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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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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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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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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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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7. 무대 공포증 (2)

DUMMY

[교감+1]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합니다.]


그저 교감의 설명에 한줄이 추가됐을 뿐이었지만, 그 효과는 놀라웠다.


‘즐거워. 괜찮아. 잘하고 있어. 실수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접촉하고 있는 대상과 더 깊은 교감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의지를 직접 전달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확실한 건, 강화되기 전보다는 그 효과가 뛰어나 졌다는 것이었다.


아. 또 실수야. 어떻게 하지?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교감을 통해 의지를 불어넣으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원래라면 옅어지긴 해도 여전히 신경쓰던 선배가.


그래. 괜찮아. 할 수 있어.


조금씩 의지를 가지기 시작했다.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가 한 걸음 나아가자 치료 또한 달라졌다.


“브라보! 형. 진짜 좋은데요? 이건 무슨 곡이에요?”

“쇼팽의 녹턴이란 거 들어봤어?”

“아. 이게 그거에요?”

“뭐, 녹턴 중에 일부분을 연주했다고 생각하면 돼.”


그는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후배한테 목덜미 잡히고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이 치료 진짜 효과 있는 거 같은데? 오늘 정말 괜찮았어.”

“그래요? 이게 다 제 손이 약손이라 그런거 아닐까요?”

“약손? 건방진 후배의 손이 아니라?”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성과가 나오니 사소한 일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1단계는 통과하신 것 같네요.”

“1단계?”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목표는 무대 아니에요?”


무대. 그 말을 듣자, 그가 긴장하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그에겐 두려움이 돼버린 장소였다.


“괜찮아요. 바로 무대로 가자는 게 아니에요. 한 걸음씩 갈 거예요.”


이때를 위해 준비한 게 있었다.


“선배에게 사과할 게 있어요.”

“나한테?”


아무렴 사과해야지.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예. 최근 며칠간 연주하는 모습을 녹음했어요.”

“녹음?”


호진은 자신의 셔츠 주머니에서 작은 녹음기를 꺼넸다.


“이걸로 녹음했어요.”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호진이를 바라봤다.


“이걸 왜?”

“긴장하실거 같아서 말씀 못드렸어요.”

“괜찮아. 연습곡 녹음하는 건, 별로 드문일도 아니니까. 내가 궁금한 건 이걸 왜 녹음 했냐는 거야.”


화낼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는 차분하게 호진에게 물었다.

치료하면서 서로간에 신뢰가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록해야 나아졌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잠시만요. 저희가 편집한게 있어요.”


호진은 가져온 노트북을 켜고, 편집된 음악 파일을 재생했다. 치료간 그가 쳤던 피아노 곡이 재생됐다.


“첫쨋날은 저도 이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 날 부터에요.”

“첫날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괜찮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노트북에서 흘러나왔다. 다만, 중간중간 틀릴때마다 멈칫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 편집된 걸 이미 들어봤는데, 정말 놀랐어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실수 후 대처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좋아졌어요.”


호진의 말대로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곡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 파일 재생이 끝났다.


“오늘 전 한 걸음 나아가셨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오늘 녹음했던 피아노곡이 녹음기에서 흘러나왔다.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중간중간 실수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이건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수렁에 빠져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달라지고 있었다.

수렁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어때요? 정말 많이 달라졌죠?”


호진의 물음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뒷 목 잡아줘서 고마워. 호진아. 아. 이거 말하고 보니까 뭔가 이상하네.”


그는 뻘쭘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호진은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야. 선배가 고맙다고 하는데, 웃어?”

“이 상황에 울면 이상하잖아요.”

“그건, 맞지.”


이번엔 둘이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저 선배. 이제 치료 과정에서 한 가지를 더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다음 단계라는 거지?”

“네. 맞아요.”


호진은 노트북을 담아왔던 가방에서 하나를 더 꺼냈다.


“캠코더?”

“네. 이게 첫 번째 관객이에요. 관객이 한명 뿐이라고 방심하지 마세요.”


선배의 첫 관객은 다름아닌 캠코더였다.


***


2008년 1월. 미튜브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업로드 하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은 시기였다.

그런 미튜브에 매일매일 피아노 연주곡이 올라왔다.

잘 편집된 영상과 깨끗한 화질.

사람들이 재미 삼아 찍어 올리는 영상이 주류인 상황에서 이 영상은 뭐가 달라도 달라보였다.

게다가,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 또한 독특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뒷 목을 잡고 억지로 피아노를 치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장난스러운 상황과는 달리 연주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 영상을 본 외국인들이 영상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의 비법은 협박이었네.)

-(영상도 깨끗하고, 편집도 엄청나. 대단한데?)

-(어이 친구. 음악에 집중하라고, 꽤 수준급 실력이야.)

-(뭘 수준급 실력이야. 중간중간 실수 하는 부분이 있는데.)

-(실수가 있었어? 능숙하게 넘어가서 잘 몰랐어)

-(아무튼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네. 난 이 채널을 구독할 생각이야.)

-(그건 당연하지.)


실수에 관한 지적도 있었지만, 댓글들 대부분은 영상에 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처음 찍기 시작하면서, 여태까지 찍은 영상 댓글을 모아둔 거에요. 어때요?”


호진은 그 댓글을 선배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뭘 어때. 좋지.”


선배의 얼굴엔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제가 말했죠? 관객이 하나라고 방심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이런 걸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정신없이 댓글들을 읽고 있었다. 회귀 전, 그가 아픔을 딛고 일어난 방법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하네요.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요.”

“음악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그는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뒤에도 선배는 한참 동안이나 댓글들을 살펴봤다.

중간중간 악플이 있긴 했지만, 그것조차 좋은 눈치였다.

실수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이가 조금씩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는 것이기에.


***


영상을 업로드해서 그 반응을 보는 건, 정말 효과적이었다. 선배의 상태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 손이 필요하긴 하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그가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으면 그때부터는 호진의 도움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럼 치료 끝이지.’


호진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호진의 전화가 울렸다.

폰을 열어서 확인하니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호진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예. 제자가 제주도로 간 걸 빼면 잘 지냈고있어요.”


다름아닌 ‘정장 할아버지’셨다.


“오랜만에 식사나 함께 하지 않겠어요?”

“식사요?”

“예. 제주도 쪽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요. 연이 있는 아이가 하는 식당인데 그쪽에서 식사 어때요?”


너무 뜬금 없는 식사 초대였다.

할아버지들은 절대 의미없이 움직이지 않으셨다. 호진을 배려하려는 듯 언제나 호진을 위해 움직여 주셨다.


“저야 좋죠. 오랜만에 뵐 생각하니까 벌써 설레는데요?”

“허허. 나도 그래요. 기왕이면 올 때 혼자 오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와도 좋아요.”

“친구들이요?”

“예.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와도 괜찮아요.”


호진의 생각대로였다. 정장 할아버지가 식사 제안을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괴팍한 할아버지께 이야기한 것을 듣고 기억하셨다가, 자리를 만들어 연락을 주신 것 같았다.


“그래도 될까요?”

“예. 괜찮아요. 친구들이 와서 할애비가 사주는 맛있는 밥 먹고 들어가요.”

“감사합니다. 친구들이랑 함께 갈게요.”

“허허. 그래요. 그럼 이번주 주말 점심 괜찮아요?”

“예. 평일에 오셔도 언제든 뛰어나갈게요.”


호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알겠어요. 그럼 그때 봐요.”

“예. 할아버지.”


이번 주말 할아버지와 만남이 기대됐다.

그날 저녁, 사무실에선 중대 발표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무실 열고 개업파티도 못하지 않았어?”

“개업 파티?”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세오였다. 녀석은 하던 작업도 멈추고 손살같이 뛰어왔다.


“어. 파티 한번 어때?”

“언제 하게?”


작업하고 있는줄 알았던 영하도 언제 파티를 하는지 물었다.


“열심히 일해주시는 직원분들을 위해 이번 주말 레스토랑 예약했습니다!”

“오오! 역시 윤사장님! 배포가 최고다!”

“레스토랑? 진짜?”


영하와 세오가 좋아하는 건 당연했고.


“나도 같이 가도 돼?”


료타마저 관심을 보였다.

다들 파티 이야기에 신난 모양이었다. 물론, 사실을 정확히 집어줄 필요는 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할아버지께서 레스토랑 예약을 해주셨어. 다들 와도 돼.”

“윤사장님 믿고 있었습니다. 거짓이 아니었군요!”

“진짠가 보네?”

“나도 가.”


애들의 표정을 보니, 친 할아버지가 예약해 준걸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진짜 할아버지나 마찬가지긴 하지.’


그것보다 신경쓰이는 건.


“직원 여러분 윤 사장은 실망했습니다. 설마 제가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아니야. 진짜 믿었어.”

“난 처음부터.”


료타를 제외하면 영하나 세오는 믿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이야기가 돌고 있을 때.


“······.”


우진 선배는 뻘쭘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선배님. 같이 가시죠.”

“나도?”

“예. 어차피 치료되시면 저희 도와주셔야죠.”

“그건 그런데···.”


호진은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괜찮지?”

“당연하지.”

“나도 괜찮아.”

“진의 음악 예뻐. 나도 좋아.”


아이들의 괜찮다는 방향에 선배는 뻘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눈치없이 끼어드는 거 같지만, 그럼 참가 할게.”

“좋아요. 그럼, 이번 주말 외출 신청하고 점심은 밖에서 먹는겁니다!”

“예쓰! 지옥 탈출!”


세오의 목소리에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가 묻혔지만, 다들 기대하고 있는 건 확실했다.


***


주말 점심.

함께 택시를 타고 도착한 레스토랑은 상상한 레스토랑과 많이 달랐다.


“호진아. 여기 맞아?”


그걸 호진이에게 물어도 별수 없었다.


“······그런 거 같은데?”


호진도 이 레스토랑이 처음이었다. 서귀포 쪽 꽤나 외곽쪽에 위치해 작은 레스토랑일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위 풍경과 전혀 동떨어진 모던한 건물. 외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내부 또한 모든 게 고급스러워 보였다. 다들 고급 레스토랑의에 압도됐다.

유일하게 괜찮은건 의외로 료타였다.


“맛있을 거 같아! 가자!”


가장 어린 료타가 호진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홀에 놓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와 유일한 손님 정장 할아버지가 호진의 눈에 들어왔다.


“허허. 잘 왔어요.”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마지막 치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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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6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6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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