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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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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1
추천수 :
93
글자수 :
306,060

작성
21.02.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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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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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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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DUMMY

아.

'첫 스킬이라는 생각에 너무 신났었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모든 성취는 시작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치기 어린 20살이었다.

주변에 또래 동료가 두 명이나 날 보고 있다.

또래 앞에서는 더 자존심이 세지는 게 인간의 심리.


약간의 자존심을 세우기로 했다.

발표 시간에도 아무 말이나 내뱉고 보는 나였다.

- 에휴. 한수야.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해도 돼.

- 아니에요. 저는 분명히 알고 있어요.

- 안 혼낼 테니까.

- 알고 있는 걸 모른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 스킬 많이 써 봤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세로드가 장난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해진다.'

슬쩍 이유만 물어보면 되는 상황.

"아. 네. 너무 해맑아서요. 스킬 써 본 사람처럼 보이지가 않네요."

"울면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우기기만 하면 된다.

"스킬 생겼다면서 아까 엄청 좋아했잖아요."

"새 스킬을 또 알아냈다는 말이었습니다."

세로드의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 다른 스킬도 있어요?"

"네. 전투에 큰 도움이 안 돼서 안 쓰고 있지만요."

스킬은 충격파가 전부였지만 잠자코 고집을 부렸다.

"에이. 스킬 활용법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안 가르쳐줘도 되겠네요."

예리한 눈으로 세로드가 넌지시 떠보고 있었다.

'얕은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마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트멀드 씨한테 가르쳐 주세요."

강의는 이트멀드에게 몰래 들으면 된다.

세로드의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스킬 활용법은 샤인 씨가 이트멀드 씨한테 가르쳐 주면 되겠네요."

"아. 네. 저도 가르쳐 줄 텐데, 안 겹치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세로드 씨도 가르쳐 주세요."

세로드는 얄미울 정도로 똑똑했다.

"스킬 쓰는 게 별거 있나요.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근접전 스킬은 저도 잘 모르니까, 샤인 씨가 가르쳐 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도 들을래요."

스킬 활용법이 대체 뭔가.

그냥 쓰면 되는 게 아닌가?


머리가 혼란스러운 이때.

멀리서 아빌시스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스킬을 또 시험해볼 때였다.

"제가 마무리하죠. 두 사람은 잠시 쉬고 있어요."


녀석과의 거리는 약 10m.

모닝스타를 한 손으로 꽉 쥐었다.

야구방망이 스윙 날리듯이 세게 휘둘렀다.

"충격파!"

먼지는 휘날렸지만 녀석에게 별 타격은 없어 보인다.

등 뒤에서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뭐 잘못하고 있는 건가?


그다음은 두 손 차례였다.

양손으로 모닝스타를 쥐고 보기 좋게 휘둘렀다.

"충격파!"

먼지가 더 많이 휘날렸다.

녀석의 복부가 충격파를 받았는지 약간 흔들렸다.

"됐다!"

작은 부상을 입었는지 녀석의 인상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이거다!"

기막힌 전투법을 찾아냈다.

안 맞고 싸우는 방법.

완벽한 전투 스타일을 찾아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면, 멀리 도망쳐서, 또 날리면 된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뒤로 후다닥 도망쳤다.

다시 10m 정도의 거리.

"충격파!"

일방적인 싸움에 녀석은 잔뜩 화난 얼굴이었다.

가까워질 즈음 또 도망쳤다.

"충격파!"

무척 행복한 때였다.

"정신 사나워요. 빨리 좀 해치우세요."

세로드의 말이 들렸지만, 이기적인 전투법을 익혀야 했다.

"아야. 내 눈! 먼지랑 흙 날려서 잘 보이지도 않아요."

눈이 따가운지 세로드가 툴툴댔다.


계속 도망치고 때리기를 여러 번 반복했을 때였다.

어느새 아주 약한 바람만 나왔다.

충격파의 위력이 부채 바람만큼 약해졌다.

'충격파가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파!"

힘을 꾹 줘봐도 잘 안 나왔다.


다행히 놈의 체력도 꽤 깎인 듯 보인다.

다가가서 놈을 처리하려는데, 화살이 녀석에게 향했다.

슉-!

기다리다 지쳤는지 세로드가 마무리 샷을 쏜 것이다.

"샤인 씨. 스킬 처음 쓰는 거 맞죠?"

"아니에요."

세로드가 불쑥 다가왔다.

"에이. 솔직히요."

"계속 써왔어요."

"아효! 두 분 다 여기 와 보세요."

"저는 아니깐, 옆에서 강의 도와줄게요."

나를 흘겨보고는 세로드가 말을 열었다.

"우선. 스킬 이름 말 안 해도 돼요. 그렇게 '충격파!' 얘기할 필요 없어요. 몇 번을 외치는 거예요."

말할 필요 없었다니.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충격파를 연달아 외치던 모습이 상상돼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는 스킬 쓰면서 말하는 편이에요."

세로드가 코웃음을 쳤다.

"몰랐던 거 다 티 나요. 물론, 급할 때는 스킬 이름을 말하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논리에 빈틈이 보였다.

빈틈을 파고드는 게 전사의 용맹함이 아닐까.

"전투에서는 저도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단, 마법 위주로 쓰는 직업에서죠. 샤인 씨나 이트멀드 씨는 스킬이 그렇게 다양하지가 않아서 곧바로 쓸 수 있어요. 마법사처럼 스킬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성직자처럼 스킬이 여러 계열인 것도 아니잖아요."

"안 잊어버리려고 꼭 말하고 쓰는 거예요."

"샤인 씨. 그만하십시오. 스킬 처음 쓴 거 들킨 것 같습니다."


이트멀드가 말리자 그제서야 변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스킬은 쓸 때마다 마력이 소모되요. 이건 알고 있죠?"

마력회복 포션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마력회복 포션 안 마셔도 회복되는 거 맞죠?"

세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샤인 씨처럼 스킬 자체를 안 써본 사람은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 자체가 굉.장.히 작아요. 스킬 쓰다 보면 그릇은 천천히 늘어나요. 익숙해지면 점점 많이 쓸 수 있을 거예요."

게임 상식과 세로드의 얘기는 대부분 통했다.

"제가 알고 있는 것과 거의 똑같군요. 이트멀드 씨. 잘 들었어요?"

"네.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도 똑같았습니다."

우리 둘은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강의가 끝나자 쉬고 싶어졌다.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복해야 한다.

"잠시 쉬었다가 갈까요?"

동료들에게 제안하며 철푸덕 자리에 앉았다.

세로드가 내 생각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마력 다 떨어져서 쉬려는 거죠?"

"맞아요. 마력 최대한 회복해야 충격파를 쓸 수 있어요."


세로드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스킬이··· 꼭 필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마력 최대한 회복해야 제가 두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주죠."

세로드는 약간 감동한 얼굴이었다.

"제가 지켜드릴게요. 꼭 샤인 씨가 다 책임지려고 생각 안 해도 돼요."

이트멀드도 특유의 정의로운 표정으로 말문을 뗐다.

"두 분은 제가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제 몸을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말입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까도 보셨겠지만, 충격파가 꽤 강력하거든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세로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지 약하던데···"


세로드는 내 생각을 몰랐다.


전방에서 몽둥이를 맞는 자만 알 수 있는 설움.

맞을 때마다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다 난다.

한 대라도 덜 맞을 수 있다면 어떤 짓이든 할 것이다.

충격파는 그야말로 내가 찾아낸 최고의 수.

충격파 날려서 이목을 끌고, 도망치고, 또 날리고, 반복하면 된다.

마나 떨어졌을 때는, 반대편에서 이트멀드가 어그로 끌고 도망치면 되고.

실제 사냥은 세로드에게 다 맡기면 된다.


그리고.


'여차하면 충격파를 가까이서 쓰면 세지 않을까?'

진정한 위력을 모르는 충격파.

10m 떨어진 하급 몬스터에게 미약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 위력은 결코 가벼이 볼 것은 아닐 것이다.


***


30분 후.


"아니. 너무 오래 쉬잖아요."

지나치게 오래 쉰다며 세로드가 답답함을 표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다 팀을 위하는 일이에요."

"마력은 알아서 회복된다니깐요.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면요. 이제 좀 일어나요."

한 대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마력을 최대한 축적해놔야 한다.

"세로드 씨 말씀 알겠습니다. 확실히 회복되면 일어날 테니, 편하게 쉬고 있어요."

"와. 아예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이런 전사가 어디 있어."

"···"


시간이 더 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죠."

뒤로 돌아보고 있던 세로드가 후다닥 뭔가를 숨겼다.

"이제 끝났다는 거죠?"

세로드의 얼굴이 아침보다 뽀얘져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는 세로드와 함께 다시금 길을 나섰다.


미로 찾기가 이어졌다.


"이트멀드 씨. 진짜 기억 안 나요?"

"음. 여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기는 아니었는데···"

"저쪽으로 가 봅시다."

속닥거리며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세로드가 한숨을 쉬고는 한 곳을 가리켰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저기 보이잖아요."

늘씬한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요?"

"저~기 저쪽이요."

무성한 풀과 나무에 가려져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곳.

세로드는 정말로 뭔가 보이는 걸까?

궁수의 시력은 독수리와 같다고 한다.

세로드에게서 광활한 대지를 누비는 여전사의 기상이 느껴졌다.

"아. 저기 있었군요. 하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보이는 척 연기했다.

"왜 자꾸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하하. 느긋하게 돌아가고 싶어서요. 이렇게 함께 나오는 날도 흔치 않으니까요."

내 말에 세로드가 갸웃거렸다.

"계속 같이 나올 거잖아요?"

불리한 말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대답했다가 세로드가 내 시력을 눈치챌 수 있다.

가끔은 말 백 마디보다 침묵이 더욱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트멀드 씨. 저쪽으로 가죠."


***


프론 초원.


세로드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방향으로 가니까 떡하니 초원이 나왔다.


싱그러운 바람에 비릿한 피 냄새가 연하게 섞여 있는 것만 같다.

'그때 피를 얼마나 흘렸으면···'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몸서리를 쳤다.


검은 건물이 시선에 들어왔다.

건물의 모습은 다양했다.

탑 모양의 건물도 있고, 벽돌집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도 있다.

고급스러운 저택 같은 건물도 있었다.


"세로드 씨. 안에 뭐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아뇨."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있죠?"

"아뇨.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세로드의 능력을 활용해보고 싶었지만, 이럴 때는 도움이 안 됐다.

"저 벽돌집 말입니다. 무척 기운이 강합니다."

한 곳을 응시하는 이트멀드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건물로 들어가서 직접 녀석들과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저기 벽돌집으로 가요."


벽돌집 앞에 서니 불길한 기운이 물씬 풍겨져 나왔다.

'탑 건물과는 다른 느낌인데···.'

위험한 곳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목숨이 위험한 정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강해진 건가.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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