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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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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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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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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의 향수

DUMMY

요리조리 이동하던 제인은 한 지점에서 멈추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모험가한테는 향수가 좋겠죠? 이런 건 따로 구매할 생각 안 하면 평생 못 쓰기 마련이에요."

세로드는 화장품 가게가 처음인지 들어올 때부터 눈이 계속해서 반짝거렸다.

"와. 향수라니 어떤 건지 궁금해요. 보여주세요."

세로드의 기대 어린 말에 제인의 눈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보였다.

"깜짝 놀랄 거예요. 무조건 필수 물품이에요."


치익- 칙-


예쁜 제품에서 소똥 냄새를 연상시키는 악취가 풍겼다.

"으엑! 이게 향수예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세로드가 의아하게 물었다.

"아. 세로드 씨는 화장품 가게에 잘 안 와보셨나 봐요? 원래 향수가 다 이런 거예요. 몬스터를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준대요. 함부로 접근 안 한다나 뭐라나."

"그래도 이런 걸 제 몸에 뿌리기는 좀··· 냄새도 심하고요. 더 좋은 향수 좀 보여줘요."

내키지 않는 세로드를 보고는 제인이 싱긋 웃더니 다른 제품을 들었다.

"음. 어떤 말인지 알겠어요! 이건 퇴치 효과가 더 좋은 건데 뿌려볼게요."


치익- 치익- 치익- 칙-


"으에엑! 이건 더 맡기 싫은 거예요. 향수는 좋은 냄새 나는 건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향수와의 큰 괴리에 세로드의 눈썹이 늘어졌다.

"큰일이네요. 가게에는 이런 게 대부분이라."

곰곰이 생각하던 제인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런 게 서로에게 도움 될 텐데요. 샤인 씨랑 제가 같이 다닐 때는 몬스터한테 많이 죽을 뻔했거든요."

"네? 제인 씨가 같이 다녔어요?"

그 말에 제인이 눈을 치켜떴다.

"그럼요! 어? 모르셨어요? 샤인 씨가 몬스터 앞에서 버티고 있으면 제가 뒤에서 활 쐈어요. 제가 다칠까 봐 어찌나 걱정하던지 샤인 씨가 잠을 못 잤어요. 예쁘고 연약한 제가 하기에는 위험하대서 이렇게 빠졌어요."

"예쁘고 연약해서 위험하다고 했단 말이죠?"

심각한 표정이 된 세로드를 보고는 제인이 또 말을 덧붙였다.

"곧 다시 합류하기로 했지만요. 맞죠? 샤인 씨."


둘의 눈에서 불꽃이 오고가는 건 온전한 착각인가?


내가 제인한테 그렇게 말했던가.

"아. 그게. 맞는 말이기는 한데. 제인 씨가 합류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요. 세로드 씨와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사다운 말이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둘의 표정이 모두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이었다.

"그러니까 세로드 씨랑만 앞으로 다닌다는 거죠?"

"위험하니까 저랑 다닌다는 거죠?"

'이거 뭐야.'


"으악! 누구야! 누가 내 가게에 똥을 가져온 거야?"

뒤늦게 냄새가 번졌는지 랄더 아저씨가 코를 막고 소리쳤다.

"어디야! 어디서 이런 냄새가!"

냄새의 근원지를 찾던 랄더 아저씨는 우리 쪽에 와보고는 얘기했다.

"자네. 가게에서 이런 썩은 걸. 으악!"

제인에게 살을 세게 꼬집힌 랄더 아저씨가 크고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아빠.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깐 쉬고 계세요."

랄더 아저씨는 쫓겨나듯 카운터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세로드가 희망을 놓지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아! 향수 말고요.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도 있어요? 바르면 피부 색깔도 좋아지고, 도자기 피부처럼 되는 게 있다고 들었어요."

"바르는 화장품 있어요. 이쪽으로 가면 좋은 거 있어요. 따라와요."

생글생글 웃으며 제인은 다른 곳으로 척척 발을 옮겼다.

"잘 됐다. 화장품 가게에 가면 이런 것들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진작에 다녀볼 걸 그랬어요."

기대하는 목소리를 들은 제인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맞아요. 사람은 꾸미기 나름이에요. 바르면 재미있을 거예요."


"이거예요."

걸음을 멈추고는 제인이 불길한 화장품을 들었다.


시커먼 통 안에 새까만 크림.

한눈에 봐도 보통의 사람들이 잘 쓰지 않을 물건 같다.

저건. 위장 크림인가?

그것보다 화장품 가게에 왜 이런 게 있는 건가.


"자. 여기 샘플로 발라봐요. 쓰는 고객님마다 좋다고 난리인 제품이에요."

손가락으로 묻혀 얼굴에 발라주려고 하자 세로드가 뒷걸음질 쳤다.

"이런 거 말고요. 예쁜 색깔은 없어요···?"

제인이 고개를 내젓자 세로드가 잔뜩 풀이 죽었다.

"화장품 가게가 이런 곳인 줄 몰랐어요. 좋은 것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나도 화장품 가게가 이런 곳인 줄 몰랐다.

들른 손님들은 다 만족스럽게 나갔었는데.

제인이 의도적으로 안 좋은 제품을 보여주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대체 왜?'

동료로 못 들여준다고 해서 그러는 건가.

그건 예전부터 말했던 일인데.

심부름 갔다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가?


슬쩍 몸을 돌려 랄더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저. 아버님. 제인 씨가 속상한 일이 있나 봅니다. 죄송하지만, 화장품 추천을 아버님이 해주시면 안 될까요?"

랄더 아저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손님이 만족하고 나가야 그게 우리 기쁨이지. 제인에게는 나중에 내가 물어봐야겠구만. 어서 가세."


랄더 아저씨가 일행에게로 와서 말을 꺼냈다.

"허허. 우리 딸. 피곤할 텐데 쉬려무나. 세로드 씨에게는 내가 추천해줄 테니. 히익!"

딸의 도끼눈에 랄더 아저씨가 몸을 움츠렸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


"와! 제가 생각했던 거예요. 향수에서 꽃향기가 나요. 메이크업 화장품은 산뜻하고 피부도 엄청 좋아 보여요."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메이크업 제품이야. 한 듯 안 한 듯 하면서 얼굴에 생기를 더해주지."

"고맙습니다. 좋은 제품 가르쳐주셔서요. 얘기만 들었지, 화장품 가게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어요."


멀리서 제인이 씩씩거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버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제인 씨가 걱정되는데, 말 걸면 화만 내서 무섭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음. 우리 딸은 걱정하지 말게. 그것보다, 세로드 씨가 무척이나 화장품을 좋아하는구만. 종종 찾아오게."

"제인 씨. 오늘 많이 도와줘서 고마웠습니다. 또 들를게요."


랄더 아저씨의 배웅을 뒤로하고, 제인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던 참이었다.


딸랑딸랑-!


"잠시만요."


일행들을 따라서 나가려는데, 제인이 붙잡더니 조용히 물어봤다.

"세로드 씨. 어떻게 만난 사람이에요?"

"프론 초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싸우다가 죽을 뻔했는데 세로드 씨가 도와줘서 겨우 살았어요. 하하."

"위험하면 도망치랬지 누가 싸우랬어요?"

"도망칠 수가 없는 상황···"

"내가 가서 도와준다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내 말은 왜 안 들어요?"

"제인 씨가 도와주기는 무리였던 상황···"

제인이 뾰로통해져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사람만 늘리고."

"말할 틈이 없었···"

"자꾸 말대답!"

이를 악물고는 제인이 주먹을 콩- 내리쳤다.


"!"

혹 위에 주먹이 충돌한 상황.

"으아악!"

제인의 얼굴에는 찬바람이 돌았다.

"한 번 더 데리고 오기만 해 봐요. 다음번에는 더 안 좋은 제품만 놔둘 거예요."

그러더니 몹시 분한 모양인지 가게로 돌아가 씩씩거렸다.


설마. 아니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살펴봤다.

설마는 곧 현실로 바뀌었다.

혹 위에 사이좋게 자리 잡은 2층 혹이 생겼다.

'만화에서만 봤던 2층 혹이라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맞기만 한 상황.

얼마나 억울한지 눈물이 차올랐다.


눈사람 모양의 혹을 부여잡고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접근했다.


'제인이 왜 세로드를 싫어하는 거지?'


처음 보는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할 리는 없다.

본인 허락도 없이 파티원을 만들어서 그런 건가?

동료가 많을수록 안전해지고 좋은 건데, 이걸 싫어할 것 같지는 않고.


궁수 역할을 뺏겼다고 생각해서인가?

세로드 때문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졌다고 착각해서?

제인은 아예 궁수가 아닌 건데.

"휴. 제인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나."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은 세로드가 고개를 돌렸다.

찬찬히 나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샤인 씨. 머리에 혹. 커지지 않았어요?"


***


"무기 가게로 가요. 여기서 아이템도 좀 정리하고, 수리도 맡겨야 해요."


애증의 장소.

노인의 무기가게로 향했다.


거북이 같이 느릿한 노인은 껌뻑 눈을 깜빡이더니 인사를 해왔다.

"젊은이들 왔는가. 어째 사람이 늘었구먼. 3명의 모험가라니 말일세."

모험가가 무기가게에 이렇게 많이 들린 건 오랜만인 듯했다.

"아. 네. 어르신. 함께 다니게 된 새 동료, 세로드 씨입니다."


소개를 해주고 나서, 아이템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어르신. 이번에 아이템을 꽤 들고 왔습니다. 정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르신이 가치를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노인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내가 평생 해온 일 아닌가. 아이템은 여기로 내오시게."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노인의 감정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테이블에 올려진 아이템을 노인은 하나씩 분석하기 시작했다.

꼬질꼬질한 도감을 꺼내고는 유심히 아이템과 책을 번갈아 봤다.

한 아이템 보고, 도감 보고, 똑같은 아이템 다시 봤다가, 또 도감 보고, ···

'엄청 오래 걸리네.'

글을 못 읽는지, 느리게 읽는지는 알 수 없었다.

노인의 감정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느렸다.


진귀한 아이템을 발견하면 노인의 입에서 꼭 감탄이 나왔다.

"오. 전설 속의 아이템이구먼."

"오호. 이것도 가져왔단 말인가."

"으음. 믿기 힘들구먼."


노인이 감탄하는 아이템은 다 외워뒀다가 그대로 돌려받을 계획이었다.

아이템 판독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 노인.

한 분야의 장인이란 이렇게도 무서웠다.

평생을 아이템만 보고 왔으니 그 깊이가 오죽할까.

'저 도감을 손에 넣어야 하는데.'

휴대폰만 있었어도 사진으로 다 찍어가는 건데.


"응? 저거 제가 준 목걸이랑 반지 아니에요?"

아이템 감정을 하는 도중에, 세로드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 저거요."

"아직 착용 안 했어요? 아하! 저거 팔려고요? 제가 선물 준 거를요?"

침이 꿀꺽 넘어갔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잘못 말하면 또 맞는다.'

"하하. 세로드 씨 정성을 어떻게 팔겠어요? 어르신에게 감정만 부탁드리는 거죠."


노인의 얼굴이 번뜩 빛을 냈다.

"음? 감정만 부탁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미친.'

"하하. 감정만이라도 해주시면 영광이라는 말입니다. 저도 대장장이가 꿈이다 보니, 기웃기웃 관심이 생기는군요. 어르신에게 좋은 아이템 팔면, 저도 기쁜 일이죠."

잠시 눈초리가 미심쩍었지만 곧 노인은 아이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아무튼. 이 반지와 목걸이. 그리 가치가 높지는 않은 물건이구먼."

"그렇습니까?"


옆에서 세로드가 사파이어 같은 파란색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귓속말을 건넸다.

"제가 말했잖아요. 각각은 별로 안 좋다고요. 같이 착용하면 달라요. 분명히."


흘려버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세로드의 말에는 그냥 넘기기 힘든 뭔가가 있었다.

"어르신. 혹시. 만약에요. 반지와 목걸이를 동시에 착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축 처진 노인의 눈이 힘을 냈다.

"안 좋은 아이템 두 개를 동시에 착용한다. 그럼 안 좋은 아이템 두 개를 착용한 거지. 웬 뚱딴지같은 질문인가?"

노인의 평생의 지식을 좀 더 활용해야 한다.

"어르신이 갖고 계신 도감에는 다른 말은 없어요? 두 개 동시에 착용하면 다른 효과가 나타난다든가."

"난생처음 듣는 얘기구먼. 정말로 뭔가가 있었다면 내가 말해줬겠지."


세로드가 선물 준 반지와 목걸이.


비밀이 숨어 있는 건가.

노련한 대장장이도 모르는 뭔가가 정말로 숨겨져 있나?

'일단은 착용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몸에 큰 이상이 생기진 않겠지.


"그렇군요. 이 두 장신구는 제가 착용하려고 합니다. 어르신. 나머지 아이템도 평가 좀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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