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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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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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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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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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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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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파

DUMMY

한턱 쓰기로 해놓고는 아예 안 내다니.

술도 본인이 다 시켜놓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부처님 얼굴이 순식간에 들어갔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오늘이 취직 첫날이라서 돈이 약간 부족했구먼."


토리 아주머니가 계산대에서 딱하게 짐버르 아저씨를 쳐다봤다.

지금은 제삼자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아니었다.

"아예 안 내시면 어떡해요."

혼자서 돈을 다 내야 하는 나로서는 억울한 상황이었다.

계산대에서 한동안 서 있던 게, 외상을 부탁하던 거였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저씨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첫날에 무슨 돈을 받겠어.'

더군다나 손아랫사람한테 이렇게 부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베풀기 좋아하는 아저씨 성격으로 봤을 때, 얻어먹는 것도 힘든 일일 것.


한숨이 나왔다.

열심히 살려는 아저씨인데, 친구로서 충분히 사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들 간의 인연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와 아저씨의 인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누가 냈든 맛있게 먹었다면 그걸로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저씨. 오늘 제가 계산할게요."

그제야 짐버르 아저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세로드와 이트멀드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돈 관계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들었었다.

친구, 가족이 인연을 끊는 것은 늘 돈 문제가 끼어있다고 했다.

사회의 많은 문제는 돈 때문에 발생하고, 많은 문제는 돈으로 해결된다.

"대신 월급 받고 나면 같이 식사해요. 7만 5천 원 치 넘게 꼭 사셔야 해요. 알았죠? 아니면 돈으로라도 주셔야 해요."

분명히 얘기하고 계산대에 돈을 지불했다.


저녁 식사는 즐거웠다.

왁자지껄 떠든 것도, 오랜만에 마신 맥주도 만족스러웠다.

이 시간도 마무리할 때가 왔다.

서로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저씨.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저희는 숙소에 올라가 볼게요."

"허허. 얼른 올라가세."

늦은 밤이 아저씨에게 위험할까 걱정되었지만, 마을의 안전을 믿었다.

아저씨는 오랜 시간 준 노숙인으로 살았지만 한 번의 위협도 받지 않았다.

작별 인사를 하고 3층으로 올라가는데 아저씨도 따라왔다.

'우리를 배웅해주려는 건가?'

"아저씨 얼른 돌아가셔야죠."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방에 재워달라는 무언의 부탁인가.

1인실에 4명이 자는 상황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하며, 두뇌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어느새 3층이 되었다.


"젊은이들. 얼른 들어가서 쉬게. 허허."

짐버르 아저씨는 다른 1인실 문을 열고는 쏙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방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계산대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아저씨는 계산대에서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꽤 보냈었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했던 의문.

'1인실을 먼저 계산한 거였어.'

열심히 일하고 길거리에서 잘 자신이 없었겠지.

매일마다 노숙할 수는 없을 테니.

1인실을 환불하고 아저씨한테 3만 원을 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을 뺏는다는 게 얼마나 무자비한 짓인지 알 수 있다.

큰맘 먹고 여관에서 자려는 사람에게 그 기대를 차마 뺏지는 못했다.


아저씨가 사라진 복도를 보고 중얼거렸다.

"네. 아저씨도 쉬세요."


***


다음 날.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술을 마셨는데도 이렇게 개운하다니!'

맥주 한 잔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맥주 한 모금에 괴로워하던 대학생 김한수와는 차원이 다른 몸.


"이트멀드 씨. 일어나요. 휴히파레. 얼른 일어나."

꿈나라에 가 있는 둘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차원문 두 개 다 닫혔으니까, 오늘은 일찍 걸어가야 해요. 얼른 준비해야 해요."

이트멀드가 졸린 눈을 비볐다.

"아. 차원문이 다 닫혔겠군요. 흐암."

잠이 덜 깬 휴히파레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늘도 왜 바닥이야? 내가 침대에서만 잔다고 했잖아."

"아침에 잠깐 옮긴 거야. 너무 푹신한 침대만 좋아하면 허리 다 망가진다."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복도로 향했다.


똑똑- 똑똑- 똑똑똑-

"세로드 씨. 얼른 일어나요."

잠시 기다리자 문이 벌컥- 열렸다.

"조금만 더 잘게요."

세로드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로 돌아와 있었다.

화장을 안 한 자연스러운 얼굴 또한 무척 아름다웠다.

'역시 화장이었어.'

"안 돼요. 오늘은 일찍 나가야 해요."

나가기 싫어하는 세로드를 간신히 설득할 수 있었다.


똑똑-

"아저씨. 얼른 일어나세요. 나가야 해요."

방에서 아저씨의 코 고는 소리가 멈추더니 하품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나는 파트 타임이라서 늦게 나가도 된다네."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일찍 나가면 식당에서도 좋아할 거예요. 준비 다 되면 나오세요."

성실한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받으니까.


***


여관 앞.


작별의 시간이었다.

저녁 자리는 즐거웠지만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험가는 사냥터로, 휴히파레는 마을 거리, 짐버르 아저씨는 어제 취직한 식당으로.

각자를 기다리는 장소가 있었다.


"자. 오늘도 열심히 해요."

우리는 하루의 의지를 굳게 다졌다.

"짐버르 아저씨 열심히 일하시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휴히파레도 오늘 열심히 놀고."

"조심하게."

"샤인 형! 저녁에 봐."

정신없이 몰아치고는 각자의 목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어느 쪽으로 갈 거예요?"

세로드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물었다.

차원문이 모두 닫혀서 걸어가야 했다.

풀숲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프론 초원에서 탑을 하나씩 점령할 것인가.


풀숲 여행을 계속해도 될 것이다.

니디타에서 시작했던 전투가 버니, 아빌시스로 넘어갔다.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강한 적을 마주하게 되겠지.


하지만 프론 초원에 있던 건물이 생각났다.

검은 탑은 하나가 아니었다.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 여러 개 있었다.

실력만 받쳐준다면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곳.


파티가 세 명이 됐는데, 초원의 탑도 가능하지 않을까?


"프론 초원으로 가는 방향이 어디였죠?"

내 말에 이트멀드가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면 나옵니다."

"전투를 거치며 우리도 많이 성장했어요. 프론 초원으로 가죠."

프론 초원에서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 몸이 떨렸지만, 전사의 피가 들끓었다.

세로드가 몸서리치는 것을 보고는 의지를 다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줄 테니, 위험한 일은 이제 없을 거예요."


***


마을 밖.


프론 초원으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예전에는 방향 자꾸 잘못 잡으면서 꾸역꾸역 찾아갔었다.

기억하는 것은 무척 헤맸다는 것뿐.

제대로 된 길은 기억에 없었다.


"여기였어요?"

"저기 아니었습니까?"

"이 쪽은 아닌 것 같은데···"


머리에는 정답지 없는 미로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까 어느새 몬스터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평범한 아빌시스 한 녀석이 창을 든 채 다가왔다.

"제가 잡을게요."

세로드가 망설임 없이 활을 쥐려고 했다.

"앗. 제가 한번 해볼게요. 세트 아이템, 아니 세로드 씨한테 받은 아이템이랑 모닝스타도 시험해봐야 해요."

"하급 몬스터니까 한 방에 끝내고 가요."


모닝스타를 한 손으로 꽉 잡았다.

단단한 모닝스타는 무척이나 강력해 보였다.

'이 무기. 예전의 도리깨나 도끼보다 훨씬 좋다.'


아빌시스가 신중하게 다가왔다.

날카로운 창끝이 얼굴로 날아왔다.


슈욱-!


가볍게 고개를 돌려 회피했다.

빨리 창을 회수한 녀석은 슉- 슉- 계속 앞으로 내질렀다.

하지만 하급 몬스터의 공격은 눈에 다 들어왔다.


몇 번 더 피하고는 모닝스타를 양손으로 쥐고 복부를 힘껏 강타했다.

야구공 날아가듯 뻥 날아갈 줄 알았지만, 예상과는 차이가 컸다.

대신 갑옷이 한 방에 부서졌다.

녀석의 무릎이 바닥에 무너졌다.

입에서는 주룩- 피가 새어 나왔다.

끌면 끌수록 녀석에게는 괴롭힘만 될 뿐이었다.

'고통은 빨리 끝내주는 게 최선이다.'


모닝스타를 힘껏 쳐들어 내리찍었다.

퍽- 퍽- 퍽-

세 대를 연달아 맞자 녀석의 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버니와 아빌시스는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세로드는 지루하게 봤지만, 이트멀드는 나의 성장에 손뼉을 쳤다.

"샤인 씨. 저번에 탑 갔다 온 후로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버니와 아빌시스는 예전부터 잡을 수 있었어요. 맨손만 아니면요."

세로드가 오해할까 봐 얼른 정정해줬다.

제인과 다닐 무렵부터 이미 두 몬스터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무기가 없으면 무척 오래 걸릴 뿐이었지.'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겁니까?"

"전투 경험이에요."


내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전투 경험이었다.

전투 경험이 축적될수록 노련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

맨손으로 니디타와 싸울 때부터 알아챈 것이었다.

회피 능력이 좋아지고, 동체 시력 등 여러 능력이 향상된다.

전투하면서 무기 다루는 것도 점점 달인이 되어 간다.


두 번째는 아이템.

아이템을 착용해도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제리 얘기로는, 효과 없는 아이템도 있다지만.

'세트 아이템을 착용하면서 더욱 강해졌지.'

노인이 추천한 모닝스타까지 착용하면서 훨씬 세졌다.


"잠시 두 분. 제 뒤에 계세요. 다치지 않게요."

"응? 뭐하게요?"

"무슨 일입니까?"

"저 스킬 생긴 것 같아요. 신기한 거 보여 드릴게요."


전투 경험은 쌓일수록 노련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도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전사의 스킬이 하나씩 해방되는 느낌?

누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손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한번 써 보라고. 써 보면 놀랄 것이라고.


충격파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맨주먹을 앞으로 내지르며 소리쳤다.

"충격파!"


휘잉-


'이거 나온 건가?'

뭔가 나온 것 같기는 한데.

풀이 흔들흔들하는 게 보였다.

충격파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미약했다.

"충격파!"

한 번 더 시도해봤지만 민망한 바람만 나왔다.


무기가 있어야 위력이 제대로 나오는 건가.

모닝스타를 두 손으로 쥐고는 스윙 날리듯이 크게 휘둘렀다.

"충격파!"

먼지가 자욱하게 휘날렸다.

세로드가 캑캑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와. 이거 뭡니까?"

처음 보는 현상에 이트멀드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충격파요. 이제 이거 쓸 수 있어요."

기분이 하늘로 솟고 있었다.


세로드에게 전사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번 더 보여줄 요량이었다.

팔과 손에서 신비한 힘이 쏟아져 나왔다.

멀리서 폭발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약한 전사의 이미지는 금방 바꿀 수 있다.'

"또 해볼게요. 충격-"

팔근육을 잔뜩 팽창시키려는데 세로드가 뒤에서 말렸다.

"잠깐만요. 스킬 허공에다가 그만 써요. 먼지 날려요."

그러고는 세로드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걸렸다.

"샤인 씨! 스킬 처음 써보죠?"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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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파 21.02.11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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