까? 숨 소리가 좋지 않으십니다,”


유하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천식이 있은 지 좀 되었습니다. 재작년에 고뿔이 심하게 드시더니 잘 낫지 않으십니다.”


“약은 드시고 계십니까?”


“약을 먹고 있는데도 잘 낫지 않는구나.”


“제주에 오시면 제가 천식에 좋은 처방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안되는 것이냐?”


“제주에서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 여기서는 안됩니다.”


“흠, 그건 좀 솔깃하구나.”


“아버님이 말 타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천식이 있고 나서 부터는 못하시게 되어서 너무 아쉬워하십니다. 특히나 봄철에는 더 심해지시니···”


“아마 봄에는 꽃가루도 많이 날리고 황사가 심해지니 그럴 것입니다. 그것도 제주로 오시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황사라는 것은 멀리 몽골의 사막에서 날라오는 모래바람인데 봄철이 되면 북서풍을 타고 이곳으로 날라옵니다.

최근에는 겨울이 길고 봄이 늦게 오니 모래바람이 더욱 심해져서 황사가 더 심해졌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남쪽 멀리에 있기 때문에 모래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주에 오시면 분명 차도가 있을 것입니다.

겨울이 이곳 보다 따뜻하니 천식에도 좋고요.”


유하가 귀가 솔깃해서 적극 권했다.


“아버님, 이번에 제주로 가셔서 몇 년 요양을 하시고 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장군도 페라리에 람보르기니를 옵션으로 내걸었다.


“그렇습니다. 제주에는 말도 많아서 골라서 타실 수 있습니다.”


“허허, 그 놈. 내가 내일 답해준다 하지 않았더냐. 이만 쉬었으니 올라가자.”


한참을 더 올라가서 마침내 서당에 도착하니 유형원이 왜 서당을 이곳에 지은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 좋습니다.

왜 이렇게 멀리 지어 놓았는지 의아했는데 힘들게 올라와서 공부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내려다보는 맛에 힘든 것도 다 잊고 매일 매일 올라 오는것이지.”


그날 오후에는 반계 서당에서 유형원이 하는 강의를 들었다.


서당에서는 오전에는 경학을 위주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반계선생이 주도하는 수업이 이루어 졌다.


“이번에 과거에 시험 비리가 있다고 하였다. 그 중에서 전시 합격자 이담명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누가 이것에 대해서 말해볼 사람이 있느냐?”


이번에 과거 시험이 있었는데 성책(聖策) 위에 모두 복독(伏讀)이란 글자를 빼먹었다고 해서 규격에 어긋난다고 합격을 시켜야할지 말지 의견이 있었는데 시관으로 있던 이담명의 아비 이원정이 유리한 의견을 내어 합격을 하게 하였다 하여 문제가 되었다.


학생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하였다.


“과거는 공정해야 하는데 고시관의 한사람으로 자신의 아들의 합격에 결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무도 반박하는 말이 없자 유형원이 물었다.


“흠, 그렇다면 이원정이 분명 문제가 없는 지적을 하였다 하더라도 말을 삼가고 있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사사로운 정이 개입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생이 의견을 피력했다.


“저는 이원정이 시험관이 된 것 부터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으로 관계가 있는 자는 시험관으로 선정이 되지 않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오호, 그렇다면 그 기준을 어느 선까지로 해야 할까? 삼촌? 사촌? 고향 사람은 어떠냐?”


“그건 생각 못해봤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과거에 있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찾아봐도 좋고. 누가 한번 찾아봐서 내일 토론을 더 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고 또 다른 의견은 없느냐?”


“저는 과거에서 문장의 규격을 맞추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복독(伏讀)이 빠진다고해서 이담명의 대책문(對策文)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형식에 얽매여···”


장군이 수업을 참관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 참, 상당히 수준이 높은 수업이지 않는가? 그런데 여기다가 공자왈 맹자왈을 붙이는 순간 삼천포로 가는 것이니···’


한참 동안 토론이 이어졌고 유형원은 필요할 때에만 개입을 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피력을 도왔다.


장군은 수업을 들으면서 유형원을 꼭 제주로 초대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였다.


다음날 아침 장군이 유형원을 다시 만났다.


“어제 수업은 어떻게 보았느냐?”


“학생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고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반계 스승님의 수업 방식도 아주 좋았습니다.

경학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점에 집중하게 하는 것도 좋았고요.”


“그렇지. 경학에 매몰되는 순간 자신의 의견은 없어지고 판에 박힌 생각이 되어버리니 항상 경계를 시키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시험에는 그것을 요구하니 오전에 하는 수업은 그 전날 토론한 주제를 가지고 경학에서 구절을 찾는 것을 따로 한단다.”


장군은 한국에서의 입시 문제를 떠올리며 시험에 대한 문제점은 참으로 오래된 것이고 해결이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건 스승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어쩌겠느냐? 과거에는 합격을 해야 하는 것이니···

그건 그렇고 너가 오래 기다린 답을 지금 하려고 한다.”


장군이 침을 꿀꺽 삼키며 경청했다.


“제주에 가도록 하겠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런데, 그 전에 너가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충청도 홍산(鴻山)에 다녀와야겠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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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구조작전 +1 22.06.28 1,182 24 20쪽
38 출판 기념회 +1 22.06.26 1,320 22 17쪽
37 천체 모형 +1 22.06.24 1,317 25 17쪽
36 미륵의 현신 +3 22.06.23 1,392 30 19쪽
35 청어 잡이 +1 22.06.20 1,414 31 17쪽
34 특급 수송 작전 +1 22.06.18 1,376 25 17쪽
33 역병을 다스리다 2 +3 22.06.17 1,357 27 21쪽
32 역병을 다스리다 1 +1 22.06.15 1,409 29 14쪽
» 삼고초려 +1 22.06.14 1,455 26 19쪽
30 Winter is Coming! +1 22.06.11 1,581 27 24쪽
29 살기좋은 제주 +1 22.06.09 1,615 29 15쪽
28 일대종사 +1 22.06.09 1,550 34 13쪽
27 해적소탕 3 +1 22.06.07 1,536 32 16쪽
26 해적소탕 2 +3 22.06.06 1,558 35 14쪽
25 해적소탕 1 +3 22.06.05 1,645 35 15쪽
24 천리행군과 졸업식 +1 22.06.03 1,631 38 15쪽
23 제주목사 노정을 파직(罷職) 하소서. +1 22.06.02 1,739 36 17쪽
22 출도자 색출 +1 22.06.01 1,644 43 17쪽
21 불금의 밤 +2 22.05.31 1,639 41 14쪽
20 작전명 고래사냥 +2 22.05.29 1,724 37 15쪽
19 멀리서 온 손님 +4 22.05.28 1,738 38 14쪽
18 풍속교화 +3 22.05.27 1,725 37 18쪽
17 군사조련 +3 22.05.26 1,813 40 14쪽
16 을나의 후손들 +1 22.05.25 1,868 39 15쪽
15 니가가라 나가사키 +1 22.05.24 2,009 36 20쪽
14 가짜뉴스 +1 22.05.23 2,103 42 15쪽
13 출생의 비밀 +5 22.05.21 2,249 46 17쪽
12 개작두를 열어라! +5 22.05.20 2,193 4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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