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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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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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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글자수 :
306,060

작성
21.02.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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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든 일의 원흉

DUMMY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세로드가 상체를 힘겹게 일으키고는 주위를 훑어봤다.

"안 보여요?"

"뭐가요?"

녀석들도 휴식 시간의 달콤함에 빠져있을 텐데.

방심하고 있을 때, 최대한 서두르는 게 좋다.


[키깅! 킹!]

"헉!"

순진한 몬스터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영악한 놈들이었다.

녀석들이 첩첩산중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휴전 중이었는데···

잠시 한눈판 사이에 놈들은 작전을 짰나 보다.

예고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사람을 잘 믿는 나는, 이 상황을 믿기 힘들었다.

무언의 협정을 말도 없이 깨버리다니.

'우리도 작전 짜던 중이긴 했지만···'

에워싸기 작전을 짤 줄이야.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다는 마녀사냥이 떠올랐다.

소수를 억누르는 다수의 이야기.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잔 다르크.

프랑스의 영웅이었던 그녀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다.

마녀재판에서 마녀로 판결받고, 화형당해서 목숨을 잃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동료가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있다.'


턱- 턱-

발걸음 소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느릿하게 다가온다.

한 녀석이 유난히 가까이 다가왔다.

양손으로 참나무 몽둥이를 번쩍 드는 모습이 보였다.

복부가 무방비로 노출된 지금.

빈틈은 놓칠 수 없다.

저기를 갈기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놈!"

튼튼한 모닝스타를 휘두르다가 마음이 바뀌었다.

'가만. 충격파를 꼭 멀리서 쓸 필요는 없잖아?'

가까워질수록 더 가까운 위력을 발휘했던 충격파.

10m 거리에서 날린 것은 약했다.

8m 거리에서 날린 것은 좀 더 강했다.

5m 내의 거리에서는 위력이 달랐다.

한 번 해보자.

"충격파!"


뻐엉-!

[키에엑!]


급하게 썼지만 대성공이었다.

녀석의 몸은 옆으로 세 걸음은 될 정도로 밀렸다.

다른 녀석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가까이서 쓰니까 엄청난 파워였다.

대충 생각해봐도 일반 공격보다 2배는 강한 느낌.

충격파 이놈.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2배 이상일 수도···'

생각 외의 선전에 침을 꿀꺽 삼켰다.


본격적인 전투가 곧 벌어질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시선을 돌릴 때였다.

두 동료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 위력을 온전히 봤을 테니까.

전설 속의 전사가 벌이는 엄청난 육탄전.

온몸이 폭격기를 방불케 하는 전사.

근접전의 왕. 아니, 황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전사.

가까이 붙기만 하면 어떤 상대라도 목숨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어두워서 자세히는 안 보여도, 입을 쩍 열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샤인 씨···"

세로드의 눈이 보석처럼 빛났다.

'역시. 세로드는 다 본 거겠지.'

대답 없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고독한 전사의 길.

적당한 무게감은 필수이니까.

잠시 고민하는 기세였던 세로드가 입을 열었다.

"스킬 이름 안 외쳐도 된다니까요."

다정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해줬다.

"!"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둡지만 않았어도 큰일 날 뻔했다.

어둠은 쪽팔림조차 가릴 수 있게 도와줬다.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고 태연하게 말했다.

"세로드 씨는 잘 모르는군요. 위협하려고 일부러 말한 겁니다. 다른 녀석들이 멈칫하는 거 잘 보셨죠?"

세로드가 코웃음을 치는 게 느껴졌다.

"근데 얼굴은 왜 빨개져요? 일부러 말했다면서요."

'아. 어떻게 보는 거야.'

"··· 원래 힘쓰고 나면 붉어지는 겁니다. 세로드 씨는 전사가 아니라서 모르겠죠."


리더 자리는 무겁다.

한 집단을 이끄는 무리의 지도자.

사람들을 정답으로 데려가야 한다.

정답이 없다면, 최선의 방향으로 이끄는 게 필요하다.

무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의 카리스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창 시절,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나는 반장 선거에서 낙마했었다.

- 김철수 39표. 김한수 1표.

- 우리 반이 총 40명이니까 계산은 딱 맞는구나.

부반장에 차선책으로 지원했지만 연이어 낙마한 아픈 기억.

어떤 대화에서든 카리스마를 유지해야 한다.


"샤인 씨가 얼굴이 붉어진 적은 사실 두 번뿐이에요. 언제인지는 알죠?"

세로드가 참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구쟁이 웃음을 짓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 그렇게 '충격파!' 얘기할 필요 없어요. 몇 번을 외치는 거예요.

- 스킬 이름 안 외쳐도 된다니까요.


"···"


이 벽돌집.

불리한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는 장소다.

전투가 시작되면 정신도 없겠지.

큰일이 생기면 사소한 일은 모두 잊게 되니까.

세로드도 이번 일을 잊을 것이다.


'몬스터는 왜 이렇게 안 다가오는가.'

기다려봐도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녀석들은 견제의 눈빛만 불태우고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수밖에.

"크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세로드가 푸핫 소리를 내며 기어코 웃었다.

"또 빨개졌어."

"제가 어그로 끌어볼 테니 뒤에서 지원사격 해 주세요."

눈물을 머금고 도망치듯이 몬스터에게 달려갔다.

"어. 그렇게 뛰어들면 위험한데."

세로드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퍽- 퍽-

"아. 허벅지!"

텅-!

"아야. 내 머리!"

집중포화가 미칠 듯이 쏟아졌다.

녀석들은 나에게 모두 몰려들었다.

"용서 못 한다. 이놈들!"

아까 느낀 울분을 모두 쏟아낼 요량이었다.


텅-! 떡-!

'이 자식들.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고 있어.'

몽둥이 공격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냈다.

'아까 그 자식. 어디 간 거야?'

몽둥이찜질을 당하면서도 내 눈은 아까의 녀석을 찾고 있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 된 녀석.

그놈이 내 앞에서 나대지만 않았어도!

배를 조심스럽게 만지는 녀석이 시선에 잡혔다.

녀석의 복부에는 충격파를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놈! 이번이 마지막이다."

모닝스타를 휘어잡고 주변에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주변 녀석들이 한 발자국씩 벗어났다.

주변 녀석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위력도 더 강하겠지.

360도 공격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120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한 녀석을 집중적으로 노리기로 했다.

모닝스타를 양손으로 잡고는 몸을 빙글빙글 회전했다.

회전이 3번, 4번, 5번, 6번, 늘어날수록 원심력도 축적됐다.

이번에는 진짜 끝장내고 말 테다.

계속 돌다 보니까 무척이나 어지러웠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녀석의 옆구리를 노려봤다.

자신을 노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녀석이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충격파!"

뻐억-!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뻐버버벅-!

녀석의 몸이 총알처럼 튕겨 나가면서 다른 녀석들까지 벽에 충돌했다.

'와··· 이거 뭐야!'

엄청난 위력에 내가 다 놀랐다.

폭발할 것 같은 위력.

이거 진짜 내가 한 건가?

미친 수준의 파워업. 비밀은 원심력에 있었다.

회전에 회전에 또 회전을 더 하면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 발휘된다.


시야가 빙글빙글 회전했다.

발이 한 곳에 붙어있지를 못하고 비틀거렸다.

'아이고. 균형을 못 잡겠네.'

코끼리 코 게임을 10바퀴는 돈 느낌.

'다들 봤겠지?'

어지러움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감탄하고 있을 이트멀드와 세로드에게 얼른 눈길을 돌렸다.

"와··· 샤인 씨. 이렇게 강해지다니··· 어떻게 이런···"

연달아 감탄하며 이트멀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하. 곧 알려드릴게요. 세로드 씨. 봤죠?"

세로드의 모습이 안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지원사격이 방금은 거의 없었다.

어디로 간 걸까?

'설마 건물 밖으로 나간 건 아니겠지.'

건물 내부를 훑다가 재빠른 움직임을 포착했다.

세로드가 몬스터 주변을 이리저리 파고들면서 어딘가로 향했다.

파고들 틈이 없을 때면 더 신기한 모습을 보였다.

높게 점프해서 몬스터의 머리를 사뿐사뿐 밟으며 이동했다.

텅 빈 2층 계단으로 뛰어가는 뒷모습.


세로드의 입가에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근접전의 대명사, 전사.

원거리 전투의 달인, 궁수.

둘 다 물리 공격을 중점적으로 펼치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전투 스타일은 완벽히 다르다.

가까이 붙어야 하는 전사와 멀리 떨어져야 하는 궁수.

내 모습에 감명받은 건가.

'그래. 이거지. 이게 전설의 용사지.'

세로드가 까르르 웃으며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또 충격파라고 했어."

"···"


세로드가 계단에 자리 잡자 곧 화살이 날아왔다.

슈슉- 슉- 슉-

외딴곳에서 활을 쏴대는 궁수는 정말로 무서웠다.

쏘는 족족 몬스터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어두울 텐데도 화살 낭비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잠시 주춤한 사이, 녀석들은 세로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두 군데로 분산되는 효과.

하지만 몸빵은 내가 해야 한다.

아무리 세로드가 강하다고 해도, 달려드는 몬스터에는 재간이 없기 때문.

"충격··· 아. 아니!"

'충격파!'

뒤에서 충격파가 날아오자 블랙 니디타는 몽둥이로 나를 공격했다.

"이놈들!"

용감하게 모닝스타로 맞서 싸웠다.

챙- 챙- 챙-!

참나무 몽둥이 수십 개를 다 막을 순 없었다.

몽둥이 하나 막는데도 진동이 엄청난데, 사정없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다 막을 수는 없었다.

퍽- 퍽-!

'물량에 장사 없다더니···!'

신체에 통증이 점점 많아졌지만 쓰러지려면 한참 남았다.

이 정도 공격으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이트멀드 씨. 빨리 주의 분산 좀···!"

텅-!

"아야! 머리!"


뒷골목을 그린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들어올 순 있어도 나갈 수는 없는 폭력 조직.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 무자비한 보복이 시작되었지.'

지금 내 상황을 보는 것 같았다.

몽둥이찜질이 쉬지를 않는다.

참나무의 강도는 실로 무시무시했다.

쇠파이프보다 더 센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팔에 힘을 불끈 모았다.

크게 한 방 먹인다.

'충격파!'

퍼어어엉-!

넓게 휘두르자 가까이 있던 세 녀석이 쓰러졌다.

닿지도 않았는데···

모닝스타는 30cm는 떨어진 상태였다.

역시. 근거리 공격은 상당히 강력하다.


또 한방.

'충격파!'

피슈우우웅-

바람 빠진 풍선을 연상케 하는 소리였다.

"아이고. 내 마력!"

일반 공격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나는 강하다.

모닝스타 막대기를 길게 들어 나무 몽둥이 공격을 동시에 다 막았다.

찌이잉-

막대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진동!

골이 다 흔들렸다.

녀석들이 나무 몽둥이를 다시 들었을 때를 노렸다.

"이때다!"

쪼그려 앉아서, 모닝스타로 사정없이 발등을 내리찍었다.

엄청난 순발력이었다.

두더지 잡기를 하는 것 같았다.

무기 다루는 것에 통달하지 않았다면 빨리 휘두르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새 무기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끼이익! 끼잉!]

이족보행을 하는 동물들은 발을 다치면 특히 괴롭다.

전투에서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싸움에도 머리를 굴려야 한다.

훌륭한 전사는 전략과 전술을 잘 써야 한다.


발을 묶어두는 것으로도 전투는 기울게 되어 있다.

'일반 공격으로도 충분히 이기겠지.'

남은 녀석들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꿍- 꿍- 꿍-!


머리를 찍어대는 나를 보고는, 저승사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한 방에 끝나면 좋을 텐데.

놈들의 체력과 방어력도 만만찮은 듯했다.

데미지는 왜 이렇게 늘지를 않는가.


[끼엑-!]

꿍! 꾸웅!

[끼이잉···]

'머리 5방에 한 놈이라니···'


텅-!

"아야. 또 어깨 맞았어!"

퉁퉁 부은 어깨는 평소의 2배 크기는 되어 보였다.

엄청난 근육질을 연상시켰다. 붓기 때문이었지만.


슬슬 마력이 돌아왔을까.

'충격파!'

한 녀석의 복부를 향해 휘둘렀는데, 일반 공격과 별 차이 없었다.

마력이 떨어지니까 위력이 거의 추가되지 않는 듯했다.

초반에 너무 스킬을 낭비했다.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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