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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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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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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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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다른 의미를 가진 집

DUMMY

***


"세로드 씨. 어디 있어요? 이트멀드 씨! 어디 있는 거예요?"

화살이 날아온 거로 봐서는, 무사한 거 같은데.

그나저나 대단한 위력이었다. 화살 맞고서 그 커다란 놈들이 날아갈 정도라니.

"세로드 씨. 어디 숨은 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세로드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재차 물었다.

"나무 뒤에 숨어 있으면 어떡해요? 한참 찾았잖아요."

"이 나무가 숨기 좋더라고요."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이트멀드를 찾을 때였다.

"이트멀드 씨는 어디 간 줄 알아요?"

"여기 있습니다."

똑같은 나무 뒤에서 이트멀드가 튀어나왔다.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전투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되짚어보고 개선해야 한다.

'두 사람. 저기서 뭐한 거지?'

"왜 안 도운 거죠? 저 혼자만 다 잡았잖아요."

차분하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리려고 했다.

"도왔어요. 샤인 씨 혼자서는 못 잡죠. 이 화살 덕분에 잡은 거예요."

논리적으로 답하면서 세로드가 날카로운 화살을 하나씩 주웠다.

'듣고 보니까, 맞기는 맞는 말인데.'

왠지 모르게 억울하다.

"···"

할 말을 필사적으로 찾다 보니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몰이하고 있으면 잡을 것처럼 얘기했잖아요."

"흠. 몰이하고 오길래 도왔잖아요."

"왜 빨리 안 도운 거예요?"

세로드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예쁜 눈으로 나를 따스하게 바라봤다.

"친구니까요."

"어? 무슨 말이에요?"

깜짝 놀라서 전신에 털이 쭈뼛쭈뼛 섰다.

다친 후로 세로드가 분명히 이상해졌다.

세로드가 점점 이트멀드를 닮아가고 있다.

나는 세로드가 이상해졌다고만 여겼지, 그녀의 진짜 생각을 알지 못했었다.


두 동료는 화살을 다 회수하고는 허리 쭉 펴고 스트레칭을 했다.

세로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근데. 고르킬이 훨씬 세진 것 같네요. 전반적으로 강해진 느낌이에요."

"그래도 모닝스타는 못 견디더군요."

내가 몬스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는 밝히지 않았다.


***


아이템을 하나씩 나열했다.

낡은 아이템 사이에서 번쩍번쩍한 벨트가 시선에 들어왔다.

세로드 허리에는 아무런 아이템이 없었다.

"벨트는 세로드 씨가 하는 게 좋겠어요. 세로드 씨, 벨트 없죠?"

세로드가 고개를 끄덕여서, 벨트를 들고서 세로드를 불렀다.

"매 줄게요."

벨트 혼자 매기 힘드니까 착용 시켜 주려는데, 세로드가 한 손으로 탁 뺏어갔다.

"제가 알아서 해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첫 벨트를 매어주듯,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호의가 거절당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차원문을 탔다.


마을로 돌아가서 낡은 아이템을 정리하기 위해, 노인의 무기가게로 향했다.

"아이템을 또 들고 왔구먼. 젊은이."

"네. 최대한 좋은 거로 들고 왔어요."

"언뜻 봐도 좋은 아이템은 아니구먼."

"아니에요. 자세히 보면 좋은 것뿐이에요. 중급 몬스터 잡고 나온 거예요."

하급 아이템이었지만 모으니까 금액이 꽤 컸다.

아까 55만 원에, 지금 받은 돈 20만 원.

거기다가 틈틈이 저축해 둔 돈이 은근히 있다.

세로드 치료비로 보태면 된다. 보안관이 내주겠다고 했으니까, 나는 조금만 내면 된다.

'보안관한테는 내일 갚아야지.'

세로드 회복시키느라 포션을 많이 소모했다.

세로드가 깨어나지 않자, 기푸 할머니가 꾸준히 세로드 입에 들이부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입에 들어가지도 않고 땅에 흘렀었다.

"포션 좀 사러 갔다가, 집에 가면 될 거 같아요."

"집···"

중얼거리면서 이트멀드는 표정이 흐려졌다.

"집이 왜요?"

이트멀드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트멀드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물 없이 못 듣는 그의 얘기가 시작되려고 한다.

평생을 떠돌이로서, 이곳저곳을 헤매며 살았던 삶.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집은 남다른 의미일 것이다.

자신을 보듬어주고 품어주는 공간. 부모님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곳. 기억에는 없지만 기억하고 싶은 곳. 잃고 싶지 않은 곳.

내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트멀드와 함께 지낼수록 그의 따뜻한 성정을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눈물을 삼키고 힘겹게 말했다.

"그렇군요. 얼른 힐링 잡화점으로 가요. 포션 사야 해요."


[힐링 잡화점].

저녁이 되자 잡화점에는 손님이 끊겼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가게에는 기분 좋은 침묵만이 있다.

헤바 아주머니는 가게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사장님. 우리 왔어요."

물린 자국을 보고는 헤바 아주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봐도 심한 상처였다.

"아. 조금 다친 거예요. 걱정 마세요."

"샤인. 대체 어떻게 싸우면 이렇게 다치는 거야?"

포션 아끼려고 일부러 마시지 않았다. 여관에 가면 회복할 수 있으니까.

"몬스터가 꽤 강하더군요. 결국은 제가 이겼지만요."

"니디타만 잡으면서, 왜 이렇게 많이 다치는 거야?"

"아니에요. 고르킬이었어요."

헤바 아주머니가 따스한 미소로 화답했다.

"샤인. 나한테는 거짓말 안 해도 돼. 옛날에도 고르킬 잡았다고 말하다가 들통났잖아."

"아니에요.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때는 제가 아니었어요."

세 군데서 풉- 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호호. 맞아. 그때는 몽둥이 맞아서 다른 사람 같았어."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지만, 망신은 피할 수 없었다.

굴로리어 마을에 점점 마음이 멀어졌다.


***


여관에 들어가니까 휴히파레가 여관 식당에 앉아 있었다.

"세로드 누나! 샤인 형! 이트멀드 형!"

휴히파레가 팔을 마구 흔들었다.

'응? 휴히파레가 어떻게 여기에.'

반가움이 무척 컸지만, 의문은 풀어야 했다.

"휴히파레. 어떻게 여기 왔어? 보안관님한테 돌봐달라고 부탁해 놨는데."

녀석은 신이 나서 얘기했다.

"보안관님이 이제 샤인 형한테 돌아가면 된다고 했어. 앞으로 샤인 형 부탁은 안 들어준댔어!"

활기찬 대답이었지만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 보안관님 표정은 당연히 괜찮았지?"

"응! 용서 못 한다면서 씩씩거렸어. 샤인 형이 약속을 어겼대."

디날브의 화는 금방 풀릴 것이다.

세로드도 디날브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둘은 가까워지겠지.

세로드가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왠지 싫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휴히파레. 저녁밥은 얻어먹고 와야지. 얼른 보안관 사무소에 갔다 와."

"아냐. 내가 저녁 달라고 했는데, 보안관님이 샤인 형한테 사 달라고 했어."

휴히파레가 합류하면서, 지출을 늘려야 했다.


***


다음 날.


"으아아악!"

가슴 속에 답답함이 꿍- 자리잡고 있어서, 기합을 내지르면서 일어났다.

꿈에서 제인이 무섭게 째려봤고, 디날브가 동료로 받아달라며 나에게 계속 치근덕댔다.

세로드가 자꾸 날 흘겼고, 어느 순간 짐버르 아저씨와 나는 구걸을 하고 있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여러 주민이 스트레스를 주는 말을 했다.

"샤인 씨! 무슨 일입니까?"

깜짝 놀란 이트멀드가 나를 쳐다봤다.

"아. 아니에요. 조금 답답해서요."

답답함을 풀려고 한숨을 쉬는데, 휴히파레가 땅바닥에서 쌔근쌔근 자는 게 눈에 밟혔다.

"녀석. 아직도 안 깼네."

침대에서 일어나서, 얼른 휴히파레를 침대로 옮기고 몸을 흔들었다.

"휴히파레. 얼른 일어나."

하품하면서 깨어난 휴히파레는 허리가 아프다며 갸우뚱했다.


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여관 밖으로 나왔다.

보안관 사무소로 먼저 가야 한다.

"휴히파레. 오늘도 재밌게 놀고 와."

"응. 형, 누나도 재밌게 놀다가 와!"

휴히파레를 배웅해 주고, 보안관 사무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소 앞에는 디날브가 밤샘 근무를 마치고서 기지개를 켜는 게 보였다.

'보안관은 언제 집에 가는 거지?'

생각을 굴리다가 보안관 집은 사무소라는 게 생각났다.

저기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하니까, 하루도 빠짐없이 밤샘 근무구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일하는 그가 멋있어 보였다.

"보안관님. 드릴 게 있어서 들렀어요."

우리를 발견한 디날브는, 세로드에게 다가가서 살갑게 인사하고는 나에게는 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샤인. 아침부터 안 반갑구먼. 거짓말쟁이 얼굴을 보니까 말이야."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일부 보태려고요. 보안관님 혼자서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 같아서요."

총 치료비는 360만 원이었다.

뚱한 디날브에게 돈을 건넸다. 마음을 담아 준비한 30만 원.

돈을 건네받고는 디날브가 고개를 내저었다.

"샤인. 내가 갖고 싶은 거는, 돈보다는 세로드 씨와의 친분이야."

디날브는 돈을 주머니에 넣으면서도 계속 얘기했다.

"돈이 중요하지만, 세로드 씨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어깨가 유난히 굽은 디날브를 보니까 조금 안쓰러웠다.

사랑에 실패한 모습이 퍽 불쌍해 보여서, 힘을 북돋아 주기로 했다.

"보안관님. 세로드 씨도 보안관님 얘기가 나오니까 미소를 짓더군요. 세로드 씨가 이미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도움이 필요 없을 거예요."

연애에는 쑥맥인 디날브는 그 말을 듣고는 입이 귀에 걸렸다.

"하하. 진즉 얘기를 했어야지! 샤인. 이 친구 말이야!"

내 어깨를 두드리며 디날브가 기쁜 기색이었다.


***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풀숲.


세로드가 또 몰이사냥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침에 보안관님이랑 나눈 얘기도 있으니까, 몰이사냥이 딱 제격이에요."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돼서 갸웃거렸다.

보안관이랑 나눈 대화를 들은 건가?

그렇다 쳐도, 보안관 얘기랑 몰이사냥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두 개가 무슨 관련이 있죠?"

"두고 보면 알아요."

세로드의 눈이 결의에 찼다.

저 눈빛. 어제의 그 눈빛과 동일하다. 몬스터를 전멸시키고야 말겠다는 결의.

"이번에는 제때제때 활 쏠 거죠?"

"알았어요."

"분명히 약속했어요. 또 사라지면 안 돼요."

"아. 알겠다니깐요. 빨리 몰이 좀 해요."

"만약에 저 한 대라도 맞으면, 앞으로 몰이 안 할 거예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 어떻게 전사가 한 대도 안 맞아요?"

전사의 숙명을 거스르려고 했다. 때리고 맞으며 성장하는 삶.

"저는 최대한 안 맞을 거예요."

세로드가 답답한지 가슴을 쳤다.

"알겠어요. 최대한 안 맞게 해 줄 테니까, 시작 좀 해요."

"저는 달리기도 세로드 씨보다 훨씬 느리니까, 신경 써서 보호해줘야 해요."

"아. 좀!"


목숨이 달린 문제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것이 내 목숨이라면 특히 더.

'이번에는 절대 안 깨물린다.'

깨물린 곳이 아파서 어제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오늘은 발톱도 다 피할 것이고, 이빨에 물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고르킬 두 마리가 무리와 떨어져 있었다.

두 녀석은 손쉽게 유인할 수 있었다.

'조롱!'

스킬 한번 먹이니까, 두 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곧장 뛰어왔다.

[크엉!]

"이놈들!"

목소리까지 살짝 내주고 곧장 도망치는데, 등 뒤에서는 의외로 포효 소리가 컸다.

[크어엉!]

[크엉!]

[크르르릉!]

뒤를 돌아보니까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성난 고르킬이 7마리나 나를 추격해왔다.

'쟤들까지 조롱이 먹히다니.'

"세로드 씨! 빨리 쏴야 해요."

"···"

공허한 외침만이 들렸다. 화살이 한 개도 날아오지 않았다.

"아! 왜 안 쏴요?"

녀석들이 확확 가까워졌다.

1km쯤은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새 100m도 안 남았다.

"이제는 쏴야 해요!"

순간, 내 머릿속을 비집고 뭔가가 들어왔다.

새로운 능력을 쓸 때가 왔다.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뛸 수 있다!


"용맹한 도주!"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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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현장을 급습해야 한다 21.02.26 1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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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감당 안 되는 괴수 21.02.21 20 1 12쪽
47 또 다른 인생 21.02.20 20 1 13쪽
46 석연찮은 점 21.02.19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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