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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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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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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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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8
글자수 :
156,058

작성
20.09.04 17:20
조회
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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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글자
12쪽

021. 교감 (1)

DUMMY

작은 새부터 시작한 교감 검증은 점점 커다란 동물로 옮겨 갔다.

‘새’ 다음엔 ‘토끼’였다.

학교에서는 수업을 위해 여러 동물을 키웠는데, 그중 제일 작은 게 토끼였다.

커다란 귀와 동글동글한 얼굴, 거기에 윤기 있는 회색 털까지. 토끼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먹을래?”


먹이통에 있는 당근을 하나 들어서 토끼에게 내밀었다.

토끼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깡총깡총 뛰어와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토끼가 이렇게 귀여웠나?’


앞니로 당근을 한입 베어 물자 오른쪽 볼이 뽈록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심장에 무리가 가는 기분이었다.

호진은 조심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교감 때문인지 녀석은 점점 호진의 손길을 즐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당근도 내팽개치고 토끼는 호진의 손길을 즐겼다.


‘나른해.’


손길 때문에 나른해진 토끼의 감정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교감은 새뿐만 아니라 토끼에게도 잘 작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토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던 다른 토끼들이 몰려와 호진의 앞에 앉기 시작했다.

마치 손길을 기다리듯 토끼들은 커다란 눈을 껌뻑거리며 호진을 바라봤다.

어서 만지라는 듯이.


***


정신을 차려보니 토끼들을 만지느라 시간이 꽤나 지나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는데?’


원래라면 잠깐 확인하고 말 생각이었는데, 한참이나 토끼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교감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야.’


정신없이 토끼들을 쓰다듬어 준 건, 교감 때문이기도 했다. 토끼를 쓰다듬을 때마다 행복한 나른함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귀여운 녀석들인데, 만질 때마다 그런 감각까지 느껴지니 한참 동안 만지게 된 것이다.


‘빠질 정도로 큰 감정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영향을 줄 정도는 돼.’


괜히 1500 카르마나 필요한 업이 아니었다. 이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거 같았다.


‘문제는 덩치가 커질수록 교감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거 같은데···.’


새들보다 토끼들의 반응이 훨씬 약했다. 교감이 통하는 건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게 새들처럼 드라마틱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저 덩치 때문에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지능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호진은 떠오르는 생각을 접어 두었다.

어차피 지금 시험하는 도중이었다. 이제 새에서 토끼로 넘어왔을 뿐이었다. 다른 동물에게 사용하면서 정보를 모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 다음엔 그 고양이로 할까? 덩치는 토끼랑 비슷하지만 영리하니까 비교가 될 거 같은데.’


고양이를 떠올리자마자 호진의 머릿속에 그 녀석이 떠올랐다.

재벌고 명물 고양이.

통칭 영감님.

이 고양이가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언젠가부터 재벌고에 나타나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고양이였다.


‘재벌고 졸업생 중에 영감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괜히 명물이 아니었다. 호진은 곧장 녀석이 있을 만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공원 쪽에 있을 텐데.’


재벌고 내부에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공원이 있었다.

마치 재벌고의 재력을 과시하듯 꽤 커다란 크기의 공원. 그곳엔 재벌고 학생들이 만든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조각상 중에 하나가 녀석이 낮에 쉬는 곳이었다.


‘저거 아닌가?’


형이상학적 모양을 지닌 조각상. 대체 뭘 표현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조각상이었는데, 놀랍게도 이곳 공원에 있는 조각상 중 저게 가장 가치가 높았다.


‘그래서 고양이가 저 조각상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고양이가 조각상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곳에 자리를 잡은 건 당연히 아니었다.

그저 형이상학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우연찮게 고양이와 딱 맞았다.


‘저건 볼때마다 신기하다니까.’


고양이는 조각상에 앉아 있었는데, 몸 크기와 조각상의 곡면이 딱 맞아 떨어졌다.

마치 부품을 끼워 넣은 것처럼 고양이가 쏙 들어가 있었다.


‘저러니 저 조각상을 선택한 거지.’


오죽하면 학생들 사이에서 저 조각상을 영감님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였다.

호진은 고양이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인사를 던졌다.


“영감님. 안녕?”


반가움을 가득담아 인사를 던지자, 반쯤 눈을 감고 있던 고양이가 관심을 보였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1 카르마도 아니고 2 카르마를 주었다.


‘세상에···.’


카르마를 주는 동물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호진이 놀라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사이.

영감님은 몸을 일으키고, 호진이 앞에 다가왔다.


“냐.”


다가온 영감님은 짧게 울고는 그 자리에 앉아 호진이를 쳐다봤다.


“만져 달라는 거야?”


아무리 봐도 이건 만져달라는 자세였다. 호진이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


그렇게 반가움을 담아 녀석을 쓰다듬자, 교감을 타고 녀석의 감정이 전해졌다.

행복, 즐거움 그리고 거기 말고.


‘어? 거기 말고?’


마치 의지가 감각을 타고 전해진 것만 같았다.


‘그럼 여기?’


호진이 손을 조금 옮겨서 살살 긁어주자.


“냐!”


녀석이 몸을 살짝 털었다. 그와 동시에 싫어! 하는 게 느껴졌다.


‘뭐, 누가봐도 싫어하는 거긴 한데···.’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호진은 손을 옮기며 녀석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았다.

엉덩이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부분에 도착하자.

‘여기!’ 란 느낌이 전해졌다.


‘그래? 여기였어?’

‘응!’


대화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눈만 봐도 상대의 뜻을 아는 오래된 친구처럼, 녀석과 뜻이 통하는 기분이었다.

교감의 진정한 힘은 그저 감정이 통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영감님을 살살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지이잉. 지이잉.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호진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했다. 전화건 사람은 다름아닌 료타였다.


“여보세요?”

“나. 료타.”


료타가 전화를 했으면 그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사무실이야? 나 밖에 잠깐 나와있어.”

“아니. 나도 밖이야.”

“어? 그래?”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전화했나 싶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기.”


돌아보니, 그곳에 료타가 있었다.

평소와 같이 무표정했지만, 호진에 눈에는 료타의 장난기가 보였다. 여기선 놀라줘야 할거 같았다.

호진이 깜짝 놀란 표정지었다.


“깜짝아. 언제왔어?”

“놀랐어?”


미세하지만 료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재라고 불리긴 해도 아직은 애였다.


“응. 놀랐어. 사무실에 있을 줄 알았거든.”

“사무실갔는데 세오만 있었어. 산책하고 싶었어.”


그 말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부담스러운 세오를 피해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난 영감님이랑 놀고 있었어.”

“영감님?”


호진은 만지고 있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영감님이라고 부르더라고.”

“고양이 이름 특이해. 영감님.”


료타는 빤히 고양이를 바라봤다.

이건 표정을 못 읽어도 알 수 있었다. 료타는 고양이를 만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료타도 쓰다듬어 줄래?”

“그래도 돼?”

“그건 영감님한테 물어봐야지.”

“응!”


료타는 고양이 앞에 쭈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한데, 영감님은 협조해주지 않았다.


“냐.”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료타의 얼굴은 시무룩하게 변했다.

호진이 곧장 움직였다.

녀석이 좋아하는 곳을 살살 긁어주며 강하게 생각했다.


‘받아줘. 싫어하는 데 못 만지게 할게.’


녀석은 그 손길을 즐기면서, 이내 허락을 했다. 돌렸던 고개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료타. 손 줘봐.”

“손?”


호진은 료타의 손을 잡고 어떻게 쓰다듬어줘야 되는지 알려줬다.


“걱정할거 없어. 내가 영감님이 좋아하는 곳 알려줄게. 괜찮아.”

“으, 응!”


료타는 긴장했는지 대답이 떨렸다. 호진은 료타의 손을 잡고, 강하게 생각했다.


‘괜찮아. 걱정할거 없어. 영감님은 싫어하지 않을 거야.’


교감이 통했는지 잡은 손을 통해 료타가 한결 편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역시 생각대로네.’


동물들처럼 적극적인 교감은 아직 힘든 것 같았다. 그래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건 아닌거 같았다.

이정도만 해도 ‘교감’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여기야.’


료타의 손이 영감님에게 닿고.


“거길 살살 긁어줘.”

“응!”


료타는 천천히 영감님의 등을 긁어주기 시작했다.


“냐아.”


영감님은 그 손길이 행복한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호진. 영감님이 좋아해.”

“료타가 잘해줘서그래.”

“진짜?”


둘은 한참 동안 영감님 등을 긁어주었다. 그렇게 두 아이에게 한참을 서비스받은 영감님은 계산이 확실했다.


“냐아.”


호진이와 료타의 발 쪽에 얼굴을 부볐다. 그 덕에 언제나 무표정하고 애써 표정을 숨기던 료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냐!”


또 오라는 듯 영감님이 소리쳤다.


“호진. 여기 또 오자.”

“그럴까?”

“응!”


영감님의 밀땅에 료타는 푹 빠진 것 같았다.


***


료타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을 때.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묘한 사람을 한명 만났다.

대포같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아이.


“저, 저기.”


그 아이는 호진과 료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료타는 카메라를 보고 흠칫 놀라 호진의 뒤로 숨었다.


“우리 부른거야?”

“응.”


둘을 기껏 불러 세워놓고, 그 아이는 우물쭈물거렸다. 그 아이의 표정에는 죄책감과 환희가 공존하고 있었는데.


‘죄책감과 환희? 이 두가지가 함께할 수가 있나?’


어쩐지 이상한 조합이었다.

기다리고 있으며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 용건이 있는거야?”

“응.”


녀석은 대답을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


그리고 대뜸 사과가 먼저 나왔다.


“갑자기?”


호진의 물음에 녀석은 허둥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


“너한테 말도 안하고 사진을 찍었어.”

“사진?”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어떻게 된 건지 차례대로 설명해 줄 수 있어? 조금 이해가 안되서.”

“아! 미안.”


그녀는 사과함께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새 사진을 찍으려고 산책로 쪽으로 갔다가 널 발견했어. 처음엔······.”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노리고 있던 새가 있어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다리는데, 거기에 호진이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놀라운 광경까지 펼쳐졌으니 사진가가 사진을 안 찍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따라다녔어.”

“······아침부터 계속?”

“으, 응.”


이건 조금 무서웠다. 애초에 호진은 그녀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새를 찍을 때 들키면 안 돼서 그래.”


그 기술과 계속 따라다닌 집요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때 호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조류 전문 포토그래퍼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이 사람이 호진의 머릿속에 남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돈을 벌어서 ‘새’를 찍는데 모든 돈을 쓰면서 유명해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벌고 출신이라곤 들었는데.’


그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정체를 깨닫자마자 호진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서로 윈윈할 수 있겠는데?’


호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밖에서 이러는 것보다 사무실 가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래?”

“사, 사무실?”

“어. 지금 날 몰래 찍었다는 건데, 그리 간단하게 끝날 이야기는 아닌거 같아서. 게다가 단순히 그 사진을 갖고 싶다는 게 끝이 아닌거 같은데 맞지?”

“······으, 응.”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천천히 이야기 해보자. 기왕이면 서로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기왕 도움되는 김에 어플리케이션의 디자인을 담당해주면 더 좋고.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콜라 좋아님 후원정말 감사합니다.

심심해유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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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6. 무대 공포증 (1) +14 20.09.09 6,250 232 12쪽
25 025. 두 번째 프로젝트 가동. +36 20.09.08 6,612 270 12쪽
24 024. 두번째 프로젝트. +22 20.09.07 7,001 270 13쪽
23 023. 교감 (3) +28 20.09.06 7,190 285 14쪽
22 022. 교감 (2) +16 20.09.05 7,293 246 13쪽
» 021. 교감 (1) +20 20.09.04 7,416 250 12쪽
20 020. 수강 신청. +23 20.09.03 7,707 255 12쪽
19 019. 입학식. +14 20.09.02 7,767 252 12쪽
18 018. 시험이 끝나고. +16 20.09.01 7,839 241 11쪽
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82 267 11쪽
16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12 20.08.30 7,939 226 12쪽
15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67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7,996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7,994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66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44 2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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