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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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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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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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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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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사보다는 여관

DUMMY

얼음과 불이 공존할 수 없다니.

정반대의 두 힘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닌가 보다.

"··· 저도 직접 공격할게요."

충격파로 녀석들을 직접 가격하기로 했다.

그런데, 녀석들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얘네들. 내가 때릴 수는 있나?

노련한 분석력으로 놈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이놈들. 버니와 패턴이 거의 똑같다.'

예전부터 버니에게서 봐온 비슷한 패턴이 있다.

무척이나 재빨랐지만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었다.

예측 샷을 날리면 된다.

가장 가까운 녀석에게 가장 먼저 벌을 줄 계획이었다.

'충격파!'

뻐억-!

모닝스타를 맨몸으로 아무 충격 없이 막아냈다.

"헉······!"

녀석들이 얼마나 강한지 몸소 깨달았다.

버프 먹은 덕분에 말도 안 나오게 강력해져 있었다.

녀석들은 눈에서 열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놈들이 강해졌을 때를 대비한 전략이 있다.

조롱 스킬이 몬스터를 이 정도로 강하게 만들 줄은 몰랐지만.

뒤로 한 발짝 물러나서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원심력을 계속해서 더하는 전략.

빅버니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거 한 방이면 깜짝 놀랄 거다.'

부웅 부웅 부웅-

나도 어지럽기 시작할 즈음.

'충격파!'

경쾌한 타격음이 들렸다.

어깨 근육으로 가드를 올렸던 녀석은, 몸이 약간 밀려났다.

녀석의 눈빛에는 꽤 괜찮은 공격이었다는 존중이 담겨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 샤인. 네 녀석은 우리 상대가 못 된다.]

녀석들을 괴물로 만들고 말았다.

전설의 용사가 밀린다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었다.

내가 만든 괴물을 내가 못 이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한 녀석에게 내리 3번을 더 충격파를 날리고, 일반 공격도 쉬지 않고 날렸다.

육탄전에서는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한 합씩 주고받다 보니까 빅버니의 데미지가 너무 셌다.

'여기서부터는··· 세로드만 믿는다.'

줄행랑을 치면서 이트멀드에게 외쳤다.

"이트멀드 씨! 저랑 나눠서 어그로 좀 끌어요."

그 말에 이트멀드도 기합 소리를 냈지만, 그의 외침으로는 몬스터의 주의를 전혀 끌지 못했다.

'조롱을 너무 많이 먹였나.'

5번 조롱 먹였을 때, 몬스터가 외형까지 변하면서 더욱더 우락부락해졌다.

지금은 외형은 비슷하게 돌아온 상태니까.

아직 조롱은 4~4.5번 정도는 남은 상태인가?

아니면··· 2~3번 남아 있는 건가?

한눈팔지 않고 오롯이 나만 노리는 녀석들을 생각하자 한숨이 나왔다.

녀석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저항하려는 본능이 몸을 감쌌다.

재빨리 몸을 돌려 불의의 공격을 가했다.

'충격파!'

충격파를 날리다가 불화살에 불이 다 꺼졌다.

그 모습을 본 이트멀드는 탄식 소리를 냈다.

다시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다.

'이 버프. 언제 끝나는 거야?'


새롭게 획득한 스킬, 조롱.

팀원을 보호해야 하는 자에게 필수적인 스킬이다.

근데 몬스터를 강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공격력만 높이는 게 아닌 듯하다.

체력, 방어력도 높이고, 심지어 고통은 줄여주는 것 같다.

이거 쓰레기 스킬 아닌가.

조롱 잘못 먹였다가 몰살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스킬은 동료가 정말 위험할 때 아니면 봉인해둬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어차피 우리 편이다.'

버프만 떨어지면 이놈들은 평범한 빅버니일 테니.


그나저나, 세로드의 공격이 잘 안 먹히고 있다.

그녀의 공격력은 내가 알기로 최고였는데.

게다가 활에는 루비까지 박아넣지 않았던가.

미친 버프가 상황을 너무 어렵게 만든 것 같다.

처음 써 보는 스킬에 실험 정신을 너무 발휘했다.

'아이고. 적당히 조롱했어야 했는데.'

나는 지금의 위험이 조롱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조롱 효과만 떨어지면 세로드가 다 마무리할 줄 알았다.

몬스터가 강해졌다고만 생각했지, 불화살이 변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세로드에게 이상이 발생했을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빅버니의 스텝 소리가 안정을 되찾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속도.

'조롱 효과가 끝나간다.'

버니 자체가 빠른 몬스터인 데다가, 빅버니는 더욱 빠르다.

하지만, 녀석들의 속도에는 이제 적응할 수 있다.

전투 경험이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덤벼라. 이놈들!"

휘잉- 퍼버벅-! 휘이잉-

주먹을 회피하기도 하고, 맞기도 하면서 근접전을 이어갔다.

'충격파!'

퍼어엉-!


***


무식한 싸움 끝에, 그 현장에는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바로 나였다.

주변의 빅버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내 몸도 성치 못했다.

일방적인 전투가 아니었으니까.

죽음에서 돌아오자마자 녀석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전투였다.

복서에게 엄청나게 맞은 듯이, 신체에는 멍투성이였다.

맞은 부위가 하나도 빠짐없이 욱신거린다.

"샤인 씨. 고생 많았습니다."

몬스터가 전멸한 것을 확인하면서 이트멀드가 입을 열었다.

안정적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전투가 끝나자 내 몸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천천히 앉으려고 했지만, 버티기 힘들었다.

그 자리에서 대(大)자로 뻗었다.

"잠깐만 쉴게요."

누운 채로 심호흡을 하고는, 리더의 역할을 시작했다.


리더의 역할은 승리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게 아니다.

기쁘더라도 그 마음은 뒤로 미뤄야 한다.

큰 전투가 끝나면 다친 사람은 없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리더의 자질이자 덕목이다.

"두 분. 고생 많았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조금 다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별것 아닙니다."

먼저 들린 것은 이트멀드의 목소리였다.

···

2층에서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렸다.

"세로드 씨도 괜찮아요? 내려올 수 있겠어요?"

재차 물었지만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상체를 일으키는 것도 힘들었다.

"포션 한 모금만 주세요···"

역한 냄새가 나는 검은 포션을 건네받아 한 모금 마셨다.

"우욱-"


겨우 몸을 일으켜 2층을 올려다보는데, 세로드가 보이지 않았다.

'세로드는 어디에······?'

이트멀드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올랐다.

2층을 둘러봐도 정말로 보이지 않았다.

"세로드 씨! 어디 있어요?"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몬스터가 죽으면 그 시체는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예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봐온 몬스터는 모두 똑같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못 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혹시··· 세로드가 죽은 건··· 아니겠지···?

머릿속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느릿하게 뛰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로드 씨! 대답해요!"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그 순간, 세로드의 늘씬한 다리가 시선에 들어왔다.

기둥 뒤에 세로드가 누워 있었다.


"이트멀드 씨. 기둥 뒤에 세로드 씨 있어요. 저기로 데려다줘요."

내 손짓을 따라 이트멀드가 눈을 돌리고는 말했다.

"어서 갑시다."

기둥에 도착하자 세로드의 모습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아!"

끔찍한 모습에 눈이 질끈 감겼다.

뼈가 부러진 건지, 한쪽 팔이 이상하게 꺾여 있다.

조롱 때문에 빅버니가 강해진 것도 맞지만, 불화살이 약하게 느껴진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세로드의 위력이 감소한 거였다.

'리더라는 놈이 그것도 모르고···'

"이트멀드 씨. 얼른 포션을 먹여야 해요."

이트멀드가 서둘러 포션을 꺼내고는 거부하는 입에 한 모금씩 넣었다.


팔이 부러졌는데 활을 어떻게 쏜 건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은 몹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을 텐데.

그녀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한쪽 팔이 덜거덕 소리를 냈다.

뼛조각이 마찰을 빗는 소리는 소름이 끼쳤다.


머리를 얼마나 세게 맞은 건지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까 회복했을 때는 안 부었는데···

눈두덩이 점점 부어올랐는지 그녀는 눈을 뜨기도 힘든 상태였다.

쌍꺼풀이 예쁘게 자리 잡았던 곳에는 시뻘건 색의 퉁퉁 부은 눈꺼풀이 있었다.

"아···!"

화살이 자꾸 빗나갔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몬스터가 재빨리 회피한 것도 있겠지만.

세로드는···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도와 줬다니.

'바보같이!'

세로드 모습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에서는 방울이 떨어졌다.


"울어요···?"

생기 잃은 목소리가 나지막이 물었다.

"세로드 씨! 정신이 들어요?"

얼른 눈물을 닦고 세로드에게 시선을 향했다.

"왜··· 죽으려고 했어요?"

"움직이면 안 돼요. 포션 먹으면서 가만히 쉬어야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세로드는 반대편 팔을 들더니 내 머리를 톡- 쥐어박았다.

"그 상황에 전설의 용사라니. 역시 엉뚱하네요."

조용하게 웃고는 세로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구해줬군요?"

"제가 무조건 구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만 말하고 쉬어요."

"죽으려고 하더니··· 또 구해주고··· 진짜 전설은 전설이네요. 근데, 눈앞이 흔들려요···"

중얼거리더니 세로드의 몸이 축 늘어졌다.

세로드가 머리에 너무 큰 데미지를 입었다.

포션만 먹이는 거로는 안 될 거 같았다.

"이트멀드 씨. 마을로 가야 해요."

보물 상자가 눈에 언뜻 스쳤지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대로 포탈을 열고 마을로 이동했다.


***


굴로리어 마을.


세로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관이다.

몸을 회복하려면 여관으로 가야 한다.

보안관 사무소 앞에서 여관으로 가려고 세로드를 둘러업는데, 보안관 디날브가 급히 다가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세로드 씨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디날브가 재차 물었다.

"여관으로 가야 해요."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디날브가 자꾸 방해했다.

"당장에 의원으로 가야 해. 샤인. 내가 업을 테니 얼른 가지."

디날브의 상식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의사보다는 여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에요. 여관으로 가야 나을 수 있어요."

"허. 샤인! 이렇게 다친 사람을 여관으로 데려가면 어쩌자는 건가?"

디날브와 말다툼이 일어났다.

"샤인! 이러다가 세로드 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건가?"

"절대 세로드 씨가 잘못되게 안 해요."

"지금은 엉뚱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계속 시간만 끄는 것은 위험하다.

"그럼. 의사를 데려와 주세요. 여관으로 바로요. 보안관님만 믿겠습니다."

세로드는 여관에 데려다놓고, 의사에게 왕진을 부탁하는 것.

좋은 생각 같았다.

의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면 진찰은 꼭 받아야 할 것이다.

계속 고집을 부리니까, 디날브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대신. 세로드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리 샤인 자네라도, 가만두지 못해."


디날브 보안관은 마을 의사에게 향하고, 우리는 여관으로 향했다.

등에 안긴 세로드는 축 늘어져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저. 샤인 씨. 의원에 가는 게 더 좋은 선택 아니었습니까?"

이트멀드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세로드. 여관에 가면 회복할 수 있어.'

"이게 세로드 씨한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얼른 여관으로 가요."


***


여관 안에서는 토리 아주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샤인. 이게 무슨 일이야?"

세로드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른 1인실 주세요. 제일 가까운 호실로요."

평소 찾는 3층이 아닌, 2층으로 부탁했다.

"아이고. 여기에 오면 어떡해? 의사를 찾아가야지."

"의사 선생님이 곧 올 거예요. 빨리 눕혀야 하니까 열쇠 주세요."

등 뒤에서 쌔근쌔근 숨소리가 들렸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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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보다는 여관 21.02.22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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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또 다른 인생 21.02.20 2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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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선입견 21.02.18 23 0 12쪽
44 옛날에 마주친 모험가 21.02.17 19 0 11쪽
43 블랙 몬스터가 모여 사는 곳 21.02.16 26 0 12쪽
42 증발 21.02.15 21 1 11쪽
41 모든 일의 원흉 21.02.15 1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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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21.02.12 24 1 11쪽
38 충격파 21.02.11 21 0 11쪽
37 장엄한 인생의 서막 21.02.10 25 0 12쪽
36 법 없이도 살 사람 21.02.09 23 1 12쪽
35 죽음은 언제든 찾아온다 21.02.08 23 1 13쪽
34 인심 좋은 곳 21.02.07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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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주변과 차단된 공간 +2 21.02.03 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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