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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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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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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의 여정이 시작된 곳

DUMMY

사람의 마음을 푸는 데는 선물만한 것도 없다.

빛나는 보석이라면 특히 효과가 좋겠지.

연약하고 예쁜 공주님을 연상시키는 제인은 보석이 무척 잘 어울릴 것이다. 친구라서가 아니라, 제인을 보면 정말로 공주님 분위기가 풍겼다. 그녀의 이미지에는 고급스러운 보석이 퍽 어울린다.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행복 보석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제인의 마음을 풀어 주려고 급히 들른 보석 가게.

예정에 없던 에프릭스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사장님. 보석 사러 왔어요."

에프릭스 사장님이 졸린 기색으로 나를 반겼다.

"음. 샤인 왔구만. 다른 동료는 안 온 건가?"

"저 혼자 잠깐 들렀어요. 목걸이 선물 주려는데, 어떤 게 좋아요?"

사장님이 의아한 표정이었다.

"목걸이 선물이라니. 줄 사람이 없지 않은가."

"피부가 하얀 친구한테 선물할 거니까 좋은 거로 골라 주세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목걸이가 딱일 거야.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말이야."

노란 고무줄 목걸이는 가격이 만 원이었다.

목걸이를 처음 구매하지만, 내 눈에도 별로 안 예뻐 보였다.

이것보다는 좀 더 예쁜 게 있을 텐데. 제인에게 잘 어울릴 만한 것.

"사장님. 이거 그냥 고무줄이잖아요. 목걸이가 맞긴 맞아요?"

내 말에 사장님이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목에 걸면 목걸이 아닌가. 피부가 희다고 해서, 밝은 목걸이를 추천했는데 별로인가?"

"이거 말고 더 예쁜 거로요."

새파란 사파이어가 박힌 예쁜 목걸이를 3만 원에 구매했다. 사파이어가 내뿜는 빛깔이 신비감을 증폭시켰다.

'이곳을 다시 들를 기회가 있을까?'

"이만 가 볼게요. 사장님. 건강하게 지내세요."

사장님은 가게를 마무리한다고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샤인. 선물 잘 전해주고."


목걸이를 보자 흐뭇했다. 이거면 제인이 화를 풀겠지.


딸랑- 딸랑-!


발렌티 화장품점에는 언제 들어도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

들어가니까 제인이 우윳빛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제인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손님도 발길이 떨어진 늦은 저녁. 날이 저무는 분위기가 어쩐지 쓸쓸했다. 가게 내부의 공기도 우리의 이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제인 씨. 아버님이 안 계시는군요. 어디 가셨어요?"

"아버님한테도 긴히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저녁은 먹었어요?"

"제인 씨. 대답 좀 해 줘요."

그녀는 힐끗 나를 본 이후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

"예쁜 선물 주려고 왔어요."

선물이라는 말에 제인이 큼직한 눈을 치켜뜨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의기양양하게 목걸이 얘기하려는데, 제인이 자꾸 내쫓는 바람에 말할 틈도 없이 가게에서 쫓겨났다.

랄더 아저씨에게 전달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굴로리어 마을에 재방문한다면, 그때는 화가 풀려 있겠지.

이때는 제인에게 어떤 불행이 닥칠지 알지 못했다.


랄더 아저씨네 집으로 가니까, 랄더 아저씨와 메리보니 아주머니가 나를 반겼다.

"못난 사내가 왔구만."

"샤인 총각. 집에는 웬일이야? 제인은 가게에 있는데."

두 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 그런데 제인 씨가 서운해하고 있어요. 마을을 떠나게 되어서 선물을 직접 전해 줄 시간이 없군요. 어머님, 아버님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꼭 잘 좀 얘기해 주세요."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는, 두 분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딸이 왜인지 요즘 기분이 안 좋아. 내가 잘 전해 주겠네. 그나저나 아쉽게 됐어. 어딜 가든 몸조심하고, 목숨을 귀하게 여기게."

"샤인 총각. 꼭 다시 놀러 와."

사파이어 목걸이를 건네주고, 정성스럽게 쓴 편지도 부탁했다.


***


여관 앞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표정을 살피니 노인과의 거래가 만족스러웠나 보다.

이트멀드가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샤인 씨. 조금 늦었군요. 무슨 일을 했습니까?"

동료에게 앞으로의 일을 말해줘야 한다.

"굴로리어 마을을 떠나야 할 때예요. 정든 곳이지만, 떠날 때가 왔어요."


거짓말을 덧붙여서 동료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모험가의 삶.

끓어오르는 피를 가진 모험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험을 해야 한다.

안전하다고 마을에 머물 수만은 없다고 말이다.

물론 새 마을로 옮기는 게 목표다. 굴로리어 마을에 계속 있다가는 내 이미지만 깎는다.

'우연히 발견한 척하면서, 구경 가자고 얘기했다가, 정착하면 되겠지.'


내 얘기를 듣고는 세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샤인 씨 말을 이해할 것 같아요. 마을에 머물지 않겠다는 거네요. 근데, 아까 사냥할 때 고트라스 마을이 보이던데요."

담담한 세로드 얘기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세로드가 본 건가?'

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깜짝 놀란 척 연기했다.

"엇. 마을이 있었다고요? 전혀 몰랐어요."

"무슨 말이에요. 샤인 씨가 앉아서 쉬면서 고트라스 마을만 뚫어져라 봤잖아요. 30분을 넘게 봤으면서."

갸웃거리는 세로드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세로드 씨가 목격했다는 그 마을. 내일 구경이나 가죠. 그쪽 마을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여기랑 거의 똑같던데요. 여관이 가운데 있고, 잡화점은 몰려-"

세로드가 마을 구조를 설명해주려고 해서, 급하게 말을 끊었다.

"저기 휴히파레 오고 있어요!"


***


여관에서 저녁 식사를 평소처럼 해결했다.

계산을 마치고서, 마지막 날이니까 사치를 조금 부리기로 했다.


"토리 사장님. 제일 좋은 1인실 한 개 주시고, 제일 좋은 2인실도 한 개 주세요."

토리 아주머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샤인. 웬 2인실이야? 오늘은 1인실에 3명 끼여서 안 자?"

"돈 쓸 때는 써야죠. 2인실에는 침대 한 개 더 넣어 주세요. 올라가서 바로 잘 거니까 지금 즉시 넣어 주셔야 해요. 침대가 총 3개 되게끔요."

예의를 갖춰 얘기한 후 방으로 올라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휴히파레. 제일 깨끗한 침대가 네 거야."

3개 침대 중 가장 작은 것을 재빨리 양보하고, 우리는 쾌적한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와! 신난다."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휴히파레가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포근해졌다.

하지만 먼지가 휘날려서 코가 간질간질했다.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

"하하. 녀석. 먼지 날리니까 그만하지 못해!"

휴히파레 녀석. 내가 없어도 훌륭하게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친동생 같은 이 꼬맹이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녀석이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서, 내가 해줬던 것처럼 또 다른 떠돌이 꼬마를 교육하는 것. 끊임없이 이어지는 릴레이식 교육을 꿈꿨다.

아직 못 가르친 예절이 많은데. 모든 걸 가르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짐버르 아저씨에게 모든 걸 부탁해 놨으니까, 휴히파레에 관한 것은 아저씨만 믿는 수밖에.'

재밌게 놀던 녀석은 피곤했는지 순식간에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 어릴 때도 밖에서 놀고 들어오면, 씻지도 않고 잠들기 일쑤였어요."

"저는 어릴 때 즐거웠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쫓기면서 살았기에. 생존이 문제였었죠."

아픔. 혼자 이겨내면 힘들지만, 친구와 나눌수록 작아지는 것.

나 혼자 듣는 것보다는, 세로드까지 함께 들어야 아픔이 더 작아진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세로드를 방에 초청할 수 없다.

적당한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들을 기회가 있겠지.

"다음번에 들려주세요. 오늘 말고요."

따뜻한 표정을 담아서 얘기하고는 휴히파레에게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콜콜 소리를 내며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휴히파레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르겠지.'

내일 놀라면 안 되니까, 자는 녀석의 몸을 흔들었다.

"휴히파레. 빨리 일어나. 밖에서 놀았으니까 씻고 자야지."

뭉그적거리는 녀석을 억지로 일으켜서 씻고 오게끔 했다.

"흐암. 샤인 형. 나 이제 잘 거니까 깨우지 마."

졸린 눈으로 하품하더니 휴히파레가 침대에 철푸덕 엎어졌다. 쌔근쌔근 꿈나라를 여행하는 모습이다. 꼬맹이의 등을 두드려주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녀석. 많이 피곤했나 보네. 내일이면 우리는 떠나야 하니까, 앞으로는 짐버르 아저씨랑 재밌게 지내야 한다."

잠잔다고 못 들은 거 같아서 흔들어서 다시 깨우고 똑같이 말했다.

"음냐. 음냐. 알겠어."

아무래도 제대로 못 들은 거 같아서 다시 깨워서 똑바로 앉혔다.

아까 얘기를 반복한 후에 덕담을 해줬다.

"훌륭한 어른으로 커야 한다. 나중에 나랑 이트멀드 형이랑 세로드 누나한테 부끄러운 사람이 되면 안 돼."


***

다음 날.


토리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사장님. 여기 편지요. 그동안 잘 쉬었어요."

여관은 내가 처음 눈 뜬 곳이고, 많은 일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웬 편지야?"

영문 모르는 토리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여관을 나섰다.


오늘도 놀이를 나서는 휴히파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실어줬다.

"휴히파레. 앞으로도 재밌게 놀아. 짐버르 아저씨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같이 밥 먹어."

휴히파레는 못내 슬픈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녀석을 떠나보내고 굴로리어 마을을 둘러봤다.

샤인의 여정이 시작된 곳이다.

저쪽으로 쭉 가면 노인의 무기가게가 나오고, 이쪽은 잡화점이 모여 있다. 저곳은 맛집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정든 고향을 떠난다는 것에 깊은 감회가 일었다.

"여어- 샤인!"

보안관 디날브가 평소와 다른 복장으로 다가왔다.

'왜 중무장을 한 거지?'

"보안관님. 옷이 바뀌었군요."

디날브가 옷맵시를 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나도 자네들과 같이 사냥하기로 했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이야?'

보안관이 사냥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보안관은 마을의 치안을 유지해야 하니까.

"보안관님은 마을을 지켜야 하잖아요."

그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마을은 내가 없더라도 안전할 걸세. 자네와 이트멀드, 둘로는 세로드 씨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네."

디날브에게는 마을을 떠난다고 알리지 않았다.

몰래 떠나려고 했지만, 이렇게 됐으니 지금 말해야 한다.

"사실 굴로리어 마을을 떠나기로 했어요. 앞으로는 마을을 멀리하고, 사냥터에 머무르려고요."

마을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는 디날브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마을을 떠난다니 무슨 말인가? 이렇게 큰 결정을 나랑 상의도 없이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구만."

'디날브한테 왜 상의해야 하는가.'

보안관은 더욱 막무가내였다.

"그렇다면, 나도 마을보다는 사냥터에서 지내야겠어."

보다 못한 세로드가 나섰다.

"보안관님. 사냥터는 위험해서 같이 못 가요. 대신, 마을을 지켜 주세요."

그제야 디날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지키는 게 제 숙명인가 봅니다. 세로드 씨. 굴로리어 마을에 자주 들르세요. 언제든 세로드 씨를 기다릴 테니까요."

감동적인 얘기를 듣고는 세로드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앞으로는 고트라스 마을에 들를 거 같아요. 맞죠? 샤인 씨."

그 말에 보안관이 다급하게 짐을 꾸렸다.

"세 사람. 잠깐만 기다리게. 안 그래도 이사 갈 생각이 있었지. 평생 여기서 살았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옮길 때가 됐어."

디날브를 떼놓고 가려고 했지만, 그는 정말로 끈질겼다.

"아니. 이렇게 가 버리면 굴로리어 마을은 어쩌려고요?"

내 말에도 그는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이 얼마나 순박한지 자네도 알지 않은가."

기어이 짐을 다 꾸리더니, 우리와 함께 길을 나섰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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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충격파 21.02.11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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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죽음은 언제든 찾아온다 21.02.08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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