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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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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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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글자수 :
306,060

작성
21.02.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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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또 다른 인생

DUMMY

세로드가 급하게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늦은 듯했다.

피하기에는 몬스터의 주먹이 너무 가까이 접근한 상태였다.

녀석의 체격은 다른 녀석들보다 특히 더 커 보였다.

"이노옴!"

지금이라도 나에게 눈길을 돌리면 된다.

내 어그로 능력은 최고니까.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

전사의 우렁찬 외침을 듣고 외면할 수 없을 테지.


힘차게 소리쳤지만, 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바로 앞의 세로드를 해치우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전사의 포효가 먹히지 않았다.

'젠장!'

충격파를 날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렇게 거리가 먼 곳에서 위협이나 될지 확신도 못 하는데···

충격파를 날리기도 전에 펀치가 먼저 날아간다.

급한 마음에 이트멀드를 쳐다봤다.

혹시 이트멀드라면···

그는 뭔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정말로 몬스터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이트멀드가 몬스터와 정말로 긴밀한 관계가 있다면!

비장한 눈빛을 띠던 이트멀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건··· 몬스터를 컨트롤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차마 보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이트멀드는 컨트롤 능력이 없는 건가.'

아니면 정체를 드러내면서까지 도울 수는 없다는 건가.


퍼버버벅-! 퍼버버벅-!

'으억!'

이때다 싶었는지, 눈앞의 놈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방심한 사이에 복부를 정통으로 맞자 허리가 굽혀졌다.

몸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배에 로켓을 정통으로 맞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세로드를 도울 때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머릿속으로 충격파를 떠올리고, 모닝스타를 2층을 향해 휘두를 참이었다.


뻥-!

거대한 주먹이 세로드의 어깨에 맞닿은 순간.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

"안 돼!"

내 외침에도 녀석은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녀석은 세로드가 튕겨 나가지 않게끔,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신체를 붙잡았다.

멈칫하게 만들면 세로드가 도망칠 수 있다.

잠시 틈이라도 만들어 준다면!

'충격파!'

하지만 녀석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는지, 틈새를 만들지 못했다.

놈은 두 팔을 번쩍 올리더니 깍지를 꼈다.

'저건··· 말려야 한다.'

"그만둬!"

꿍-!

손깍지는 세로드의 정수리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총알이 튀어 나가듯 바닥에 처박히는 세로드가 보였다.

텅!

세로드의 몸을 중심으로 바닥이 움푹 들어갔다.

"크읍."

세로드의 입에서 고통에 젖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단번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기우뚱하면서 균형을 못 잡고 쓰러졌다.

"큽."

'아. 세로드 부상이 너무 심하다.'

"세로드 씨! 바로 구해 줄게요."

세로드를 최대한 안심시켰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가장 중요하다.

희망을 버리는 순간, 목숨은 없는 셈이다.

그리고.

지금 어그로는 나에게 다 쏠려있다.

1시간이 걸리든, 2시간이 걸리든···

이 녀석들을 다 해치울 수 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빅버니 무리의 일부가 뒤쪽에 쓰러진 세로드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놈들! 여기다."

소리를 쳤지만 나와 맞닿은 일부 녀석들만 반응할 뿐이었다.

바로 앞의 5마리는 몸을 돌리는 순간, 본인이 공격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머지 녀석들은··· 팔을 휘두르며 세로드에게 향하고 있다.

바닥에 쓰러진 세로드가 숨을 몰아쉬는 게 보였다.

'내가 구해줘야 하는데···'

"이놈들!"

녀석들을 한 놈씩 제압했지만 거북이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트멀드가 심호흡을 하고는 목청을 열었다.

"이얏! 이크! 에크!"

"이놈들! 못난 놈들!"

우리 둘의 기합 소리가 합창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성인군자도 달려들게 만들 수 있다!'

이목을 이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몬스터는 우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세로드가 너무 강력했다.

빅버니는 불화살 파티의 주역이 그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녀석들은 속수무책으로 불화살에 당하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존재가 쓰러져 있는 것이다.

위협적인 상대가 전투 불능이 된 지금, 그녀에게 복수하려는 속셈이었다.

세로드는 나만 믿고 합류한 친구인데.

'이렇게 놔두면 안 되는데!'


내가 더 강력해지면 된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나라는 것을, 인식시키면 된다.

마력을 모아서 충격파를 내보냈다.

뻑-!

바로 앞의 상대를 힘껏 가격했지만, 여파는 다른 녀석들에게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생각해 내야 한다.

멀리 있는 녀석들까지 이목을 끄는 방법.

점프해서 공중에다가 충격파를 날렸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날린 공격은 위력이 꽤 약했다.

충격파가 날아가긴 날아갔는데, 머리만 긁적일 뿐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충격파로도 이목을 못 뺏는 건가.'


당장에 도와줘야 한다.

저기까지 뚫고 갈 방법이 없나?

세로드는 저 공격을 못 견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고 했다.

무조건 지켜줄 거라고 약속까지 했는데!

충격파를 한 번 더 날렸지만 세로드를 노리는 녀석들은 미동도 없었다.


몸집이 유난히 큰 녀석 하나가 세로드에게 접근하더니 몸을 숙였다.

"이얏! 어잇!"

"이놈들!"

우리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울렸다.

녀석은 세로드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녀의 입에서 '케켁!' 소리가 나왔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손아귀 힘을 떨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안 돼!"

무작정 코앞의 녀석들을 밀어냈지만 쉽게 밀리지 않았다.

"방해하지 마! 이놈들!"

퍼버버벅- 퍼버버벅-!

온몸을 두들겨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었다.

"당장 비켜! 이놈들!"

빨리 세로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녀석은 세로드의 멱살을 들고는 일으켜 세웠다.

"쳇. 이게 뭐야. 지켜준다더니."

호흡이 불편한지 세로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녀석은 나머지 주먹 세 개를 꽉 쥐었다.

팔근육이 팽창하는 게 보였다.

'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두 사람··· 살아서 나가요. 샤인 씨.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요."

세로드가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

목숨을 잃기 직전의 상황에서 저런 농담이라니.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앞이 안 보였다.

눈에는 뭔가가 순식간에 고였다.

세로드의 모습이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절대 안 돼···"

목이 잠겨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옆의 이트멀드를 마구 흔들었다.

"어떻게든 해 봐요. 이트멀드 씨는 뭔가 알고 있잖아요!"

눈을 질끈 감은 이트멀드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빨리··· 빨리 구해줘요!"

이트멀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인 씨. 더 세져요.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으면···"

조용히 말하는 세로드였지만, 그 말은 내 귀에 유난히 또렷하게 박혔다.

충격파로 가장 가까운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으아아! 방해하지 마!"


순간, 주변이 멈췄다.

나를 향하던 수많은 주먹이 멈췄다.

'세로드는!'

시선을 옮겼다.

몬스터에게 붙잡힌 그녀는 축 늘어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몬스터의 주먹이 세로드를 향해 달려가는 게 보였다.

멈춘 게 아니었다.

느릿느릿하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정말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살리고 싶으면, 살릴 수 있잖아?]

저거, 내 목소리인가?

'누구야!'

[······.]

급한 질문 먼저 해야 한다.

'어··· 어떻게? 어떻게 살릴 수 있어?'

[······.]

머릿속이 번쩍였다.

'주변이 느려진 지금.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나 혼자만?'

당장에 세로드에게 달려가는 게 우선이다.

세로드 데리고 와서, 순식간에 포션 삼키게 만들고, 느려진 동안 이놈들을 하나하나 조지면 되는 건가!

전신에 소름이 쭈뼛쭈뼛 돋았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

나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니.


세계 최강의 존재.

존재 자체가 무서운 생명체.

이 힘. 누구도 통제하지 못한다.

세상을 멸할 힘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만 믿고 따라와 준 친구를 구해야 한다.

'세로드 씨! 당장 구해 줄게요.'

세로드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체는 천천히 시간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듯했다.

녀석들의 주먹이 느린 것처럼, 내 발도 정말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신체는 물리 법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거 움직이는 거는 맞나?'

[야. 그게 되면. 그건 반칙이지.]

'그럼 어떻게 살리라는 거야?'

목소리가 침묵하다가 무겁게 말했다.

[··· 너는 알고 있잖아?]

유난히 무거운 목소리를 듣고는 단박에 깨달았다.

이건 희생이다.

세로드를 살리려면 내 목숨을 내놔야 한다.

내가 죽으면 이 상황은 모두 종료될 테지.

세로드도 죽지 않는다.

이트멀드에게도 위험은 닥치지 않는다.

'내가··· 죽는 거지?'

[······.]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는데.

나의 모험은 계속될 줄 알았다.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게임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갈등도 겪고, 싸우고, 화해도 하고···

많은 경험을 했다.


떠돌이 생활로 고생한 이트멀드와는 아이템 욕심으로 다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제리 씨가 이트멀드 씨한테만 아이템을 줬다 이거죠? 저는 절대 주지 마라고 했고요?

제인. 게임 친구만 있었던 나에게, 진짜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친구.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해 준 고마운 친구.


'주마등이 이런 것이구나.'

저 멀리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반가운 얼굴이었다.

사람들이 한 명씩 나에게 다가왔다.

인사를 하고, 내 앞에서 조용히 머물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쩐지 그 얼굴이 퍽 슬퍼 보였다.

이별을 예상한 거겠지.


귀염둥이 꼬마 휴히파레. 내 동생 같은 녀석.

짐버르 아저씨는 식당일 잘하고 있겠지? 아저씨가 한턱 내기로 했는데. 못 먹고 가네. 아쉽다.

대장장이 노인. 최근의 행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노인은 따뜻한 성품을 가졌다. 아! 보석 작업 10번 무료인데. 이걸 못 쓰다니.

보안관 디날브. 짓궂지만 연애에는 숙맥이었고, 알고 보니 따듯한 면도 있었다. 앞으로도 마을은 잘 지켜 주겠지. 토리 아주머니랑 이어지려나?

여관의 주인, 토리 아주머니.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 준 고마운 아주머니였다. 늘 묵었던 1인실.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가면 좋겠다.


스쳐 지나간 사람들도 눈앞에 보였다.

나를 보고 못난 청년이라고 놀려댔던 랄더 아저씨와 그 부인 메리보니.

아이템 보관소 직원이 쭈뼛쭈뼛 다가왔다.

그다음에는 보석상 사장님이 담담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나를 난처하게 했던 식당집 아주머니, 유치장에서 봤던 개구쟁이 아저씨 촐립, ···.

제리. 도와준다고 해놓고 말도 없이 사라졌었지.

아름다운 자매가 눈에 들어왔다. 어딘지 무서웠던 넬레이저, 마음이 고왔던 머린드.


그리고.

뒤늦게 만난 용감한 세로드. 그녀에게는 미안한 것이 많다. 지켜주겠다며 호언장담했는데. 이렇게 고통만 줬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한 친구였다.

이렇게라도 지켜주는 게··· 내 결정이다.


여기서 얻은 경험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샤인은 또 다른 내 인생이었다.

때로는 고난도 있고, 어떨 때는 즐거움도 있었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도 닥쳤었다.

그래도. 샤인의 삶은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언젠가는 죽을 수도 있겠지.

오늘이 샤인의 마지막일 줄이야.

내가 살 것인지, 세로드를 살릴 것인지. 엄청나게 갈등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담담했다.

세로드는 나를 세 번이나 구했다.

대장 아빌시스에게 두 번, 초원에서 고르킬과 스무루에게서 한 번.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그녀는 프론 초원에서 내가 자신을 구했다고 여기고 있지만.

그녀의 생존본능이 그녀를 살린 것뿐이다.

세로드를 이렇게 보내면 내가 못 견딜 것 같다.

[시간··· 흐르고 있는 거 알지?]

'응. 시작하자.'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멈추고, 모닝스타를 쥐었다.

모든 힘을 여기에 쏟는다.

체력을 순식간에 바닥으로 만들면 된다.

'충격파!'

그대로 복부를 갈겼다.

뻐엉-!

큰 폭발음이 들렸다.

복부에 전해진 충격은 그대로 심장까지 전해졌다.

"쿨럭-!"

입에서 피가 한 바가지 쏟아졌다.

이트멀드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샤인 씨······?"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사연을 봤었다.

시한부 청년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이 슬퍼하지 않도록 머리를 썼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웃긴 복장을 하고 와 달라고 부탁한 것.

장례식장을 찾은 친구들은 슬펐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동료들이 슬퍼하는 건 보기 싫었다.

떠나는 마당이었지만 웃으면서 헤어지고 싶었다.

고통을 참고 피식 웃었다.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별이 몰고 온 슬픔은 참기 힘들었다.

'충격파!'

와. 죽겠네.

죽을 생각이면서도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퍽 웃겼다.

뻐어엉-!

굉음이 건물 내부를 휩쓸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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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충격파 21.02.11 21 0 11쪽
37 장엄한 인생의 서막 21.02.10 26 0 12쪽
36 법 없이도 살 사람 21.02.09 23 1 12쪽
35 죽음은 언제든 찾아온다 21.02.08 23 1 13쪽
34 인심 좋은 곳 21.02.07 22 1 12쪽
33 신뢰로 똘똘 뭉친 사회 21.02.06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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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모험가의 향수 21.02.04 26 2 12쪽
30 주변과 차단된 공간 +2 21.02.03 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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