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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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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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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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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

DUMMY

세로드를 업은 채로 2층 방으로 향했다.

2층 방이나 3층 방이나 구조가 완벽히 똑같았다.

조금의 차이도 없어 보이는 방.

'이 여관은 누가 지은 걸까?'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서, 현관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세로드의 신발도 조심스럽게 벗겼다.

세로드를 천천히 침대에 눕히자, 침대 매트리스가 살포시 들어갔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 힘겹게 숨 쉬었는데, 호흡이 불규칙하게 보였다.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포션까지 먹었는데도 의식을 못 차리는 모습에 퍽 걱정되었다.

설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머리가 꽉 막힌 느낌이었다.

"샤인 씨. 혹시··· 이대로··· 못 깨어나는 건 아니겠죠?"

무척 조심스럽게 이트멀드가 입을 열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트멀드 씨. 그런 말은 다시는 하지 말아요."

가볍게 이트멀드를 타박했다.

'만약 못 깨어난다면. 내가 못 지켜 준 거니까, 내가 책임져야겠지.'

이불을 꼭 덮은 세로드는 추운지 입술을 달달 떨고 있었다.

따뜻한 방인데···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불덩이였다.

'이건··· 몸살인가?'

의학 지식이 없다시피 한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뜨거우면 차갑게 해 주는 거겠지?

이불을 내리려는데, 세로드가 이불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세로드 씨. 제 말 들려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억지로 뺏으니까 온몸을 오돌오돌 떨었다.

골절된 곳에서 우둑- 우둑- 소리가 났다.

'아이고.'

이불을 팔과 몸통에만 감아주니까 몸 떨림은 멈췄다.

입술을 달달 떠는 게 마음 아파서 보기 힘들었다.


영화에서 자주 본 장면이 떠올랐다.

물에 듬뿍 적신 수건을 세로드의 이마에 올리면 된다.

"이트멀드 씨. 1층에서 얼음물 한 바가지 들고-"

찬 물과 수건을 들고 와 달라고 말하려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 한 분이 당당히 서 있었다.

"할머니. 방 잘못 찾으셨어요. 아픈 사람 있으니까 지체 없이 바로 나가 주세요. 방해되지 않게요."

무척이나 공손하게 얘기했지만 할머니는 나갈 기색이 없었다.

"선생님. 이 방입니다. 얼른 세로드 씨 치료 좀 부탁드립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정중한 디날브 보안관 목소리가 할머니 등 뒤에서 들렸다.

아. 저 할머니가 의사인가?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무척이나 영리해 보였다.

저 눈. 의학을 익힌 자의 눈빛이다.

몸은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랐지만, 눈은 살아있었다.

할머니의 눈빛은 차가운 메스를 떠오르게 했다.

"실례가 많았군요. 샤인입니다. 선생님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할머니는 내 손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기푸."

단답형으로 말하고는 기푸 할머니는 침대 앞으로 콩콩- 다가왔다.


입술을 덜덜 떠는 세로드를 유심히 보고는 기푸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열을 먼저 식혀야 해. 미지근한 물 가져오고. 마른 수건도 들고 와."

방을 나서려는데 디날브 보안관이 손을 내저었다.

"내가 가져오겠네. 세로드 씨를 보살피고 있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는, 디날브는 급하게 방을 떠났다.


곧, 계단에서는 누군가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다.

"보안관님이 찾으면 되지. 미지근한 물까지 꺼내 달라고 하면 어떡해요?"

툴툴거리는 토리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떠밀려 오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토리 씨.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면, 보안관님이 직접 미지근한 물 찾아서 주면 되죠."

"토리 씨가 자꾸 안 주시니까···"

웅얼거리는 말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토리 아주머니가 세숫대야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자요. 물이랑 수건."

세숫대야와 마른 헝겊을 침대 앞에 내려놓고는 일어선 토리 아주머니가 눈을 가렸다.

"에구머니나! 더 심해졌어. 여기에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기푸 할머니가 주변인은 내보내라고 하자, 토리 아주머니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마지못해 나갔다.


방이 조용해지자 기푸 할머니는 헝겊을 물에 적시고서 세로드의 이마에 올렸다.

차가운 눈빛이었지만, 따뜻한 태도로 환자를 살피는 할머니의 모습은 참의사였다.

세로드의 입에서는 나지막이 앓는 소리가 나왔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구먼. 정말 기적이야."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기푸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앞으로의 향방에 관해 물어봤다.

"이제··· 세로드 씨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음. 보호자에게 설명은 해 줘야겠지······"

기푸 할머니는 오래도록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아가씨. 머리를 심하게 다쳤어. 두개골 기저부 골절이 생긴 상태야. 음. 머리 안에 출혈도 많을 거야."

어려운 얘기가 나오니까 머리가 아득해졌다.

'내가 도왔어야 했는데.'

"세로드 씨. 살 수··· 있는 거죠?"

말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최선을 다해야지."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자세히 물어볼 용기가 안 났다.

대신 치료 방향을 물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치료할 수 있어요?"

"포션이 있지만. 이거만 믿을 수는 없어. 추가로 뭐라도 해야겠지."

"어떤 치료가 있어요?"

"머리를 깎아야 해. 여기보다는 의원에서 치료하는 게 좋을 텐데···"

가슴이 철렁했다.

'머리 깎는다는 건,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건가?'

머리 수술이라니···

의학에 무지한 나는 덜커덕 겁이 났다.

"머리 수술 안 받으면 안 돼요?"

"음? 수술이라니?"

기푸 할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리 깎고 의원에서 치료한다면서요."

"깎으면 열 발산이 잘 될 것 같아서 해본 말이지. 안 깎을겨?"

무서운 수술을 생각했지만, 열 발산이라고 해서 단번에 거절했다.

감기 몸살 때문에 삭발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체온 높다고 머리 깎는 경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안 깎는다는 대답에 기푸 할머니가 시무룩한 얼굴이다.

할머니가 어쩐지 못 미덥기 시작했다.

'골절이니, 출혈이니. 진단명도 아무 말이나 던진 거는 아니겠지?'

참의사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


이후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오로지 세로드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샤인. 교대하지. 잠시 좀 쉬게."

디날브 보안관은 어찌 된 게 우리보다 더 지극정성이다.

'동료는 우리인데···'

"저. 감사하긴 한데. 보안관님. 마을 일은 안 하세요?"

"샤인. 나는 세로드 씨를 회복시키는 데 내 전부를 걸었네. 마을 걱정은 말아. 모두가 선량한 사람이니까."

"마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부담돼서요."

이트멀드와 나는 자꾸 찾아오는 디날브가 부담스러웠다.

거리를 약간 두는 게 좋은 관계도 있는 법이니까.

"어려울 때는 서로 돕는 거야. 부담가지지 말게."

디날브는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우리 어깨를 두드려줬다.

불편한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기푸 할머니는 세로드 말고는 다른 환자가 없는 모양이었다.

용한 의사라고 해놓고, 찾는 환자가 없다니 신기한 일이다.

할머니의 지극정성은 감동이었다. 하지만, 갸웃거려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치료하는 거는 맞나?'

기푸 할머니를 유심히 관찰했다.

의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반인 같아서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치료하는 의사라기보단 의식주를 해결하러 온 평범한 할머니 같았다.

할머니는 밥도 여기서 먹고, 아예 코까지 골며 세로드 방에서 잠도 해결했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할머니. 코 좀 그만 고세요."

깨우려고 해도 할머니는 요지부동이었다.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지만, 세로드는 단 한 번도 깨지 않았다.


할머니가 세로드에게 해준 것은 단순했다.

이마에다가 미지근한 물수건 올려 주기가 대부분이었고, 하루에 3번씩 물수건으로 몸 여기저기 닦아 주기가 있었다.

치료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 같았다.

- 할머니. 약은 없어요?

- 포션 먹이고 있지 않은감?

- 그거 말고요. 의사가 쓰는 약이요.

- 무슨 말이여?

의사라는 걸 미리 듣지만 않았다면, 정말로 일반인이었다.

평범한 할머니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지식으로 아무렇게나 치료하는 느낌.

'의사 면허증이 있기는 있는가?'


저녁을 대접하고 나니까, 할머니의 몸 닦아 주기 시간이 시작됐다.


"몸 닦아줘야 하니까 자네들은 잠깐 나가 있게."

"네··· 오늘은 빨리 좀 끝내주세요."


기푸 할머니에게 대체 어디를 닦아주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 어디를 닦냐고? 열이 축적되기 쉬운 곳.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같은 곳 위주로 닦으면 돼.

-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 안 해보고 말하긴 쉬운 법이지.

괜히 물어봤다가 할머니 속도가 더 느려졌다.

처음에는 30분 정도였는데, 이제는 1시간이 넘어갔다.

본인이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생색을 내는 것만 같았다.

"이제 들어와도 되네!"

문을 열면 헥헥거리는 할머니 모습이 늘 시선에 들어왔다.

땀이 흐르지도 않는데 이마에 손을 연신 훔쳤다.

"이트멀드 씨. 저 할머니. 일부러 힘든 척하는 거 같죠?"

내 말에 이트멀드도 늘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세로드가 자리에 누운 지 3일이 지났다.


"할머니. 잘 주무셨어요?"

"끄응. 환자 걱정에 잠을 못 이뤘구먼."

기푸 할머니에게 물어보면 늘 똑같은 대답이었다.

안방에 있는 것처럼 숙면을 취하는 것을 늘 봐왔지만, 항상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기푸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침 메뉴 생각 중인가? 오늘도 고기 먹는다고 하면 8끼 연속 고기인데.'

내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제는 질릴 정도였다.

할머니의 입에서는 예상과 다른 얘기가 나왔다.

"오늘이 3일 째니깐. 의료비 중간 정산 날이구먼."

"한 번에 계산 안 하고요?"

"3일마다 하는 게 계산도 편하지."

치료 비용 얘기가 나왔지만 담담했다.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공짜로 치료해 주지는 않겠지.'

중간중간 계산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군요. 얼마 드리면 되죠?"

"하루에 100만 원이니깐."

"예?"

"곱하기 3 하면은. 옳지. 300만 원이구먼."

"아니. 잠깐만요. 하루 100만 원은 너무 비싸잖아요."

진상 고객이 되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물수건 말고 할머니가 한 게 없지 않은가.

토리 아주머니에게 부탁해도 될 법한 일이었는데.

할머니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음. 그 결과로 여기 이 아가씨는 아직 멀쩡히 살아있지 않은가?"


그 말을 듣자,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로드를 지키기 위해 할머니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단숨에 깨달았다.

할머니는 물수건만 쓰면서 세로드를 치료한 게 아니었다.

지극한 보살핌이 있었다.

할머니는 의사의 눈으로 세로드를 치료했다.

방대한 의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죽어가던 세로드를 간신히 붙잡았다.

모든 시간을 오롯이 세로드에게 쓰면서, 기어코 환자를 살려낸 그 가치를, 결코 가볍다고 평가할 수 없었다.

감사한 마음을 따지면 1억 원이라도 줘야 했다.


"할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세로드 씨를 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푸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내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담담하게 얘기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네. 음. 10% 할인해 주겠네. 연인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한 청년에게 조금 과했던 것 같으이."

3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할머니는 속이 무척 따듯한 사람이었다.

"세로드 씨는 연인이 아니라 친구예요. 세로드 씨는 언제쯤 깨어날까요?"

질문하는 도중에, 침대맡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뭐지?'

침대에 누워 있는 세로드에게 눈길을 돌리는데, 그녀의 눈이 힐끔 나를 본 것 같았다.

세로드의 몸이 순간 움찔한 것은 기분 탓인가.

서로 시선이 딱 마주친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내가 계속 돕겠지만··· 이제는 세로드의 싸움이야. 한 달이 될 수도, 일 년이 될 수도,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어. 아무도 모르네."

"음. 그렇군요."

이상하다 싶어서 침대에 다가갔다.

새파란 눈꺼풀에는 붓기가 덜 빠졌다.

눈을 꼭 감고 이불을 꽉 붙잡은 채로, 세로드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잘못 본 건가.'

언제 일어날지 기약도 없는 상황인데, 일어날 리가 없지······.

"할머니. 돈은 금방 마련해 올 테니, 세로드 씨 좀 부탁드려요."


이트멀드와 함께 프론 초원으로 향했다.

포탈은 닫긴 지 오래여서 서둘러 걸었다.

아이템 주으러 호텔 건물로 들어갔지만, 아이템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트멀드 씨. 우리 그때 아이템 챙겼어요?"

갸우뚱해서 물어보니까 이트멀드도 이해 못 하는 표정이었다.

"제가 몇 개 줍기는 했는데, 세로드 씨 발견한 후로는 바로 차원문에 들어갔습니다."

"맞죠? 그때 아이템도 많았고, 보물 상자도 분명히 보였는데···"

이해 안 가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3일밖에 안 지났는데··· 누가 주워 간 건가?'

아이템을 처분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치료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지.


아이템을 뺏겨서 분했지만, 건물을 싹 뒤져서 반지 두 개만 건지고 돌아왔다.

앞으로는 사냥과 간호를 병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어야 세로드 치료비를 낼 수 있으니까.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정신없는 가장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일과 중에는 사냥하고, 저녁에는 세로드 씨를 간호해야 할 것 같아요."

고맙게도 이트멀드가 내 의견을 따라줬다.

"누가 다쳤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했을 겁니다. 동료니까요."

동료.

듣는 거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말이다.

이트멀드가 다쳤어도, 혹은 내가 다쳤어도, 우리는 이렇게 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바짝 힘내야 해요. 그나저나 아이템이 어디 간 건지···"


***


올드 하퍼 여관.


토리 아주머니가 우리를 익숙하게 반겼다.

"샤인. 이트멀드. 왔어? 보안관님은 세로드 씨 간호한다고 정신없나 봐.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

"네. 세로드 씨라면 곧 깰 거예요. 분명히···"

말끝을 흐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2층 세로드 방으로 올라가니까 디날브 보안관은 세로드 간호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간호라고 해봤자 이마에 물수건 갈아주는 것뿐이지만.

"샤인. 이트멀드. 왔구만. 잠시 나 좀 보지."

우리를 발견하고는 디날브가 복도로 나왔다.

"의사 선생님에게 얘기는 들었네. 270만 원이라. 돈은 있는가?"

돈 얘기를 듣자 한숨이 나왔다.

"아이템 팔면 간신히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템이 사라졌어요. 대체 누가 들고 간 건지···"

"아! 아이템이 사라졌다니. 언제 일어난 일인가?"

가볍게 탄식을 터뜨리는 디날브였다.

"3일 전이요. 그때 세로드 씨 데려온다고 아이템을 그대로 놔뒀는데, 오늘 가 보니까 거의 다 사라졌더군요."

"아이템은 한 번도 손이나 발로 안 건드렸겠지?"

"네··· 중간에 시간 내서 들고 왔어야 했는데."

디날브는 놀라운 얘기를 해줬다.

"아이고. 샤인, 이 친구야. 아이템을 아무도 만지지 않았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거야."

"사라진다고요? 누가 가져간 게 아니에요? 반지 두 개는 땅바닥에 남아 있었는데···"

"사라지는 시기가 다 똑같지는 않아. 아니면 누군가 우연히 건드렸을 수도 있겠지."

헉.

놓친 아이템이 사라진다니.

깜짝 놀란 우리를 보며 디날브가 고개를 내저었다.

"치료 비용은 내가 내주겠네. 세로드 씨를 위한 일이라니 말이야."

치료비 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다가온 고마운 도움.

보안관이 박봉일 텐데도 거금을 선뜻 내주는 게 몹시 고마웠다.

디날브의 얼굴에서는 성스러운 빛이 쏟아졌다.

"대신. 세로드 씨가 나에게 호감이 생기도록 좋은 말 좀 계속해 주게."

세로드와 디날브가 맺어지게 할 수는 없다.

보안관과 사귀기에는, 소중한 친구 세로드가 아까웠다.

물론 내가 도와주더라도, 사랑은 억지로 맺어지는 게 아니지만.

하지만 돈은 받아야 하니까 고개는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요. 토리 사장님은 어쩌고요?"

"그녀에게는···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테지···"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한순간에 끝나는 것.

짝사랑조차도 결국에는 끝이 있다는 것.

어쩐지 씁쓸한 얘기였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본 소설 속 의학 내용은 실제와 거리가 머니, 절대 믿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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