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983
추천수 :
93
글자수 :
306,060

작성
21.02.13 13:01
조회
25
추천
2
글자
11쪽

승리의 기쁨은 부차적인 것

DUMMY

건물 앞에 선 세로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안에 몬스터 소리가 많이 들려요. 조심해야 해요."

역시. 세로드는 날카로운 감각이 많이 발달했다.

내 귀에는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들을 수 있다.

궁수가 가진 고유한 특징인지, 세로드가 대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는 궤를 달리하는 유용한 능력.

스스로는 대단함을 깨닫지 못한 듯하지만.

"네. 위험한 상황까지는 없겠지만, 몸조심하고 싸워요."


끼익-


문을 열고 밖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

소리는 넓은 내부에서 맴돌더니 메아리로 돌아왔다.

- 이놈들! 이놈들! 이놈들!

몬스터가 의외로 별로 없는 건가?

아니면 내부가 넓어서 잘 울리는 건가?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다.


"이제 들어가죠."

어렵사리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자,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벽돌에서 풍기는 음습한 기운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기는 어떤 몬스터가 있는 건가.'

[키기깅!]

몬스터의 소리가 공기를 메웠다.

익숙한 소리였다.

"이게··· 니디타가 내는 소리인가요?"


첫 기억은 쉽게 잊기 힘들다.

처음으로 사귄 친구, 첫사랑, 처음으로 난 교통사고, 첫 수술, ···

그리고.

처음 사냥에서 마주친 니디타.

니디타 특유의 거친 목소리 같았다.

물론 그때보다는 훨씬 크고 위협적이었다.

'건물 내부라서 울리기 때문이겠지.'

이것이 착각임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작해요."

세로드는 시작을 알리고는 화살을 쥐었다.

'아직 눈이 적응 안 됐는데.'

하나도 안 보였다.

내부는 어둡고, 몬스터는 소리만 들리고 잘 보이지도 않고.

"잠깐만요. 문 열고 하는 게 좋겠어요."

"문을 왜 열어요?"

"공기가 안 좋군요. 환기 좀 시켜야겠어요. 이트멀드 씨. 문 좀 열고 있어 주세요."

이트멀드는 잠자코 문을 붙잡고 있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왜 안 밝아져?'

안으로 들어오던 빛은 어둠에 잡아먹힌 듯, 건물 안은 어두컴컴할 뿐이었다.

바깥의 빛을 본 후에는, 어둠에는 더 적응이 안 됐다.

빨리 닫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환기가 다 됐어요. 다시 닫아주세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내 눈은 곧 어둠에도 적응하겠지.

그때까지는 청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운 나빠서 몇 방을 허용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타고난 생명력의 전사.

성장의 결실까지 생각하면···

웬만한 공격은 날 멈칫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슉-! 슈슉-!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였다.

[끼에엑!]

퉁-!

몬스터의 고통 소리 이후에는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니디타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막아야 해요!"

다른 방향으로 활을 쏘던 세로드의 외침에 신경을 집중했다.

어둠 속에서 점점 눈이 뜨였다.

전신이 새까만 녀석은 분명 니디타였다.

나를 능가하는 덩치.

녀석은 180cm를 넘는 우락부락한 체형이었다.

아! 보통 니디타와는 차원이 달랐다.

녀석의 근육이 꿈틀대는 게 희미하게 보였다.

놈이 휘두른 몽둥이가 어깨를 향해 다가왔다.


나무 몽둥이.

투박하던 몽둥이는 위력이 다소 낮았다.

몽둥이를 깨부순 적도 여러 번 있으니까.

하급 도리깨로도 부술 수 있는 몽둥이다.


'강해진 신체를 시험해볼 때다.'

"이까짓 몽둥이!"

어깨에 힘을 집중시켰다.

맨몸으로 몽둥이를 부숴버릴 계획이었다.

다른 녀석들을 위협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테지.

몽둥이가 점점 가까워졌다.

'단숨에 부숴버릴 테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몽둥이가 날 때리지만, 나도 몽둥이를 때릴 것이다.

훨씬 단단한 내 어깨가 압도적으로 강할 테니.

부서지는 건 투박한 나무 몽둥이 쪽이겠지.


퍼엉-!


'흥! 이까짓 몽둥이.'

이거 뭐야···

"아이고!"

그것은 평범한 나무 몽둥이가 아니었다.

참나무로 정성껏 만들었는지, 엄청 딴딴했다.

부서질 기미는 보이지도 않았다.

누가 저런 흉포한 무기를 쥐여줬는가.


"왜 안 막아요···?"

의아하게 묻는 세로드였다.

그녀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시원해!"

얼른 강인한 전사의 모습을 되찾았다.

정성스러운 안마를 받고는 어깨가 퉁퉁 부은 느낌이었다.


'또 날아온다!'

부상에서 회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녀석은 반대쪽 어깨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녀석의 몽둥이에 맞섰다.

퍽-!

두 무기가 맞부딪치자 폭발음이 났다.

손에서 시작된 진동은 팔 전체로 울렸다.

덜더러러럴-

진동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 활용해야 한다.

진동의 힘까지 동원해서 힘껏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뻐억-!

불의의 일격을 맞은 녀석은 치이익- 소리를 내며 뒤로 쭉 밀려났다.


"와. 제법 센데요?"

활을 계속 쏘면서 세로드가 예쁜 목소리를 냈다.

모든 아이템이 날 받쳐주고 있다.

단단한 모닝스타에, 고급으로 추정되는 아이템, 세트 아이템까지.

거기다가 동료의 믿음직한 눈길까지 받고 있다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직은 놀랄 때가 아니에요."

"네?"

"이제 보여드리죠."

최고의 전술을 보여줄 때였다.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해될 요소는 최소화해야 한다.

두 사람을 약간 물러나게 하는 게 중요했다.

"두 분. 잠시 뒤에 빠져 있어요."


'충격파!'

모닝스타를 스윙 날리듯이 힘껏 휘둘렀다.

건물에 먼지가 자욱이 날렸다.

충격파에 사소한 데미지를 입은 녀석들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충격파!'

다시 한번 스윙을 날렸다.

먼지 돌풍이 더욱 심해졌다.

거리가 더 가까웠던 덕분에, 녀석들에게 전달된 데미지도 좀 더 강해졌다.

다수를 상대하자 그 위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원거리에서 여러 명을 열 받게 하는 데 무척이나 유용한 스킬이었다.

녀석들은 정말 화가 나 보였다.

[키깅! 키깅!]

놈들이 잔뜩 성나서 달려왔다.


'충격파!'

더 가까워진 녀석들은 더 많은 데미지를 입었다.

충격파에 녀석들의 발도 뒤로 밀렸다.

미세하게 밀린 것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먼지가 폴폴 날렸다


시간이 갈수록, 놈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도망치면 된다.

후다닥- 도망가서 다시 충격파를 날릴 준비를 했다.


이 전략에는 장점이 또 있었다.

먼지 때문에 블랙 니디타 모두가 괴로워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침도 한 번씩 하는 게 괴로운 듯하다.


"세로드 씨. 저한테 몰려와 있을 때 쏘면 돼요!"


장점과 단점은 똑같았다.

먼지 때문에 나도 눈이 거의 안 보였다.

'아. 보이지가 않네. 니디타 이놈들, 어디 있는 거야?'

콜록-!

코와 목으로도 먼지가 이동해오고 있다.

'충격파!'

녀석들이 가까워진 것 같아서, 일단 날리고 봤다.


2층 계단에서 추가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2층 녀석들도 괴로운 건가!


"눈이 따가워요!"

먼지 때문에 괴로운지 세로드는 눈물을 흘렸다.

눈을 못 뜨던 그녀는 재채기도 하고, 심하게 콜록거렸다.

예민한 감각 때문에 더 괴로운 건가.


이트멀드의 기침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세로드 씨. 우선 쏘세요!"

슈웅- 슝-

날아가긴 하는데 맞는 소리가 안 났다.

"쟤들 지금 못 움직이고 있어요. 시간은 많으니까 계속 쏘세요!"

"힘들어···"

기침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었다.

예외는 없었다.


건물 내부는 지옥으로 변해갔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모두가 지옥을 경험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먼지와 흙으로 앞이 분간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서식했다니···

'아. 청소를 언제 한 거야?'

한 번도 청소 안 한 것 같아서, 녀석들이 원망스러워졌다.

하지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승리를 떠올리며 힘껏 내질렀다.

'충격파!'

휘이잉-!

강풍이 또다시 불었다.

이제부터는 버티기 싸움이다.

녀석들이 정신 못 차리는 사이에 다 해치우면 되겠지.


충격파를 다시 날리려고 팔을 굽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등을 퍽- 때렸다.

"헉!"

습격인가.

눈앞의 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등 뒤를 생각 못 했다.

"아오. 그만 좀 날려요!"

겨우 소리를 내고는 세로드는 다시 무너져 콜록콜록 기침해댔다.


충격파를 멈추자 자연스럽게 평화가 찾아왔다.

놈들과의 휴전 시간을 가졌다.

녀석들도 재정비 시간을 가지기로 한 모양이었다.

몬스터와 모험가.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기절해 있는 세로드의 얼굴에도 서서히 평화가 찾아왔다.

퍼질러 누워 있던 그녀는 점점 회복을 시작했다.

잔뜩 찡그렸던 인상이 펴지더니 천사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트멀드의 얼굴은 왜 보이지 않는가.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이트멀드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혹시 녀석들에게 당한 건가?

"이트멀드 씨! 어디 있어요?"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이트멀드 씨! 이트멀드 씨!"

유능한 전사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아니었다.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는 것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내가 더 살폈어야 했는데!'


그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는 이트멀드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트멀드는 입을 열었다.

"전투 끝났습니까?"

"언제 나간 거예요?"

"아까 나갔습니다."

"···"

"저라도 무사해야 위험한 순간에 도와드릴 수 있죠."

이트멀드의 말은 분명 맞는 말이었다.

그의 생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과감히 전투 현장을 떠나는 선택.

누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생존 본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어?'

먼지에 모두가 괴로워한다면···

먼지만 일으키고 밖으로 잠시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면 되지 않나?

이트멀드의 기발한 행동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세로드 씨. 빨리 일어나야 해요."

몸을 흔들자 그녀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헉! 어떻게 된 거예요?"

"쉿, 조용히 들어요. 좋은 계획이 떠올랐어요. 제가 충격파를 날릴 거거든요."

"날리지 말아요."

세로드가 도끼눈을 뜨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날리고 바로 도망치면 돼요. 쟤들만 괴로워하게 만들면 돼요."

"아하···"

고개를 끄덕이더니 세로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아요."

"!"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인데···

세로드가 너무도 당연하게 반대하자 당황스러웠다.

적을 눈앞에 두고 이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건가.

치사한 전략이긴 해도, 승리는 결국 이긴 사람의 것이 아닌가.

싸움에 정정당당을 따지는 것도 좋지만, 나에게는 이기는 게 중요했다.

승리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게 아니다.

나와 동료 모두가 무사한 게 좋은 것이다.

승리의 기쁨은 부차적인 것이고.


세로드의 생각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안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거겠지.'

"안전하게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금 더 설득해보기로 했다.

정 받아들이지 못하면 세로드의 말을 따르겠다고 생각하며.

세로드가 폭 한숨을 쉬었다.

"저도 안전한 게 좋기는 해요."

'거의 다 넘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게요?"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기까지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21.03.02 24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입니다. +2 21.02.01 47 0 -
57 샤인의 여정이 시작된 곳 21.03.02 23 1 12쪽
56 오늘도 재밌게 끝났네요 21.03.01 17 1 11쪽
55 남다른 의미를 가진 집 21.02.28 16 2 12쪽
54 어디에서 쓰러진 거야? 21.02.27 18 1 13쪽
53 현장을 급습해야 한다 21.02.26 17 1 15쪽
52 빛나는 반지 21.02.26 20 1 12쪽
51 바뀐 안색 21.02.24 18 1 13쪽
50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 21.02.23 20 1 16쪽
49 의사보다는 여관 21.02.22 20 1 12쪽
48 감당 안 되는 괴수 21.02.21 20 1 12쪽
47 또 다른 인생 21.02.20 20 1 13쪽
46 석연찮은 점 21.02.19 25 1 12쪽
45 선입견 21.02.18 23 0 12쪽
44 옛날에 마주친 모험가 21.02.17 19 0 11쪽
43 블랙 몬스터가 모여 사는 곳 21.02.16 26 0 12쪽
42 증발 21.02.15 21 1 11쪽
41 모든 일의 원흉 21.02.15 17 1 12쪽
» 승리의 기쁨은 부차적인 것 +2 21.02.13 26 2 11쪽
39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21.02.12 24 1 11쪽
38 충격파 21.02.11 21 0 11쪽
37 장엄한 인생의 서막 21.02.10 24 0 12쪽
36 법 없이도 살 사람 21.02.09 23 1 12쪽
35 죽음은 언제든 찾아온다 21.02.08 23 1 13쪽
34 인심 좋은 곳 21.02.07 21 1 12쪽
33 신뢰로 똘똘 뭉친 사회 21.02.06 21 1 11쪽
32 전설의 용사입니다 21.02.05 21 1 12쪽
31 모험가의 향수 21.02.04 25 2 12쪽
30 주변과 차단된 공간 +2 21.02.03 3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