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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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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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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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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함께.

DUMMY

“호진아 이거 어때?”


우진의 노트북에서 활기차고 밝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선배. 이거 묘한데요?”


신기하게도 분명 활기차고 밝은 노래인데 묘하게 시끄러웠다.

알람용으로 제격이었다.


“그치? 크게 거슬리진 않는데, 묘하게 시끄러운 느낌이지?”

“예. 이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원래 작업과 정반대의 작업을 거쳤어. 불협화음을 줄이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넣어줬어. 거슬리지 않게 하면서 시끄럽게 느껴지는 게 목표였는데, 얼추 된거 같은데?”

“선배 대단하신 분이셨군요?”

“하하. 그걸 이제 알았어? 근데 대단 한 날 구한 건 누구실까?”


우진 선배의 얼굴은 정말 좋아져 있었다. 저 표정이야말로 슬럼프에서 빠져 나왔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뭐, 핫팩을 붙여야 한다는 징크스가 생겼지만.’


옷 카라에 붙이면 티도 나지 않는다. 그것도 어느순간 필요 없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에이.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구하긴 뭘 구해요. 그냥 알아서 빠져나오신 거지.”


선배는 대답도 하지 않고 호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선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선배는 실수라는 늪에서 벗어났다. 그 증거가 호진의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시련의 업을 극복하였습니다.]

[극복을 통해 성장이 이뤄집니다.]


선배가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을 이뤘다는 메시지가 호진의 눈앞에 떠올랐다.


‘좋아. 그럼, 이제 내껄 보자.’


이 다음이 중요했다.


[시련의 업 효과를 일부 받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업 하나가 한 단계 성장합니다.]

[교감+1 이 성장합니다.]


‘여기서 교감이 또 강화된다고?’


그런 호진의 물음에 대답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미 강화된 상태입니다.]

[추가 강화하기엔 시련의 업이 부족합니다.]

[보상을 우회합니다.]

[교감에 새로운 능력이 추가됩니다.]

[우진과는 특별한 교감이 가능하다.]


‘특별한 교감?’


이 의문을 해결할 방법은 간단하다.


“말 나온 김에 오늘거 촬영도 할겸 피아노 한 곡 치러 가실래요?”

“그럴까?”


그와 함께 시험해 보면 될 일이었다. 호진은 선배와 함께 피아노 실로 이동했다.


***


“시작할게요.”


시작은 똑같았다.

호진이가 선배의 뒷목에 손을 올리고, 그의 연주를 듣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면 끝이었다.

한데, 평소와는 다른 뭔가가 느껴졌다.


‘뭐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피아노는 선배가 치고 있는데, 마치 호진이 치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이 다음에는 어떻게 쳐야할지 전부 아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피아노를 한번도 쳐본적이 없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피아노를 쳐본 일이 없는데, 마치 피아노를 오랫동안 쳐왔던 기분이었다.

갑자기 이런 감각이 들었다면 이유는 하나 뿐이다.


‘특별한 교감.’


저 특별한 교감이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것이다.

호진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새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


‘아쉬워.’


아쉬움이 남았다.


‘피아노를 치고 싶어.’


음악이란 즐거움에 빠져들고 싶었다. 호진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선배. 같이 한곡 칠까요?”

“같이? 너 피아노 칠 줄 알아?”

“에이. 우리 또래중에 태어나서 피아노 한번 안쳐본 사람이 있겠어요? 예전에 쳐본 적 있어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 아직도 잘 쳐?”


잘 치냐는 말에 호진은 잠시 멈칫했다.


“잘 모르겠어요.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그래서 합주를 부탁드린 거예요.”

“피아노가 한 대 뿐이니까. 연탄곡을 말하는거지? 한 대로 둘이서 같이 치는거?”


연탄이라곤 불을 피우는 연탄밖에 모르지만, 호진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좋아. 앉아봐.”


선배는 시원하게 승낙한 뒤, 의자 옆을 가리켰다.


‘어깨가 닿을 거 같으니까 교감은 문제 없을거 같네.’


이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 같았다. 호진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혼자 앉아 있을 땐 커 보였는데, 남자 둘이 앉으니 어깨를 마주대야 딱 맞았다.


“복잡한 건 모를테고, 당장 있는 악보도 없어. 대중적이면서 연탄곡으로 칠만한게······. 아! 그게 있었네.”

“어떤거요?”

“젓가락 행진곡 기억해?”


젓가락 행진곡. 이건 피아노를 쳐본적 없는 호진이도 알고 있는 음악이었다.


“딴딴딴 딴딴. 그거요?”


호진이가 음을 대충 중얼거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거야. 여기랑 여기야. 한번 쳐봐. 나머지는 내가 옆에서 서포트 해줄게.”


막상 하려고 하니, 긴장이 됐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호진은 피아노가 처음이었다.


“뭘 또 긴장해. 그냥 치면 돼. 우리끼리 재미 삼아 치는 거잖아?”


선배는 긴장한 호진을 보면서 키득거렸다.


‘선배 각오해요. 깜짝 놀래켜 줄테니까.’


호진은 차분하게 피아노에 손을 올리고, 건반을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 선배는 음악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구나.’


이건 호진의 감각이 아니었다.

어깨를 마주대고 있는 선배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됐다.

시작은 단조로운 젓가락 행진곡이었다. 한데, 선배의 도움이 생기자 곡은 전혀 다르게 변했다.


“재즈 느낌이 나지?”


선배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건 호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교감을 타고 전해지는 감각에 호진도 즐겁게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진 또한 원래의 젓가락 행진곡이 아닌, 편곡된 젓가락 행진곡을 치기 시작했다.


“오. 호진아 너 잘치는데?”

“선배도 생각보다 잘 치시는데요?”


그 말에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젠 처음과는 전혀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젓가락 행진곡인건 분명한데 그보다 조금 세련되고 느낌이 있는 재즈곡처럼 느껴졌다.


“이건 어때?”


다시 한번 곡의 분위기가 변했지만.


“좋은데요?”


호진이가 곧장 따라갔다.

음악을 한다는 것, 서로가 음악을 주고 받는 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둘이 주고 받은 새로운 젓가락 행진곡이 캠코더에 고스란이 담기고 있었다.


***


영상속의 두 학생의 표정은 정말 밝았다. 즐거움이 가득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두 학생.

그 자체로도 보기 좋았는데.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더 훌륭했다. 평범하던 젓가락 행진곡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마치 묘기와 같은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입을 쉬지 않는 세오조차 이런 감탄성만 터트릴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반응도 별로 다를 건 없었다.


“후욱 후욱. 따라갔어야 했는데. 내가 내가 저걸 놓치다니.”

“굉장해! 둘다 굉장해!”


왠지 무서워 보이는 영하와 오랜만에 큰 소리를 내는 료타까지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감탄한 건 똑같았다.


“호진이 너 잘하더라? 피아노 왜 그만뒀어?”

“잘하긴요. 선배님이랑 하니깐 잘해 보이는 거예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선배가 궁금하단 얼굴로 호진을 쳐다봤지만, 이건 호진도 할 말이 없었다.

신이 나서 피아노를 친 것까진 좋았는데, 너무 뒷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안 쓰던 손가락을 써서 그런지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리는 건 물론이었고, 이걸 어떻게 수습할지도 문제였다.


‘아니지. 굳이 수습할 필요 있어?’


어차피 앞으로는 칠 일이 없었다. 만약 있다고 해도 선배와 함께 연주할 게 분명했다. 그냥 밀어두면 아무런 문제 없을 거 같았다.

호진은 이야기를 돌렸다.


“그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시죠. 우사원님.”

“어?”

“이 영상에 저도 나오니까 반절은 제꺼죠?”

“그렇지?”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던 게 있었다.


“새로운 제안을 하겠습니다. 우사원님.”

“어. 음. 뭔데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선배를 치료하는 사이, 어플리케이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어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앱스토어에 올린다고 해도, 아무런 홍보 없이 그냥 올리면 팔릴 리 없었다.


“피아노 연주 앞이나 뒤에 광고 삽입 어떠세요.”

“광고?”

“예. 어플리케이션 광고를 넣을 생각이에요.”

“그냥 넣으면 되는거 아니야? 난 괜찮아. 어차피 촬영이랑 편집 전부 사무실에서 해주는데 괜찮아.”


그정도였으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출연은요?”

“······뭐?”

“출연이요. 영상의 주인공은 선배인데, 선배가 홍보해주셔야죠.”

“······너 장난하는 게 아니구나?”


우진 선배는 깜짝 놀라서 호진을 바라봤다. 그 말대로였다.

호진은 장난이 아니었다.


“우린 광고 영상을 찍을 겁니다.”

“어?”

“선배와 저. 함께요!”

“뭐!?”

“영하야. 준비 됐지?”


호진의 말에 영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눈이 형형히 빛나는 게 마치 먹이감을 노려보는 매처럼 보였다.


“당연하지. 하나도 놓치지 않겠어.”

“사, 사장님?”


선배가 떨리는 눈으로 호진을 바라봤다.


“늦었어요. 준비하시죠. 선배.”


그렇게 갑작스럽게 광고영상 촬영이 시작됐다.


***


피아노실 의자에 두 학생이 나란히 앉아 카메라를 바라봤다.


“(정말 최고예요!)”


긴장한 덕분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과 말투는 이상함을 넘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선배와는 전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호진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생각 못 했네.’


특별한 교감 덕에, 호진이도 완전히 얼어 붙었다.


“(알람 좋아! 아주 좋아!)”


호진이도 선배와 똑같았다.

촬영하던 영하와 구경을 온 세오와 료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컷! 다들 왜 이렇게 긴장해요? 긴장 풀어요!”


멋진 모습을 볼 줄 알았던, 영하가 호진과 선배를 닦달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긴장은 풀리지 않고 점점 더 심해졌다.


“(와! 앱스토에서 찾을 수 있대!)”

“(정 말 ? 마이폰 앱스토어?)”

“(바로 다운 로드가 가능해!)”

“(정말 신기해!)”


뭐랄까 기괴한 영상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피아노실엔 세오와 료타의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세상에···.”


영하는 절망적인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웃기긴 한지 입꼬리가 씰룩였다.


‘이대론 안 돼.’


호진은 곧장 해결책을 찾아냈다.


“좋아. B급 감성으로 가자. 더욱 어색하게 갈게.”

“세상에 지금까지 연기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아무튼 그렇게 하자. 웃음 참지마. 들어가도 괜찮을거 같아.”

“세상에 이런 광고가 어딨어?”


이런 광고?

앞으로는 점점 많아진다.

곧 있으면 UCC붐이 불기 시작하고 B급 CF가 넘쳐나게 된다.

이건 한국에만 국한 된 게 아니었다.

프로처럼 찍을 수 없다면 완전 아마추어처럼 B급 향기를 가득담아 찍어야 했다.


“믿어봐. 반응 나쁘지 않을거야.”


그렇게 기괴한 광고영상 촬영은 계속됐다.


“(와! 이러면 정말 깰 수 밖에 없겠는걸?)”

“(좋아좋아. 정말 좋아. 알람 최고야!)”


둘의 어색한 모습과 함께.


“푸하하하하!”

“나. 배아파. 너무 웃었어.”


세오와 료타의 웃음소리가 BGM으로 깔린다.


‘좋, 좋겠지?’


이쯤되니 호진도 걱정될 정도였다. 영상에 첨부될 광고가 서서히 완성됐다.


***


광고 영상을 촬영하는 걸로 끝이 아니었다.


“선배 문제 해결한 거 광고 해도 돼요?”


이건 예민한 문제였다.

자신의 슬럼프를 광고로 써먹는다는 데 좋아할 사람이 없었다.

물론, 그건 아직도 슬럼프인 사람 이야기였다.


“내가 슬럼프 극복한걸 광고한다고?”

“예. 도움이 필요한데 망설이는 친구들이 그걸 보고 들어오지 않을까요?”

“좋아. 괜찮아.”

“그래도 돼요?”

“대신 저 사진 쓸꺼면 다음 손님 오면 광고 내려줘.”


어색한 표정으로 파이팅 표정을 짓고 있는 선배의 사진.

애초에 저걸 사용할 생각은 없었는데.


“예. 알겠어요.”


선배의 아이디어는 채택되었다.

광고는 빠르게 제작되어 재벌고 곳곳에 걸렸다.

재밌는 포스터에 학생들은 그저 웃기만 했지만, 그 포스터를 진지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똑똑.

도움이 필요한 이가 다시 한번 방문했다.


“진짜로 다 도와주나요?”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연재시간 변경은 유입을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는 20시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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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두 번째 프로젝트 가동. +36 20.09.08 6,612 270 12쪽
24 024. 두번째 프로젝트. +22 20.09.07 7,001 270 13쪽
23 023. 교감 (3) +28 20.09.06 7,190 285 14쪽
22 022. 교감 (2) +16 20.09.05 7,293 246 13쪽
21 021. 교감 (1) +20 20.09.04 7,415 250 12쪽
20 020. 수강 신청. +23 20.09.03 7,707 255 12쪽
19 019. 입학식. +14 20.09.02 7,767 252 12쪽
18 018. 시험이 끝나고. +16 20.09.01 7,839 241 11쪽
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82 267 11쪽
16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12 20.08.30 7,939 226 12쪽
15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67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6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6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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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76 2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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