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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양이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의 용사는 바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도양이
작품등록일 :
2021.01.09 21:33
최근연재일 :
2021.03.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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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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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석연찮은 점

DUMMY

녀석들의 스텝 소리만 듣고도, 단박에 깨달은 사실.

재빨리 다가오는 버니의 스텝은 복서를 연상시켰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더 빠르다.

더 묵직한 놈들이 훨씬 재빠르다.

'이거 반칙 아닌가.'


하지만 투정해 봤자 받아줄 사람은 없다.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도 들어온 우리니까.

대신, 전략만 잘 짜면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하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싸우죠."

두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과의 거리는 어느덧 10m 정도였다.

"사파이어 힘을 시험해 볼 시간이군요."

모닝스타를 꾹 쥐고서 충격파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충격파!'

녀석들의 기세를 꺾겠다는 다짐으로 스윙을 날렸다.

찬 바람이 무기로 모이더니 폭발적으로 앞으로 뻗어 나갔다.

위협적인 파동을 맞은 녀석들에게는 변화가 보였다.

"저거··· 느려진 거 맞죠?"

평범한 눈으로 봤다면, 녀석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로 단련된 내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바뀐 게 들어왔다.

정말 눈곱만큼 느려지긴 했지만.

"저 정도면··· 사실··· 그냥 똑같다고 봐도 무방해요."

세로드도 갸우뚱했지만, 약간의 변화는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래도. 파워가 확실히 세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10m 거리에서는 귀찮은 바람 정도였는데···

조금씩 데미지를 주고 있다.

'사파이어의 위력!'


퓨퓩-! 피슉-! 피슉-!

[크엉!]

세로드의 활도 위력이 한 단계 높아져 있었다.

'웬만한 위력으로는 위협도 못 줄 줄 알았는데.'

두세 발만 맞았는데도, 피격당한 녀석들은 움직임이 크게 제한되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활이 계속해서 날아갔고, 일방적인 공격에 녀석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녀석들과의 거리가 성큼 가까워졌다.

세로드의 화살이 큰 위협을 가했지만, 재빠른 녀석들은 화살을 피하기까지 했다.

'이제 거리는 5m.'

곧 유효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거리이다.

모닝스타로 바닥을 약하게 찧었다.

콩-!

상대의 기세를 꺾기 위한 행위.

어지간히 약한 상대는 이것만으로도 도망가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빅버니 무리는 자신의 강함을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오히려 도발이 된 듯했다.

"뒤로 물러서요. 좀 더 뒤에서 쏘세요."

동료들과의 거리를 두고는, 모닝스타를 한 손에 쥐고 붕붕 돌렸다.

양손에 쥐고는, 위팔근육에 힘을 집중시켰다.

'충격파!'

빅버니에게 위협이 되는 위력이었다.

녀석들은 팔을 모으더니 방어 자세를 취했다.

치이익-!

가드를 올린 놈들은 대부분 무사했지만, 0.1cm가량 뒤로 밀려난 녀석도 있었다.

"제대로 시작해보죠. 등 뒤를 잘 따라와요."

동료들을 보호하면서, 어그로도 끌 수 있는 방법.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충격파를 계속 날렸다.

한쪽에 놈들을 모아놨다가 충격파 날리고, 또 반대쪽으로 달려가서 충격파 날리고, ···

세로드는 등 뒤에서 화살을 날리며, 놈들의 수를 조금이나마 줄였다.

하지만 줄어드는 속도보다 쏟아지는 녀석들이 더 많았다.

양쪽으로 뻗은 홀 계단에서는 자꾸 빅버니가 나타났다.

2층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게 아닌가.


'저 물량을 이겨내야 하는데.'

원거리에서 때리기만 하면서, 최대한 피해 없이 싸우면 된다.

하지만 이 전략의 한계는 곧 알 수 있었다.


"샤인 씨. 지금 어떤 상황인지 보이죠?"

활을 쏘면서도 세로드가 등을 콕 찌르고는 말했다.

'아! 실내는 이게 안 되구나.'

내부가 넓다고 해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이다.

내가 세웠던 전략은 실내에서 써먹기에는 무리였다.

실내는 야비한 전투가 어려운 구조.

여러 방향으로 뛰어다닌다고 해도, 나중에는 한 지점에 집합하게 되어 있다.

결국은 동그랗게 둘러싸일 수밖에 없는 형태이다.

그걸 깨달을 즈음에는, 녀석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두 분. 잘 들어요. 지금부터 왼쪽을 뚫을 거예요."

구석으로 가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저랑 세로드 씨가 돌파할 테니··· 이트멀드 씨가 잠깐만 버텨 주세요. 반대 방향에서요. 한쪽 구석에 자리잡으면, 이 녀석들도 많이는 못 때려요."

이트멀드가 잠시만 버텨주면 된다.

구석에만 가면 무조건 이긴다.

그의 붉은 갑옷이 제값을 톡톡히 해주길···

"최대한 버텨보겠습니다."

이트멀드가 방패를 들더니 완벽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절대 죽으면 안 돼요."


나는 왼쪽으로 달려가서 충격파를 휘둘렀다.

거대한 주먹 4개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한 녀석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심지어 여러 명이 공격해 오니, 다 피할 재간이 없었다.

맞으면서 뚫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한 덜 맞아야 한다.'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근거리 충격파를 시도했다.

3m 정도면 최대한 안 맞을 수 있다.

체력을 함부로 뺄 수는 없다.

위험할 때를 대비해서, 항상 여분의 체력을 남겨둬야 한다.

지금 내 역할은 딜러가 아니다.

최대한 버티면서 세로드가 길을 만들게끔 도와주면 된다.

퍽- 휘잉- 휘잉- 퍽- 휘잉- 뻐억-!

'미친 공격력!'

많이 단련된 맷집이지만, 녀석들의 주먹은 굉장히 아팠다.

평범한 버니는 한 방 한 방이 엄청 강력하진 않은데···

이 녀석들은 예상한 것만큼 대단했다.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우락부락한 체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보통이 아니다.

커다란 주먹은 돌덩이로 내리찍는 느낌이었다.


퓨슈슈슉-! 퓨슈슉-! 퓩-! 푸슉-!

세로드는 엄청난 양의 화살을 날렸다.

역시 왼쪽을 뚫기를 잘했다.

녀석들의 밀집도가 낮은 곳인 데다가, 이곳만 뚫으면 구석이 곧바로 나온다.


농성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만들어졌다.

건물의 한쪽 구석.

"물량에는 농성으로 상대해야 해요."

나와 이트멀드가 버티고, 그 뒤에서 세로드가 쏘기만 하면 된다.

녀석들이 개떼처럼 많다고 해도, 공격할 수 있는 놈들은 한정되어 있다.

'구석에서 버티고 있으면 된다.'

녀석들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전투를 구경할 수밖에 없다.

"이트멀드 씨. 저랑 같이 앞에서 버티기만 하면 돼요. 세로드 씨. 뒤에서 쏘기만 해 주세요."


그리고는 멍석말이가 이어졌다.

구석에서 유리할 거라는 생각은 내 망상이었다.

골목길에서 돈 뺏기는 중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퍼버버벅-! 퍼버버벅-! 퍼버버벅-!

'으악! 이거 어떡해야 하지.'

이트멀드는 쪼그려 앉더니 방패로 몸을 모두 가렸다.

"아니. 이트멀드 씨. 혼자 앉으면···"

2명이서 함께 맞을 것을 혼자서 견뎌내는 상황.

당장에 버틸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문득 이트멀드에게 석연찮은 점을 느꼈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로 이상했다.

'이트멀드는 단 한 번도 몬스터에게 공격받은 적이 없다!'

탑에서도 대장 아빌시스는 이트멀드 대신 나를 노렸다.

한번 이상함을 느끼고 나니까 점점 의혹은 커졌다.


'이트멀드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

신비한 능력을 숨긴 채로 지내는 건가?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든 능력.

만약, 만약에라도, 능력을 숨긴 게 아니라면···

문제가 더 커진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트멀드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었다.


피슉-!

구석에서는 세로드의 움직임도 무척이나 제한됐다.

구석에 있으니까 활을 쏘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세로드 씨! 위로 쏘면 안 돼요?"

"위로 쏘면 천장에 다 박히잖아요."

"약하게 쏘면···!"

"그랬다가는 데미지도 없어요. 화살도 안 박힐걸요."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나.

'괜히 앞으로 더 나갔다가는, 세로드가 공격받을 수가 있는데···'

이제부터는 전사의 싸움이다.

직접 가격하면 된다.

'충격파!'

한 녀석의 옆구리를 가격하니까, 폭발음이 나더니 녀석은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충격파를 남발하고 있는데, 뒤에서 세로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리한 지형이에요. 저기 계단으로 가야 해요."

그녀는 홀 계단 한쪽을 가리켰다.

홀 계단을 돌파한다면 싸움은 훨씬 수월해진다.

올라오는 녀석들을 제압하면서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2층에서 싸우는 게 훨씬 유리하다.

세로드의 능력까지 십분 발휘될 것이다.

'2층으로 갈 수만 있으면 말이지······.'

"음. 가는 길이 너무 위험해요. 여기서 좀 더 여유 공간을-"

여유 공간을 만들어 볼 계획이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로드가 튀어 나갔다.

"세로드 씨! 돌아와요. 위험해요!"

백 수십 마리의 몬스터 사이를 혼자 빠져나가는 것.

무척 위험할뿐더러, 조밀하게 모인 실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공격 한 방만 허용해도 나가떨어지는 거 아닌가.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것은 내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사이사이를 헤쳐나갔다.

빠져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와··· 저거 어떻게 하는 거야?'

몸을 숙이면서 미끄러지듯 통과하기도 하고, 점프하면서 틈을 통과하기도 했다.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고는, 기어코 그녀는 2층에 도달했다.

2층 복도에 자리 잡은 세로드는 잠시 눈을 감고는 숨을 내쉬었다.

다시 뜬 눈에서는 신비한 기운이 쏟아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작된다. 불화살 쇼.'


불화살이 2층에서 날카롭게 날아왔다.

파괴력이 엄청난지, 약한 녀석들은 한두 방에 죽기도 했다.

웅성거리는 분위기에 이트멀드가 얼굴을 빼꼼 들었다.

녀석들을 쓸어버릴 때다.

앞에서는 두 전사의 협공, 뒤에서는 쏟아지는 불화살.

빅버니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불리했던 형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세로드 씨가 2층에서 지원사격 해 주고 있어요. 이제 반격할 차례예요."

이트멀드가 방패를 집어 드는 것을 보고는, 모닝스타를 꽉 쥐었다.

"이제 사냥 시작해요."

사냥꾼과 사냥감의 싸움.

이제야 사냥다운 사냥이 펼쳐질 것이다.

찬찬히, 하나하나씩 무찌르다 보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마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일반공격과 충격파를 섞어서 녀석들을 때렸다.

빠악-! 빠악-! 빡-!

'충격파!'

뻐억!


위에서 계속 날아오는 불화살을 보자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저 불화살.

고르킬은 불화살 공격을 버티지 못했었다.

아빌시스 대장은 맞고 나서 기절까지 했었다.

그놈한테는 화살 2개가 동시에 날아왔다는데···

'이거랑은 다른 스킬이었나?'

어찌 됐든 세로드의 데미지가 엄청나게 높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어그로만 끌고 있으면, 세로드 혼자서 다 잡겠어.'

2층을 올려다봤다.

어두운 조명에 비친 세로드의 외모가 빛났다.

오롯이 전투에만 집중한 그녀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다.

그 예쁘던 제인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이다.

'와··· 친구지만··· 정말 말도 안 나오는 미모.'

퍼버버벅-! 퍼버버벅-!

"아야!"

미친. 주먹 4개를 한꺼번에 휘두르는 건 너무하잖아.

찌그러진 감자가 된 기분.

"샤인 씨! 한눈팔지 말아요."

불화살을 계속 쏘면서 세로드가 외쳤다.

다시금 시선을 녀석들에게 향하는데, 이트멀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세로드 씨. 피해야 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세로드에게 날아가는 거대한 주먹이 보였다.

'어?'

새까만 주먹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은 세로드의 어깨를 정통으로 노렸다.

이트멀드의 외침을 듣고는, 세로드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1층을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기다가, 옆을 바라본 그녀는 눈이 큼직해졌다.

"어···"

그녀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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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21.02.12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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